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알을 섬긴 죄

Transgression


(전략). 문서를 스캔해 보관하듯 복사본을 만들어 머릿속에 넣었고, 스무 해 전의 모습과 비교했다. 여전히 돌처럼 견고한 인상이었다. 바위라기엔 이목구비가 갸름하고 조약돌이라기에는 날카로운 느낌이 강했다. 특유의 아우라 덕분인지 특색 없는 검은색 티셔츠와 면 반바지마저도 이채롭게 느껴졌다. - P57

"오랜만이다."
"으응."
반사적으로 대답한 우혁은 변성기가 지나도 한참이나 지난 목소리에 새삼스럽게 놀랐고, 자신이 더 이상 열다섯 살이 아니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서른네 살짜리 보조강사의 존재가 이 극적인 재회를 누추한 것으로 전락시키고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 P58

오늘 낮에도 소년을 떠올리며 자위했다.
우혁은 그간의 방종을 고백해야 할지 고민했다. 긁어 부스럼일 가능성과 용서받을 가능성을 계량할 방법이 없었다. 감동적인 재회는 원래부터 글러먹었으니 이젠 자위가 아니라 실전을 시도해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 P59

"너, 똑바로 살지 않았어. 그렇지?"
뒤에 질문을 붙이고는 있지만 퍽 단정적인 말투였다. 경멸에 가까운 체념도 섞인 듯했다. (중략).
"미안해."
"기대하지도 않아. 뭘 기대하고 살린 게 아니야. 죽으나 사나 죄다 마찬가지야." - P59

"그러니까 넌・・・・・・ 재림 예수가 맞는 거지? 방송에서 나온것처럼?"
그때까지도 컴퓨터 화면은 <교주를 죽여라>를 재생하고 있었다. (중략). 소년은 화면을 힐끔 보더니 마뜩잖다는 표정으로 창을 닫아버렸다.
"방송은 엉터리니 잊어라. 내가 일전에 예수 역할을 뒤집어썼다는 거. 덕분에 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까지만 사실이야. 나는 그저…………… 산에서 지내. 벌써 오래됐어." - P60

"북한을 통과해서 중국으로 간다는 거지."
"거기까지 따라오라고 하진 않으니 염려 말아. 너는 빌딩숲벗어날 때까지만 날 태워주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걸어서 가는 거야. 나는 한국 땅에는 더 못 있겠어. 성가신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들어서는 지리산이든 태백산이든 천지사방이 등산객으로 한가득이야"
이런 대사를 영화관 스피커가 아니라 소년의 입으로 직접듣고 있다는 사실이 짜릿한 경악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한밤중의 직장에서 우혁은 한숨짓던 김 형의 얼굴을 떠올리면서상식적으로 처신하려 노력했지만, 이 상황에서 상식을 고수하는 인간은 일상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유형일 거라고도 생각했다. - P61

소년이 대뜸 채무상환을 요구하더라도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사실, 거절하고 싶지조차 않다는 사실, 다만 지금의 선택에 여전히 공장제 낫 이상의 가치가 없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이 우혁을 괴롭혔다. 서른네 살은 현실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나이였다. 그에게는 특히 전력투구가 필요했다. - P63

우혁은 김형이 안겨준 기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도박을가르친 입장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그건 엄연한 자선이자 후원이었다. 그 너그러움이 광신도들에게 습격당할 위험까지 아우를 리가 없었다. - P63

현실이라는 개념에는 정말로 다양한 층위가 겹쳐 있다.
10년 전이라면, 내가 스물네 살이면 좋았을 텐데......
혹은 어엿한 직장인이라도 되었더라면..
이 일의 여파로 인해 학원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두려워지는 한편, 자신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더라면 결심이 훨씬 쉬웠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64

"뭐든 해줄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만, 원하는 게 있으면말해봐라. 함부로 떠들어대지만 않는다면 나는 상관없어."
"이를테면 어떤......?"
"소원은 네가 생각해내야지. 가족 건강이라도 살펴줄까?
혹은 돈 나올 구석을 봐줄 수도 있고."
우혁의 가족이라면 부모님뿐이었다. 두 분 다 정정한 편이었지만 연세가 있는 만큼 어디든 삐걱거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 P65

"여기로 온 건 절반만 우연이라고 하자. 나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알아. 복권 번호를 알아맞힐 수준은 아니래도,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믿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대강 보이는 거다. 내일도 마찬가지야. 이 건물로 들어가야 해서 여기로 도망친 거고, 3층으로 빠져나와야 해서 3층으로 온 거다."
"또?"
"이대로면 넌 지옥에 가게 돼." - P66

첫째로는 이 구도가 리바이어던이 신을 집어삼키는 아이러니를 기묘한 방식으로 재현한다고 느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자신의 불균등한 지적 역량 때문이었다.
어째서 나는 정치철학과 신학을 아는데 정신 차리고 사는법은 모르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 정신의 유구한 신비였다.
하여간 결심이 섰다. - P67

"그때 목숨값으로 낫 하나 가져오라고 했잖아. 어디에 쓴거야?"
"잡풀과 덩굴 베는 용도로 썼지."
"그리고?"
"잘 쓰다가 녹슬어서 버렸다."
소년은 간이침대에 눕자마자 곧장 잠들었고, 우혁은 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묵상에 잠겼다. - P67

그런데 예수가 잠을 자던가? 예수는 사람의 몸을 지녔으므로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도깨비라면 어떤가?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은? 한편 내가 떨어질 지옥은 게헨나인가 한랭지옥인가 타르타로스인가?
그런 것들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지옥을 택함으로써 생명의 빚을 청산하게 되었다는 사실, 소년이 자신 앞에 있다는 사실이 빛나는 해방감을 안겨다 줄 뿐이었다. - P68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김 형에게서 통화가 가능하냐며 답신이 왔다. 예상한 반응이었고 욕먹을 각오까지 미리 해두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니 숨이 턱 막혔다. - P68

"넌 강의도 뛰는 놈이 설명하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냐?"
"형, 내일 얼굴 보고 설명할게요. 통화로 하기엔 진짜 애매한 사안이라서 소란 피울 친구 아니에요. 그냥 자리만 차지하다가 갈 거예요. 그것만 해결되면 다음 달, 다다음 달 월급안 받아도 돼요. 1년은 보너스 생각도 안 하고 최저 시급으로 일할 수 있어." - P69

"그걸 지금 믿으라는 거냐"
"그래서 설명 못 했어요."
"난 너한테 도박 가르친 걸 맨날 후회해."
"예."
"학원에 너 데려온 건 후회하지 않게 해라."
"죄송합니다." - P70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더 하겠냐."
스피커가 긴긴 한숨을 토해냈다.
"늦었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자."
김형은 정말이지 상식적이고 선량한 사람이다이에서는세상 사람 모두가 상식적이고 선량한데 자신만 이 꼴이라서 우혁은 조금 울었다.
울면 문제가 해결되나? - P71

"인쇄소는 서울에도 있는데 왜 하필 파주에 맡겼대냐?"
"인터넷 최저가 업체로 골라서 그렇죠, 뭐. 원래 파주에 인쇄소가 많기도 하고요."
"그 원장이라는 인간은 자기 차가 없어?"
"원장님은 강의하시고 파주는 잡일하는 머슴이 다녀와야죠. 대뜸 자기 차 맡기기도 애매하고요. 저야 일 시작한 지겨우 한 달 차인데"
"인쇄소에서 퀵으로 바로 쏘면 될 것을." - P72

"길게 말할 것 없고, 휴대폰에 은행 앱 깔아놨지. 열어봐라. 이체 내역을 보자."
그제야 우혁은 아버지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 이유를 깨달았다. 당신께서 걱정하는 것은 주먹구구식 학원 운영이나 아들의 운전 실력이 아니었다. 도박중독에 시달리는 아들놈이 월급을 허랑방탕하게 날린 다음 급전을 위해 차를 끌고나갈 가능성이었다. 비록 제도권 금융은 타인 명의 자동차로 담보대출을 잡아줄 만큼 허술하지 않았지만, 제도 바깥에서는 모든 게 가능했다. - P73

"내일 파주 가는 거 말이다. 내가 운전해도 되냐?"
"아버지 연세도 있으신데 아들놈 일로 고생시켜야 되겠습
"니까."
"우혁아, 아버지로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마."
"예."
"나는 널 안 믿는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죄송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너도 무슨 일인지 솔직히 털어놓아봐라." - P74

신갈IC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갔다가 내일 일정을 떠올리며방향을 틀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4시가 넘어 있었다. (중략). 그 기원이 무색하게도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학원의 일상이 우혁을 덮쳤다.
"최 선생, 일찍 나왔네요?"
"아, 예. 좋은 아침입니다박 선생은 고개를 까닥이더니 곧장 본론을 꺼냈다.
"어제 애들 답안 첨삭해놓고 간 거 2차로 한번 봤어요. 잘하셨던데,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원론적, 형식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강의에서 강조했던 풀이 전략 위주로 꼼꼼히 살펴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강의는 제가 하다 보니." - P76

"그나저나 어제 원장님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최 선생 오면 바로 2번 강의실로 보내라던데, 분위기가 심상찮아 보여서."
"상의할 부분이 있어서요. 그럼 잠깐 가보겠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잘해요."
이건 분명 격려라기보다는 엄포였다. 원장 끈으로 들어왔다는 걸 피차 아는데, 그 끈마저 헐거워지면 당신 입지가 어떻게 되겠느냐 하는…………….  - P77

"최우혁 이 새끼야, 왜 이렇게 늦었어!"
"아직 9시도 안 됐는데요. 오전 타임 강의하는 것도 아니고10시까지만 오면......."
"너 설마 새벽에 그래놓고 정시 출근할 생각이었냐?"
"죄송합니다."
김형은 강의실 중간의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았고, 소년은 바로 뒷자리에 멀뚱히 자리 잡고 있었다. - P78

"나는 믿기로 했다. 이유는 일단 두 가지야."
"예."
"첫째, 난 네 돌발 행동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를 내봤자 너는 계속 죄송하다고만 할 테고, 그러면 나는 더 화가 날 거야. 나도 이제 슬슬 혈압 관리를 해야 할 나이인데. 그래서 민사소송을 걸 일만 아니면 바람이 부는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바람이 갑자기 지랄맞게 불고 번개도 치는구나…………"
"예....."
"둘째, 나는 어젯밤에 네 연락을 받고 이 자식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혹은 텔레그램에서 불법 알바 받아서 하느라 거짓말을 늘어놓는 거거나 아침 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왔더니 진짜로 남자애가 앉아 있더라. 도깨비인지 고등학생인지보자 싶어서 임진왜란도 직접 구경하셨냐 물어봤더니 자기는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러면 뭘 아느냐. 나는 예전에 중국을거쳐 한국으로 왔다. 그 전에는 유럽과 중동을 돌아다녔는데그때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보았으며 피오레의 요아킴과도 알고 지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역사책을읽고 소설을 쓰는 건지, 실화인지 분간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인터넷에서 아무 라틴어 문구나 찾아서 읽어보라고 시켰지. 읽더라. 그냥 다 읽어."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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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본문에서 인용되거나 간접적으로 참조된 성경 구절은 기본적으로 개역개정 역본을 따른다. 그러나 조강현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초점자로 기능하는 구간에서는 개역개정 대신 공동번역 역본이 사용되었다. 각종 고유명사에 대한 표기법 차이 역시 위의 기준을따르나(가령 조강현의 내적 독백에서는 예레미야의 아버지가 ‘힐기야‘가 아닌 ‘힐키야‘로 칭해진다), 성경과 무관한 고유명사(텔레비전, 포클레인 등)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을 따른다. 작중인물들의 나이 표기는 만 나이를 따른다.

#1

탕아
The prodigal


"요새 어쩌고 사냐?"
김 형이 그렇게 물었을 때, 우혁은 반가움과 반감을 동시에느꼈다. 가족에게도 변변한 충고를 듣지 못한 세월이 여러 해였고 그는 이제 서른넷이었다. 직업은 없었다. 아직 만회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은 돌아오지 못할 탕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려워졌다.
"말도 마세요, 대책 없죠."
"너 좆같이 사는 거 아니까 사정을 자세히 읊어보라고." - P11

"저번에 통화로 말한 게 다예요. 여기저기 다니다가 본가돌아온 지 세 달쯤 됐어요. 기운이 영 없어서 쉬고 있는데,
되는대로 일자리 구하고 개인 회생 알아보려고요. 은행 빚은다 합쳐서 얼마인지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일단 휴대폰명의부터 살린 다음, 새마을금고 가서 통장 새로 만들어야해요. 원래 계좌는 싹 압류 들어와서 묶였거든요."
"지금까지 연락은 어떻게 했어?"
"방에 누워만 있으려니까 심심해서 말 걸어봤죠."
"아니, 자기 명의 휴대폰도 없는 놈이 연락을 어떻게 했냐고, 방법을 묻잖아." - P12

"엄마가 회선 뚫어줬죠, 뭐....... 소액결제깡 하지 말라고 선불폰으로......"
"나한테도 돈 빌리려고 나온 거 아니지? 준희가 너 이름 듣고 펄펄 뛰더라. 한 삼백 떼였다던데." - P13

"형이 그렇게 말하면 화날 것 같은데."
우혁은 얼굴을 찌푸렸다. 부모님 대하기 구스러운 것과별개로 제삼자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얹을 건 뭐란 말인가. 그것도 오래간만에 얼굴 한번 보자며 불러놓고. 게다가 그가이렇게 된 데에는 김 형의 지분이 상당했다. - P13

"그러니까 그 또라이 기질이라는 게…………. 됐다. 하던 이야기나 하자."
김형의 사정은 이랬다. 운영 중인 학원이 발 넓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덕분에 한 명을 더 뽑아야 한다는거였다. 다만 일손이 달리는 분야가 다종다양한 까닭에, 무엇이든 시키면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짧게 줄이면 총무 겸 조교 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거 아니에요?"
"야, 총무는 절대 아니지. 너한테 돈 만지는 일 시킬 생각없다." - P14

"과외 다 끊고 게임만 한 지 몇 년 됐죠. 국어 문항 납품이야 부업인데, 4문항 한 세트 작업해봐야 기껏 몇십 받아요. 노트북 전당포에 넘기고 통장까지 막힌 다음에는 일 자체를못 하는 중이고 사교육 판은 거의 모른다 봐야죠. 2, 3년만쉬고 와도 판세가 확 바뀌어 있는데……………."
"하여간 전임강사 시키려는 거 아니야. 조교 업무랑 행정처리 주로 하면서 겸사겸사 땜빵만 맡으면 돼. 강사랑 성향안 맞으니까 다른 학원 알아보겠습니다 하는 학생들 있잖아. 그런 애들 서넛 모아서 수업 진행하고, 그게 또 적성에 맞으면 타임 수 늘리고, 너도 제대로 된 회사 취직하긴 글러먹었는데 세후 이백오십 받으면서 시작하면 노난 거 아니냐." - P15

"어차피 데카르트든 플라톤이든 고등학생 상대로 떠들 정도로는 알고 있지 않냐. 인문논술이 수학 같은 과목도 아니고, 머리 잘 굴러가고 글 잘 쓰면 끝이지. 정 안 되면 뒷방에서 첨삭하고 잡무나 맡아."
"아버지가 접때 나더러 그러던데요. 눈빛이 다 죽은 게 귀신 같다고."
"아니야, 너 놀고먹느라 때깔이 괜찮아. 딕션도 멀쩡하고.
면도한 다음 피부 관리 가볍게 하고, 옷만 사람처럼 입으면돼. 도박도 끊었다면서." - P16

"지금부터 준비 시작해서, 내달 초에 시범강의 한번 해라.
일단 바로 삼십 보내줄 테니까 머리 자르고 옷 사입어 깔끔하게 너 나이가 얼마인데 그 이상한 반팔 후드 티에 청바지......."
"현금 아니면 못 받아요. 그냥 엄마 카드 쓸게요." - P17

(전략). 학계의 최신 견해니, 발산적 사고니 하는 말로 치장했지만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속내가 뻔히 보였다. 한편 국어 실전 모의고사 출제 이력이 거슬리는지 국어 강사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나머지 한 명과 학부모 출신 상담실장이 뜨뜻미지근한 지지를 보내준 덕분에 낙하산은 무탈히 착륙했다. - P18

물론 시범강의는 10라운드짜리 경기의 첫 판에 불과했다. 직설적으로 대화가 오가진 않았으나 정체성을 확실히 하라는 요구가 살갗으로 느껴졌다. 경쟁자인지, 머슴인지. 학원장의 학교 후배라는 포지션마저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 P18

무엇보다도 계약서를 잘못 썼다. 이백오십을 모두 월급으로 퉁친 탓에, 스페어로 맡은 수강생이 늘어나더라도 득 될게 없었던 것이다. 역할마저 애매모호한지라 강사들이 떠맡기는 잡무를 거절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김 형이 선심 쓰듯 성과급을 들먹이긴 했으나 속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진퇴양난이었다. - P19

우혁은 일단 준희에게 100만 원을 송금하면서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날려버릴 돈의 총액을 한껏 낮추고 싶었던 것이다. 생각난 김에 다른 친구들에게도자잘한 빚을 갚았더니 딱 30만 원이 남았다. 운만 따르면 열배, 스무 배도 될 수 있는 금액이었다. - P20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다음 가까스로 출근했다. 사무실에는 서면 첨삭을 기다리는 논술 답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논제는 작년도 Y대학교 논술고사 기출 문항을 변형한 것으로, 세 개의 국어 제시문과 한 개의 영어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 P20

첨삭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프리셀 게임을 최고 난도로 시작했다. 30분이 걸려 한 판을 겨우 깼더니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끼...... 아니, 최 선생. 직장에서 게임을 하면 돼, 안
"돼?"
"프리셀인데요."
우혁은 심드렁하니 내뱉었다. 김 형은 상체를 그려 우혁의 목을 조르듯 끌어안더니 귓전에 속삭였다.
"프리셀이든 뭐든 카드 가지고 노는 꼴 한 번만 더 걸려봐가만 안 둬"
"다음 달 보너스 제대로 안 챙겨주면 바로 관두고 필리핀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 P21

김형은 점심시간마다 우혁을 끌고 다녔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일단은 여름방학 시즌인지라 점심시간을 끼고 오전타임에 강의하는 강사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혁은 목요일 오후 타임 강의를 빼면 계속 사무실에 있었으므로,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기 편했다. 물론 특별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 역시 있을 것이다. - P22

"보너스 안 줄 거면 강사들 단도리나 쳐요. 내가 자기네 파이 먹으러 들어온 줄 아는 것 같아."
"페이가 비율제라서 그렇지, 뭐. 담당 학생 하나 줄면 이삼십이 턱턱 까이니까. 나도 계속 달래고는 있는데 어쩌겠냐."
"그냥 사정 오픈하지 그래요. 재활 훈련하러 온 거지 정규강의 가져갈 일 없다고. 난 오픈해도 괜찮은데." - P22

우혁은 마음에 담아뒀던 불만을 차례대로 털어놓았다. 논술을 맡은 박 선생은 초면에 그렇게나 시비를 걸어놓고 이제는 수업 연구 초안을 떠넘기다시피 한다는 것, 다른 강사들도 이것저것 시키는데 거절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일거리가 한없이 쌓인다는 것, 집에서 준비해 오는 것까지 합하면 근무 시간이 하루에 서너 시간쯤 되리라는 것. - P23

"잠 부족한 게 눈에 보여서 그런다. 어제는 월급도 들어갔고."
"어젯밤에 재발할 뻔한 건 사실인데, 참느라 못 잔 거예요,
참느라. 나도 노력 많이 해요."
김형은 상체를 슬쩍 뒤로 빼더니 우혁을 꼼꼼히 뜯어봤다. 의심스러운 피의자를 취조하는 형사 같았다. 그는 김형의 자세가 바로 잡히고서야 겨우 안심했다. - P24

"서울대 나온 양반이 하는 정신과인데, 가서 잠이 안 온다고하면 졸피뎀이랑 자낙스에 다른 거 몇 개 섞어서 줘 기다리는 시간만 빼면 처방전 받아서 나오는 데에 30초쯤 걸릴걸."
"진짜 자판기네."
김 형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병원에 얽힌 가십을 주절거렸다. (중략). 뒷소문에 따르면 입시 컨설턴트 몇몇과 친하게 지내면서, ‘공부 잘하는 약‘을 찾아다니는 학부모들을 병원으로 끌어들인다고도 했다. - P25

여기는 병원과 약국이 학원만큼이나 많은 이상한 동네였다. 하나의 외계 행성이었다. 역삼중학교에서 시작되어 휘문고등학교로 끝나는 선분을 지름 삼는 원이 지층과 맨틀을이루고, 그 안쪽 은마니 래미안 대치팰리스니 하는 아파트에서 쏟아지는 인간들의 에너지가 내핵과 같은 열기로 끓어오르는 곳. - P25

"그러면 생명이라는 것도 사실은 종류가 다른 게 맞죠? 국어에서 100점을 맞아도 수학은 9등급일 수 있는 것처럼, 어느 관점에서는 살아 있지만 달리 보면 아예 속에서부터 죽어있을 수 있다거나 하는……………."
"그것까지도 너무 당연한 소리지." - P27

 2415번 초록색 지선 버스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듯 정지한 자동차들의 패턴은 심리 치료용 만다라 그림을 연상시켰다. 으스러지듯 꺾여 올라간 자동차 보닛이 곧시작될 공연을 예고하듯 번쩍거렸고,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창 파편들 역시 햇빛을 이리저리 난반사함으로써 조명을 더했다.
"야, 아까 그 소리가 이거였구나. 난리 났다."
"난리 났네요."
김형이 헛웃음 섞인 감탄을 터뜨리자 우혁도 따라 했다.
"이게 다 얼마짜리 사고나 기본이 아우디에 벤츠, 제네시스……………. 저기 마세라티도 있네."
"여기 스쿨존 아니에요? 일부러 갖다 박아도 이러긴 어렵겠다." - P28

학원가 한복판에 펼쳐진 다중 추돌 사고 현장은 잘못 편집된 영화의 한 대목처럼 맥락이 결여되어 있었다. 하늘에서거대한 손이 내려와 망가진 자동차들을 집어 올리고 교통 흐름을 복구하더라도 그러려니 할 듯했다. - P29

하여간 이 지긋지긋한 감각. 지긋지긋하도록 반가운 감각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기 위한 심호흡은 언제부터인가 헐떡임으로 변해 있었다. 어깨를 떨던 우혁은 단단한 게 발치를 건드리는 것을 깨닫고 아래를 보았다. 뜯겨 나온 전조등덩어리가 참수당한 머리통처럼 나동그라져 있었다. 이것마저 반가웠다. - P30

"먼저 가서 아무거나 시켜줘요. 화장실 좀 다녀오게..."
우혁은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학원 빌딩으로 뛰어 들어갔다. 막 입구에서 나오던 학생들이 흠칫 놀라 물러섰고, 숨길마음도 없는 듯 종알거렸다. 저 사람 웃는 거 이상하지 않아? 못 들은 척 비상계단 문을 열고 있으려니 진득한 시선이 등줄기를 쿡쿡 찔러댔다. - P31

우혁은 계곡에서 자신을 구해주었던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사정했다.
그제야 몸의 떨림이 멎으며 현실이 전류처럼 등줄기를 휩쓸었다. 이곳이 서울의 중심부이자, 한국에서 가장 번화한 학원가이자 자신의 일터라는 현실. 김 형은 중국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중이고, 아까 마주쳤던 학생들은 형의 학원에다녔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첨삭을 기다리는 논술 답지들이 있을 터였다. 주제가 뭐였더라? 자기실현적 예언? 이 모든 우연이 공교롭게만 느껴졌으며 이래서야 멀쩡히 살기 어렵겠다는 건조한 판단마저 미래를 견인하는 듯했다. 흔적을 치운 뒤 손을 씻고 있으려니 눈알이 뜨뜻해졌다 - P33

광양 옥룡면에는 호남정맥 제일봉인 백운산이 있으며 거기에서 뻗어 나오는 물줄기 중 가장 길고 굵은 것은 광양만에까지 닿는다. (중략). 즉 땅도 물도 인간의 소유가 아니지만 계곡은 아케이드형 상가에 딸린 캠핑장처럼 쓰인다. - P33

 물밑 바위틈에 어색하게 끼어든 수박도, 찌그러진 사이다 캔도, 고기 굽는 연기도,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도 모두 사라지고 나면 여기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져 있을까. - P34

30분가량 걸어 도착한 계곡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지금여기의 바윗돌과 저 위의 구름이, 땅과 물과 하늘이 하나로 접붙어 내달렸다. 계곡 전체가 발을 구르며 허공을 향해 서서 가고 있었다. - P34

열다섯 살의 소년은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로 상류를향해 걸음을 옮겼다. 빗줄기가 워낙 거센 탓에 우비를 걸쳤는데도 바짓단 밑으로 물이 줄줄 샜다. 가끔은 앞을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빈계곡은 매구간이 새롭게 느껴졌으며 모든 잎사귀와 뿌리줄기들은 눈가에 제각기 다른 빛을 남겼다. - P35

우혁은 아직도,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최후의 한 발짝을내디뎠는지 헤아려보곤 했다.
그 동작은 건방진 장난일 수 있었다. 괜히 아무 아파트에나 들어가서 낯선 집의 벨을 누른 후 층계참에 숨어 위기를 모면하듯이, 왼발을 불쑥 내밀었다가 되돌림으로써 일상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려던 것일지도 몰랐다.  - P36

(전략).
이내 물줄기가 피를 닦아내며 눈앞을 밝혀주었다. 굵기가동전만 한 나뭇가지가 보였다. 한쪽 끝은 바위틈에, 다른 쪽끝은 우혁의 시야 한쪽 가장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물줄기가계속 쏟아져 내려왔지만 이상하게도 시야는 같은 자리에 고정된 느낌이었다. 운 좋게 널찍한 바위에 떨어진 걸까?  - P37

 긴 머리카락을 등줄기까지 길러 묶은 소년이었다. 눈 밑이 깊숙이 들어간 데다 뺨도 홀쭉한 탓에 해를 등지고 서면 얼굴에 그림자가 강하게 지는 타입이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눈동자만큼은 선명한 빛을 발했다. 티셔츠와 반바지는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웠고 한쪽 손에 들린 손도끼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른 몸에, 키는 170센티미터도 되지 않을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다부진 느낌이었다.  - P38

"야, 도망칠 필요 없으니 가만있어. 몇 가지만 묻고 보내줄거야."
소년은 호구조사라도 하듯 우혁의 신상명세를 거듭 물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여기에 사는지 잠깐 놀러 왔는지, 놀러왔다면 친척 집이 근처에 있는지, 근처에 있다면 어디인지, 서울로 올라가는 건 언제인지, 어쩌다가 계곡물에 휘말렸는지, 혹시 삶에 고민이 많았는지, 죽으려 했는데 괜히 살아남았다 싶어서 후회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계획인지. - P39

"다시 볼 생각 말아. 네가 얼씬거리고 있으면 가까이도 안갈 테니."
"여기 근처에 살아? 아니면 산에서?"
"네가 알 문제 아니야."
"나는 아까…………… 죽었다가 살아난 게 맞지?"
"알아서 생각해."
"고마워." - P40

 소년은 짧게 침묵하더니고개를 홱 돌려 우혁을 바라보았다.
"너 이거 확실히 알아둬. 이번에는 변덕 한번 부려준 거야. 내가 먹고 자는 곳에서 어린놈이 죽으면 재수 없어서. 다음에는 일부러 와서 나자빠져도 도울 일 없어." - P40

"만약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넌 정말로 죽어. 약속해."
산을 완전히 내려왔을 때 소년은 그렇게 말했고 우혁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은 대체로 지켜졌다. 그는 마을 푯돌 앞에 목숨값을 바친 후 그대로 물러났고, 지금까지 어디 있었느냐며 호들갑을 떠는 가족들 앞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 P41

충족되지 않는 갈망은 고통스러운 것이었으므로, 이따금소년을 향한 고마움이 기우뚱하며 원망으로 변하려 했다. 염치 있는 인간이 되려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 P42

도박중독자라서?
사실은 도박이 아니라 스릴에 중독되어 있어서?
죽음을 경험한 후 되살아나서?
평생 갈 경험을 남들과 나눌 수 없어서?
소년이 말하기를, 남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우혁은 죽으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허다했기 때문에 다시 죽는 상황쯤은 큰일도 아닌 듯 느껴졌다.  - P43

"그런데 너 게이는 아니지?"
김형은 그가 게이는 아니니까 괜찮다고 믿으려는 것처럼,
혹은 차라리 커밍아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것처럼 물었다. (중략). 우혁은 자신이 신입생 시절 철학 동아리와 퀴어 동아리 중에서 고민했음을 알려줄까 고민했다. 당시는 김 형에게 도박을 배우기 전이었으므로, 소년을 떠올리며 자위하는 것이 성애적 충동 때문이라 믿을 수 있었다. - P43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게이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사안은아니죠, 아무래도."
그날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며칠이 지나 김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사말도 없이 본론이 시작됐다.
"아까 자는데 꿈에 네가 나오더라."
"나와서 뭐 했는데요?"
"날 전기톱으로 토막 내서 죽였어. 아무 이유도 없이, 얌전히 있다가 그냥"
"그런 거 안 해요. 할 생각 전혀 없어요." - P44

"형, 진짜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전기톱이 있어서 누군가를 잘라야 한다면...... 내 왼쪽 다리를 자르고 싶어요. 쓸려 내려갔을 때 그 부분은 심하게 다치지 않았던 것 같거든...... 그래서, 그것만 한 번 더 잘라내면 완전히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다른 사람한테는 정말 아무 관심도 없어."
중얼거림은 대답으로 시작되었지만 정신 차려보니 혼잣말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혁은 후회했다. - P45

"다 식는다. 밥이나 먹어라."
점심 메뉴는 평범했고 뉴스는 대체로 나빴다. 타국의 전쟁과, 한국이 참전할 수도 있는 전쟁과 정치적 내전에 휘말린 대국(大國)들의 소식이 죽 이어지더니 비극의 규모가 확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비극이었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도 했고 어느 역 앞에서 칼부림 사건이 났다고도 했다. - P46

부활을 위해 산 제물을 바치려는 사이비 종교 이야기였다. 제목은 ‘교주를 죽여라. 새천년파라 불리는 집단이었는데, 생수를 1000만 원에 팔아먹거나 교주를 위해 환락궁을차리는 부류와 비교하면 행태가 묘했다. 상업화된 음악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익스트림 메탈 뮤지션이라고나  할까. - P47

방송 화면에 <요한계시록> 19장에서 따온 구절이 나타나더니 새천년파 출신 폭로자와의 인터뷰가 뒤이었다. 새천년파는 그들의 교주가 재림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저버리고 도망쳤기 때문에 구원이 한정 없이 미뤄지는 중이라고 믿었다. - P47

우혁은 PD들의 기획력에 내심 감탄했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탐사 보도 방송을 상상했다. 그러자 김이 확 새서 밥이나 먹기로 했다. 주인장도 방송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채널을 되돌렸다. 마뜩잖은 식사를 마친 후, 우혁은 학원 교무실 한구석의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 P48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교주를 죽여라>를 잠깐 보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를찾아 들어갔다. 기분 나쁜 일과 그냥 나쁜 일이 있다면, 차라리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을 걸고 잃는 일에조차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 점심으로 최고급 스테이크를 만끽한 사람이 저녁의 콘비프 통조림에 만족하겠느냔 말이다 - P49

우혁은 엉뚱한 생각에 실실 웃었다.
그는 신비 체험을 한 것치고는 강경한 유물론자이자 실증주의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부활을 겪어본 사람에게 세간의 이야기들은 엉터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 P50

 그는 곧장 교무실로 들어가는 대신 학원 복도를 멍하니 배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묵상이 길어지기도 전에 불청객이 불쑥 나타났다. 경찰복을 차려입은 2인조가 유리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욕하며 문을 열었다.
"여기 강사분 되십니까?"
"강사는 아니고 강사 비슷한 건데요."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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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말썽인 두 천재_벨 부등식의 간단한 수학 해석


다음 이야기는 사례로 든 꾸민 이야기임을 먼저 밝힌다.
100여 년 전, 어느 명문대학교 물리학과에 초빙된 두 명의 교수가있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가 교수직을 맡고 있어 그 명성이 대단했다. 엄격한 두 교수는 제도를 하나 만들었는데, 모든 학생은 9시 정각에 주어진 강의실에 모여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지에는 하나의 논제가 쓰여 있는데 답은 ㅇ 또는 X로만 할 수 있다. (후략). - P225

수정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만약 두 학생의 시험지가 다르면, 그들의 답은 어떨 때는 같고 어떨 때는 다르다. 그러나 같은 시험지라면, A, B, C와 상관없이 답은 항상 반대였다. - P226

벨은 설명하기 시작했다. "교수님, 보십시오. 두 학생은 같은 시험지에 대해서는 항상 다른 답을 냈어요. 매일 시험 전에 A, B, C의 답안을 구별해서 약속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그중 어느 시험지를 가져 오든, 한 사람의 답은 ㅇ, 다른 한 사람은 X이죠. 이 방법은 너무 뻔해서 매일 전략에 변화를 준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시키든 그들은 8가지 전략에서 선택할 수 있죠.
예를 들면, 만약 첫 번째 학생의 답이 하나의 전략이라고 하면, 음,
000 전략, oxx 전략도 가능하고요. A, B, C 시험지의 답을 OXX, 다른 하나는 XOO라고 할 수 있어요. (후략). - P227

몇 시간 후에 기다리던 통계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벨의 얼굴색이좋지 않다. 아이슈타인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래? 결과가 도대체 어떻게 나온거야?" 벨은 기죽은 목소리로 "제가 통계를 냈는데 결과가1/4이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아인슈타인도 매우 놀랐다. - P229

" 아인슈타인은씁쓸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그렇다네. 자네들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두 학생은 동시에 등 뒤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교수님,
우리의 비결은 바로 이겁니다." 아인슈타인은 물건을 받고 한번 훑어보았다. 그것은 같은 양자 자기선회 quantum spin 방향 검출기였다. 검출기에는 세 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각 위치 사이의 편광각은 서로 다르다. 서로 간의 끼인각은 모두 정확히 120°이다. - P230

그중 한 명의 학생이 대답했다. "교수님의 짐작은 완전히 맞습니다. 저희는 교실에 다른 하나 ‘양자 얽힘 발생기 하나를 숨겨놨습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9시 1분으로 설정해놓았습니다. 그것이얽힌 양자를 방출하도록 말이죠. 그러고는 저희는 각자 좋은 검출기를 가져왔습니다. (후략)." - P230

우선 다시 말해두지만 이야기는 완전 허구다. 나는 단지 당신에게 보어부등식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 이 이야기를 꾸며냈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학생이 양자 자기선회 방향검출기를 휴대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양자얽힘 발생기를 교실에 몰래 설치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것들은 나의 상상이다. - P231

‘보어부등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자의 ‘원거리에서 일어나는 유령과 같은 작용 spooky action at a distance‘을 이해해야 한다. 두 개의 양자는 서로 ‘얽힘‘ 상태에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 P231

보어의 해석은 어떤 미지의 ‘원거리에서의 작용‘이라고 한다. 당신이 하나의 입자를 테스트한 후, 다른 하나는 바로 당신의 측량에 감지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자전방향(자기선회방향)을 결정한다. 이후에 이것을 유령 같은 원거리 작용이라고 부른다. - P232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이런 해석에 만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거리에서의 작용‘이 그의 ‘어떤 신호도 광속을 초과하는 속도로 전송될 수 없다‘는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해석을 하나 내놓았다. 즉, ‘숨은 변수hidden variable‘의 해석이다. 이것은 두 개 입자가분리될 때, ‘자기선회방향 측정의 결과가 항상 반대가 되도록 하라와 같은 어떤 약속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과 보어, 그 누구도 서로를 설득하지 못한 채 모두 세상을 떠났다. - P232

2015년 네덜란드의 델프트 기술대학의 어느 교수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거리가 서로 13킬로미터(두 학생이 시험장에서 1.3킬로미터 떨어진 것과 같다) 떨어진 두 개의 금강석색심을 생산하는 얽힘 양자를 이용하여 벨 실험을 했다. - P234

최근 한 차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뉴스는 바로 2016년 11월 30일에 완성한 ‘거대 벨실험‘이다. 거대 벨실험과 앞의 실험의 유일한 차이는 ‘수가 더 랜덤‘이라는 점이다. 이전의 벨 실험은 모두 컴퓨터를 이용한 임의 난수생성이었다. 표현이 과격한 사람은 이것은 진정한 난수가 아니라고 여긴다. 양자가 난수배열에서 규정이나 허점을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실험결과의 상황에 영향을 주었다. - P235

여기서 이야기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양자얽힘‘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천재가 나타나서 양자의 이런 효과를 국제사회에 가치있는 응용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더불어 이것은 어린이, 청소년 과학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어찌됐든 양자세계는 매우신비롭다는 것이다. - P236

신비로운 0.577_오일러 마스케로니 상수


문제: 한 마리 개미가 있다. 고무 고리 위의 어느 지점에 머물고 있는데 고무 고리의 초기 둘레는 1m이다. 개미가 1초에1cm의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고무 고리는 1초 후에 1m씩 일정하게 둘레가 늘어난다. 다시 말하면 1초 후에 고무 고리의 둘레는 2m, 또 1초 후에는 3m로 변한다.

질문: 이 개미가 고무 고리를 한 바퀴 도는 것이 가능할까?
(이 개미는 처음 위치로 돌아올 수 있을까?) - P120

그러면 조화급수의 n항 합은 도대체 얼마인지 궁금할 것이다. 빨리 계산할 수는 없을까? - P123

조화급수의 전반부 n개 항의 합이 In(n)에 가까워진다면 결국 In(n)과같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임의의 작은‘과 ‘충분히 큰‘ 이 두 개의 표현을 빌려 이 충분히 클 때, 조화급수의 전반부 개 항의 합과 In(n)사이의 차이는 임의의 작은 값일까? 정답은 ‘아니다‘. - P123

(전략), 이 차잇값이 바로 본 절의 주제인 ‘오일러 마스케로니 상수이다. - P124

r=0.5772156649015328606065120900824024310421...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이 값을 소수점 아래 100억 자리 이상까지 계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순환하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무리수일 가능성이 큰 거 같다. 수학자들도 보편적으로 무리수일거라고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125

마지막으로 조화급수의 확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앞에서 언급한 조화급수가 발산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급수에서 많은 항을 빼더라도 여전히 그 급수는 발산한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오일러가 모든 소수의 역수 합이 발산한다는 것도 증명했다는 것이다. - P125

유사한 것으로 소수 역수의 합과 Inn N 사이의 차이를 또 다른 상수로 이끌어낼 수 있는데 ‘메셀-메르텐스 상수 Meissel-Mertens constant‘이다. - P126

완벽한 입방체는 존재하는가?

지구상에 완벽한 입방체는 존재하는가? 여기서 완벽한 입방체는 정육면체가 아니고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입체도형이다. - P86

1719년 폴 하코 Paul Harko의 회계사는 세수 44, 117, 240을 발견했다. 세수 중에 두 수의 제곱 합을 구하면 결과는 여전히 완전제곱수이다.

44²+117²=125²
117²+240²=267²
240²+44²-244² - P87

이것은 오일러가 연구한 것이므로 후대 사람들이 이런종류의 수 조합을 ‘오일러 큐브 Buler Cuboid‘라고 불렀다. 오일러와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니콜라스 손더슨 Nicholas Saunderson은 간단한 한 세트를 발견했는데 피타고라스 수의 매개변수 유도공식에 기인한 것이다. - P88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완전 의외의 결론으로 오일러와 손더슨 공식이 모든 오일러 큐브를 포함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오일러 큐브가 그물을 다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게다가 근원 오일러큐브(세수가 서로소인 것)도 많지 않다. 1000 이내에 5개 세트가 있을 뿐이다. 10000 이내에도 19개 세트이니 이것은 오일러큐브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 P88

다음은 이미 알려진 ‘근원 오일러 큐브‘의 성질이다.

• 반드시 한 변은 홀수, 2개의 변은 짝수이다.
• 적어도 두 변은 3으로 나누어떨어진다.
• 적어도 두 변은 4로 나누어떨어진다.
• 적어도 한 변은 11로 나누어떨어진다.
• 임의의 근원 오일러 큐브 (a, b, c)는 확장된 오일러 큐브 (ab, ac, bc)를 만든다. - P88

Let‘s play with MATH together

001. 오일러 또는 손더슨의 공식을 이용하여 근원 오일러 큐브를 하나찾아보자.

002 방정식 z²+y²=z³은 자연수 해를 가질까? 만약 가진다면, 매개변수해가 존재할까? (단, x, y, z는 서로소이다.) - P92

‘패리스-해링턴정리‘부터
‘불가증명성‘의 증명에 이르기까지


‘패리스해링턴정리 Paris-Harrington theorem‘의 주요 내용은 증명이 불가능한 명제 즉, ‘불가증명성unprovability‘과 관련 있다. - P282

 여기서 간단히 복습을 해보자. 괴델의 제1종불완전성원리는 ‘어떤 페아노산을 포함하는 공리화가 가능한 이론은 모두 불완전하다‘는 것으로 여기서 불완전은 이 공리계 안에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82

(전략). 이 공리에 의해 ‘일계산술체계‘,
즉, ‘페아노 산술체계‘를 세울 수 있었고 그것은 대수영역에서 유클리드 공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 - P283

페아노 산술체계에서 괴델의 제1종 불완전성정리를 말하자면, 분명히 증명될 수 없는 명제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괴델이 찾은 제1종불완전성 명제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연속체가설‘과 ‘선택‘라는것이다. 그것들은 페아노 산술체계에 따른 것이 아니고 집합론의 명제에 속하는 것이다. 이 2가지는 근본적으로 자연수와 상관없이 ZFC집합론공리를 이용하여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 P283

패리스-해링턴정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램지이론 Ramsey‘s theory에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램지이론은 바로 그래프이론에서 배열조합문제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기본정리를 램지이론이라고 부른다. - P284

당신은 어쩌면 램지수가 굉장히 간단하다고 여길 수 있다. 기껏해야 컴퓨터를 이용해서 일일이 세기만 하면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예로, R(4,4)=18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만약 17명이라면 어떤 조건하에서 어떤 4명은 서로 알거나 또는서로 모르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 P285

에어디쉬는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외계인이 지구에 떨어져 인류를 위협하며 R(5, 5)의 정확한 수를 요구하며 이 수를 내놓지 않으면 지구를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그러면 지구의 모든 ‘계산력‘을 모아 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해볼만하다. - P285

이리하여 강한 유한 램지정리는 매개변수 3개 (i, j, k)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수학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0부터 n-1까지 n개의 자연수로 구성된 집합에서 각 i개 원소의 조합은 가지 색을 사용한다. 그가운데에서 고른 적어도 k개 원소의 부분집합은 그중 임의의 개원소의 색은 모두 같다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당신이 고른 원소의개수는 최소 k개를 제외하고, 이 부분집합에서 가장 작은 자연수보다 크거나 같아야 한다. - P288

(전략).
이것이 바로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이다. 의미는 임의의 (i, j, k)조합에 대해, 최소 정수 R이 존재하기만 하면, 이 R개 정수 내에서 어떻게 색칠하든 상관없이 앞의 조건에 부합하는 하나의 부분집합을 찾을 수 있다. - P289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에 대한 강의는 끝났다. ‘패리스-해링턴‘정리를 간단히 말하면 페아노 산술공리를 이용하여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라는 것이다.
‘아, 어떻게 해야 할까?‘ 왠지 이런 반응을 나타냈을 것 같다. 이 정리는 배열조합 문제로 보이기 때문에 어떤 신비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왜 증명할 수 없을까?
- P289

1977년에 패리스와 해링턴 두 수학자는 "만약 페아노 산술체계를 이용하여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면, 페아노 산술체계는 바로 ‘일치‘라는 것도 증명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페아노 산술체계가 일치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자신이 일치임을 보일 수 없고 그래서 모순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있다. 그래서 페아노 산술공리체계에서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는 증명될 수 없다는 추론만 가능하다. - P290

(전략).
여기까지 내용에서 ‘페아노 산술체계는 자신의 일치성을 증명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러면 앞의 ‘이미 알려진 페아노 체계는 일치한다‘는 것은 무슨 근거로 말한 것인가?"라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 P290

그렇다면 강화된 유한 램지정리가 증명될 수 없는 것이 되었는데도 왜 연속체가설처럼 쓰지 않고 ‘정리‘라고 부르는 걸까, 그것은 ‘가설‘ 아닌가?
이 문제는 앞의 문제와 좀 닮았는데 이미 증명되었다. 단지 페아노 산술체계보다 더 강한 ‘이계 논리체계‘를 사용한 증명이라는 것, 그리고 페아노 산술체계는 ‘일계 논리‘와 유사하게 삼계논리, 사계논리 등도 있다는 것이다 - P291

패리스해링턴 정리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수많은 증명되지 않는 명제를 발견했다. 또한 범위는 정수론, 위상기하학, 해석학, 측도이론 등의 영역 등에 이른다.
수학에서 ‘증명될 수 없는 명제‘는 하나의 보편적 현상이고,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증명과정도 패리스-해링턴정리와 매우 닮았다. - P292

은근히 평균이 아니다_
벤포드법칙부터 두 개의 편지봉투 역설까지


(전략). 당신은 그런 숫자들이 임의로 구성되었다거나, 서로 상관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어떻게 규칙이있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1938년 미국의 전기공정사 벤포드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이런 숫자들에 분포규칙이 있다는것을 발견한다. 이를 ‘벤포드법칙‘이라고 부른다. - P137

(전략). 그러나 벤포드는 이런 숫자에서 1로 시작하는 수가 30%에 이를 정도로 제일 많고, 이후 숫자들은 점점 감소하는데 9로시작하는 비율은 4.5%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좀 뜻밖이지 않은가? 이 숫자의 분포규칙은 이후에 ‘벤포드법칙‘이라고 부른다. - P138

나는 많은 해석을 보았는데 결국 주된 것은 2가지로 정리되었다.
(중략).
또 다른 하나의 요소는 사람들이 임의의 변량에 대해서 균등분포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임의로 취한 통계숫자-하류의 길이라든지, 구역인구 등-가 매우 그럴 듯하게들리겠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균등분포라기보다는 정규분포이다. 하지만 사람의 직관은 항상 이런 변량들이 균등분포라고 먼저 생각된다는 것이다. - P139

[두 개의 편지봉투 역설]

당신에게 주어진 두 개의 편지봉투 봉투 안에는 실이 들어있는데 하나는 다른 하나에 들어있는 실 길이의 2배이다. 당신은 먼저 마음에 드는 봉투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실을 가져가면 된다. 그러나 봉투를 열기 전에 단 한 번! 봉투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당신은 항상 더 긴 실을 가지길 원한다. 바꾸는 게 좋을까? - P139

(전략).
이 결과만 본다면 내가 가진 실의 길이가 2이므로 무조건 봉투를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당신은 벌써 ‘아니다‘라고 대답했는가? 만약 봉투를 바꾼다 해도같은 계산방법으로 무조건 바꾸는 게 낫다. - P140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많은 해석이 있지만 이런 해석들은 너무 복잡하다. 사실 결론은 당신이 기댓값을 계산할 때 임의변량에 대해 범위를 구하는 것과 균등분포라고 가정하는, 자각하지못하는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 P141

벤포드의 법칙은 균등분포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분포를 가질까? 또한 이런 상황은 왜 생기는 걸까? 왜 정규분포가 되지않는 걸까? - P142

위의 데이터에서 공식이 예언하는 수치는 매우 적중한다. 벤포드법칙은 ‘척도불변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즉 같은 지표도 다른 진법으로 나타낼 수 있다. - P144

1995년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안톤 포먼 Anton Foreman은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지능지수, 사람의 키 등의 정규분포 데이터는 벤포드의 법칙에 부합하지 않지만 두 개의 정규분포 데이터를 혼합하면 벤포드의 법칙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 P144

제일 어려운 해석은 수학물리와 관련된 상수이다. 나는 벤포드가 통계 낸 104개에 대한 분석을 보았는데 벤포드법칙에 절대 어울리지않았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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