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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Scientist (주간 영국판): 2019년 12월 21일 - 영어, 매주 발행
New Scientist / 2020년 1월
평점 :
영국의 왕실천문학자(Astronomer Royal)인 마틴 리스가 이 2019 크리스마스 특집호에 글을 썼다(33 페이지). 제목은 "두 번째 거대한 도약(A second giant leap)"이다. 2019년은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2020년대에는 또 다른 우주 경쟁이 본격 시작될 조짐이다. 중국과 인도는 유인 달 탐사를 계획 중이고, 미국은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해 달에 기지를 세울 생각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는 SpaceX나 Blue Origin 사업을 통해 사람을 우주로 보낼 로켓을 개발 중이다.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마틴 리스는 스티븐 호킹과 의견을 좀 달리 한다. 인류가 언젠가는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는 화성으로 진출하긴 하겠지만, 대규모 이주는 어려우며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극소수만이 화성으로 갈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렇게 진출한 극소수의 사람은 새로운 환경인 화성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기술의 도움으로 굉장히 빨리 '진화'할 터이고, 이렇게 진화한 인류는 지구에 남아 있는 인류와 비교할 때 새로운 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 실험적 진화가 성공적일수록 점점 지구의 인류와는 생물학적으로 거리가 멀어질 텐데, 여기서 재미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이상 인류라고 볼 수 없는 화성인과 지구인 사이의 갈등--아마도 자원을 둘러싼?--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웰즈의 소설처럼 화성인의 지구 침공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마틴 리스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점점 진화한 화성인은 궁극적으로 유기물인 육체를 버리고 지성을 갖는 무기물로 진화할 터인데, 이들에게는 지구의 환경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지구와 같은 행성에는 중력이라는 거추장스러운 힘이 있다. 반면 행성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은 중력이 매우 작으며, 더 이상 호흡할 산소가 필요치 않은 무기 지성(inorganic intelligence)에게는 이러한 심우주 공간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로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은하간 여행을 하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주 여행에 대한 생각--인간의 수명보다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동면'을 하는 등과 같은--을 초라하게 만든다[1]. 어쩌면 이것은 물에서 살던 생물이 진화하여 뭍으로 올라온 후에는 더 이상 물이 필요치 않게 되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류츠신의 과학소설 <삼체>에는 '암흑의 숲' 가정이 나온다. 소설 내용을 스포일하지 않기 위해 간략히 적자면, 우주의 모든 지적 생명체가 적대적이라는 것이 이 가정이다. 마틴 리스의 생각은 이러한 가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 크리스마스 특집호에는 류츠신의 단편 소설도 실려 있다(38페이지). 제목은 <2018-04-01>인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수명을 300년까지 늘릴 수 있게 됐을 때의 얘기를 다룬다. 중국도 류츠신을 애정하지만, 서구도 이 작가를 애정하는 것 같다. 그의 <삼체> 시리즈를 모두 읽은 나는 그를 크게 애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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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패신저스>에는 새로운 행성으로 가기 위해 동면한 5000명의 이주자들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