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이로 이름난 백이 숙제는 굶어 죽었고, 공자의 제자 중 으뜸인 안회는 극빈 속에서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러나 천하의 대악당 도척은 매일 죄 없는 백성을 죽여 그 살로 회를 치고 포를 떠먹었는데도 천수 오복을 누리고 죽었다. 하늘의 도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 사마천의 '사기'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0214174533)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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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2-03-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불합리를 설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종교라지요.
 
다윈 지능 -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
최재천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1월
구판절판


훌륭한 학술 이론이 갖춰야 할 속성으로 흔히 단순성simplicity과 응용성robustness, 그리고 직관적 아름다움intuitive beauty을 든다. 이론 자체가 너무 복잡하면 우선 활용도가 떨어지고 의미 전달에도 어려움이 많다. 수식으로 표현되는 수학적 이론들이 지니기 쉬운 결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20쪽

지금은 생명 과학이 속된 표현으로 '잘 나가는' 분야로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기 전까지 과학의 꽃은 의심의 여지없이 물리학이었다. 수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험 모두에서 이른바 '정확한 과학exact science', 혹은 '경성 과학hard science'의 표상으로 군림했던 물리학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그런 자신들의 신분과 지위를 숨기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과학인 생물학이 물리학 사자들의 가장 손쉬운 먹이가 되었다. 잔뜩 주늑이 든 생물학자들 사이에는 한때 '물리학 선망physics-envy'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기도 했다.-25쪽

물리학자들이 생물학자들에게 던지던 힐난은 유치한 것으로부터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확인되지 않은 IQ 수치를 들먹이며 생물학자로 그들에 대적할 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물리학자들의 유치한 집안 자랑에 생물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보다 심각한 도전은 생물학에 진정 물리학처럼 자연 현상의 고유한 속성을 일반화하는 원리principle가 있기나 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온갖 수준의 원리들로 중무장한 물리학과 달리 생물학은 태생적으로 원리를 앞세워 사물의 특성이나 현상을 가지런히 정리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찰 결과들을 풍성하게 쌓는 걸 더 좋아한다. 생물의 세계는 서둘러 원리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하다.-25쪽

굳이 생물학에도 원리가 있다고 밝히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원리라고 일컫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기에 설명해 보고자 한다... 다윈은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 자연계의 생물개체들 간에 변이variation가 존재한다.
둘째, ... 어떤 변이는 유전heredity한다.
셋째, ... 먹이 등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competition할 수밖에 없다.
넷째,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25쪽

해밀턴은 우리에게 유전자의 눈높이 또는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했다... 나는 벌써 25년 이상 대학 강단에서 유전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드디어 마음을 비울 수 있다. 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 한복판에 커다란 여백이 생기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종교가 우리더러 마음을 비우라지만 그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또 있으랴. 유전자를 받아들이면 저절로 비워진다. -213쪽

책 한 권이 하루아침에 인생관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수 있을까? 내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도킨스가 해밀턴의 이론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준 책이다. 도킨스는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개체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덧없는 존재일 뿐이고 영원히 살아남는 것은 바로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도킨스는 개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르고, 끊임없이 복제되어 후세에 전달되는 유전자, 즉 DNA를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고 일컫는다. 개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고 말지만 그 개체의 특성에 관한 정보는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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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2-04-1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꼬투리 잡기이지만, 수학(또는 물리)에 대한 최재천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수학적 이론도 단순하고 응용가능하며 직관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사라 베이크웰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몽테뉴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알려줄 뿐... 정답이 있다면 여태껏 이러한 질문이 반복될 리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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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를 믿을 수 없는 17가지 이유 - 솔직한 질문에 대한 애정 어린 답변
데이비드 G. 마이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IVP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는 'A Friendly Letter to Skeptics and Atheists'입니다. 번역하면서 제목이 너무 자극적으로 바뀌었네요. 제목 그대로 회의주의자나 무신론자들의 의문에 저자가 하나씩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참 세련되고 수준 높은 기독교 변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들어가는 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자란 신앙 전통은 신 무신론자들의 주장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자유로운 과학의 밑바탕이 되는 호기심과 겸손을 장려하고, (플라톤의 주장대로 육체에 갇힌 불멸의 정신이 아닌) 육체와 정신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은 하나님을 우리 기도에 조종되는 하늘나라의 자동판매기로 여기지 않습니다. (9페이지)

 

과연 우리의 기독교 전통은 어떠한지... 사실 미국에서도 저런 전통이 흔치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 보면 미국인의 43퍼센트가 "하나님은 약 1만년 전에 인간을 지금 형태로 단번에 창조하셨다"라고 믿는다고 합니다(2007년 갤럽 조사). 또한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73퍼센트, 가톨릭과 비복음주의 개신교도의 40퍼센트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2007년 뉴스위크 조사)[62페이지]. 참고로, 저자는 '젊은 지구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은 비판하지만 존 배로John D. Barrow가 주장한 '인류 원리Anthropic Principle'는 인정합니다.

 

특히 6절의 육체와 영혼의 불가분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새로웠습니다. 유대 전통에서는 네페쉬(영혼)란 죽음과 함께 끝난다고 봤다고 하네요. 그래서 (영혼 불멸이 아닌) 육체적 존재의 '부활'을 통해서 회복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사도신경에 나와 있는 '몸이 다시 사는 것'의 의미라는 것이지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에서도, (그리스도인이 희망하는) 영원에서도 살아있는 육체입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나, 성경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도, 둘 다 환생이나 유체이탈 또는 죽은 자와의 교신을 주장하는 심령술사와 달리, 육체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C. S. 루이스는 한때 이렇게 썼습니다. "심령학자들이 '영생'을 증명하는데 성공한다면...기독교의 믿음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반박하는 셈이다." (48페이지)

 

별 하나는 번역 때문에 뺐습니다. 가끔씩 이게 무슨 뜻일까, 반대로 번역한 것은 아닐까, 용어의 선택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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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2-01-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 "검증되지 않은 믿음이라도 일단은 자기 믿음을 유지해야 하고..." (17페이지)
원문: "we should hold our own untested beliefs tentatively"

우리 자신의 검증되지 않은 믿음을 잠정적으로 (임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인데 완전 반대로 해석한 듯이 보입니다.
 
기독교를 믿을 수 없는 17가지 이유 - 솔직한 질문에 대한 애정 어린 답변
데이비드 G. 마이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IVP / 2011년 10월
절판


마틴 루터 킹은 "신앙은 계단 전체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단의 첫 걸음을 오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확실하지만 그 첫 걸음을 떼는 모험을 합니다. 그리고 목적 없는 과학만능주의나 독단적인 근본주의를 대체할 세 번째 대안으로서 겸손한 영성을 추구합니다. 그런 영성은 성경적인 지혜에 근거하며 수천 년을 내려온 신앙 전통에 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게 하고, 삶에 의미를 더하고, 우리를 초월적인 세계로 안내하고, 서로 돕는 공동체와 연결하며, 도덕과 자기 포기를 명령하고, 역경과 죽음 앞에서 희망을 줍니다.-148쪽

물론 어느 면에서는 나도 틀리고, 당신도 틀리고, 우리 모두가 틀리겠지요. 우리는 인식에 한계가 있어서, 궁극적 실재를 희미한 거울 속을 보듯 얼핏 볼 뿐입니다. 그러므로 삶을 이성과 신앙 양쪽 모두에 근거하게 해야 합니다. 이성은 겸손과 결합하여 비판적 분석으로 신앙을 견제하고 신앙은 삶의 목적, 사랑, 기쁨, 소망을 자라게 하는 양분을 공급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회의주의와 신앙 양쪽 모두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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