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821호 : 2023.06.13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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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뉴스 보기가 싫어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자면 뉴스를 봐야 하지만, 봐도 좋은 소식은 없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될 뿐이다. 여러 우울한 뉴스에 더해 이번 호 <시사인>에는 교육에 관한 뉴스가 실렸다. 이른바 '수능의 타락'이다. '킬러 문항'이라는 것이 의대 등 선호학과/대학의 당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인데, 본문을 인용하자면 "패턴을 예상할 수 있지만 풀이 과정과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놓은 문항"이라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도 그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아서 더욱 우울하다.


'학종 설계자'라고 불리는 서울대 김경범 교수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선다형 시험"인 현재의 수능이 "특별히 나쁜 시험"이며 "교과 이해도나 사고력보다 '기술'에 고득점이 달려 있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수능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대까지도 수능시험은 각 교과 개념의 정확한 정의와 사고력을 묻는 문항으로 변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대 어느 시점부터" 수능 출제 경향이 바뀌었는데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자 점차 수능은 '족보화'되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8 대입포럼의 문호진 연구원). 더욱이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해 시험 범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역효과를 낳았다. "평가원은 대다수 수험생이 주목하지 않는 지엽적인 교과 내용에서 '꼬여 있는'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이 결과가 '킬러 문항'이다. 이 모든 것이 상대평가에서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서이다. 


김경범 교수는 현 수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항 수를 줄이고 문제 푸는 시간을 늘려 생각하는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전반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마 이러한 시도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대학갈 필요가 있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는? 난 절대평가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최상위권 변별은? 그건 대학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그냥 추첨으로 뽑으면 어떨까. 어쩌면 여기에 학벌 해체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늘 나오는 얘기지만,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좋은가? 결과의 평등인가, 기회의 평등인가? 정답은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이것이 인간세상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름다움이 있기도 하다.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누군가는 흑백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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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창시자"라고 불리는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의 인터뷰도 있는데, 여기를 보면 수능은 원래 절대평가로 의도됐다고 한다. 일종의 '자격고사'로 계획했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와의 연계를 끊다시피" 해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지능검사처럼 논리력, 사고력을 측정하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응시 영역도 언어와 수리로만 한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평가에서 빠지게 된 분야를 담당하는 교사들과 여타 전문가들이 비판"해서 과학, 사회, 영어 과목이 추가됐다. 더욱이 "막상 새로운 시험을 도입하고 보니 대학은 이걸로 줄을 세웠다." 이것이 수능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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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06-16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교육부가 쑥대밭이 됐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616153858732
그냥 말 한마디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줄 아는 모양. 킬러 문항이 단순히 ‘비문학 문제‘나 ‘과목 융합형 문제‘인 줄로만 아는 듯.

평가원도 감사한단다. 관련기사: https://v.daum.net/v/20230616155129109
˝난도 낮추라는 뜻은 아냐…교육과정 안에서도 어려운 문제 가능˝
말은 쉽지... 현재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그냥 칼만 휘두르면 된다고 생각.

2023-06-16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3-06-16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뉴스 아예 안 보고 오로지 과학책과 미스터리물 그리고 유튭의 크라임쪽만 봐요. 정치는 이동형작가 정도만 보고.. 너무 무겁고 답답해서 뉴스는 거부하고 있어요. 저의 남편도 그런지 저의집은 티비 아예 안 켜져 있네요. 이명박이후 수능이 변질 된 것
같은데. 아이들은 지금의 입시제도를 선호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러니죠??!!!

blueyonder 2023-06-17 08:46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은 지금의 입시제도를 선호하나요? 잘 몰랐습니다. 수능만 해도 기계적으로 반복 연습만 하면 되고, 돈 쓴 대로 결과가 나오니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