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양자역학, 창발하는 우주, 생명, 의미
박권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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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박권의 세계관, 인생관. 학부 물리학 전공자나, 물리에 관심 있는 공학 전공자가 읽으면 좋을 수준의 수학을 포함하고 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는 제목을 보고 '창발emergence'에 대한 얘기인가 했는데, 책 자체는 양자역학에 대한 전반적 소개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전자기학에 통계역학까지 나온다. 


그는 대학 시절 베르그송의 철학을 인상 깊게 배웠다고 고백한다. 책에 나와 있는 베르그송의 철학 구절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은 성숙하는 것이고, 성숙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261 페이지)


저자는 '운명'을 여러 번 언급한다. 운명에 대한 저자의 구절 중 하나:


운명이란 단순히 결정론이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우연과 필연의 절묘한 교차점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324 페이지)


책 뒤 표지에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


모든 것이 어떻게,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긴 논증"


이라고 나오는데, 이 말이 맞다면 물리학 전공자는 모두 인생의 비밀을 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족. 물리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만 수식이 부담스러운 이에게는 <물리학은 처음입니다만>을 추천한다. 좀 더 '진지한' 독자에게는 (더 두껍고 어렵지만 물리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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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11-06 18: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정론이 필연을 가장한 우연은 아닐런지요? 아무튼 저자도 자유의지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blueyonder 2021-11-07 09:31   좋아요 1 | URL
물리법칙은 필연이고 초기조건은 우연입니다. 특히 양자역학은 물리법칙에도 우연의 요소를 도입했지요.
저는 필연이라는 말보다는 우연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크게 봤을 때 이 세상-우주가 이렇게 된 것에는 필연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에는 우연이 연속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조건이 달랐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1-11-07 18:19   좋아요 1 | URL
필연과 우연은 정말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뉴턴의 역학 법칙 포함해서 모든 물리 법칙은 임시적이고 언젠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전 필연을 믿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