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으로부터 완벽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서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중요한 논점을 하나 정리해 놓는다.
저자는 유효이론(effective theory)이란 개념을 제시하고 유용하게 활용한다. 유효이론이란 '상자 속에서 물리하기'를 통해 얻은 이론으로서, '상자 속에서 물리하기'가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무시하므로 이렇게 얻은 이론도 근사적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뉴턴역학,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이론이 그렇다. 각각의 이론은 그 이론을 얻은 상자 속에서는 잘 성립하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역을 벗어나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상자 속에서 물리를 하여 얻는 이론을 그 상자를 넘어서서 적용한다. 물리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보존 법칙들이 그렇다. 보존 법칙들은 그 물리계의 대칭성으로부터 얻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대칭성은 그 물리계의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무시하고 얻은 근사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존 법칙들도 근사적으로 성립한다는 얘기가 된다. 잠깐, 에너지 보존, 선운동량 보존, 각운동량 보존이 근사적으로 성립한다고? 지금은, 작은 물리계에서는 성립해도 향후에는 이러한 양이 변할 수 있다고? 물리학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이다. 이러한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에 딱히 논박하기도 쉽지 않다. 전 우주의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것을 누가 증명했는가? 그냥 상자 속에서 물리한 것을 바탕으로 확장한 것이다. 우주의 구석 중의 구석, 하찮은 부스러기 위에서일지라도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던 자부심은 단지 순진함의 발로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