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 지식인마을 35
정동욱 지음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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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마을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어떻게 전자기 현상을 이해하려고 고군분투했는지를 보여준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나온다. 맥스웰의 생각을 따라가며 벡터 미분과 적분을 마구 사용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면 잘 이해가 안될 내용이다. 사실 이런 책이 나왔다는 자체가 놀랍기도 하다. 훌륭한 과학사 책이긴 하지만 대상으로 삼은 독자가 애매해 별 하나를 뺐다(별 다섯을 주고 싶기도 하다). 


사실 당시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자기 현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방식이 현대 물리학까지 온전히 살아 남지는 못했다. 맥스웰은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했으며, 이 책은 그러한 지난한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전자기파 역시 보통 파동과 마찬가지로 탄성 매질--'에테르'--를 통해 전파된다고 생각했다. 이 책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에테르의 존재는 결국 부정되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었고 그 유용성이 거듭 증명되었지만, 결국 미시 세계에는 맞지 않았으며 양자 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만유인력 법칙이 여전히 로켓 궤도 계산에 쓰이는 것처럼 고전 전자기학도 거시 세계의 전자기 현상 계산--가령 휴대폰의 안테나 설계--에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전 전자기학이 어떻게 체계를 잡게 되었는지를 보는데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과학이 어떻게 연구되는지 그 예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함께 생각해 볼 내용이 "이슈"로 제시되어, "과학에서 모형은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간략한 논의와 함께 책은 마무리된다. 이 부분이 좀 더 길었으면 좋았겠지만 개론서 역할인 이 시리즈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한편, 중간에 논의되는 맥스웰의 생각 부분(4장)은 완전 전문서적 같아서 난이도 조절에 조금 실패한 느낌도 있다]. 


19세기의 과학이 영국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설명하는 글의 도입부를 다음에 옮겨 놓는다.


  ... 19세기 영국의 상황은 지금과 무척 달랐다. 당시 과학은 전문가들의 활동이 아니었으며, 따라서 전문적인 과학자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자연철학'이나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을 가르쳤지만, 이는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본 소양을 갖춘 사회적 엘리트를 배출하기 위한 교양 교육의 일환이었다.

  과학은 교양이자 문화로 향유되었지만, 직업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사람과 그들의 토론 모임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지만, 과학을 자기 계발이나 하나의 취미 활동 이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과학을 하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 모임에 참가하여 자비로 실험을 해야 했다. 이들은 '과학인man of science'으로서 명예를 얻었지만, '과학자scientist'로서 일을 하지는 않았다.

  과학이 점차 문화로 소비됨에 따라 그 문화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전문적인 사람도 필요해졌는데, 대학의 자연철학 및 수학 교수, 각종 과학 강연 기관의 교수와 떠돌이 과학 강사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각각 과학을 팔았던 대상은 달랐지만, 이들은 과학이 문화로서 소비되던 19세기의 몇 안 되는 직업 과학자들이었다. 그중 몇몇 사람들은 대학과 강연 기관 소속의 교수가 되어 실험실과 연구비 등의 지원을 받기도 했는데, 이들의 수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과학자'라는 말이 1830년대 영국의 학자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 1794~1866에 의해 처음 만들어져 통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24~25 페이지)

  한편 내용 면에서 19세기 중반 영국 대학의 교양 교육은 믿기 힘들 정도로 수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수학적 추론 능력은 사회적 엘리트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소양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케임브리지 대학 같은 명문대학에서는 우등 졸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까다로운 수학 시험을 보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학 교육 방식은 당시 대학 출신 과학자들의 독특한 연구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과학자로서 성장하며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은 이러한 19세기 영국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둘은 또한 19세기 영국 과학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패러데이가 19세기 초중반의 영국을 보여준다면 맥스웰은 19세기 중후반의 영국을 보여준다. 또한 패러데이가 영국 사회의 노동 계층을 대표하는 반면, 맥스웰은 영국 사회의 엘리트 계층을 대표한다. 패러데이는 대중 과학 강연을 통해 과학을 습득했으며, 결국 강연 기관의 교수가 되어 실험가 겸 대중 강연가로서 활동했지만, 맥스웰은 영국 최고의 대학에서 과학적 훈련을 쌓은 후, 역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며 고도로 수학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2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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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2-20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론 대다수 사람들에게 과학이 교양이자 문화로 향유되고 문화로 소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특히, 과학 사상이 현실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에 더욱 더 팔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blueyonder 2019-02-20 21:51   좋아요 0 | URL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항상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