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양자가 있다
요시다 노부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형구 감수 / 문학수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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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된 주장이 제시된다. "빛이나 전자는 파동이라고 잘라 말해도 상관 없는 것이다."(85페이지), "즉 전자는 파동이다. 조건에 따라서 때때로 입자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86 페이지)와 같은 주장이 계속된다. 저자는 양자론을 '양자장론'을 통해 파동으로 이해하면 모든 현상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이전의 뛰어난 물리학자들, 보어,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이 입자에 기반하여 양자론을 펼쳤기 때문에 양자론이 비상식적이라는 인상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영웅은 양자장론에 기여했다는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요르단, 보른, 파울리 등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견해는 책을 읽어도 잘 납득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 


물리학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론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할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론이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의 최종 이론 하나만으로 자연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전의 이론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옛날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있으면,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론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자연이 실제로 이론이 기술하는 대로 행동하리란 보장은 없다. 이론의 가치는 예측성에 있다. 그 이론을 가지고 현상을 예측할 수 있으면 유용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의 한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듯 싶다. 


이 책을 읽고 위에 인용한 문구 외에 내가 얻은 것이 있을까. 별로 없는 것 같다. '양자장론'을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다. 


글 속의 문장 몇 개를 옮겨 놓는다. 


  하이젠베르크나 디랙은 전자가 입자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그 움직임이 파동적이라는 이론을 구축했는데, 이는 자연계의 실태를 적절히 파악한 게 아니다. 가령 원자에 속박된 전자에 대해서는 어떤 궤도를 그리면서 운동하는지 결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상황을 '전자는 입자인데 어째서인지 궤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라고 해석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슈뢰딩거 혹은 요르단처럼 '전자는 파동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용으로 정상파가 흐트러지지 않을 때에 한해 입자처럼 움직인다'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기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자 내부에서 전자의 궤도를 특정할 수 없는 이유는, 원자핵으로부터 전기적인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서 전자의 파동이 안정된 공명 상태를 형성하지 못하는 까닭에 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76~177 페이지)

  베타붕괴가 일어나는 사례에서는 초보다 몇 자리는 짧은 순간마다 다른 역사로 분기하게 된다. 화학반응의 경우도 반응 전후의 상태는 서로 간섭하지 않으므로, 세계 어딘가에서 분자 1개가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마다 별개의 역사가 탄생한다. 이런 무수한 역사가 전부 평행 우주로 실현된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베타붕괴나 화학반응 같은 간섭하지 않는 상태로의 변화(탈간섭)에 따라 구별되는 역사는 식으로 표현될 뿐인 가상적인 것으로, 실제로는 그중 하나가 실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220 페이지)

...

  '관측자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이 개별적인 평행 우주에 실재한다'라는 해석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기 때문에 이를 진지하게 주장하는 물리학자는 거의 없다. (221 페이지)


평행 우주를 진지하게 주장하는 유명한 물리학자로는 MIT의 맥스 테그마크가 있다. 그는 심지어 우주가 수학구조의 일부라고 주장한다(mathematical universe hypothesis). 


  하이젠베르크 등의 이론에서는 인간의 관측이 물리현상의 귀추를 좌우한다. 그러나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광대한 우주에서 먼지 정도밖에 안 되는 행성에 달라붙어 살고 있는 인간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간섭의 유무에 따라 양자론적인 과정을 구별한다는 견해는 내가 아는 한 양자론의 가장 합리적인 해석이다. (222 페이지)

  양자론은 결코 상식을 벗어난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이 아니다. 기본이 되는 것은 물리현상의 근간에 미세한 파동이 존재한다는 발상이며, 세상은 이 파동을 통해 안정과 질서를 얻는다. 갇힌 파동이 공명 패턴이 되는 정상파를 형성함으로써 일정 질량을 가진 소립자가 생겨나고 원자의 에너지가 이산적인 값이 된다. 파동의 패턴이 반복된 결정(結晶)이 거시적인 물질을 형성하며, 고분자로 보이는 다양한 에너지 상태 사이의 전이가 복잡 정묘한 생명현상을 가능케 한다. (245 페이지)

  양자론이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 된 원인은 아마도 하이젠베르크나 디랙이 추상적인 수학을 바탕으로 체계화를 진행한 데 있을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보른과 요르단이 발견한 '교환관계'를 원리로 삼는 체계적인 이론을 세 사람의 공동 논문에서 전개했고, 디랙도 독자적으로 같은 방향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 조류에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로도 불리는 존 폰 노이만이 가세함으로써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추상 수학의 도구를 사용한 양자론의 체계가 완성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얻은 수학적 체계가 물리현상을 정확히 기술한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애초에 제5장에서 설명한 교환관계가 정말로 원리라는 증거도 없다. (24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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