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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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벨리가 기술하는 그의 학문적 여정과 물리학, 그리고 고리양자중력 이론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이다. 그의 이전 책을 모두 합친 축약본 같은 느낌이 있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라고 그는 이야기하는데, 그가 책의 후반부에서 말하듯이 고리양자중력 이론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의 영역에 남아 있다.


그의 앞선 책을 읽은 이들은 이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한 권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2014년에 출간된 프랑스어 판을 번역했다고 나오는데, 영역본은 아직 없다. 아마존에서는 <Helgoland>가 로벨리의 가장 최신작이다. 내게는 <Helgoland>가 더 흥미로웠다.


  모든 과학자는 각자의 아이디어와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나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열정을 담아 전력을 다해 자신의 가설을 주장해야 한다. 활발한 토론이야말로 지식을 추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주장이 결코 눈을 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틀릴 수 있다. 그것을 판가름해주는 것은 숫자도 논리도 아닌, 실험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을 생략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것은 고의성이 다분한 잘못된 의사소통방식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취한 나머지 확립된 이론과 사변적 이론을 구분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가설을 마치 확립된 지식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과학자들을 후원하는 사회에 대해 보여야 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자신의 이론이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과학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례로 끈이론도 종종 이미 확증된 것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나는 아직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 이론이 확립된 이론처럼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것을 볼 때마다 과학 전체에 큰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은 과학자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학자는 어떤 현상을 '이해했다'거나 '설명되었다'고 말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 (196~197 페이지)

  나는 비합리성이 급증하고 있는 애처롭고 걱정스러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무지와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을 의심하기보다 그로부터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한다. 진리는 교류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지, 지금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가 '가장 옳다'고 믿는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21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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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6-16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앞선 책을 다 보았는데
이미 책을 사서
즐겁게 반추하듯이 봐애겠군요 :-)

blueyonder 2021-06-16 12:24   좋아요 0 | URL
네 이전 내용 반추하시며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