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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디옙스키가 귀국하고 한 달 뒤 그의 아버지가 여든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화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나이 많은 KGB 요원 몇 명만이 참석했다. - P161

고르디옙스키는 이혼할 때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혼을 단행했다. 레일라는 1979년 1월에 모스크바로 돌아와 겨우 몇 주 뒤등기소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곧 부모가 사는 아파트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했다. 올가는 아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옐레나는 KGB에서 성공하려고 눈만 반짝이는 것 같아서 처음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 P162

고르디옙스키는 제3부의 역사를 집필하는 일에 투입되었다. 소련의 과거 첩보 활동에 대해서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작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한직이었다. 딱 한번 그는 노르웨이 담당자인 동료의 책상에서 OLT로 끝나는 제목의파일을 본 적이 있었다. 트레홀트의 이름 앞부분이 다른 서류에 가려져 있었다. 아르네 트레홀트가 KGB 첩자로 활동 중임을 암시하는 또 하나의 단서였다. - P163

처음부닌스키킴 필비는 이제 고독하게 늙어 가며 자주 술을 마셔 대는 처지였지만, 머리는 옛날처럼 예리했다. 오랫동안 스파이의 이중생활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들키지 않는 법과 첩자를 잡는 법을 필비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KGB 내에서 여전히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 P163

고르디옙스키가 귀국한 직후 필비는 군보르 호비크 사건을 분석해서 잘못된 점을 평가해 달라는 중앙의 요청을 받았다. 그 베테랑노르웨이인 스파이가 왜 체포되었을까? 필비는 몇 주 동안 호비크파일을 열심히 들여다본 끝에, 스파이로 일한 오랜 세월 동안 자주그랬던 것처럼 올바른 결론을 내렸다. <그 첩자의 존재를 알린 정보는 KGB 내부에서 샜음이 틀림없다.>
빅토르 그루시코는 고르디옙스키를 포함한 고위 요원들을 자기방으로 불렀다. KGB에서 정보가 새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  - P164

스티그 베릴링은 비밀 요원의 삶을 <회색, 검은색, 흰색, 그리고안개와 갈색 석탄 연기로 탁한 색>⁸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스웨덴 경찰관, 정보 요원, 소련 첩자로 살아온 그의 삶 또한 칙칙한 색이었다.
베릴링은 경찰관으로 일하다가 SÄPO라고 불리는 스웨덴 정보기관의 감시 팀 일원이 되었다.
(중략).
베릴링이 스파이가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가 무척 좋아하던 돈, 다른 하나는 상사들의 거만한 태도, 4년 동안 그는 소련에 1만4천7백 건의 문서를 넘겼다.




8 AFP, 1995년 6월 28일자 보도에서 재인용. - P165

스웨덴 조사관들이 수사망을 조여 왔다. 1979년 3월 12일, 그는텔아비브 공항에서 스웨덴의 부탁을 받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SÄPO의 예전 동료들 손에 넘겨졌다. 그리고 9개월 뒤 간첩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베릴링은 소련의 주인들에게서 상당한 돈을 받았다. 그가 스웨덴의 국방에 끼친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는 2천9백만 파운드가 들 것으로 추정되었다. - P166

고르디옙스키가 지목한 소련 첩자들이 한 명씩 차례로 제거되었다. 그 결과 서방은 십중팔구 더 안전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르디옙스키는 아니었다. - P166

KGB 동료들이 면밀히 주의를 기울였다면 고르디옙스키가 경제적 이득도 없는데 왜 그리 서둘러 새로운 외국어를 익히려고 하는지, 왜 갑자기 영국에 커다란 흥미를 보이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르디옙스키는 두 권짜리 러시아어-영어 사전을 샀다. 영국 문화에도 흠뻑 빠졌다. 어쨌든 소련 국민에게 허용된 한도 내에서 최대한 그렇게 했다. - P167

코펜하겐에서 돌아와 제1주요부의 싱크 탱크 수장이라는 대단한 자리에 앉은 미하일 류비모프는 그가 <자주 들러 가벼운 잡담을 나누다가 영국에 대한 현명한 조언을 구했다>고 회상했다.  (중략).
류비모프의 제안으로 고르디옙스키는 서머싯 몸의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 영국의 정보 요원이었던 몸은 첩보 활동 중에 겪게 되는 도덕적 모호함을 작품에서 훌륭하게 묘사한다. - P164

제3부에서 영국-스칸디나비아과는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고르디옙스키는 자신이 영국 쪽으로 발령받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면 누구든 친분을 쌓아 두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 P168

(전략).
빅토르 그루시코는 제1주요부의 차장으로 승진했고, 제3부의 부장자리는 겐나디 티토프가 이어받았다. 전(前) 오슬로 레지덴트로 아르네 트레홀트 담당관이던 그의 별명은 <악어>였다. 영국-스칸디나비아과의 새로운 팀장은 니콜라이 그리빈이었다. 매력적인 인물인 그는 1976년 코펜하겐에서 고르디옙스키의 부하 직원으로 근무했으나, 그 뒤로 그를 앞질러 승진했다. - P169

한편 센추리 하우스의 선빔 팀도 정확히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있었다. 고르디옙스키에게서 귓속말조차 날아오지 않은 세월이 벌써 3년이었다. 쿠투좁스키 대로의 신호 장소 점검은 계속 조심스럽게 이어졌고, 탈출 계획인 핌리코 작전은 상시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실전 같은 연습이 실시되어, 지부장 부부가 탈출 경로를 따라 헬싱키까지 차를 몰고 간 적도 있었다. - P170

(전략). 그런데 그 덴마크 외교관이 모스크바에서 파티에 참석했다가자신감 있고 건강해 보이는 고르디옙스키를 보았다. 외교관은 고르디옙스키가 재혼해서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PET에 보고했다.
M16에도 이 내용이 신속히 전달되었다.
그러나 PET 보고서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요소이자 선빔 팀을 들뜨게 한 요소는 고르디옙스키가 칵테일과 카나페를 먹으며 던진 한마디에 들어 있었다.
그는 미리 연습한 무심한 표정으로 덴마크 외교관을 향해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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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났고 한국인처럼 생겼으니까 신선이거나 도깨비인가 보다 한 거지, 정체는 몰라요. 그리고 예전에는 다른 나라에 있었다니까."
"그러니까 유럽에서 온 게 도깨비 맞아? 혹시 예수 같은거 아니야? 사람도 부활시키는데."
우혁은 내심 놀랐으나 태연한 척 대꾸했다.
"예수가 동양인이면 이상하죠. 그리고 형도 알겠지만 예수는 셈족이라서 희랍어랑 히브리어만 하고 라틴어는 못 했어요. 그 신약성경도 희랍어로 적혀 있잖아요." - P82

"일단 나도 돈에 목매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못 박아두고...... 우혁아, 나는 너 덕분에 무척이나 보수적인 사람이됐어. 이건 백운산 계곡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시작된 생각이야" - P83

"너는 의견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네가 어떻게든 해결을 봐서 평범한 인간이 됐으면 한다. 난 그게 제일 좋다고, 온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믿는다. 필요한 거 있으면 빨리 챙겨서 다녀와라. 내가 생각하기엔 날 밝고 보는 눈 많을 때가 그나마 안전할 것 같다. 지금바로 집에 가서 차 끌고 와." - P84

김형이 사는 세상이 로마라면 그곳의 카이사르는 돈이다.
사람은 무릇 돈을 벌고 모으고 써야 한다. 카지노의 고삐풀린 흐름에 휘말리는 게 아니라, 격률과 질서를 따르는 방식으로 그것이 바로 인간이 맘몬과 나눈 계약이다. 인의와 인정을 소박하고 아늑한 일상을 누릴 방법이다. 돈을 허투루써버리는 사람은 친지를 실망시키고 만다. 달리 말하면 그 격률과 질서로부터 어긋난 행위는 무엇이든 도박만큼이나 허무맹랑하고 무익하며 해로운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 바깥으로부터 온 믿음일지라도,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 P85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어진 사람은 피안을 마주 보게 된다.
내일 당장 종말이 온다고 하면 대형 교회의 목사들은 그소식을 반길까?
대치동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김형은?
우혁은 심판이든 구원이든 기꺼이 반길 수 있었다.
묵상은 <교주를 죽여라>의 내용으로 귀결되었다. - P86

서른두 명의 숭배자들은 넘쳐흐르는 은혜 속에 죽음을 택했으며 열두 명의 아이들만 살아남았다. 사건은 여러 이유로 이례적이었다. - P86

소년은 자신이 재림 예수가 아니라 주장했지만 우혁은 절반만 믿었다그는 계단을 밟아 내려가며 휴대전화로 대치사거리부터 설악산까지의 경로를 검색했다. 정체 구간이 없다 가정하더라도 두 시간은 잡아야 할 거리였다. - P87

곧바로 차를 끌고 돌아가려다가 철물점 위치를 검색했다.
집 근처에 세 곳이 있었다. 우혁은 가장 가까운 철물점에서 접이식 낫과 도끼를 하나씩 사서 뒷좌석에 던져놓았다. - P87

우혁은 등받이에 팔꿈치를 얹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은 자리에 앉자마자 도끼날을 감싼 방수포 천을 끄르고 있었다.
"필요할 것 같아서 사왔어. 챙겨둬."
"고맙다" - P88

재림 예수 노릇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는지도.
이렇게 도망 다닐 바에는 종말을 불러오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도.
(우혁은 정말로, 진심으로, 절실히도, 논술학원 보조강사의 현실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심리는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라기보다는 불가해한 세계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내려니 적당한 첫마디가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우혁은 미사대교에 접어들도록 침묵을 지켰다.  - P89

그는 평생토록 도망쳐왔던 세계의 총체가 바로 여기 모였음에 몸서리쳤다. 개념을 물질에 앞세움으로써만 파악될 수있는 도시의 결절들. 만질 수 없거니와 상상의 대상조차 아니므로 실체와 정신을 동시에 압도하고 마는, 추상화된 객체들. 강남과 남양주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사람에게는 도시의풍경이 아니라 어차피 죄다 철근콘크리트로 뒤덮인 데다가도로 위에는 자동차가 굴러다니지 않는가?-부동산 시세가병기된 지도를 보여줘야만 하는 것이다. - P90

표정 없는 괴물이 무지막지한 열과 충격을 집어삼킨 뒤 무감한 숫자를 게워내는 장면이 우혁의 머릿속에 번뜩였다. 조약돌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가서, 미사대교의 흰 난간과 숫자를 동시에 꿰뚫는 순간도 그 조약돌에는 서른네 살의 보조강사와 구원을 불러올 소년이 타고 있다……………바로 이런 상상을 멈춰야 한다.
이건 기질적인 문제인가, 기적의 후유증인가?
혹은 지금에야말로 결단할 때이기 때문인가? - P91

그는 실제로 종말이 닥쳐오는 미래와 부모님 속만 터지고끝나는 미래 중 무엇이 더 심각한지 고민해봤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친구인 최우혁이 아니라 공명정대하고 객관적인 재판관으로서. - P92

바로 지금!
"생각대로 될 일은 절대 없으니 헛짓거리 말아라. 한국서야산 생활하며 죽었다 살아난 게 다섯 번도 넘어. 그 전엔훨씬 많고."
소년의 핀잔이 결단을 가로막았다. 우혁은 멋쩍게 웃으며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한 덩어리로 뭉쳤던 열기가 온몸으로 흩어지며 나른한 아쉬움을 남겼다.
"설마 속마음도 읽는 거야?" - P93

교주 1인이 유일한 상징으로 기능하며 권력을 독점하는 통상적인 사이비 종교와 달리, 새천년파에는 핵심 인물이 없었다.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업 모델도 존재하지 않았다. 체계와 직분들이 명징한 규율 아래 맞물릴 뿐이었다. - P94

열심당원이란 본래 로마에 저항했던 유대인 급진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은 단검 한 자루로 제국의 관료들과 장군들을 암살하고 다녔는데, 새천년과 열심당원들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랬다. 그들은 이도유와 접점이 있는 사람들을찾아냈다. 회유했고, 정보를 얻으려 했고, 협박했으며, 종종 납치해 죽였다. - P96

소년은 예티나 네시 같은 크립티드로 간주되어 10대 청소년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했다. 조강현이 돈깨나 버는 기업인이라는 사실마저 그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소년 교주를 소재삼은 아마추어 만화와 소설이 수천 개씩 쏟아져 나온 덕분에 검색 결과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 P99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이 방송을 기획한 게 누구였을지, 조강현은 무슨 생각으로 카메라 앞에 섰을지가 의아스러웠다.
실제로 소년과 함께했다면 그 신성을 의심하기란 불가능할터였다. 애당초 기적을 목격했으니 신학도의 길을 저버린 게 아니겠는가. - P100

"그러니까 어제 멈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솔직해지는 거야. 어차피 두 시간만 지나면 피차 볼 일 없을 테고, 저인간들이랑도 모르는 사이가 될 테니까."
"너, 돈벌이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정보를 팔아먹을 거였더라면 새천년파한테 진작 연락했을걸. 봐서 알겠지만, 난 심각한 사회부적응자야. - P101

"평범한 인간인 게 뻔해도, 원하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다면 덜컥 믿어버리는 게 사람 심리야. 기적을 부릴 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지. 나한테 이런저런 재주가 있는 것, 사람들이 날 예수라 믿고 싶어 했던 것, 내가 거기 잠깐 어울려줬던 것,
그래서 한바탕 시끄러웠던 것과 별개로 나는 그냥 나야!"
"그렇다면 넌 누구야?"
"방송 봤으면 이름쯤은 알아야지." - P102

자동차는 어느덧 미사대교를 빠져나와 남양주의 끝자락에진입했다. 허공에 얹힌 길은 이음매도 없이 육로가 되었고, 굳은 듯한 수면 위로 희부연 막을 이루던 햇빛은 이제 나뭇잎과 전속력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 P102

"서른두 명이 자살한 것도 껄끄러운 주제인가?"
"내가 죽으라고 시킨 적 없어. 일이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아서"
"하지만 제멋대로 죽었다 쳐도 되살릴 수 있잖아." - P103

"방송에서는 네가 지시했다던데."
"죽은 건 죄 어른들이고, 산 건 모두 애들이다. 지금 새천년파랍시고 난리 치는 놈들은 그때 열두어 살 하던 애들이란말이야. 그런 녀석들이 상황을 똑바로 기억할 턱이 없지. 조강현 한 놈만 스물네 살이었고, 열일곱 살짜리가 하나 있었던가......." - P103

인망을 쌓지 못한 삶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바카라라면 어떨까?
그는 내비게이션으로 지금 위치에서 정선 카지노까지 가는 길을 알아보았다. 정확히 200킬로미터 거리였고, 거기에서 다시 설악산으로 가려면 비슷한 거리를 추가로 달려야만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도주 경로에 끼워 넣기에는 과했다. - P106

"악령 같은 거구나. 그러면 원래 이도유는 어디로 간 거야?"
"여기에 너랑 대화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다. 물론 나는 이도유인 동시에 바르 코크바 장군이고, 정신 나간 페레그리노스고, 이름 없는 게르만 병사고, 사바타이츠비고, 태평천국의 홍수전이고.... 나, 바로 여기 있는 나지. 그 마흔네 개의기억에 네가 악령이라 부른 걸 합하면 내가 된다." - P107

"나한테 있는 재주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병들고 죽은 이를 되돌리는 것. 다른 하나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는 것. 그런데 이것은 내 능력이라기보다는 악령을 따른 결과야 너한테 익숙할 예를 빌리자면, 심술궂은 형이 동생의 게임을 지켜보며 여기로 가라, 저걸 골라라 훈수를 두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할 일을 읊으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아. 결국 객관적으로는 훌륭하지만 나는 원치 않았던상황에 놓이고 말지." - P108

"왜, 백두대간을 타고 중국으로 간다면서 새천년파가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할 텐데."
"악령이 슬슬 몸을 갈아치우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거든.
주어진 본분을 다하라고, 실패하더라도 도망치지는 말라고,
도망치면 이도유의 삶은 끝이라고 계속 속삭이는 거다. 사실지금도 불안불안해."
"그렇구나." - P109

"지금까지 마흔다섯 번이나 살았다고 했지. 가장 처음에는누구였어?"
"제사장의 아들이었지. 어머니는 왕실의 피를 물려받은 여인이었고, 소년 시절, 광야에서 3년간 수행하다가 악령에 붙들렸다.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로 고향에 돌아왔더니 분위기가 심상찮지 뭐냐 독립이니 뭐니 떠들던 놈들이 기어코 일을낸 거지.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덕분에 떠밀리듯이 지휘관이됐다가 포로로 전락했고, 거기에서 황제가 될 자의 눈에 들었다. 글이나 쓰면서 역사가로 여생을 보냈지. 황제는 나보다스무 해 일찍 죽었고, 나는 예순이 넘어서야 겨우 용기를 얻었다. 그래서, Vae, puto deus fio......." - P110

요세푸스는 자신이 최후의 1인이 되리라 확신했고, 정말로그렇게 되었다.
포로가 된 요세푸스는 베스파시아누스 장군이 황제가 될것임을 예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제국은 네 명의 황제를 갈아치웠다. 가장먼저 네로가 실각했다. - P111

질문들이 우혁을 또 다른 이름으로 이끌었다.
소년은 자신이 한때 바르 코크바 장군이었다고 말했다.
요세푸스와 바르 코크바 장군의 삶은 한 바퀴 돌아 대칭을 이뤘다. 요세푸스는 1차 유대 반란의 지휘관 중 하나였지만 열의가 부족했고, 기적과 예언에 기대어 목숨을 부지했다. 반면 바르 코크바는 기적과 예언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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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넘지 마시오"라고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설득, 조종, 속임수의 세상이 하나의 행성이라고한다면 아예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지역과 폐해나 불법이라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린 지역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단순함을 선호한다. 당신이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면, 내가 해줄 조언은 다음과 같다. 거짓 주장을 사용하지 말고 현지 법규를 제대로 파악한다 - P115

3부

다크패턴의 여러 유형

2010년에 darkpatterns.org를 만들었을 때, 나의 목표는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브랜딩과 홍보에 크게 집중했다. - P119

오늘날 기만적 패턴에 관한 문헌을 살펴보면, 분류와 명명 체계가 놀랄 정도로 다양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각자 나름대로 유용하지만, 초기의 분류는 원시적인 편이고, 나중에 나온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증거와 지식이 엄청나게 많아져 더 정교해졌다. - P119

최근에는 기만적 패턴이 법학자나 입법자, 규제당국의 관심 분야로 떠올랐다. 따라서 이들은 관심 주제, 담당 지역에 관련된 법과 법률 용어를 중심으로 분류 체계를 만든다. (후략).² - P120

3부 다크패턴의 여러 유형


2 EDPB. (2022, March 14). Dark patterns in social media platform interfaces:How to recognise and avoid them. European Data Protection Board. Retrieved14 January 2023 from https://edpb.europa.eu/system/files/2022-03/edpb_03-2022guidelines_on_dark_patterns_in_social_media_platform_interfaces_en.pdf - P321

13장

다크패턴의 분류체계

내가 전문가 증인으로서 많이 활용하는 분류 체계는 마투르 등의 분류(2019)이다. 실용적이고 증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분류 체계는 프린스턴 대학교와 시카고 대학교 소속 연구자 7명이 작성한<대규모 다크패턴: 1100개의 쇼핑 웹사이트 분석 결과>¹라는 논문에 소개되었다. - P121

13장 다크패턴의 분류체계

1 Mathur, A., Acar, G., Friedman, M.J., Lucherini, E., Mayer, J., Chetty, M., andNarayanan, A. (2019). Dark patterns at scale: Findings from a crawl of 11Kshopping websites. Proceedings of the ACM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3(CSCW), article 81. https://doi.org/10.1145/3359183 - P321

13장 다크패턴의 분류체계

1 systems, https:/ Mathur, A., Acar, G., Friedman, MJ., Lucherini, E., Mayer, J., Chetty, M., andNarayanan, A. (2019). Dark patterns at scale: Findings from a crawl of 11Kshopping websites, Proceedings of the ACM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3(CSCW), article 81. https://doi.org/10.1145/3359183designed to - P321

기만적 패턴의 분류 체계라고 하면 적용할 수 있는 유형의 수가 정해진 것처럼 규범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인간의 창의력과 착취 행동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 모범 사례 가이드라인으로 나온 것조차 기만적 패턴에 영감을 주는 데 활용되어 유용했던 것에서 해를 주는 것으로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² - P122

기만적 패턴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한 이유와 분류 체계에 항상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에 관해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충분히 이해했기를 바란다. - P122

(전략).

긴급성

카운트다운 타이머 :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가격을 제안하거나 세일이 곧 끝날 것이라고 알린다.
기간 한정 메시지: 사용자에게 가격을 제안하거나 세일이 곧 끝날 것임을 날짜를 정해서 알리지만 실제로 정해진 기한은 없다. - P123

사회적 증거

•활동 메시지: 사용자에게 웹사이트 활동(예: 구매, 조회수, 방문자수) 정보를 알린다.
•후기: 제품 페이지에 출처가 불분명한 후기를 게시한다. - P124

행동 강요.

가입 강요: 원하는 작업을 완료하려면 계정을 만들거나 정보를 공유하도록 강요한다. - P125

14장

은닉


(전략).
그런데 사용자를 조종하고 싶다면, 이와 반대로 글을 쓰고 긴 문단이나 제대로 명명되지 않은 섹션에 중요한 정보를 숨겨놓아 독자가 그 내용을 기대하지 못하거나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 P126

장바구니에 몰래 넣기

온라인 소매업체가 고객의 장바구니에 몰래 물건을 넣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뻔뻔한 수법은 말도 없이 물건을 추가해놓 고고객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이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후략).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담긴, 주문도 하지 않은 1파운드짜리 잡지

(전략).
내가 이 웹사이트를 신나게 탐색하다가 워킹화를 한 켤레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보겠다. 화면에서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일반적인 쇼핑 페이지로 보인다.² - P127

14장 은닉

2 Image source for figure: Sports Direct. (n.d.). Retrieved 4 May 2015 from https://sportsdirect.com - P322

. 영국에서 인기 있는 BBC 소비자권리 TV 쇼인 <워치>에서는 스포츠 다이렉트를 집중 보도했다. 이런 관행은 2014년에 발효된 소비자 권리 지침 (Consumer RightsDirective)⁴ 덕분에 EU 전체에서 불법이 되었다. - P129

4 Consumer Rights Directive (2011)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32011L0083 - P322

비용 숨기기

숨겨진 비용을 넣는 관행(‘순차 공개 가격 책정 (drip pricing)‘⁵ 또는 ‘미끼상술(bait and switch)⁶이라고도 함)의 경우, 사용자가 구매 여정에서는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의도적으로 결제 직전에 제시하는 것이다. - P129

5 Federal Trade Commission. The economics of drip pricing. (2015, January6). Retrieved 10 October 2022 fromevents/2012/05/economics-drip-pricinghttps://www.ftc.gov/news-events/

6 Bait and switch: A type of deceptive design. (2010), Retrieved 10 October 2022from https://www.deceptive,design/types/bait-and-switch - P322

스텁허브가 숨긴 비용

숨겨진 비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블레이크 등이 스텁허브(공연티켓 재판매업체)와 함께 수행한 연구로, 해당 연구 논문은 <마케팅 사이언스>의 2021년 4월호에 실렸다.⁷ - P129

7 Blake, T., Moshary, S., Sweeney, K., & Tadelis, S. (2021, July). Price salience andproduct choice. Marketing Science, 40(4), 619-636. https://doi.org/10.1287/mksc.2020.1261 - P322

(전략).
결과는 어땠을까. 티켓 가격이 초반에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던 A집단의 사용자는 21% 더 많은 돈을 썼고, 구매 과정을 완료할 확률이14.1% 더 높았다. 이는 엄청난 차이다.
당신이 회사를 하나 운영하는 중인데, 간단한 디자인 의사 결정하나만으로 고객이 21%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고민할 것도 없이 이 디자인을 채택할 것이다. - P131

에어비앤비가 숨긴 비용

리조트 요금, 어메니티 요금, 목적지 요금, 청소비 등은 환대 산업에서 정착된 지 꽤 되었다. 2019년에 메리어트는 예약 가격의 최대 55%까지 청소비를 부과했다.⁹ - P131

9 Serati, N. (2019, May 16). The ugly side of Marriott‘s new home rentals: Sky-high cleaning fees. Thrifty Traveler. Retrieved 10 October 2022 from https://thriftytraveler.com/news/hotels/marriott-cleaning-fees-homes-villas/ - P322

 에어비앤비는 국가별로 다르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변화를주기 때문에 이 가격이 어떻게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는어렵다. 그러나 2021년 6월 현재 에어비앤비 미국 웹사이트 모습을 캡처해보면 다음과 같다.¹² - P133

12 Shon, S. (2021, June 22). Demystifying Airbnb fees: How to understand the final cost before booking. The Points Guy. Retrieved 10 October 2022 from https://thepointsguy.com/guide/understand-airbnb-fees/ - P323

13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용자가 비용을 숨기는 방식에 불만을제기했지만, 이는 특정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¹³ 호주의 에어비앤비 사용자의 경우,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ustralian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 ACCC)에서 비용을 숨기는 기만적패턴을 금지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속을 일이 없다.¹⁴ - P135

13 Sawyer, D. (2017, December 28). I built a browser extension. Reddit. Retrieved10 October 2022 from https://www.reddit.com/r/Frugal/comments/7mpca2/i_built_a_browser_extension_that_shows_you_the/
14 ACCC. Price displays. (2022, October 6). 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Commission, Retrieved 10 October 2022 from https://www.accc.gov.au/consumers/pricing/price-displays - P323

구독을 숨기는 기만적 패턴


피그마가 숨긴 구독당신이 디자이너라면 피그마를 알고 있을 것이다. 피그마는 UI디자인 협업 툴로 업계에서 상당히 많이 쓰인다. 피그마에서 디자인을 만들고 오른쪽 상단의 파란색 ‘공유‘ 버튼을 누르면 다른 사람에게 디자인을 공유할 수 있다.¹⁸ - P137

2021년 3월에 그레고르 바이크브로트라는 트위터 사용자가 지적한 것처럼, ‘편집 가능‘ 옵션을 선택하면 백그라운드에서 해당 초대수신인에 대한 신규 월 구독이 생성된다. 그리고 이 구독료는초대를 보낸 사람의 신용 카드로 결제된다.
그런데 이 추가 비용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어디에도 나타나지않는다.  - P138

편집자 계정을 갖고 있는 팀 구성원은 별생각 없이 ‘편집 가능‘ 옵션을 선택하여 새로운 구독을 생성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초대를 받은 사람은 여기에 다른 사람을 초대할 수도 있다. 디자인팀에서 신용 카드 청구서나 인보이스를 들여다볼 일이 거의 없고, 회계팀에서 디자인 팀이 지출한 비용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 옵션을 선택하면 월 구독료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회사 전체적으로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P139

이미 예상했겠지만, 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하퍼라는 트위터사용자의 불만처럼 원치 않는 비용을 엄청나게 발생시켰다.²²
에어테이블에서 사람들을 초대할 때 ‘에디터‘나 ‘크리에이터‘로 선택해서 보내면 비용이 신용카드로 자동으로 청구되는데, 공지되지는 않는다. - P140

22 harper. (2020, June 15). just got a $3360 charge from @airtable because i invitedsome folks to review a base i made. Twitter. Retrieved 8 May 2023 from https://twitter.com/harper/status/1272549461391290370 - P323

16장

미스디렉션

다른 기만적 패턴들처럼 미스디렉션도 인간 역사에서 많이 활용되었다. 소매치기든 무대 마술이든, 혹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든 간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은 모두 같다.¹ - P147

16장 미스디렉션

1 Joseph, E. (1992). How to pick pockets for fun and profit: A magician‘s guide topickpocket magic. Adfo Books. - P324

감정적 선택 강요 기만적 패턴

‘감정적 선택 강요(confirmshaming, 컨펌셰이밍)‘라는 말은 2016년에한 익명의 블로거가 컨펌셰이밍 텀블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졌다.²
감정적 선택 강요는 감정을 조종하는 방법으로 사용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해 무언가를 선택하게 (혹은 선택하지 않게 만드는것이다.³ - P148

2 confirmshaming. (n.d.). Confirmshaming. Retrieved 3 August 2022 from https://confirmshaming.tumblr.com/
3 특히 예리한 사람이라면 컨펌셰이밍을 기만보다는 조종 패턴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사용자에게 숨기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름을 간결하고 기억하기 쉽게 할 목적에서 나는 조종 및 기만 둘 다를 의미하는 기만적 패턴‘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둘의 차이에 관해 더 자세한 분석을 보고 싶다면 다음을 참조하길 바란다. ‘The Ethics of Manipulation‘(Stanford Encyclopediaof Philosophy). (2022, April 21). https://plato.stanford.edu/entries/ethics-manipulation/ - P325

시어스의 감정적 선택 강요

시어스라는 리테일 업체는 감정의 조종과 말장난을 활용하여마케팅 이메일 수신 거부 버튼에 ‘괜찮습니다. 전 공짜 돈이 싫어요‘라는 문구를 썼다. 이는 전형적인 감정적 선택 강요 사례다. - P149

마이메딕의 감정적 선택 강요
이 사례는 퍼 액스봄이 발견했다. 그는 "내가 당했던 최악의 #컨펌셰이밍이다"⁵라고 말했다. 마이메딕은 응급 처치 용품과 약품을파는 곳이다. 마이메딕은 알림을 보내도 될지를 묻는 화면에서 ‘아니요, 전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해놓았다. - P149

5 Axbom, P. [axbom]. (2021, August 29). Per Axbom [Tweet]. Twitter. https://twitter.com/axbom/status/1432004956190556163 - P325

시각적 방해 기만적 패턴

이 유형의 기만적 패턴에는 사용자가 페이지에서 보일 거라고합리적으로 기대하는 내용을 숨기는 행위가 포함된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트렐로의 시각적 방해 사용자가 강제로 더 비싼 ‘비즈니스 클래스‘를 구독하게 만듦

2021년 1월에 한 익명의 트위터 사용자 (@ohhellohellohi)가 트렐로의 사용자 가입 여정에 활용된 기만적 패턴을 지적했다.⁷ (후략).⁸ - P150

7 Sunflower, [ohhellohellohii]. (2021, January 27). @darkpatterns this one nearlygot me. @trello really wants you to use their free trial [Tweet]. Twitter. https://twitter.com/ohhellohellohii/status/1354535533456879618

8 Image source for figure: Sunflower, [ohhellohellohii]. (2021, January27). @darkpatterns this one nearly got me. @trello really wants you touse their free trial [Tweet]. Twitter, https://twitter.com/ohhellohellohii/status/1354535533456879618 - P325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가입‘ 버튼을 클릭하면 사용자에게는세 가지 요금제(무료, 스탠다드, 비즈니스 클래스)가 노출된다. 그런데사용자에게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30일 무료 체험 시작‘이라고 적힌 커다란 녹색 버튼만 눈에 띄게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았다 - P152

여기는 몇 가지 속임수가 적용되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뷰포트 아래의 캔버스 영역(즉, ‘스크롤을 내려야 볼 수 있는 영역)에 버튼을 숨겼다. 사용자의 브라우저 창이 너무 작으면 ‘비즈니스 클래스 없이 시작하기‘ 버튼은 아예 보이지 않을 것이다. - P153

트렐로는 다른 시각적 속임수도 사용했다. 흰색 상자는 주요 콘텐츠 영역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시각적으로구분된 영역 아래에는 부가적인 각주 텍스트(저작권 메시지와 법적고지사항 등)만 넣는 것이 보통이다. - P153

마지막으로 두 버튼이 눈에 얼마나 잘 띄는지에서도 차이가 있다. ‘30일 무료 체험 시작 버튼은 색상이 들어가고 대비가 높지만, ‘비즈니스 클래스 없이 시작하기‘ 버튼은 색상이 없고 대비도 낮다. - P153

유튜브의 시각적 방해 : 거의 보이지 않는 닫기 버튼

‘프리미엄 (Freemium: 무료를 의미하는 ‘free‘와 고급을 의미하는 ‘premium‘
의 합성어)‘은 다소 투박하기는 하지만 두 가지 용어를 하나로 합쳐만든 새로운 용어다. 어떤 서비스가 프리미엄일 경우에는 2단계가격 전략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 P155

2021년 1월에 @bigslabomeat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유튜브가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체험 가입에 기만적 패턴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¹² - P155

12 bigslabomeat. (2021, January 20). Getting desperate now? This came up whenI opened the @YouTube app. I don‘t want premium [Tweet]. Twitter, https://twitter.com/bigolslabomeat/status/1351819681619976198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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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1장

해질녘 나는 숙모와 나란히 문간에 서 있었다. 숙모는 누군가를 업었는지 포대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때의 어스름한 거리의 정적을 나는 잊지 못한다. - P25

나는 1909년 여름에 태어났으니까 메이지 천황 붕어 때는네 살이 조금 넘은 나이였다. 아마 같은 무렵의 일인 듯한데, 나는 숙모와 둘이서 우리 마을에서 20리 정도 떨어진 어느마을의 친척 집에 가서 본 폭포를 잊을 수 없다.  - P25

낯선 남자의 목말을 타고나는 폭포를 바라보았다. 무슨 신사가 옆에 있어 그 남자가 그곳의 갖가지 에마(絵馬)¹를 보여 줬지만 나는 점점 쓸쓸해져서 가차, 가차, 하고 울었다. 나는 숙모를 가차라고 불렀다. 숙모는 친척들과 멀찍이 움푹 팬 땅에 양탄자를 깔고 떠들썩하다가, 내 울음소리를 듣고 황급히 일어섰다.

1) 발원할 때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신사나 절에 말 대신 봉납하는 말 그림 액자 - P26

숙모에 대한 추억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무렵 부모님과의 추억은 공교롭게도 하나도 가진 게 없다. - P26

예닐곱 살이 되면 추억은 또렷하다. 나는 다케라는 하녀에게 책 읽는 것을 배워 둘이서 여러 책을 함께 읽었다. 다케는내 교육에 열심이었다. 나는 몸이 허약한 탓에 누워서 많은책을 읽었다. 읽을 책이 없어지면 다케는 마을의 일요학교 같은 데서 어린이책을 부지런히 빌려 와 내게 읽도록 했다. 나는묵독을 익혔기 때문에 아무리 책을 읽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 P27

절 뒤편은 높다란 묘지이고, 황매화나무 산울타리를 따라수많은 솔도파(率堵婆)²가 숲처럼 서 있었다. 솔도파에는 보름달만 한, 자동차 바퀴처럼 검은 쇠바퀴가 달린 게 있었다.

2) 죽은 사람의 공양을 위해 경문 구절 따위를 적어 묘지에 세우는, 위가 탑처럼 뾰족하고 갸름한 나무판자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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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전에 없이 과대하고 관대한 건물이다. 매년약 450만 명의 사람이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행렬에 합류하고, 여기에 그저 바깥에서 건물을 바라만 보고자 오는 방문객2천만 명이 더해진다. 대중적인 문화 오락인 것이다. - P32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까사밀라가 독창적이고 유일하다면, 이 구역은 2천 년에 걸쳐 지어진 수백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이곳의 건물 역시 대중적인 문화 오락 역할을 하며 수백만 명의 사람을 끌어들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적인 장소다.

왜일까? - P33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면 건물을 보라는 말이 있다. 고딕 지구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친 카탈루냐인의 정체성이 수천 개의 표면에서 자신 있게 목소리를낸다. - P35

고딕 지구의 거리도 가우디의 건물도 내게는 모두 평범한 사람을위해 지어진 궁전이다. 둘 모두 인간성에 대한, 그러니까 인간의 이에 대한 진리처럼 끼친다. 돈 한 푼 내지않고 누구라도 향유할 수 있다. 친근하게 보는 이의 기분을 고양하고 언제나 최소한의 것 이상을 제공한다. - P36

고딕 지구와 가우디의 건물처럼, 이 지하철역들도 인간의 필요. 욕구·행위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면서 제작자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어 존속할 수 있으리라는 염원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 P37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 거리에 평범한 사람을 위한 궁전이 또 하나 자리하고 있다. 1975년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 Ricardo Bofill의 설계로 지어진 월든 7 Walden 7은 까사 밀라같은 고급 아파트 건물이 아니라 국가 주도 하에 당시 통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어진 국가 보조 공동주택 단지다. - P38

보통의 저예산‘ 주거프로젝트는 으레 작고 옹색한 출입구를 가지기 마련이지만, 월든7은 그렇지 않다. 외려 장중하고 장대하게, 복수의 그림자와 반짝이는 푸른색 타일로 극적인 분위기를 담아낸다. - P40

이렇게 생긴 건물은 나에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왜 이런 건물이 더 많지 않은 걸까? - P40

.. 2주 후, 나는 캐나다 밴쿠버로 여행을 떠나 해안가 호텔에 자리를잡는다. 길 건너편 넓은 광장은 밴쿠버항의 가장자리까지 펼쳐져있는데, 대체로 평평하고 사실상 아무도 없다. 반복은 종종 눈에 띄는 반면 복잡성은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의 가장자리를 따라 기울어진 가로등 몇 개와 캑터스 클럽 카페 Cactus Club Cafe의 노란 차양이 있다. - P41

얼굴 없는 고층 건물 사이에서 흥미로운 지붕 하나를 발견한다. 지붕이 덮고 있는 건물은 갈색 벽돌과 회색 석재로 지어졌다.  - P42

어느새 흥미로운 지붕들이 한데 모인 그 건물의 건너편에 와 있다. 건물의 이름은 마린 빌딩 Marine Building 이다. 자연스레 건물의1층을 흘깃 살피고는 뒤로 기대어 건물을 올려본다. 높이를 빠르게 타고 올라 꼭대기에 다다른 시선이 또 한 번 멈춰 지붕의 디테일을 음미한다. - P43

마린 빌딩의 출입구도 월든 7처럼 거주자와 방문객에게 특별한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한 쌍의 넓은 회전문은 금으로장식되어 있고, 떠오르는 태양이 돛을 활짝 편 목선 위로 찬란한 광선을 뿜어낸다. 그 중심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으며, 태양의 꼭대기에는 여섯 마리의 거대한 캐나다기러기가 날고 있다.  - P44

마린 빌딩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사치스러운 손길의 실제적기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건축가 존 Y. 맥카터 John Y. McCarter는 ‘무언가 매력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변호한다. - P46

마린 빌딩은 점진적인 감정의 고조를 촉발한다. 즐거움을 준다. 관대한 마음을 가졌다. 모험과 발견과 바다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주변 세계가 사실은 흥미롭고 생생하게살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 P47

내 오른편에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Pinnacle Hotel Harbourfront가 있다. 호텔은 장대할지언정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마린 빌딩 같지 않고,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의 높고 좁은 구조물과도 다르다. 마치 가로로 눕혀진 마천루처럼 여봐란 듯이 수평적인 느낌을 준다. - P48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 앞을 지나칠때면 대개 대형 유리판이나 플라스틱 간판이 보인다. 건물의 거대한 창문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다. - P48

표면을 가득 메운 흥미로운 요철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세월의 흔적과 때를 숨길 수 있게 하는 바르셀로나의 건물들과 달리, 아무런 장식도 없는 호텔의 표면은 빈 캔버스가 되어 수십 년간 쏟아지며 얼룩을 남긴 빗물을 강조한다. - P50

한때 존 Y. 맥카터가 얘기했던 ‘분위기‘는 어디에 있는거지? 즐거움은 어디에 있으며? 이야기는 어디에 있고? 찬미는 어디에 있을까? 관대함은? 배려라는 감각은 어디에 있지? 인간적인 손길은어디에 있는 걸까? - P51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지나다니는 세계적인 도시의 중심가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것 같다. 바르셀로나와 밴쿠버 다른 지역에서는 관대함을 경험했고, 여기서는 이기주의를 맞닥뜨린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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