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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cientist (주간 영국판): 2018년 12월 15일 - 영어, 매주 발행
New Scientist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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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장하는 로벨리 교수의 글이 실렸다. 이것만으로도 별 다섯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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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책을 읽고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이라는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장은 사실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아느냐-물론 아느냐의 기준을 뭘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에 따라 세상 사람들은 정확히 둘로 나누어진다. 사람들을 둘로 나누는 2분법의 목적은 보통 둘 중 하나이다. 첫 번째는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부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 받는다. 예전에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차별이다. 남성에 속하지 않았기-못했기-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심’을 위해서다. 맥스웰 방정식 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나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알아’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티셔츠에 새기고 다니기도 한다. 너 이게 뭔지 알아 하듯이...



불쌍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맥스웰 방정식, 특히 위의 티셔츠에 나와 있는 미분방정식 형태의 맥스웰 방정식(총 4개이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2년 정도 물리와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 전기와 자기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하고, 벡터를 알아야 하며, 벡터 미적분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게 어렵다는 것이다. 물리 전공이거나 공대에서도 전기전자 공부하는 사람 정도나 이걸 배운다. 어려운 공부하며 겪는 고생이니 ‘부심’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니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얘기하고, 나는 아는 쪽에 들어가는 만족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몰라도 세상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는 이들이 고생을 통해 이루어낸, 모르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그러니 누가 위와 같이 사람들을 구별하거든 불쌍하게 생각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자. 여전히 이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며 고생하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하여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토대를 닦는 사람들이다. 공대생들 대부분은 이 세상의 토대를 닦는다. 


혹시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책을 읽어도 좋겠다. 추상화된 수식보다 인간의 얘기를 읽는 것이 언제나 더 재미있다. 맥스웰 방정식도 사람이 만들었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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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2-3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지만 공식은 잘 안 보이고 예쁜 여성만 보입니다. ㅎㅎ

얄라알라 2018-12-30 23:06   좋아요 0 | URL
격하게 동감입니다. 저도 리뷰 읽다보니, 아 방정식 4개구나! 했어요^^;;;

blueyonder 2018-12-30 23:11   좋아요 0 | URL
두 분은 이제 맥스웰 방정식 아시는 걸로...^^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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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대번에 읽고 싶어졌다. 물리 현상의 의미를 기막히게 잘 짚어내는 김상욱 교수의 글이니까. '진동'과 '공명'보다 '떨림'과 '울림'은 훨씬 더 문학적이고 인간적이다. 차례 역시 기막히다. 우주와 우주의 구성요소, 세계의 '해석', 힘과, 힘이 연결하는 '관계', 그리고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에 대하여라니... 


다음은 프롤로그의 글이다.


  나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려고 한다. 사실 물리는 차갑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이보다 경험에 어긋나는 사실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는 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나는 물리학자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했어도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도 진심은 전해지리라 믿는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 (7페이지)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김상욱의 물리공부'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쓴 것이 아니며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이 주이므로, 책 전체가 완전히 정합적이거나 자세한 기술적 논의가 있지는 않다. 멋진 차례를 갖게 된 것은 김상욱 교수도 프롤로그에서 인정하듯 편집자의 공일까. 


책의 주요 대상은 아마도 물리를 어려워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과 전공자들이나 물리 책을 많이 읽은 이들에게 새로운 내용이 많지는 않다. 프롤로그에 언급돼 있듯 기초적 물리 개념에 그의 감상--그의 '떨림'--과 생각이 추가된 것인데, 그의 예전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은 내겐 그 신선함이 좀 떨어졌다. 이과 전공생--물론 졸업한 지 한참 된 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더니 '모든 글이 서문같다'는 감상평이 돌아왔다. 자세한 논의는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세상은 운동이다'라는 장의 일부분이다. '운동은 위치의 문제'라는 소제목 다음에 좌표를 쓰기 위한 '기준점'에 대해 얘기한다.


... 해운대는 부산역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11킬로미터, 북쪽으로 4.6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다. 광안리를 기준으로 하면 동쪽으로 2킬로미터가 된다. 기준점은 아무 곳이나 잡아도 될 거 같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태양이 돈다는 천동설은 내가 기준점이 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준점이 움직이고 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 누가 운동의 기준점이 되어야 할까?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온다.


  운동법칙


  이제 운동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그렇다면 운동을 기술하는 법칙이 있을까? ... (231~232페이지)


이 책의 스타일 하나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특수상대성 이론 얘기를 슬며시 꺼내고 아무런 설명 없이 넘어간다. 전공자는 안다. 무슨 얘기인지. 하지만 비전공자는 모른다. 얘기를 꺼내면 설명해 주던지, 아니면 아예 얘기를 꺼내지 말든지. 신랄하게 얘기하면, 나는 알지만 이 얘기는 너무 어려우니 더 이상 안 할께,의 태도이다. 정확성을 위해서 특수상대성 이론을 언급해야 했다면 각주로 처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감도는 이런 분위기가 내겐 좀 불편했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다음에 기록해 놓는다.


  하나의 입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시간 위를 움직인다. 여기에는 시간의 방향도 없다. 수많은 입자가 모이면 비로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창발創發한다. 인간 역시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 실체다.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고민하는 실체다. (117페이지)

  전하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진다. 중력도 마찬가지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 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172페이지)

  오늘날 물리학자의 [세상] 이해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텅 빈 공간이다. 빈 공간 안에서 물체가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물체와 움직임, 두 가지다. 태양, 자동차, 스마트폰, 인간과 같은 모든 것이 물체에 해당하며 이들은 아주 작은 원자들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원자를 '레고'블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다. 그러면 세상 모든 것은 빈 공간에 놓인 레고블록의 조립물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은 당연하지 않다. 물체가 존재하고 운동하는 배경이 되는 빈 공간, 그러니까 '진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한때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반대했다. (230페이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증거가 쌓여가자 결국 물질과 파동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파동은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의 하나가 아니라 물질 그 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결국 양자장론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서는 파동으로부터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질의 궁극을 탐구하던 현대물리학은 세상이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끈으로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초끈이론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작은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당신이 기타로 '도'를 치면 코끼리가 나오고, '미'를 치면 호랑이가 나온다는 말이다. 결국 세상은 현의 진동이었던 거다.

  우주는 초끈이라는 현의 오케스트라다. 그 진동이 물질을 만들었고, 그 물질은 다시 진동하여 소리를 만든다. 힌두교에서는 신을 부를 때, 옴aum이라는 단진동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소리의 진동은 다시 신으로, 우주로 돌아간다. 결국 우주는 떨림이다. (242~243페이지)


읽어보니 오타가 3군데 정도 있다. 오기 또는 더 좋은 표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222페이지: "가장 최근 에너지의 목록에 추가된 것은 '암흑물질'이다.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가상의 존재다." 여기서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

- 231페이지: "운동은 공간의 선, 즉 도형이 되고, 이 도형은 숫자로 표현된다. 숫자는 수식으로 다룰 수 있으니 운동을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우리는 '함수'라는 것을 배운다. 함수는 수식과 도형을 연결해주는 장치다." 여기서 '함수'를 '방정식'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과 비슷한 의도이지만 약간 다른 책이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물리학은 처음인데요>이다. 내 '개인적' 취향으론 <물리학은 처음인데요>가 더 좋은 것 같다.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건조함'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 한 가지만 고르라면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부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174페이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책은 많지만 패러데이나 맥스웰에 대해 논의하는 대중 과학책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여기서 그에 대한 논의와 의의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맥스웰에 대한 김상욱 교수의 평: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은 알아도 맥스웰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뉴턴은 물리학의 토대를 세우고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뒤집었다. 맥스웰은 현대 문명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 (184페이지)


1903년 대서양 너머 무선통신에 성공한 마르코니는 이 업적으로 19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한다(180페이지). 몰랐던, 하지만 신선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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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rey 출판사는 군사관계 책을 많이 내는 영국의 출판사이다. osprey는 물수리-물고기를 잡아 먹는 매-란 뜻이다. 여기서 출판하는 책들 중 Campaign 시리즈가 있다. Campaign이란 말은 번역하기가 까다로운데, 어렵게 번역하면 전역戰役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번역하는 책도 있다. 쉽게 번역하면 작전作戰 정도가 아닐까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잘못된 번역이지만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이 시리즈의 일부가 군사서적 전문 출판사인 플래닛미디어에서 '세계의 전쟁'이란 이름을 달고 번역되어 있다. 


Osprey 출판사의 책들은 얇지만(100페이지 이내)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여 전모를 짧게 파악하기에 좋게 편집되어 있다. 전쟁사 관련 통사를 읽고 전투의 면모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페이퍼에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해전들에 관한 책들을 모아둔다.



















































다음은 위의 책들 중 번역되어 나온 '세계의 전쟁' 시리즈이다. 



























3권만 번역이 되어 있는데, 현재 알라딘에서 모두 품절로 나와 있다. 도서관에서 찾아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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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cientist 11월 3일 호에 라이고LIGO 팀의 중력파 검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가 실렸다. LIGO는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의 약자로서, 중력파를 검출하는 거대한 간섭계interferometer이다.


Virgo라 불리는 시설의 모습. 위치는 이탈리아 피사 근처이며 2017년에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의 다른 시설 2개는 미국 워싱턴 주의 핸포드Hanford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Livingston에 있다. (source: https://www.ligo.caltech.edu/news/ligo20170927)


검출 원리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아래 그림에 잘 나와있다. 중력파(아래 그림의 노란색으로 표현된 부분)가 지나가면서 간섭계 팔의 한쪽 길이를 바꾸면, 그로 인해 위상이 달라져서 검출기(그림 오른쪽의 동그라미)에 검출되는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한다.(이 간섭계 팔 한쪽의 길이가 4 km이다.)



문제는 중력파의 크기가 엄청나게 작다는 것이다. 수십 억 광년 떨어진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들-블랙홀이나 중성자 별-의 충돌로 생기는 중력파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그 크기가 줄어든다. 지구에 도달할 즈음이면 그 크기는 양성자 크기의 100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정도의 진동을 검출하려면 지구 상의 모든 진동-늘상 일어나는 지진파, 근처를 지나가는 기차로 인한 진동, 심지어는 검출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열운동으로 인한 진동-을 제거isolate해야 한다. 2015년 9월 12일에 가동을 시작한, 업그레이드 된 검출기를 갖는 LIGO(보통 advanced LIGO라 한다)는 이러한 진동을 제거하고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LIGO 검출기는 양성자 크기의 10,000분의 1 크기의 변화를 검출할 수 있다고 한다.


2015년 업그레이드된 시설을 가동한 이후, LIGO 팀은 벌써 여러 번 중력파의 검출을 발표했다. 처음 발표는 2016년 2월 11일에 있었으며, 이때 발표한 중력파는 15년 9월 12일에 가동을 시작하자마자(48시간 이내에) 검출됐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검출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됐다(여기에는 인터스텔라 영화 감수로 유명해진 킵 손Kip Thorne도 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 제기된 의문은 실제 검출 과정에 관한 것이다. 그렇게 작은 중력파를 어떻게 검출하나? 난 정말 모든 잡음-중력파와 상관 없는 모든 배경 진동들-이 제거되어 검출기에는 깨끗한 중력파의 신호만 검출되는 줄 알았다. 이 순진함. 사실 검출기에 검출되는 신호는 중력파 뿐만 아니라 모든 배경 진동으로 인한 잡음을 포함한 것이다. 그럼 이렇게 지저분한 신호에서 어떻게 중력파 신호를 뽑아내는가? 여기에 핵심 논쟁이 있다. 


중력파를 뽑아내는 과정은 알고 나니 놀랍다. 먼저 중력파가 만들듯한 신호를 계산한다. 그런 후, 이 중력파 신호를 검출 신호에서 제거한 후 남는 신호를 본다. 남는 신호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잡음만 남는다면, 중력파를 검출한 것이다. 아래 그림이 최초의 중력파 발표 때 사용한 그림이다.



문제는 중력파가 만들 듯한 신호(이것을 template이라고 부른다), 즉 정해진 신호를 찾는 데에 있다. 뭔가 편견이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은가? 아무런 template 없이 중력파 신호를 찾기 위한 웨이블렛 분석wavelet analysis이라는 것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신호를 검출했다고 해도 이 신호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리적 이유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일군의 물리학자들은 LIGO에 소속된 과학자들은 아니고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연구소 소속 물리학자들이다. 이들은 우주 배경복사와 같은 커다란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던, 신호 분석에 문외한이 아닌 과학자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정식 논문도 동료 심사를 거쳐 발표했다. 그냥 아무렇게나 제기한 의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은 중력파 신호를 제거한 후 남는 신호가 순수한 잡음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즉, 검출했다는 중력파가 실제 중력파 신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2015년 9월에 검출된 신호가, 발표된 대로 2개의 블랙홀의 충돌로 인한 것일 확률이 0.000004이다. 어떤 종류의 블랙홀 충돌로 인한 신호라고 해도 그 확률은 0.008로 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LIGO 팀의 반응은?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이 기본적인 사실을 놓쳤다고 주장한다. 신호 분석을 할 때 본인들은 window function을 사용했는데,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닐스 보어 연구소 과학자들은 일부러 window function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호 분석을 잘 모르는 나는 어떤 것이 옳을지 모르겠지만, window function의 사용도 일종의 편견을 분석에 가져오는 것 아닐까.


이제 공은 LIGO 팀에게 넘어갔다. 과학은 논쟁을 거치며 발전한다. 이번 사건은 과학에 문제가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만큼 과학이 건강함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극소의 신호를 다루는 첨단 과학에서 신호 분석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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