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ㅣ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3
아서 C. 클라크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평점 :
심하게 얘기하면 번역이 책을 망쳤다. SF는 과학소설이고,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아니면 적어도 과학용어를 제대로 옮길 줄 모르는 사람은 SF를 번역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책은 대화도 헷갈리게 번역해서 가끔 갸우뚱하게 만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왜 이상한 용어를 사용해서 이해를 오히려 어렵게 만드는지? 왜 ‘thrust level’이라는 평이한 단어를 ‘추력 등위’라는 보도 듣고 못한 표현을 사용하는지, ‘ice crystal’을 ‘얼음 수정’이라는 이상한 말로 번역하는지, 혜성에서 뿜어나오는 ‘jet’를 ‘제트 기류’로 번역하는지, ‘sodium’을 왜 그냥 ‘소듐’으로 두는지...
그리고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한자나 영어를 병기하면 안되나? ‘검은 눈의 계곡’이라는 챕터 제목에 ‘눈’이 눈雪인지 눈目인지 병기하면 안 될까? 영어 독자는 snow라고 분명히 이해하고 시작하는데, 왜 우리는 본문을 읽으면서 눈이 눈雪이라는 것을 파악해야 하나? 라틴어 표현 ‘키르쿰스피케’에 ‘circumspice’라고 병기하면 큰일나나? ‘아스트로폴’이라고 적고 ‘Astropol’이라고 옆에 또 적으면 안되나? ‘보트 타고 만 한 번 돌기’에서 만이 萬이 아니라 灣인 것이 바로 파악이 되나? 아이큐 테스트도 아니고 왜 이리 모호하게 번역할까.
번역자도 문제이지만 출판사의 편집자도 문제이다.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주어야 하는데 아마도 문과생일 편집자는 과학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책 전체를 이해 안하고 형식적으로 읽어보는지도... 인문학 열풍이 부는 요즘, 과학문맹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한다. 우리의 교육제도도 문제가 있지만 개개인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과학은 원래 어려우니까, 수학은 원래 어려우니까 나는 몰라도 된다는 생각. 괜한 비분강개.
책 자체는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미래를 미리 맛보는 느낌도 들고. 이게 과학소설 읽는 의미이리라. 소설 <마션>의 주요 플롯이 여기서 유래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션>의 저자는 이 책을 미리 읽고 오마주한 것일까, 아니면 순전한 우연으로 플롯이 겹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