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고 유쾌한’이란 가벼운 이름과 달리 여러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정공법을 택하여 잘 다루고 있다. ('유쾌한' 이란 말은 저자가 중간중간 농담을 시도하기 때문에 붙인 것 같다.) 물질, 빛, 전자기학 등 핵심적 물리학 주제들이 다양한 학자들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와 함께 소개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물리학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기술하고 있다. 물리가 무엇인지, 그 개념과 배경, 역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그림이나 사진은 별로 없다. 화려한 컬러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장치들의 물리학적 원리를 찾아보는 <일상 속의 물리학> 류는 결코 아니다.
다음은 과학에 대한 일반론이 논의되는 서론 부분:
모든 난관은 실재(reality)가 우리가 만든 현실에 대한 이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실재 세계에서는 지극히 사소한 사건도 무수히 많은 원인과 또 그만큼 무수히 많은 결과에 연관되어 있으며, 원인과 결과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른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그런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재 세계를 이론적 모형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실재 세계를 이해하려면 우선은 그 실재 세계를 단순화시켜서 중요한 법칙들을 이끌어내고, 그런 다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관찰과 실험에 근거해서 그 법칙들이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과학의 속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모형(模型, model), 즉 일정한 틀 안에서 실재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는 모형을 만드는 데에 있다. 어떤 분야의 것이든 과학은 근사치에 지나지 않으며, 실재 세계가 아닌 그 이론적 모형만을 제공한다. (21~22 페이지)
… 자연은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사람도, 아무리 어려운 계산을 할 수 있는 기계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실재 세계는 우리의 능력 밖에 있으며,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23 페이지)
과학은 끊임없는 단순화를 거치면서 모형을 만든다. 이 모형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실재와 혼동되면 안 된다. 모형은 특별한 조건이 부여된 일정한 틀 안에서 실재 세계를 설명한다. 그래서 모형은 저마다 한계가 있다. (2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