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 박권 교수의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를 읽고 있다. 나름 재미있는데, 수식이 마구 나와서 이 책이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조금 헷갈린다. 내 생각에 이공계 학생 아닌 일반인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것 같다.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는 이런 "기술적인 내용을 모두 따라가지 않더라도 굵직한 내용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추천하는데, 난 조금 회의적이다. 어쨌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파동, 원자, 빛 등 미시세계의 이야기(양자역학)를 영화 등을 빌어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상충되는 것이 하나 있어서 여기에 적어 놓는다. 보어는 고전 전자기학으로 생각하면 불안정한 원자가 어떻게 안정한지 설명하기 위해 각운동량의 양자화 조건을 도입한다. 문제는 이 조건이 뜬금없고 왜 나오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후 이것을 드브로이라는 프랑스의 물리학자가 물질파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제목에 적은 바와 같이, 전자의 물질파가 원자 내에서 공명할 때(정지파standing wave를 이룰 때) 원자가 안정하다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설명을 처음 한 것이 아인슈타인이라고 말한다.
보어의 원자 모형은 성공적이지만, 다양한 의문을 남긴다. 그중 가장 큰 의문이 '각운동량이 왜 양자화되는가'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각운동량이 양자화되는 이유는 아인슈타인에 의해 설명되었다. 아인슈타인이 당시 루이 드브로이Louis de Broglie가 제안한 파동-입자 이중성 이론을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7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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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드브로이의 파동-입자 이중성 이론을 쓰면 보어의 양자화 조건을 유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79 페이지)
위의 진술은 드브로이가 물질파의 개념만을 제시했으며 이를 원자에 적용한 이는 아인슈타인이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드브로이의 박사학위 논문(물질파 및 물질파를 원자에 적용한 내용)을 아인슈타인이 입수해 읽고 그의 생각이 근사하다고 인정한 적은 있지만, 아인슈타인 자신이 물질파를 원자에 적용해 보어의 양자조건이 사실은 물질파의 공명조건이라고 처음 해석한 것은 아니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 <불확정성>과 <퀀텀스토리>를 찾아봤지만 아인슈타인이 드브로이의 학위논문을 구해 읽고 그의 생각이 의미 있다고 언급한 사실만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