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스몰린 박사의 <Time Reborn> 대중강연이다(2013년 4월). 그가 몸담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 근교의 Perimeter Institute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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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볼 때면 항상 가슴이 아릿하다. 후회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또 잃는 것이 있으므로 결국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마법이 이 영화에는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아이가 어렸었다[1]. 그래서 이렇게 사라지는 아이의 어린 모습이며 함께 한 추억이 너무 아릿했다. 아이가 거의 다 자란 지금은, 죽음을 통한 이별이 다가옴에 더 마음이 쓰인다. 영화 속 아버지와의 이별처럼 멋지기를. 그렇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항상 인간이겠지...


시간이란 인간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스터리이다. 물리학에서는 대체로 시간을 환상이라고 본다. 시간이란 변화를 의미한다.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일단 물리 법칙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난 후, 시간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현재를 알면 물리 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므로, 물리학자에게 과거와 미래는 현재와 다르지 않다.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물리학자들은 ‘신’과 같은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뉴턴 이래 물리학도 발전했으므로,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생각들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은 자연을 기술하는 데 있어 본질적이지 않다. 요즘에는 시간이 ‘창발(emergent)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매 순간을 경험한다. 과거와 미래는 분명 내가 지금 경험하는 순간과는 다르다. 나는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경험하는 시간은 그럼 무엇인가? 왜 물리학에서 얘기하듯이 과거와 미래가 같지 않고 시간은 항상 미래로만 흐르나? 시간이 정말 환상이라고? 물리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있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가 최고의 물리학자가 이에 대해 나름 답하는 책이다. 
















만약 그 답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비주류적 시각을 보고 싶다면, 리 스몰린의 <Time Reborn>을 읽어야 한다. 리 스몰린은 끈이론을 비판한 <The Trouble with Physics>를 쓴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이다. 일반상대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시도인 고리양자중력 이론에도 기여했다. 그는 기존의 시각과 달리, 시간이 환상이 아니라 물리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핵심 요소인 실재적 존재라고 주장한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시간이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물리학이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그의 주장이 펼쳐진다. 현재 1부까지 읽었다. 


우주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함을 전에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 있었다가, 이제 수많은 은하군 중 하나인 국부 은하군에 속한 은하의 하나인 우리 은하의 구석에 존재하는 태양을 도는 부스러기 위의 존재로 격하됐다. 하지만 인간은 이 부스러기 위에서 알아낸 법칙으로 전 우주를 설명하려고 한다.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러한 성공이 우리의 어깨를 조금 우쭐하게도 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 부스러기 위에서 알아낸 법칙이 전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희망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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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에서 2013년 11월 3일, 우리나라에서 2013년 12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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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업로딩은 가능한가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6 Vol.7 스켑틱 SKEPTIC 7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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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은 그냥 '과학 잡지'에 준하는 것 같다. '종교'라는 현상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데 반해, 그 외의 논쟁적 과학 주제들은 종종 찬반 양론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곤 한다. 이름이 '스켑틱'이면 과학을 포함한 모든 지적 주제에 관해 회의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회의적'이라는 것은 지적 신중함을 뜻한다. 모든 것을 믿지 않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으로 들추어 보고, 믿을만한 합리적 증거가 불충분하면 그것을 과학적 지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인 '마인드 업로딩'이란 주제도 마찬가지이다. 사 놓고 먼지만 쌓이도록 놓아두다가, 새 책의 홍수에만 빠지지 말고 가지고 있는 책이나 먼저 잘 읽자고 마음 먹고 펴 들었다. '마인드 업로딩'이란, 표지 그림에 나와 있듯이, 인간의 뇌(심지어는 '정신'?)를 디지털화 하는 것을 보통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아주 먼 미래에라도? <스켑틱>은 찬반양론을 병치하고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한다. 뭐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고, 독자들의 지적 수준을 높게 평가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마인드 업로딩' 관련 분야를 생업으로 연구하는 사람 말고 진정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생각에 이 주제는 거의 과학소설에서나 다룰 주제이다. 전문가들의 연구가 뉴스에 보도될 때 불만 중의 하나는 대개 전문가들이 자신들 연구의 궁극적 의미를 과장한다는 것이다. 보도되는 궁극적 의미는 대부분 미래에 대한 과장과 희망이 섞여 있다. 미래까지 '전문가적으로' 예측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주제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뇌 연구에 관한 진보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뇌를 완벽히 이해해서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큰 비약이다. 


설령 마인드 업로딩이 정말로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혹시 그것으로 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해도, 업로딩된 개체는 '나'라는 자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복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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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노벨레 문지 스펙트럼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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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이야기이지만 지금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근대 사회가 형성되면서 행복한 가정에 대한 사회의 규범이 생기는 와중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묘사가 매우 흥미롭게 그려진다. 아마 요즘 소설이라면 더 나아갔을 수도... 지난 세기 초, 인간 내면의 탐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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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트의 별 - 우주 크기의 실마리를 푼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조지 존슨 지음, 김희준 옮김, 이명균 감수 / 궁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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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찍은 은하수와 (대, 소) 마젤란 성운. 마젤란 성운은 남반구에서만 관찰 가능하다.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지구일주 항해를 할 때 이 성운들을 이용하여 방향을 잡았다고 하며, 이후 그의 이름이 붙게 됐다.


헨리에타 스완 레비트Henrietta Swan Leavitt(1868~1921)는 미국의 천문학자이다.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컴퓨터'로 일하며 현대 천문학의 초석을 놓는 '레비트의 법칙'을 발견했다. 20세기 초 천문학은 밤하늘의 사진을 찍어 별들의 밝기를 측정하고 목록을 만드는 방대한 작업을 했었는데, 이러한 매우 지루하지만 중요한 작업을 '컴퓨터'라 불리는 여성 '조수'들이 수행했다. 레비트는 마젤란 성운을 찍은 사진 건판을 분류, 정리하며 1777개의 변광성을 발견했으며, 밝은 변광성일수록 긴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발표했다. 이것이 '레비트의 법칙'이다. 


레비트의 법칙을 기반으로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재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은하와 마찬가지인 별도의 은하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이러한 발견은 멀리 있는 별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게 된다.  


이 책은 20세기 초, 한 여성 과학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지만, 레비트가 남긴 개인적 자료가 별로 없는지라 그의 내면을 엿보기에는 좀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여성 과학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에 대해 곱씹을 수 있게 한다. 또한 20세기 초 천문학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의 여러 논쟁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레비트의 연구가 한 역할에 대해 잘 알려준다. 


번역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더 읽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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