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됩니다.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걸요. 요컨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 일과, 외부에서 부감해 생각해야할 일이 있으며 그걸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도가시는 하이볼 잔을 들었다. - P215

"신기하네요, 젊은 학생이 재즈라니."
"친구의 영향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 친구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재즈 뮤지션이었는데, 유품으로 남긴 우드 베이스를 연주하게 됐다." - P217

사람을 잘못 본 걸까. 하지만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사람 이름, 꼭 알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요시노에게 그렇게 물었다.
"알겠습니다. 조카에게 물어보죠. 잠깐 기다리세요." - P218

"‘트랩핸드‘에 가자." 가게를 나오자 야요이는 그렇게말했다. "할 말이 있어."
"뭔데?"
"거기 가면 알 거야."
야요이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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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제이미 바틀릿Jamic Bartlett이 이끄는 또 다른 과학자 집단은, 연구를 통해 엉덩이가 장거리 달리기에 필수이지만 알고 보면 다른 기능도 많다는 사실을 밝혔다.²⁸ - P47

28 이 정보는 제이미 L. 바틀릿과의 인터뷰와 그의 논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Jamie L. Bartlett et al., "Activity and Functions of the Human Gluteal Muscles in Walking, Running, Sprinting, and Climbing,"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153), no. 1 (November 12, 2013): 124-31. - P366

과학자들은 엉덩이 근육이 존재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지만, 엉덩이가 인간의 진화에 중요하게 기여했으며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 P48

백색 지방

근육에는 아주 구체적인 생리학적 목적이 있다. (중략). 그러니 근육은 엉덩이를 이루는 부분 가운데, 연구하고 이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엉덩이가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며, (후략). - P50

지방은 유기체가 죽고 나면 분해되어 장기 기록을 남기지않는 연조직이다. 따라서 진화생물학자들은 초기 인류나 고 인류 조상들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방을 갖고 살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³² - P51

백색 지방


32 이 정보의 출처는 대니얼 리버먼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 P366

우리가 아는 건 단 하나, 오늘날 살아가는 인간이 영장류가운데 가장 많은 지방을 지녔다는 것뿐이다.³³ 쉽고 빠르게대사되는 "갈색 지방"이 많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우리는 쉽게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 "백색 지방"을 훨씬 많이 저장하고 있다. - P51

$3 듀크 대학 박사후연구원 데브자니 스와인-렌즈와의 인터뷰와 그의 논문을 참고했다. Devjanee Swain-Lenz et al., "Comparative Analyses of ChromatinLandscape in White Adipose Tissue Suggest Humans May Have Less BeigeingPotential Than Other Primates,"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11〉, no. 7 (June24, 2019): 1997-2008. - P366

더 큰 뇌는 더 많은 열량을 원하기 때문이다. 볼기근 덕분에 고인류는 고열량 고기를 직접 사냥하거나 다른동물이 남긴 잔해를 먹으러 갈 수 있었지만, 혹한기에는 식량을 찾기 어려웠다. 추운 날씨에도 뇌가 기능하려면 몸에 미리지방을 저장해둬야 했다.  - P52

건강하게 살기 위해 누구나 지방이 필요하지만, 필요로 하는 양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³⁶ 대부분의 여성은 몸에9~13킬로그램의 지방을 지니는데, 이는 체질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들고 다니기엔 꽤 무겁다. - P52

물론 나는 거대한 원양 포유류도 아니고 동면도 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도 그렇지 않다. (중략). 그렇다면 찬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 겨울잠을 자지도 않는 인간여성의 몸에, 이토록 많은 지방을 지니고 있을 필요는 뭘까? - P53

호크는 설명한다. "페미니스트로서 불만스럽지만 다른 대답은 찾을 수 없었어요. 여성의 지방은 재생산을 위한 겁니다. 임신과 모유 수유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 대단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거든요." - P54

임신한 어머니는 하루에 대략 300칼로리를 더 섭취해야 하고, 어떤 연구에 의하면 모유 수유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고 한다.³⁹ - P54

39 이 문단에 담긴 정보의 출처는 모건 호크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 P367

여성이 재생산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당량의 지방을축적해야 한다는 게 사실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 지방이 다른 데 붙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 P54

호크를 비롯한 진화 인류학자들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을 엉덩이와 허벅지에 저장하는 게 더 안전한 이유는 지방 조직에 둘러싸였을 때 반응이 좋지 않은 필수 장기에서 가장 먼 곳이라서다.⁴¹ - P55

41 이 문단에 담긴 정보의 출처는 모건 호크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 P367

이러나저러나 해부학적으로 볼 때 엉덩이는 신체 부위 중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큰 근육 몇 개에 결착되고 지방층으로 덮인 관절일 따름이다. - P55

2장

호텐토트의 비너스


삶¹


(전략).
조르주 퀴비에 Geore Cuvier는 19세기 초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비교 해부학자로서 19세기와 20세기에 정밀한 생물학적 발견들을 해냈다.² - P73

2장, 호텐토트의 비너스



1 이 장에서 재구성한 세라 바트먼의 삶은 바트먼 학자들에게 널리 인용되는 클리프턴 크레이스(Clifton Crais와 파멜라 스켈리 Pannel: Scally의 명저 (Sarah Baartmanand the Hottentot Venu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1)이 의존하고 있다. 나는 또한 바트먼의 삶과 유산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얻기St. Anne Fausto-Sterling, "Gender, Race, andNation: The Comparative Anatomy of "Hottentot‘ Women in Europe, 1815-1817, in (Deviant Bodies: Critical Perspectives on Difference in Science andPopular Culture), eds. Jennifer Terry and Jacqueline Urla (Bloomington: IndianaUniversity Press, 1999), 19-48; Natasha Gordon-Chipembere, (Representationand Black Womanhood: The Legacy of Sarah Baartman) (New York: PalgraveMacmillan, 2016): Janell Hobson, (Venus in the Dark: Blackness and Beauty inPopular Culture) (Oxfordshire: Routledge, 2018): Rachel Holmes, (TheHottentot Venus: The Life and Death of Sarah Baartman) (London:Bloomsbury, 2020); (The Life and Times of Sarah Baartman), directed by ZolaMaseko, Icarus Films, 1998; T. Denean Sharpley-Whiting, (Black Venus:Sexualized Savages, Primal Fears, and Primitive Narratives in French)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1999); Deborah Willis, ed., 《Black Venus 2010:They Called Her "Hottentot">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2010).

2 퀴비에를 다룬 전기 대부분은 프랑스어로 쓰여 있지만, 19세기의 백과사전과 과학사를 살펴보면 퀴비에의 생애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알 수 있다. 나는 애리조나대학·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과학 백과사전을 사용했으며, 크레이스와 스컬리가 쓴 바트먼 전기에 담긴 정보들도 활용했다. 또한 과학철학자인 크리스 호프와 캐스린 탭과 나눈 대화도 시대적 맥락에서 퀴비에를 이해하는 데도움이 
되었다. - P369

박물관에 진열된 동물 뼈를 보고 있노라면, 퀴비에의 목표가 단순히 수집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 그는 가상의 질서를 만들어내서 어느 종이 "더 높고 어느 종이 "더 낮은지" 위계를 세우고자 했으며, 그 위계를 인간에게도적용했다.  - P75

그 여자의 이름은 세라 바트먼, 적어도 학자들 대부분이그에 대해 적을 때 쓰는 이름은 그러하다.³ 부모가 지어준 진짜 이름은 그의 삶의 여러 세부 사항과 마찬가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생전 기록과 증거들은 전부 그를 착취하고 통제한 개인과 기관이 남긴 것들이다. - P77

3 사르치 Saartjie는 바트만이 생전에 불린 아프리칸스어 이름이다. 그가 세라로 불린 건 잉글랜드에 도착하고 몇 년이 흘러 맨체스터에서 세례를 받고 난 뒤였다. 바트먼의 삶 중에 어디까지가 선택이고 어디까지가 강압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세라라는 이름은 세례받을 당시 그가 스스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많은 학자는 오늘날 그를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치‘라는 접미사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는데, 친구들 사이에 애정을 담아 부르는 애칭인 동시에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축소하고 노예 상태·예속 복종을 의미하는 기능도 있다. 남아프리카 역사를 통틀어 이 접미사는 백인들이 흑인에게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인종차별적으로 사용되었다. 바트먼이 불렸던 이름에도 조롱의 의미가 내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풍만한 몸매로 알려진 그가, 막상 이름에는 언제나 작다는 의미를 담고 산 것이다. - P370

코이족이었던 바트먼은 1770 년대에 남아프리카 시골의네덜란드 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났다. 코이족은 본디 아프리카 남서부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원주민으로서, 남자들은 양과 소를 쳤고 여자들은 베리류와 곤충을 채집했다.⁴ - P77

4 어떤 자료에서는 이 원주민 집단을 코이코이족이라고 부르지만, 오늘날 코이족사람들과 대화한 결과나는 그들이 ‘코이 Khoe‘라고 불리기를 선호하며 실제 발음은 ‘키quay‘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 P370

(전략).  제국은 여전히 확장 중이었고, 탐험가들은 여행에서 얻은 것들을 본국으로가져가 사람들에게 그들이 낸 세금으로 치른 전쟁과 항해의결실을 보여주었다. 박물관, 과학 학회, 공연에 식물 표본, 동물 모피가 전시되었고 심지어 특이한 인간마저 진열되었다. - P79

던롭은 이국적이라면 뭐든 매혹되고 마는 본국의 분위기를 이용해 큰돈을 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바트먼을잉글랜드로 데려가 피커딜리 piccadilly에서 코이족 복식을 입은 채 기타를 치는 공연에 출연시키려 했다.. - P80

지난 몇 세기 동안 여성의 (반드시 엄청 크진 않더라도) 둥그런 엉덩이는 여성성 및 아름다움의 동의어인 관능적 실루엣의 요소 중 하나였다. 그 유래를 찾자면, 구석기 시대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P80

르네상스 시대 유럽의 회화에서도 여성의 엉덩이를 그리는 일이 흔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작품이다.⁶ - P80

6 Sabrina Strings, 《Fearing the Black Body: The Racial Origins of Fat Phobia》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2019). - P370

하지만 19세기 초 런던에서는 엉덩이에 관한 열광이 그 이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런던 사람들은 한마디로 엉덩이에 집착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주스를 마신 다음 어떤 소리와 냄새의 방귀가 나오는지 알아보는 ‘방귀 클럽‘이 운영되었다.⁷ - P81

7Edward Ward, 《A Compleat and Humorous Account of All the RemarkableClubs and Societies in the Cities of London and Westminster》》》) (London: 1756), 31-32. - P370

배에서 내릴 때 바트먼은 케이프타운을 떠날 때와 똑같이하인용 작업복을 입고, 생가죽 신발을 신고 있었다⁹ (긴 항해에서 만나는 강한 바람과 바닷물의 소금기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차림이었다). 그는 던롭과 시저스와 함께 역마차에 올라 채텀에서 런던으로 향했다. - P82

공연 제작자들은 바트먼이 가능한 한 아프리카적으로 보이길 원했으므로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타조알 껍데기 구슬, 달랑거리는 팔찌, 타조깃털 팔찌로 그를 꾸며주었다. 코이족 장신구는 아니었다. - P84

. 이 구성엔 공연을 야한 볼거리에서 인류학적 행사로 고양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돈을 좀 더 낼 의사가 있는 관중들은 무대 가까이 와서 바트먼의 엉덩이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 P84

 공연은 아프리카의 성을 자극적이고 착취적으로 전시하는 것에서, 주인-노예 관계와 인종의 "자연적 질서"를 생생하게 시연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 P86

1810년 11월 24일, 결국 사건은 법정에 올랐으나 그 자리에 바트먼은 참석하지 못했다. 바트먼의 편에 선 노예해방론자단체 ‘아프리카 협회‘는 그가 부적합한 옷차림으로 법정에나올까 봐 걱정했고²², 판사는 그의 말을 통역할 저지대 네덜란드어(아프리칸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런던에서 찾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 P87

22Holmes, (Hottentot Venus), 62. - P371

바트먼이 마침내 증언하기 전까지 법정에서 그의 이름을소리 내 말한 사람은 없었다.²⁴ "호텐토트족 여성, 호텐토트비너스, 그 여성"이 바트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 P88

24 Martin J. S. Rudwick, (GeorgesCuvier, Fossil Bones, and Geological Catastrophes: New Translations andInterpretations of the Primary Text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 P371

조르주 퀴비에가 바트먼을 연구하기로 한 날, (중략). 그런데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곧바로 바트먼에게 옷을 전부 벗으라고 요청했다. (중략). 퀴비에와 동료들은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의상과 나체로 눈속임하는피부색 스타킹 같은 인위적인 오락용 도구에는 관심이 없다고 우겼다.²⁹ 그들은 바트먼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다. - P91

29Holmes, (Hottentot Venus), 85. - P371

바트먼은 처음에 반발했지만, 결국은 거의 나체로 사람들앞에 서는 데 동의했다. (중략). 남자들은 그의 옆모습을 그렸는데, 묘사의 중심에는 역시 거대한 엉덩이가 있었다. 훗날 퀴비에가 기록한 바에 의하면, 그는 이 자리에서 가장 갈망했던 것은 얻지 못했다. "그는 ‘덮개‘는 계속숨겨두었다. 허벅지 사이에, 아니면 더 깊은 곳에."³¹ - P92

바트먼의 해부를 마친 퀴비에는 해부한 신체 부위들(뼈와뇌와 음순과 거푸집)을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수집품에 추가했다. (중략). 퀴비에는 해부 보고서에서 바트먼을 하나의 표본으로 취급한다. 그의 커다란 엉덩이가 근육이 아닌 지방으로 이루어졌다고 적고, 유방과 유륜의 치수와 색깔을 묘사한다. (중략). 보고서 말미에 그는 바트먼이 "인간보다는 유인원의 친척에 더 가까웠다"라고 결론짓는다.³² - P93

31Rudwick, Georges Cuvier, Fossil Bones, and Geological Catastrophes). - P371

올버니 대학에서 여성•젠더섹슈얼리티를 연구하는 저넬홉슨jancll Hobson 교수는 흑인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체, 현재와과거에 흑인 여성의 엉덩이가 지닌 의미, 세라 바트먼에 관해폭넓게 글을 써왔다.³⁴ (중략).
홉슨은 당시 바트먼의 공연이, 직전 두 세기 동안 펼쳐지고 있던 두 개의 대규모 인종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설명한다. 그 두 프로젝트란, 식민주의와 노예제의 지속이었다. 대중문화와 과학 양쪽에서 바트먼을 호출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럽인보다 더 원시적이며, 따라서 기독교 유럽의 도덕적 지도가 필요하다는 증거로 써먹었다. - P95

34 홉슨은 바트먼 학자로서, 그의 저서와 논문들은 내가 바트먼이 남긴 유산을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 나는 그와 2021년 봄에 두 차례 대화했고 다음 글을 참고했다. Venus in the Dark; "The ‘Batty‘ Politic: Toward an Aesthetic of the Black Female Body," (Hypatia 18), no. 4 (2003): 87-105; "Remnants of Venus:Signifying Black Beauty and Sexuality," (WSQ: Women‘s Studies Quarterly 46), no. 1-2 (2018): 105-20. - P371

 홉슨은 세라 바트먼을 섹슈얼한 아프리카 여성의 표본(과학 논문과 대중문화 기록에서 그의 엉덩이를 묘사할 때 반복적으로 강조했다)으로서 대중 앞에 세운 것이, 노예 여성 강간을 합리화할 때 사용된 ‘타고나길 섹슈얼한 흑인 여성‘ 논리를 뒷받침하는 일종의 증거였다고 말한다. "그게 기독교를 믿는 노예주들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스스로 용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 P96

바트먼의 인기가 그의 살아생전에 끝나지 않았듯, 그의 이미지에 결부된 인종 이데올로기도 오래 지속되었다. 바트먼이 세상을 떠나고 한참 지난 뒤에도 바트먼의 신체에 대한 도착증은 19세기와 20세기 대중문화에 새겨져 영향을 발휘했다. - P97

1850년의 한 판화에서는 백인 남성이 호텐토트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은 여성을 망원경으로 보는데, 렌즈의 초점은 커다란 엉덩이에 고정되어 있다. (중략). 영국, 프랑스, 심지어 남아프리카의 박물관에서 과학자들은 코이족 여성들 시신에서 살갗을 벗겨내고 박제해 남아프리카원주민의 전형으로 전시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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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두 가지 거짓말


Zwei Kinderlügen(1913)

1913년 여름에 처음 발표된 이 글은 여러 학자의 글을 모은 논문집 『소아기의 정신생활에 관하여 Aus dem infantilen Seeleniebena』에 첫 번째 순서로 수록되었는데, 아이들의 전형적인 거짓말을 통해 소아기 정신세계의 일면을 엿보고 있다. - P241

아이들의 두 가지 거짓말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어른들의 거짓말을 흉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거짓말 중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상당수 있는데, 이런 거짓말에 대해서는 교육자가 화를 내기보다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 P243

유아기 항문 성애에서 이후의 성생활로까지 이어지는, 지극히 빈번한 사례 중 하나가 어린아이의 이런 작은 경험 속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신분석가들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 P246

2

(전략).
아이들의 이런 일화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아이들의 이런 잘못을 부도덕한 성격 형성의 징후로 해석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오류다. - P249

페티시즘


Fetischismus(1927)

프로이트는 페티시즘에 대한 관심을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에서 처음 드러냈지만, 그때만 해도 그것을 단순히 소아기성적 인상의 여파로만 보았다. 이 글 역시 그런 견해를 확장하고있지만, 페티시즘의 초심리학적 면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주목할 만하다. - P295

페티시즘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물건을 선택할 때 페티시¹의 지배를 받는 다수 남성들을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페티시 때문에 정신분석을 의뢰해 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1 fetish, 특정 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을 말한다. - P297

다들 알겠지만, 이 사례들은 내밀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공개하기는 곤란하다. 그 때문에 우연한 환경이 어떤 방식으로 페티시의 선택에 기여했는지도 밝힐 수 없다. - P297

(전략).
정신분석 결과 페티시의 의미와 목적은 모든 사례에서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의미와 목적은 무척 자연스럽고 필수적이어서 나는 페티시즘의 모든 사례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동일한 해결책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만일 여기서 페티시가 남근의 대체물이라고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틀림없이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P298

.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시한 남자아이가 한때 그 존재를 믿었을 뿐 아니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그 이유를 우리는 잘 안다 여자의 남근 즉 어머니의 남근을위한 대체물이다.²



2 이러한 해석은 1910년에 이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어린 시절 기억Kindecheitserinnerung des Leonardo da Vinci」에서 특별한 근거 제시 없이 발표된바있 - P298

만일 여자가 거세를 당해 남근이 없는 것이라면 자신의 남근도 거세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이 하필 이 기관에 미리 장착해 놓은 나르시시즘의 일부가 그런 거세의 위힘에 반기를 든다. 

- P298

남자아이는 여자에게남근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을 <암소화(化)>⁴한다고, 새로운 용어란 어떤 새로운 사실의 구성요건을 설명하거나 강조할때 정당화되는 법인데, 지금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

4 암소화 Skotomisation는 지각 작용 자체를 마치 망막 암점증에 걸린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지워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방어기제에 따라 현실이나 현실 일부를 부정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 P299

하지만 우리가 살펴보려는 페티시즘은 이와 정반대다. 즉 여성의 남근 부재를 이미 지각하고 있지만, 이를 부인하는 행동이 매우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P299

 원치 않은 사실인정의 중압감과 반대 소망 사이의 갈등 속에서 아이는 무의식적인 사고 법칙이 지배하는 곳(일차 과정⁶)에서만 가능한 타협에 도달한다.

6 Primärvorgänge. 무의식에서 생겨나는 모든 사고와 감정, 행위를 가리킨다. - P300

게다가 모든 페티시스트에게서 나타나는 여자의 실제 생식기에 대한 소외감도 억압의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남아 있다. (중략). 즉 페티시는 거세 위협에 대한 승리와 방어의 표시이고, 성 대상으로서 여자를 견딜 만하게 해주는 특성을 여자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페티시스트가 동성애자가 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다.  - P300

수컷이라면 누구나 여자의 생식기를 보면서 거세 공포를 느낄듯하다. 하지만 누구는 왜 이런 공포로 인해 동성애자가 되고, 누구는 왜 자기만의 페티시로 그 공포를 막아내고, 또 나머지 대다수 사람들은 왜 그것을 무난히 극복하는지 그 이유를 우리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아마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그 - P300

우리는 상실된 여자 남근의 대체물로 선택되는 신체 기관이나 물건이 보통 그전에 남근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것일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도 많지만, 그게 결정적인 요인은 분명 아니다. - P301

최근에 나는 순수 사변적 과정을 통해 신경증과 정신병의 본질적 차이를 발견했다. 즉 신경증은 자아가 현실을 위해 이드의 일부를 억압하는 것이고, 정신병은 이드에 휩쓸려 현실 일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다루게 될 것이다.⁷

7 『신경증과 정신병 Neurose und Psychose』(1924); 『신경증과 정신병의 현실 상실Der Realitätverlust bei Neurose und Psychose』(1924).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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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브리얼은 마을에 도착한 뒤로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평생 집을 떠나 살았고 이곳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말을 달고 살았으니까. - P154

"지미, 그만해. 술집은 누구든 올 수 있는 곳이야." 프랭크가 끼어들었다.
게이브리얼은 프랭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둘이 무언의 이해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지미의 화를 돋우었다. 날이 선 상태라 화가 커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 P155

"아니, 내 잘못이야. 여기 온 게 잘못이었어. 난 아무것도 모르고・・・・・・ " 게이브리얼이 말했다.
그는 뭘 몰랐다는 건지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남편의 시선이 느껴지는 가운데 술집에서 나가는 게이브리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P156

재판


오늘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앤디, 아니 검사가 부른 이름에 따르면 모리스 경사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를 친구로 여겼다. 하지만 총격이 발생한 그날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 P156

"모리스 경사님, 총격 사건이 발생한 밤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존슨 가족과의 관계를 묻고 싶군요. 두 형제와 친구사이였다고 알고 있는데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입니까?"
앤디는 머뭇거렸다. 우리 가족과 거리를 두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P157

"그 당시에는 안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목장에서는 사고가 꽤 흔합니다."
(중략).
"네, 그랬습니다.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 일을 20년 동안 하다 보면 거짓말을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제 앤디는 피고인을 보았다. "24시간 내로 살인 사건 수사를맡게 되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 P158

과거

존슨 집안의 남자들을 사람답게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비의 탄생이었다. - P158

미친가장 놀라운 사실은 데이비드가 바비에게 완전히 푹 빠졌다는 것이었다. 프랭크와 지미는 어린 시절에 데이비드가 하루 종일 목장에서 일하느라 옆에 없었다고 늘 말했다. - P159

(전략).
그러면 데이비드는 잔뜩 신이 나서 나를 보며 말했다. "얘 좀봐."
바비는 데이비드를 사람답게 만들었다. 이 뻣뻣하고 말 없는 목장 주인은 소리 내 웃고 노래하고 미소 짓는 사람이 되었다. - P160

바비가 태어난 지 몇 주가 지났을 때, 나는 낡은 담요를 접어만든 아기띠로 바비를 안고 목장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직접 걸어보니 광활하고 끝이 없는 것만 같았다.  - P160

데이비드의 눈을 통해 블레이클리 목장은 내게 살아 숨 쉬는곳이 되었다.
데이비드는 바비가 돌이 되기 전부터 아이를 트랙터에 태우고목장을 돌아다녔다. - P161

데이비드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주를 적당히 감싼 채 운전했다. 나는 혼자 보낼 시간이 생겨서 좋았지만 한 시간쯤 뒤에 둘 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마당에 나타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 P162

1968년

나는 바비가 주방 바닥에 책상다리로 앉아서 어미 잃은 양에게 젖병으로 젖을 먹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장 좋아했다. 이 사진을 하도 자주 봐서 이제는 바비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그 모습이 떠올랐다. - P163

나는 가방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가서 흔들며 부스러기 하나까지 모두 털어냈다. 사진이 없었다. 나는 당황에서 울부 짖었다.
(중략).
"사진이 없어졌어."
"그럴 리가" - P164

사진은 내게 일종의 부적이자 바비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물건이었다. - P164

문을 열어보니 게이브리얼과 레오였다. 머릿속에 걱정이 가득해서 예의를 갖추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어서 와 들어올래?"
예상대로 게이브리얼은 고개를 저었다. 술집에서 지미가 난동부린 뒤로, 별 뜻 없는 행동이었다고, 그저 술김에 한 바보 같은행동이었다고 게이브리얼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 P165

레오는 한 손을 불쑥 앞으로 내밀더니 손바닥을 폈다. 작은 가죽 사진 케이스가 나타났다. "내가 아줌마 가방에서 꺼냈어요" - P165

나는 게이브리얼이 더 이상 이 일로 레오를 혼낼 것 같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레오에게 더 창피를 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레오가 외쳤다. "내가 그랬어요! 내가 훔쳤다고요. 갖고싶었어요. 바비를 보는 게 좋아서요."
레오의 말을 이해한 프랭크는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 P166

"그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상황이 생길 줄 알았잖아. 그런데도 당신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내 말을 듣지 않았지. 도대체 이 일이 어떻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P167

과거

온 마을 사람들이 몇 달 동안 수군댄 결혼식이 바비의 세 번째 생일에 열렸다. 참나무 아래에서 우리 가족만의 조촐한 소풍을 준비하는데 승합차 여러 대가 메도랜즈에 짐을 내리고 있었다. - P167

결혼식 준비를 위해 청소, 정원 관리, 세탁을 담당할 마을 사람들 몇 명이 추가로 고용되었다.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초대한 하객은 300명이었다.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이고 영국 귀족, 소설가, 음악가, 정치인도 있었다. - P168

바비는 생일이라 특별히 소젖 짜러 가는 두 남자를 따라가도 된다고 허락받았다. 체격이 작은 바비는 방해가 될 뿐이었지만, 프랭크와 지미는 바비가 소젖을 짜려고 낑낑대다가 실패하는 동안 언제나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래서 바비가 따라가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 P169

가족들이 소풍 장소로 모이려면 아직 몇 시간 더 있어야 했다. 게이브리얼의 결혼식 때문에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초 단위로 알고 있었다. - P171

‘바비, 마을 결혼식 몰래 구경하고 싶지 않니?"
"진짜 스파이처럼요?"
"응. 묘지에 있는 큰 나무 뒤에 숨어서 말이야"
"솔직히 그러고 싶어요."
‘솔직히‘는 바비가 최근에 배운 말인데, 이 말을 쓴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 P171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까지 말쑥하게 차려입은 공식 사진사가 다급히 앞으로 나와 첫번째 사진을 찍었다. (중략). 사진사의 또렷한 상류층 억양이 우리에게까지 들렸다. - P172

나는 루이자가 고개를 돌려 게이브리얼에게 뭐라고 말하는 걸 지켜보았다. 게이브리얼이 그 말을 들으려고 몸을 가까이 기울이는 것도, 루이자의 뺨에 입 맞추는 것도. - P174

루이자의 어머니 모이라는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날 이후로 전혀 나이 들지 않은 모습으로 교회에서 나왔다. - P174

나는 바비를 끌어안았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선물은 다 네 것이라는 거 알아. 그런데 엄마가 가장 좋은 선물을 받았구나." - P175

1968년

바비의 사진에 관해 레오에게 굳이 다시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75

집에 가려는데 게이브리얼이 주방에 들어왔다. 그가 오후 내내 일하는 바람에 사진 사건 이후로 처음 마주쳤다.
"우리 얘기 좀 해야 하지 않아? 와인 한 잔 마실래?" 게이브리얼은 식탁에서 숙제하고 있던 레오를 흘끗 보았다. "서재로 갈771?"
권유라기보다 명령에 가까운 말에, 그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던 나는 문득 찌르는 듯한 불안을 느꼈다.  - P176

소파 앞 탁자에는 화이트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내가 뭐라고 할 줄 알고 자신감이 넘치네." 내 말에 게이브리얼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싫다고 하면 나 혼자서라도 마실까 했지." - P176

"바비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게이브리얼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말이 안긴 고통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의 내 삶은 내 아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겠지.
"바비는 어떤 아이였어?" - P178

우리의 우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아주 서서히 달라져서 처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초저녁에 함께 와인을 마시던 그 순간. 매일 저녁 한 시간씩 내가 죽은 아들 이야기를 하면 게이브리얼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듣는 듯이 귀를기울였다. 그동안 나는 바비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 P179

집으로 걸어갈 때면 바비가 내 곁에 있었을 때의 추억이, 다디달던 9년이 모두 생생하게 떠올랐다. - P179

과거

우리 아들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부모, 삼촌, 할아버지와 함께 밖에서 시간 보내는 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시골 소년이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의 이 눈부신 시간을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누렸을까? - P180

얼마 지나지 않아 바비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셔츠와 넥타이 차림에 끈을 묶는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바비는 내 자식 같아 보이지 않았다. - P181

이렇게 우리 둘이 마주 보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며 친밀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데이비드가 이런 걸 물어봤는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둘째를 가질 생각이니? 이제 바비도 학교에 갔잖니."
나는 그 질문에 깜짝 놀랐다. 지금껏 시아버지에게 들은 질문 중에 가장 사적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저랑 같이 일하기 싫어서 그러세요?" 나는 그를 놀리듯 되물었다. - P182

둘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기를 간절히 원했다.  - P183

며칠 뒤, 프랭크가 데이비드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분명해졌다. 프랭크는 침대에 누워서 물었다. "당신, 피임하고 있어?"
프랭크가 이런 걸 묻는 일은 드물었다. - P183

우리는 거의 매일 밤 예외 없이 사랑을 나누었다. 프랭크는 그러면 하루의 근심을 잊고 머리가 맑아지며 잠을 잘 잘 수 있다고했다. 나는 사랑을 나눌 때 프랭크와 가장 친밀감을 느꼈다. 하루중 이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친밀감이었다.
(중략).
"당신은 우리가 아기를 또 가지면 좋겠어?" - P184

오늘 밖에 사랑을 나눌 때는 뭔가 달랐다. 우선, 우리는 단 한별도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프랭크는 내 안으로 아주 깊속이 밀고 들어오더니 움직이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 P185

1968년


메도랜즈 정원에 레오와 함께 있는데 검은색 택시가 덜컹대며 진입로에 들어섰다. 도시의 외딴 시골 마을인 이곳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었기에 우리는 나란히 서서 누가 왔는지 지켜보았다.
"런던에서 온 택시일까요?" 레오가 물었다.
"백만장자가 아니고서야 택시비를 감당할 수 없을걸." - P186

그날 저녁, 프랭크와 저녁을 먹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중략).
"내일 아침 일찍 레오와 런던에 갈 예정이라 당신을 다시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술집에서 잠깐 만나서 술 한잔할래요?" - P188

여름 들어 내가 메도랜즈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가끔은 술 냄새가 났기 때문에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나는 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았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P188

술집에 가니 루이자가 먼저 와 있었다. (중략).
"진, 괜찮아요?" 루이자는 한 잔을 내 쪽으로 밀며 물었다. 따뜻하고 숨김없는 미소였다. 그녀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 P189

"베스, 솔직히 레오와 떨어져 사는 게 정말 힘들어요. ‘더는 못 하겠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레오가 나와 같이 미국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 P190

루이자는 말을 끊었다. (중략).
"베스,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 레오 곁에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 P191

나는 잔을 집어 들고 진을 크게 한 모금 마셨다. 테사 울프 에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다. 그녀의 경멸 어린 말투가 어제 들은 듯이 생생했다.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들은 대부분 너 같은 여자로는 만족 못 해." - P192

나는 탁자를 내려다보며 마음을 잡으려 애썼다. 방금 들은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오래전, 오직 한 가지를 알고 싶어 하던 시절이 있었다. - P193

루이자는 잠시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는 모욕적일 정도로 컸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루이자는 이어지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당신과 게이브리얼 말이에요.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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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xualité. 19세기 초에 등장한 낱말로서 처음에는 "생물학적으로 유성(性)인 것"의 특징을 의미했다. (중략). 그러므로 성적 본능의 만족이라는 관념과 관련해서만 의미를 띨 뿐인 용어이다. 로베르 사전에 의하면 "성적 본능의 만족과 관련된 모든 행동"으로 풀이되어 있다. 즉, 성적 쾌락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행동 전체를 뜻한다. - P25

sexualité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라이히와 마르쿠제의 "성의 해방" (libération sexuelle)에 힘입어 폭넓은 사회적 의미를 띠게 되는데, 푸코는 이 용어에서 그러한 억압이나 해방의 개념들보다는 오히려 "섹스"에 관한 앎의 의지 자체 또는 그러한 의지의 이면에 작용하는 권력의 전략을 읽어내려고 한다. - P25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어떤 솔직한 태도가 널리 퍼져 있었다고들 한다. 실천은 은밀하지 않았고, 말은 지나친 망설임 없이 행해졌으며, 사물은 지나치게 가장되지 않았을 뿐더러, 부정(不貞)은 관용적이고 무람없는 방식으로 다루어졌다. (중략).
이러한 대낮에 짧은 황혼이 이어졌을 것이고 급기야 빅토리아 여왕1 시대의 부르주아지의 단조로운 밤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 성은 은밀하게 유폐된다. 성의 거처가 바뀐다. 부부중심의 가족이 성을 몰수한다. 그리고 성을 진지한 생식기능으로 완전히 흡수해버린다. - P26

2) *sexe. "자르다, 나누다"라는 뜻의 라틴어 secare의 명사형 sexus가 어원인 이 낱말은 기본적으로 "성별"이나 "남녀의 차이"를 의미한다. (중략). 그러므로 분명하게 성별, 성장, 성기의 의미일 경우를 제외하면 "성"이라고 옮기는 것이 타당할 터이지만, 그럴 경우에는sexualité와 구별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 경우에도 성별, 성징, 성기, (남자에게는 여자 또는 (여자에게는) 남자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므로, 이 책에서는 어쩔 수 없이 "섹스"라고 음역했다. 그렇다고 해서 "성행위"라는 속어적인 의미를 띠는 것은 아닌데, 이 책에서 그런 의미로는 분명히 acte sexuel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 P26

생식기능에 부합하지 않거나 생식기능에 의해 변형되지 않는 것은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³ 더 이상 목소리도 없다. 내몰리고 거부되며 침묵으로 귀착한다.

3) *원문은 n‘a plus ni feu ni loi로 되어 있는데, 문맥상 loi는 lieu의 오자일지 모른다. 그러면 ‘집도 절도 없다‘는 의미가 되어 문맥에 들어맞는다. 또는 feu가 foi의 오자일지도 모르는데, 이 경우에는 ‘반종교적이고 비도덕적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 P27

 예컨대 어린이는 누구나 잘 알다시피 성별이 없는데, 어린이에게 섹스를 금하는 이유, 어린이가 섹스에 관해 말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 어린이가 섹스를 과시할 개연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건 언제나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이유, 전반적으로 침묵을 집요하게 강요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27

우리는 성의 역사를 본질적으로 증대하는 억압의 연대기로 해석해야 할 그 오랜 두 세기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그다지 해방되지 않았다는 말이 여전히 들려온다. - P28

6) *sexologie. 1973년 프랑스에서 "임상 성의학 협회의 창설로 공식화된 분야. "섹스"에 관한 전통적 담론 (예컨대 병리학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에서 씌어진 크라프트 에빙의 저서)과 결별하고 "성"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태도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성이 사회적 실체로 대두될 때에야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 P29

근대에 이르러 섹스가 억압되었다는 그러한 담론은 분명히 지속되고 있다. 아마 취급하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담론은 진지한 역사적, 정치적 보증에 의해 보호되고, 수백 년에 걸친 대담하고 자유로운 표현의 시기에 뒤이어 17세기에 억압의 시대가 출현하게 되면서 자본주의의 발전과 일치되기에 이른다. 즉, 그것은 부르주아 질서와 일체가 되었던 것 같다. - P29

노동력이 조직적으로 착취되는 시대에노동력의 재생산을 허용하는 최소한으로 한정된 쾌락 이외의 다른 쾌락 때문에 노동력이 허비되는 것을 용인할 수 있었을까? - P29

 섹스가 억압당한다면, 다시 말해서 금지, 비실재, 침묵에 귀착할 수밖에 없다면, 섹스에 관해 말하고 섹스의 억압에 관해 말한다는 사실만이 결연한 위반의 태도 같은 것을 내포한다. - P30

최초의 인구통계학자들과 19세기의 정신의학자들은 섹스를 환기할 필요가 있을 때, 몹시 저급하고 그토록 쓸데없는 주제에 독자의관심을 붙잡아두는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했다.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때 거의 언제나 약간 당당한 태도, 즉 기존의 질서에 도전한다는 의식, 스스로 전복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을표시하는 어조, 현재의 악을 몰아내고 미래의 빛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미래를 불러들이려는 열정을 내보인다. - P30

그러나 나에게 우리의 시대에 실재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보다 더 본질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섹스, 진실의 계시, 세계의 근본 원리의 전복(顚覆), 새로운 날의 도래에 대한 예고, 어떤 지고한 행복의 약속이 함께 연결되어 있는 담론이다. - P31

내가 일련의 역사적 분석을 설정하고자 하는 곳은 바로 이와 같은 지점인데, 이 책은 그러한 분석의 서론 겸 최초의 개관 같은 것, 즉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한 몇몇 시점의 조사와 몇 가지 이론적 문제의 개괄적 설명이다. - P32

(전략), 섹스가 부정된다고 단언하고 우리가 섹스를 감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섹스를 침묵으로 몰아간다고 말하기에 이르렀을까? - P32

섹스의 죄악적 본질로부터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라고 주장되면서도, 바로 그러한 잘못된 본질을 상상하고 그러한 믿음에서 파멸적 결과를 끌어내는 데 있을 커다란 역사적 과오로 우리를 짓누르는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 P33

오늘날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러한 억압의 실재를 확언하는 것은 억압이 역사적으로 명백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또한 그들이 그토록 오래전부터 그토록 자주 억압에 관해 말하는 것은 억압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저 비난만으로는 우리가 억압에서 해방될 수없을 정도로 가혹하게 억압이 섹스를 짓누르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나에게 말할 것이고, 그런 만큼 우리의 작업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 P33

그런데 내가 ‘억압의 가설"이라고 부르게 될 것과 관련하여 세 가지 주목할 만한 의혹이 생겨날 수 있다. - P33

첫 번째 의혹. 섹스의 억압은 정말로 자명한 역사적 사실일까? (중략). 두 번째 의혹. 권력의 역학, 특히 우리의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역학은 요컨대 억압의 범주에 속하는 것일까? (중략). 끝으로 세 번째 의혹. 억압을 겨냥하는 비판적 담론은 그때까지 이의 없이 기능한 권력 메커니즘의 통로를 차단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억압"이라고 부르면서 비난하는(그리고 아마 왜곡할) 것과 동일한 역사적 망(網)의 일부분을 이루는 것일까?  - P34

내가 억압의 가설에 대해 반론으로 내세우려고 하는 세 가지 의혹의 목적은 억압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17세기 이래 근대 사회의 내부에서 섹스에 관해 행해진 담론의 전반적구조에 억압의 가설을 재위치시키는 것이다. - P34

섹스를 긍정하는가 부정하는가, 금기를 내세우는가 허용을 명확히 표명하는가, 섹스의 중요성을 인정하는가 섹스의 효력을부인하는가, 섹스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는 말을 억제하는가 그렇지않은가를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섹스에 관해 말한다는 사실, 섹스에관해 말하는 사람, 섹스에 관해 말하는 장소와 관점, 섹스에 관해 말하기를 부추기고 섹스에 관해 말한 내용을 수집하며 유포시키는 여러제도, 요컨대 섹스에 관한 전반적 "담론현상"과 "담론화"를 고찰하는것이 (적어도 최초의 논의에서는) 요점이라는 사실은 이로부터 연유한다. - P35

이러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는 고전주의시대부터 섹스가 금지되거나 차단되거나 은폐되거나 무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기부터 섹스가 이전보다 덜 그랬다고 단언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섹스의 금지가 함정이라는것이 아니라, 섹스의 금기를 근대부터 섹스에 관해 말한 것의 역사가 씌어지기 시작하는 근본적이고 구성적인 요소로 만드는 것이 함정이라는 것이다. - P35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서 행해진 처음의 대략적 검토는 16세기 말부터 섹스의 "담론화"가 제한의 과정을 따르지 않고 반대로 증대하는 선동의 메커니즘에 종속되었다는 것, 섹스에 대해 행사되는 권력의 기법은 엄격한 선별의 원칙이 아니라 반대로 다형적 성의 확산과확립이라는 원칙을 따랐다는 것, 그리고 앎의 의지가 요지부동의 금기앞에서 꺾이기는커녕 아마 많은 오류를 통해서일 터이지만 오히려 성의 과학을 구성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 P36

제2장
억압의 가설



1. 담론의 선동


17세기는 부르주아라고 불리는 사회에 고유하고 어쩌면 우리가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을 억압의 시대가 시작된 때이지 않을까. 아마 그때부터 섹스를 명명(命名)하는 것은 더 어렵고 더 값비싸게 되었을 것이다. - P37

이것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인된 어휘의 매우 엄밀한 순화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암시와 은유의 온전한 수사법이 체계화되었을지 모른다. - P38

반면에 담론과 담론의 영역이라는 차원에서는 현상이 거의 정반대이다. 섹스에 관한 담론, 이를테면 형식과 대상에 따라 서로 다른 특수한 담론은 끊임없이 확산되었다.  - P38

그러나 요점은 권력 자체가 행사되는 장(場)에서 섹스에 관한 담론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 P38

(전략).
그러나 용어는 잘 다듬어진다. 고백, 특히 육욕(慾)⁸에 대한 고백의 범위는 끊임없이 넓어진다. 


8) *chair. 신성에 대해 인성(生), 정신에 대해 육신(肉身), 본능, 육체의 욕구, 정욕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데, 이 중에서 육체의 욕구라는 의미를 취해 ‘육욕‘으로 옮긴다. - P39

(전략). 즉, 모든 것이 이야기되어야 한다는것이다. 일종의 이중적 변화가 엿보이는데, 그것은 육욕을 모든 죄의뿌리로 만들고 육욕에 의한 행위 자체의 가장 중요한 계기를 욕망이라는, 그토록 파악하기도 표명하기도 어려운 장애 쪽으로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욕망은 가장 은밀한 형태로 인간에게 온통 해를 끼치는 악이기 때문이다. - P40

근대 서양에 매우 특유한 이와 같은 요청이 전반적 속박의 형태로 뚜렷이 부각되는 것은 아마 그때가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나는 전통적 고해성사가 요구한 것과 같은 의무, 즉 섹스에 관한 규범의 위반을고백할 의무에 관하여가 아니라, 영혼과 육체를 가로질러 섹스와 어떤 친화력을 갖는 무수한 쾌락, 감각, 사유의 상호작용에 관련될지 모르는 모든 것을 가능한 한 자주 말하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거의 무한한 책무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 P41

. 17세기는 섹스의 담론화를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규칙으로 만들었다. 사실, 섹스의 담론화는 극히 한정된 엘리트에게만 적용될 수밖에 없었고 일 년에 몇 번밖에 고해성사를 하러 가지 않는다수의 신자는 그토록 복잡한 규정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게되지만, 중요한 것은 아마 그러한 의무가 모든 선량한 기독교도에게 적어도 이상적 상황으로 굳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 P41

17세기의 교서로부터 문학, 특히 "추잡스러운" 문학에서 섹스의 투영인 것까지 곧장 이어지는 선이 그어질 수 있을 것이다. - P42

이미 상당한 부분이 기독교의 교서와 더불어 형성된 근대적 성의 역사에 대해 이 익명의 영국 사람은 그의 여왕 폐하보다 더 중심적 구실을 할 인물일지 모른다. - P43

. 요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핵심은 300년 전부터 서양인이 섹스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하려는 그러한 노력에 매달렸다는 것, (후략). - P44

섹스에 대한 검열? 검열보다는 오히려 담론, 즉 구조 자체로 인해 작동하고 효력을 갖는 점점 더 많은 담론을 섹스에 관해 산출하는 설비가 갖추어졌다. - P44

 18세기 무렵에 이르면 섹스에 관해 말하라는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선동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섹스에 관한 일반적 이론의 형태가 아니라 분석, 상세한 결정, 분류, 명시의 형태, 계량적 또는 인과론적 탐구의 형태를 띤다. - P44

섹스는 심판 받을뿐만 아니라 관리된다. 섹스는 공권력의 소관이고, 관리의 절차를 요하며, 분석적 담론에 의해 다루어져야 한다. 18세기에 섹스는 "폴리스²⁰의 문제가 되지만, 당시에 이 낱말에 부여된 충만하고 강력한 의미, 즉 무질서의 억압이 아니라 집단적이거나 개인적 세력의 조직적 확대라는 의미를 띠게 된다.

20) *police. 오늘날은 통상적으로 ‘경찰‘이나 ‘치안‘의 의미를 갖지만, 17~18세기에는 ‘관리‘ 또는 ‘통치‘라는 더 넓은 의미를 띠었다. - P45

섹스에 대한 통치. 다시 말해서 엄격한 금지가아니라 유용하고 공적인 담론에 의해 섹스를 규제해야 할 필요. - P46

어린이의 섹스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고전주의 시대는 어린이의 섹스를 은폐했는데, 어린이의 섹스는 《성의 이론에 관한 세편의 시론》²³이나 어린 한스²⁴의 불안 이후에야 그러한 은폐로부터가까스로 빠져 나왔다고 흔히들 말한다. 어린이와 어른, 제자와 선생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관행으로 존재한 언어의 "자유"가 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23) *1905년에 출간된 프로이트의 저서이다.
24) *프로이트의 《5세 아동의 공포증 연구》(1909)에서 환자로 등장하는 어린이. - P47

오히려 담론의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섹스는 덜 이야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섹스가 다르게 이야기되고, 다른 사람들이 다른 관점에서 다른 효과를 얻기 위해 섹스를 말한다. - P48

교육제도에 의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섹스에 대대적으로 침묵이 강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18세기부터 교육제도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섹스에 관한 담론의 형태를 세분화했고담론의 실행 지점을 확정했으며 내용을 체계화했을 뿐만 아니라 화자의 자격을 정했다. - P50

우리는 18세기나 19세기부터 섹스에 관한 담론을 산출하기 시작한 다른 많은 발원지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 P51

(전략). 즉, 이러한 두 가지 극단 사이에서섹스는 어쨌든 말해야 할, 다양하나 제각기 구속력을 갖는 담론의 장치에 따라 철저하게 말해야 할 것이 되었다. 섹스는 섬세한 속내 이야기이건 고압적 심문이건, 세련된 것이건 촌스러운 것이건 말해야 한다. - P53

18세기부터 섹스는 일종의 일반화된 담론의 격발(發)을 끊임없이유발했다. 그래서 권력 밖에서나 권력에 대항해서가 아니라, 권력이행사되는 바로 거기에서 권력행사의 수단으로서 섹스에 관한 그와 같은 담론이 증가했고, 도처에서 담론의 부양책, 청취와 기록의 장치, 관찰과 질문과 표명의 절차가 마련되었다. - P55

그런데 이 최초의 개관이 보여주는 것은 섹스에 관한 ‘유일한‘ 담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갖가지 제도에 소용되는 일련의 도구 전체에 의해 산출되는 다수의 담론이다. - P54

 우리의 지난 세 세기를 특징짓는 것은 섹스를 숨기는 것에 대한 한결같은 근심이나 언어일반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점잖음이라기보다는 섹스에 관해말하기 위해, 섹스에 관해 말하게 하기 위해, 섹스로부터 스스로에 관해 말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기 위해, 섹스에 관해 이야기되는 것을듣고 기록하며 옮겨 적을 뿐만 아니라 재분배하기 위해 창안된 도구의 다양성과 폭넓은 분산이다. - P55

(전략), 규칙적으로 다시 나타나는그토록 많은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섹스가 비밀에 싸여 있고 특히 섹스를 비밀에 싸인 상태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을까? - P55

섹스에 관해 말하도록 부추기는 모든 선동이 섹스의 비밀을 깨뜨리려고 하건, 말하는 방식 자체에 의해 섹스의 비밀이 막연히 지속되건 섹스의 비밀은 아마, 그 모든 선동의 자리를 결정하는 기본적 실체가 아닐 것이다. - P56

2. 성적 도착의 확립

가능한 반론. 즉 담론의 이러한 급증을, 마치 말하는 것이 별것 아닌 듯이, 섹스에 관해 말한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섹스에 관해 말하면서 섹스에 부과하는 절대적 요청의 형태들보다 더 중요한 듯이 그 저양적인 현상, 순수한 증가 같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 P57

이것이 과연 목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을 축소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려고 애쓴 것은 아니다. 19세기와 우리의 시대는 오히려증가의 시대, 이를테면 성이 확산되고 성의 잡다한 형태가 강화되며 다양한 "성적 도착이 확립되는 시대였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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