애덤 프랭크Adam Frank는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천체물리학 교수이다. 그는 우주론에 대한 그의 교양 강의에서의 당혹스러움으로 책을 시작한다. 현대의 표준 우주모형인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꼭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빅뱅 이전'이 제대로 탐구되지 않은 영역이지만 현재 맞닥뜨린 여러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로 인해 이제 새로운 우주모형이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가 책에서 의도하는 바는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 인류의 시간에 대한 개념이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시간 개념에는 당대의 우주론이 반영될 수밖에 없으므로 시간에 대한 문화사와 더불어 과학사가 덧붙여진다. 이 두 역사의 기저에는 당대의 물질적 조건이 공통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인류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은 분리될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고찰은 저자의 두 번째 의도인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낳는다. '시간'과 '우주'는 인류가 만드는 것이다. 물리학이 밝힌 우주의 모습이 '객관적 진리'라는 여러 물리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저자는 우리의 우주론이 실제 우주의 '일면'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현대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이 당면한 여러 근원적 문제들의 영향이며, 물리학이 이제 어느 정도 한계를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제 새롭게 제기되는 순환 우주를 포함한 새로운 우주론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간 개념을 제시할 수 있으며, 반대로 우리의 물질적 조건이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우주론을 낳을 수 있다는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등 현대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가 새로운 문화와 체계를 필요로 하며, 이러한 시대적 필요와 물질적 조건이 우주론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아 새로운 전망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인상 깊은 것은, 현대 우주론에 의해 우주의 중심에서 우주 주변의 먼지와 같은 존재로 격하된 인류의 존재 의미를 다시 찾자는 저자의 주장이다. '우주'란 인류가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우리 자신을 차가운 우주의 주변부로 격하할 필요 없이, 우주를 관측하고 만들어내는 우리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인간이란 우주에 비하면 크기와 수명과 힘에서 하찮은 존재이지만, 그 보잘 것 없는 머리에서 우주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알아냈고 이제 그 신비를 음미할 수 있으니 나름 자랑스러워할 만도 하다.
전신(telegraph)이 어떻게 전지구적으로 동시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는지, 미국의 철도 보급이 어떻게 지역별로 시간대를 정하도록 촉진하는지 등 여러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좀 추상적이고 모호한 점이 있어서 별 하나를 뺄까 했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내용은 별 다섯을 주게 한다.
Time after time, we have never been anything other than collaborators with the universe. Always and again we have been the co-creators of a time and a cosmos that exist together with us. That is what makes our story anything but insignificant and makes our universes anything but meaningless. We have always been weaving the fabric of our experience into a culturally shared time and, in the process, have become ever more intimate with a universe that has always invited our participation. With each step we gain a deeper sense of the awe and beauty that suffuse the universe's essential mystery. If we can trace our steps from the past and see our way clearly into the future, then certainly there is time enough for that great effort to continue with renewed clarity and purpose. (p.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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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번역서는 2015년 출간된 <시간 연대기>이다. 원서는 2011년에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