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볼 때면 항상 가슴이 아릿하다. 후회되는 순간으로 되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면 또 잃는 것이 있으므로 결국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마법이 이 영화에는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아이가 어렸었다[1]. 그래서 이렇게 사라지는 아이의 어린 모습이며 함께 한 추억이 너무 아릿했다. 아이가 거의 다 자란 지금은, 죽음을 통한 이별이 다가옴에 더 마음이 쓰인다. 영화 속 아버지와의 이별처럼 멋지기를. 그렇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항상 인간이겠지...
시간이란 인간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미스터리이다. 물리학에서는 대체로 시간을 환상이라고 본다. 시간이란 변화를 의미한다.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일단 물리 법칙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난 후, 시간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현재를 알면 물리 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게 해 주므로, 물리학자에게 과거와 미래는 현재와 다르지 않다.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물리학자들은 ‘신’과 같은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뉴턴 이래 물리학도 발전했으므로,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생각들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은 자연을 기술하는 데 있어 본질적이지 않다. 요즘에는 시간이 ‘창발(emergent)’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매 순간을 경험한다. 과거와 미래는 분명 내가 지금 경험하는 순간과는 다르다. 나는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경험하는 시간은 그럼 무엇인가? 왜 물리학에서 얘기하듯이 과거와 미래가 같지 않고 시간은 항상 미래로만 흐르나? 시간이 정말 환상이라고? 물리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이 있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가 최고의 물리학자가 이에 대해 나름 답하는 책이다.
만약 그 답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비주류적 시각을 보고 싶다면, 리 스몰린의 <Time Reborn>을 읽어야 한다. 리 스몰린은 끈이론을 비판한 <The Trouble with Physics>를 쓴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이다. 일반상대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려는 시도인 고리양자중력 이론에도 기여했다. 그는 기존의 시각과 달리, 시간이 환상이 아니라 물리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핵심 요소인 실재적 존재라고 주장한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시간이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물리학이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시간의 실재성에 대한 그의 주장이 펼쳐진다. 현재 1부까지 읽었다.
우주가 우리의 기대를 배반함을 전에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 있었다가, 이제 수많은 은하군 중 하나인 국부 은하군에 속한 은하의 하나인 우리 은하의 구석에 존재하는 태양을 도는 부스러기 위의 존재로 격하됐다. 하지만 인간은 이 부스러기 위에서 알아낸 법칙으로 전 우주를 설명하려고 한다. 현재까지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러한 성공이 우리의 어깨를 조금 우쭐하게도 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 부스러기 위에서 알아낸 법칙이 전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희망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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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에서 2013년 11월 3일, 우리나라에서 2013년 12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