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의 잠수함 세계 ㅣ KODEF 안보총서 66
문근식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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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인 나대용함의 함장이었으며 현재 예비역 대령인 저자가 언론(국방일보)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1,2차 대전을 거친 잠수함의 역사와 특징, 한국 잠수함의 어제와 오늘, 잠수함 함장으로서의 경험과 원자력잠수함(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연재했던 내용을 모은 것이라는데 챕터별 글의 분량이 일정치는 않으며 반복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함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은 2013년 출판되어 현재는 절판된 상황인데, 이 책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원자력 잠수함을 드디어 우리도 도입한다고 그 추진계획을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바 있다. 원자력 잠수함은, 잠수함 함장을 한 저자가 그렇게 강조하듯, 한 번 잠수하면 디젤 잠수함과 달리 다시 축전지 충전을 위해 일정 시간 후에 반드시 수면 근처로 떠오를 필요가 없으며, 잠항 시 속도가 디젤 잠수함의 2~3배 이상 빠르다[*]. 그래서 장거리 항해 시 한 달 걸릴 거리를 열흘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공격 후 이탈도 훨씬 용이하다.


잠수함은 그 은밀성으로 인해 현대해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숨어서 공격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보복 무기라서 오히려 적국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건조하여 1993년 취역한 장보고함(수상 배수량 1,280톤) 이래 손원일급(1,880톤)을 거쳐 최근에는 도산안창호급(3,350톤)을 독자설계하여 건조했다. 약 30년에 걸친 우리나라의 잠수함 발전사는 산업 발전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그동안 사고 없이 잠수함을 운용한 승조원들과 건조에 애를 쓴 전문인력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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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잠수함은 잠항시 평균 속도가 20~25노트(시속 40킬로미터), 디젤 잠수함은 6~8노트(시속 12킬로미터)라고 한다(344 페이지).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한 잠수함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갖지 못하는 중소 해군국에서 디젤 잠수함이 스노클 빈도를 줄이고 수중지속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운용하는 잠수함이다. AIP 탑재 잠수함은 스노클을 하지 않고 수중에서 수주 동안 견딜 수 있어서 기존의 디젤 잠수함보다 수중지속능력은 3~5배 증대되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능력도 4~6노트의 저속 기동 시에만 가능하고, 수중에서 적에게 탐지될 경우 회피 등을 위해서 고속으로 기동하려면 주 축전지에 있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주 축전지를 사용하면 축전지 충전을 위한 스노클이 불가피하다. 결국 AIP 탑재 디젤 잠수함은 일정한 해역에서 저속으로 감시 및 정찰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적합하나, 높은 기동력을 가지고 원하는 위치에서 전략목표를 타격하거나, 피탐 시 생존을 위해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은 디젤 잠수함처럼 제한되므로, 근본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의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360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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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nciple of Optimism

All evils are caused by insufficient knowledge.

(p. 212)       


낙관주의 원리

모든 악은 불충분한 지식 때문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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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는 예측과 예언을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예측(prediction): '좋은 설명'으로부터 나오는 미래의 사건에 관한 결론("conclusions about future events that follow from good explanations")


예언(prophecy): 아직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anything that purports to know what is not yet knowable")


그러면서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오류와 자기기만을 낳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관주의가 자란다고 말한다. 그가 드는 물리학계에서의 예시이다. 


"The more important fundamental laws and facts of physical science have all been discovered, and these are now so firmly established that the possibility of their ever being supplanted in consequence of new discoveries is exceedingly remote... Our future discoveries must be looked for in the sixth place of decimals.

Albert Michelson, address at the opening of the Ryerson Physical Laboratory, 

University of Chicago, 1894"


"물리 과학의 중요하고 근원적인 법칙과 사실은 이미 모두 발견됐으며, 이제 아주 단단히 확립되어서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이들이 대체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미래에 우리의 발견은 소수점 여섯 자리에서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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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nce, I conjecture that, in mathematics as well as in science and philosophy, if the question is interesting, then the problem is soluble. Fallibilism tells us that we can be mistaken about what is interesting. And so, three corollaries follow from this conjecture. The first is that inherently insoluble problems are inherently uninteresting. The second is that, in the long run, the distinction between what is interesting and what is boring is not a matter of subjective taste but an objective fact. And the third corollary is that the interesting problem of why every problem that is interesting is also soluble is itself soluble. At present we do not know why the laws of physics seem fine-tuned; we do not know why various forms of universality exist (though we do know of many connections between them); we do not know why the world is explicable. But eventually we shall. And when we do, there will be infinitely more left to explain. (pp. 192-193)


"그러므로 나는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 과학과 철학 뿐만 아니라 수학에서 흥미로운 문제는 반드시 풀린다. 오류주의는 무엇이 흥미로운지에 대해 우리가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보조정리 3개가 이 추측으로부터 나온다. 첫째, 본질적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흥미롭지 않다[추측의 대우]. 둘째, 장기적으로 볼 때, 흥미로운 문제와 지루한 문제의 차이는 주관적 취향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풀리는지 안 풀리는지는 취향과는 상관 없으므로]. 셋째, '왜 흥미로운 문제는 모두 풀리는지'라는 흥미로운 문제 역시 풀린다[이 문제 자체가 '흥미로우므로']. 현재 우리는 왜 물리법칙이 미세조정되어 있는 듯 보이는지 모른다. 또한 우리는 왜 다양한 형태의 보편성이 존재하는지 모른다(이 보편성들 사이의 여러 관계를 우리는 알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우리는 왜 세상이 설명가능한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명할 것들이 무한히 많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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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
이세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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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기사로 기억되는 이세돌 9단의 에세이이다. 바둑에서 그가 얻은 통찰들을 인생에 적용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 분야의 대가는 다른 (인접) 분야에서도 대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을 뛰어넘는 통찰을 가져야 하고, 이렇게 얻은 통찰은 종종 인접 분야에서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에 '반드시'는 없다. 한 분야에서의 대가가 다른 분야에서도 대가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저자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에겐 새로운 지식이 아닐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그의 조언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바둑기사의 에세이를 대할 때에는 종종 기사로서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잘 알지 못했던 바둑(계) 상황에 대한 내밀한 얘기를 들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제야 책의 제목,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통통 튀던 그의 바둑처럼 역시 이세돌 9단은 기대를 벗어난다. 그는 생각보다 일찍 전문기사를 은퇴했다. 인공지능이 점령한 바둑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일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승부로서의 바둑에 흥미를 잃었으리라 추측한다. 그의 인생 후반부를 응원한다.


다음은 책 속 몇 구절:


  우리는 넓게 보는데 집착해 가까운 것을 놓칠 때도 많다.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 때 중요한 것은 가까운 것을 세밀하고 정밀하게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바둑 대국에서도 넓게 보는 것에 심취한 나머지 쉬운 수를 놓치고 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결국은 균형이 중요하다. 넓게 봐야 하지만 가까운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좁은 곳에서의 수읽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이 당연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먼 미래를 생각하고 일을 진행할 때도 가까운 미래를 간과한다면 원하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221~222 페이지)

  개성 있는 바둑을 두든 평범한 바둑을 두든 묘수로만 판을 이끌 수는 없다. 묘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적인 수이자 중요한 부분이지만 한순간의 반전을 꾀하는 최후의 필살기이지, 바둑의 중심축이 되기는 어렵다.

  중요한 흐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건 평상시 자신이 생각해온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생각하고 둔 수는 화려하지 않지만 쌓이고 쌓여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힘을 갖는다. 평상시 자신이 생각해왔던 수들이 결국 흐름을 이끄는 뼈대 역할을 한다.

  합리와 효율을 기본으로 하되 위기에서 묘수를 둘 수 있는 감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나 바둑이나 기본인 뼈대가 중요한 건 매한가지다. 결국 묘수란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을 효율적으로 쌓아온 사람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창의적인 한 수라 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227 페이지)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내가 둔 78수를 직관이 발휘된 결과라고 분석했던 일본의 뇌신경외과 전문의 이와다테 야스오는 자신의 책 『직관의 폭발』에서 전문가의 직관이 단순한 '감'이 아니라 무의식에 축적된 방대한 경험과 학습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문가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겉으로 드러난 단서만으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된 경험이 판단의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몇 초 만에 파악하거나, 경매 전문가가 진품과 가짜를 직관적으로 가려내는 일 등은 훈련된 직관에서 비롯된다. 바둑에서도 감각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훈련의 결과다.

  이런 직관은 단순한 '촉'이 아니라 일종의 통계적 감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시험에서 찍은 답이 우연히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복된 학습과 축적된 경험이 무의식 속에서 만들어낸 판단에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259~260 페이지)

  진짜 자신감은 반은 실력에서, 반은 근거 없는 믿음에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실력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믿음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둘이 균형을 이루면 부족함을 알면서도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완벽하진 않더라 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감각. 나는 그것을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270 페이지)

  바둑은 테트리스처럼 단순한 도형 놀이 같지만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세계다. 모양이 예쁘다고 해서 이기 는 것도 아니고, 효율이 언제나 정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해진 패턴보다 중요한 건 실전에서의 응용과 전환이다. 그것이 바둑의 묘미이며, 어쩌면 인생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310 페이지)

인공지능에는 고정관념이 없다. 기존의 틀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며 답을 찾아낸다. 반면 인간은 오랜 시간 익숙한 틀 속에서 사고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31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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