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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찬을 받았던 중국인 작가의 과학소설이다. 영역되어 과학소설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휴고 상을 2015년에 아시아 소설로는 최초로 수상했다. 우리말 번역본은 중국어판을 번역한 것인데 등장인물도 중국인에 여러 용어도 그냥 한자로 둔 게 많아서 왠지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중국도 이제 나름 하이테크의 나라인데 이렇게 느끼는 것도 나의 편견이겠지만, 중국식 용어가 나온 예를 하나 들면 이렇다: “구전(球電)의 연구 중 굉원자(宏原子)의 발견”. 뭐 이걸 풀어서 번역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뭔가 어색하다. 적어도 나에겐. 영어판도 찾아봤는데, 영어판은 편집 순서가 살짝 바뀌어 있다. 문화혁명 부분이 제일 앞에 나오는데, 이렇게 편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강렬한 시작이다.
이 책은 외계인과의 접촉과 이에 대한 지구인들의 반응을 다루는데, 비슷한 주제인 칼 세이건의 <콘택트Contact>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와 달리 외계인이 우리에게 적대적이다. 외계인의 정체와 외계인에게 동조하는 지구인 세력을 알아내는 부분에서 끝이 나는 이 책은 ‘지구의 과거’ 연작의 1편으로서, 2편, 3편은 <암흑의 숲>, <사신의 영생>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기대를 너무 해서인지 1편을 다 읽은 지금 드는 생각은 ‘기대에 못 미친다’이다. 과학소설이고 여러 과학 얘기가 나오지만 뭔가 머리를 치는 느낌이 부족하다. 어쩌면 너무 지구 얘기만 나와서인지 모르겠다. 외계인들 얘기조차도 지구인들을 위한 ‘삼체’ VR 게임으로 기술된다. 2편, 3편은 좀 다를지도...
주인공 중 1인인 예원제가 회상하며 하는 말:
“사람 소리도 모두 끊긴 깊은 밤, 이어폰으로 우주에서 전해지는 생명이 없는 소리를 듣지.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그 별들보다 더 영원한 것 같았어. 때로 그 소리는 다싱안링의 겨울에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같이 차가워. 그 고독은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 때로 야근을 마치고 나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마치 빛나는 사막처럼 느껴졌어. 나는 그 사막에 버려진 불쌍한 아이 같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지구의 생명은 정말 우주의 우연 속의 우연이라고. 우주는 텅 빈 궁전이고 인간은 그 궁전에 있는 유일한 하나의 작은 개미지. 이 생각은 내 후반 생애에 모순된 감정을 심어줬어. 때로 생명은 정말 귀해서 태산보다 무겁게 느껴지지만, 또 때로는 인간이 너무나 보잘것없이 미미하게 느껴져. 어쨌든 삶은 이런 이상한 감정 속에 하루하루 지나갔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은 늙었지......” (198~199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