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강연을 엮은 책이라 잘 읽힌다. 주말에 진득히 앉아 읽으면 끝낼 수 있는 철학 입문서이다. 저자는 일산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이며 청소년,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동서양 철학자를 한 명씩 골라 그들의 삶과 시대를 살펴보고, 관통하는 주제를 톺아보며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총 5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자와 플라톤을 다루는 1강, 맹자와 루소를 살펴보는 2강은 정치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3강은 노자와 스피노자를 통해 펼치는 신론이다. 4강은 장자와 디오게네스의 삶에서 배우는 자유론,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를 다루는 5강은 군주론, 법치주의에 대한 강의이다. 


새로운 정보도 있었고 나름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저자는 공자를 평민이면서 귀족이 되고자 갈망한 사람으로 기술한다. 또한 화이부동(君子 和而不同)을 (계급적) '조화를 추구하고 평등을 거부한다'고 해석한다. 노자와 스피노자를 다루는 3강은 기대와 달리 조금 실망스러웠다. 노자와 스피노자가 이렇게 간단했던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장자와 디오게네스를 다루는 4강이었다. 몇몇 구절을 다음에 기록한다.

인문학의 최종 목표는 인문학을 버리는 겁니다. 지식을 버리는 것이지요. 아는 것을 자기 삶으로 증명해내는 겁니다. 딱 그만큼이 인문학입니다. (187~188 페이지)
디오게네스가 원래부터 가난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디오게네스의 노예가 도망을 쳤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노예가 도망쳤는데 왜 안 잡느냐고 물었죠. 디오게네스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노예는 나 없이도 잘 사는데, 내가 노예 없이 못 산다면 누가 노예냐?"라고 되물었답니다... 그래서 노예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위대함'은 아무나 못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하는 능력입니다. (201, 202 페이지)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시가 조문을 갔다. 장자는 마침 두 다리를 키처럼 벌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것[삶과 죽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운행하는 것과 같지. 저 사람이 우주라는 큰 집에 누워 편안히 자고 있는데, 내가 크게 소리 내어 곡을 한다면, 그것은 명()을 모르는 것일세. 그래서 곡을 멈춘 것이라네." (203 페이지)

디오게네스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물욕에 집착이 심하면 허약해진다. 그리고 스스로 결박을 한다. 언제든지 죽음을 생각해보는 사람만이 참된 자유인이다. 이미 죽음을 예감해본 사람은 어떤 욕망도 그를 노예로 할 수 없고 그 아무 것도 그를 결박하지 못하니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을 아시나요? 죽음을 기억하라!....[이] 정신을 다르게 표현하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되겠네요. 오늘을 살아라! ...

...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은 그것 때문에 우울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언젠가 죽는데 그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자기답게 살라는 말이지요. (204~205 페이지)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철학의 쓸모를 '물음이고 의문'이라고 말한다.  

... 철학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물음이 끝나는 곳에서 철학의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물음이 시작되는 곳에서 철학은 발원합니다. 그리하여 철학은 물음입니다. 좋은 답을 얻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잘 묻는 것이 철학입니다.


그러면 철학의 쓸모는 무엇일까요? 너무나 당연히도 철학의 쓸모는 물음이고 의문입니다. 철학은 상식의 확인이 아닙니다. 다수가 동의하는 것을 따르는 합의도 아닙니다. 차라리 철학은 상식에 대한 반격이고, 다수결에 대한 의문이며, 진리에 대한 회의입니다. 이 물음의 대상에서 권력도, 재력도, 심지어 진리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에 질문할 수 있는 것이 철학입니다. (6 페이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장자를 더 읽고 싶어졌다. 나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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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9-01-2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의 쓸모... 잘 읽고 갑니다.

blueyonder 2019-01-29 12:37   좋아요 0 | URL
방문과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