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토록 남들과 구분되는 나의 고유성, 이른바 진정한 나를 찾는 데 집착하는가? - P132

인간의 영혼마저 경제적으로 경영되어야 할 ‘인적 자본‘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화와 탈산업화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구조의 탈산업화는 대부분의 사람이 노동자로 살아남기 위해서 단순히 객관적 생산 능력을 계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적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 P132

산업화 사회에서는 주어진 일을 기계적·효율적으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가 누구인지는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 P132

그러나 탈산업화 사회의 일은 기계적으로 맡은 임무만 해내면 되는 일이 아니다. (중략). 차별화된 노동자, 소위 ‘특별한‘ 노동자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 P133

자아와 정체성을 단순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고 측량 가능한 것으로 의미화하는 치료요법적 자아관은, 노동자의 영혼이 이윤 추출의 수단이 되는 사회에 자발적으로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문화적 도구다. - P134

한편 개인 차원에서 보면 MBTI를 비롯한 성격 검사들은 흔히성격의 장단점을 파악해 강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진로와 커리어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 P134

정신과 진단의 이데올로기적 효과

나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중략).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는 타인과 자기 자신을 복잡하고 모호하며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보다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심리적 프로필처럼 사유하게 한다. - P136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인 대다수는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할 만큼 터무니없는 노동과 공부에 시달리며, 그 대가인 임금과 직업 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 P137

 예를 들어 청소년을 우울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청소년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이 소셜 미디어보다도 더 강력하다.³⁹ - P138

39 Katharine Sadler, Tamsin Jane Ford, Anna Goodman, Tim Vizard, Sally McManuset al., Mental Health of Children and Young People in England 2017: Trends andCharacteristics, NHS Digital, 2018. - P363

신자유주의 사회의 지배적 인간관은 인간을 오로지 돈과 성과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경제적 인간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놀랍도록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 P138

(전략).
이런 와중에 스마트폰은 물론 업무나 공부를 위해 사용하는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의 기기마저도 우리에게 시도 때도 없이 뉴스, 메신저, 이메일, 소셜 미디어 알림을 보내며 불가능한 멀티태스킹을 강제한다. - P139

요약하면, 대다수 현대인은 주의력을 빼앗고 우울하게 만드는 기술과 투쟁하며 온종일 턱없이 방대한 의미 없는 노동과 공부를해낸다. - P139

수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 자신이 ADHD가 아닌지,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한다. ADHD나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정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집중력 결핍과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다. - P140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ADHD, 우울증 같은 질환들은 뇌의 구조적·신경화학적 이상에 대응되는 실체가 있는 질병이기보다는, 전문가들이 증상이라고 규정한 행동과 사고의 목록에 붙여진 임의적 이름에 가깝다.⁴³ - P140

43 박혜경, "우울증의 ‘생의학적 의료화‘ 형성 과정", <과학기술학연구>, 12권 2호, 2012, PP.117~157. - P364

(전략). 그럼에도 이러한 정신의학적 명칭들이 크게 대중화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제약 업계들이 질병 마케팅을 통해 약물을 마케팅하고자 한 결과이기도 했다. - P141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자신이 ADHD나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보는 사회에서 이런 약물들이 더 잘 팔릴 것은 당연지사다. - P141

(전략).
데이비스는 정신과 진단을 남용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탈정치화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범람하는 정신과 진단은 사실상 사회의 특성이기도 한 현상을 오로지 자신만의 문제인 것처럼 단순화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공감과 연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훼손한다. - P142

5장


프로필 가꾸기
프로젝트



어른 되기의 어려움

어떤 사람이 "정말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 P143

서구 각국에서는 1968년도를 기점으로 반자본주의, 반인종주의, 반전주의, 반가부장제 등의 의제를 내세운 이른바 신좌파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68 운동‘ 또는 ‘68혁명‘이라고도하는 이 사회적 변동은 다양한 흐름을 포괄하는데, 반자본주의 정신은 그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였다. - P144

그런데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의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뤽 볼탕스키와 이브 시아펠로는 "자본주의가 개인의 진정성과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이 비판을 자본주의가 흡수해,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획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정당화해 왔음을 지적한다.⁵³ - P144

53 Ève Chiapello and Luc Boltanski, The New Spirit of Capitalism, Verso Books, 2005, PP. 439-443. - P365

 특히 전통적으로 수직적 집단주의 특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개성이나 특별함 혹은 진정성에 대한 추구는 어떤 형태건 그 자체로 부정의한 집단주의나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이자 진보적 움직임으로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 P145

치료요법적 명칭의 획득이 자아 이해나 정체성 획득과 동일시되는 문화를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안정된 정체감 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사회적 조건의 부재이다. - P145

나의 특별함이나 진정함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내가 타인과 분리되고 차별화된 존재라고 느낄 필요는 없다. - P146

개인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은 무엇보다 대화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단순한 나르시시즘과 대비되는 진정성의 윤리를 옹호하는철학자 찰스 테일러는 개인의 진정성은 타인과의 대화적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 P146

그러나 이른바 포스트모던한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공동체적 가치나 보편적 가치가 의심의 대상이 된다.  - P147

. 특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자유는 선택할 권리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자유관에서 공동체나 공동선의 추구는 개인의 선택 문제로 이해되기 쉽다. - P147

공동체가 단지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신자유주의적 가치는 사실상 유일한 가치, 특히 젊은 세대의 유일한 가치처럼 되어버렸다. - P148

특히 지금의 청소년은 역사상 가장 긴 시기를 성과 형성에 쏟아붓는 세대로, 그 성과를 통해 체제에 적응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끊임없이 암시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 P148

(전략).
그러나 우리가 어떤 가치와도 정신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자율적 개인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신자유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만은 아니다. - P149

많은 경우 이러한 탈권위주의적 변화는 진보적 사회 운동의 결과물이었다.  - P149

사실 현대인, 특히 청년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는 의미를 제공하는 제도와 공동체가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제도를 선택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 - P150

대학은 학술 공동체를 제공하는 대신 스펙을 판매하는 일종의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을 강요받았다. - P150

페미니즘이 비판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교묘하게도 누군가를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월급을 위해 남녀 모두 분투하는 모델로 대체되었고, 가족은 그야말로 사치품이 되었다. - P150

(전략).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온전히 자신을 책임지고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 즉 성인이 되는 것마저 달성하기 어려운 하나의 성과가 되어버렸다. - P151

그러나 현대 사회는 안정된 정체감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견고한 의미나 가치도, 어떤 지속적 대화도 보장하지 않는다. - P151

정체성 위기를 극복한 성인이 되는 것마저 하나의 성과가 된 사회에서, 치료요법적 명칭을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번성하는 현상은 놀랍지 않다. - P152

정체감은 사회나 공동체와 연관된 더 큰 의미와 타인의 인정에 항상 의존할 수밖에 없다.  - P153

HSP나 ADHD 같은 심리학적 명칭들의 부상과 유행에 급기야는 진보적 사회 변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런 명칭을 수용하는이들에게 (인종적 소수자나 성소수자를 연상케 하는) 소수자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심리 검사를 통한 심리적 명칭의 발견이 일종의 서사성이나 가치를 갖게 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 P154

개인의 특별함에 대한 집착은 타인과 내가 결국 같은 세상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고, 진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타인을 나의 자아 탐색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보게 한다. - P155

영혼의 능력주의

진정성과 자존감을 강조하는 문화는 내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나 자신을 찾고 받아들이는 일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중략). 당신이 특별하다는 말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진정성과 자존감은 특정한 목표를 제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최적화 강박을 정당화한다. - P156

애착 유형과 ‘사랑받고 자란 사람‘에 대한 최근의 문화적 집착은 완성된 내면을 가진 인간을 원하고 선망하는 현대 청년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 P156

 회피형 애착유형인 주인공이 나오는 웹툰 <최서연의 회피한 날들> 1화에는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음에도 "회피형은 만나지 마라"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 P157

한편 한국에서는 사랑받고 자란 사람을 잠재적 친구나 데이트 상대를 판단하는 궁극의 휴리스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P157

안정형 애착과 사랑받고 자란 사람에 대한 청년문화의 집착은 무해한 사람에 대한 집착의 연장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게 상처 대신 사랑만을 줄 준비가 된 존재, 이미 완성되어 더는 손댈 필요가 없는 공산품처럼 완벽한 내면을 갖춘 존재에 대한 갈망이 드러나는것이다. - P158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과 조건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인간‘이라는 유행어는, 완벽에 대한 집착이 이제 외모나 학력 같은전통적 기준을 넘어 성격이나 심리적 특질 같은 추상적 차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P158

사람들은 안정형 애착 유형인 사람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자신이 안정형 애착 유형이 되기를 바란다. (중략).
높은 자존감을 갖춘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할 뿐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이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는 이도 적지 않다. - P159

반면 낮은 자존감은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는 이유, 비정상적으로 이성에 집착하는 ‘남미새‘가 되는 이유, 빈곤을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 등으로 지목되며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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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네 가지 분명한 이유 때문에 다른 의견을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인간의 정신적 복리를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정신적 복리는 다른모든 복리의 기초가 된다).  - P102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그것이 어떤 의견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진리일 가능성이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음infal-libility을 전제하는 셈이 된다. - P102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 P103

셋째, 통설이 진리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어렵고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진리의 합리적 근거를 그다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하나의 편견과 같은 것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이다. - P103

경험이 말해주듯이, 설득력 있고 강력한 비판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격을 당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이 강하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제대로 대꾸하기 어려운데, 거기에다 조금이라도 감정 섞인 언사까지 구사한다면, 곧 부당한 비난을 퍼붓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 P104

흔히 자제심을 잃은 토론이라고 할 때 독설, 빈정댐, 인신공격 등을 꼽는데, 논쟁의 당사자 모두에게 이런 것을 금지시킬 수만 있다면그 같은 조치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P104

이에 반해 소수이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 채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심지어는 그런 식의 공격을 가하는 사람에게 뜨거운 양심이니 정의의 분노니 하는 따위의 찬사를 보내기까지 한다. - P105

. 논쟁이 진행되면서 통설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사악하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공격을받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P105

일반적으로 볼 때, 다수가 받아들이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소수 의견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입장을 밝힐 기회를 얻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 P105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못한사람, 즉 눈에 띄게 솔직하지 못하거나 악의나 비방의 정도가 너무 심한 사람이나 타인의 감정에 관용적이지 못한 사람에대해서는 그가 누구이고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든 관계없이가차 없이 비판을 가해야 한다. - P106

설령 이런 도덕률이 가끔씩 침해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진지하게 지키는 논쟁가들이 많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양심적으로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여간 흐뭇하지 않다. - P106

제3장 개별성-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가지고 또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 P109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의견의 자유도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  - P109

인간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아는 진리란 대부분 반쪽짜리 진리일 뿐이다. - P110

인간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듯이, 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 P110

만일 개별성의 자유로운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특별히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고, 문명, 지식, 교육, 문화 등과 같은 용어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요소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그런 모든 것들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조건임을 깨닫는다면, 자유를 가벼이 여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111

그러나 사람들은 훔볼트가 한 말을 낯설어한다. (중략). 그래도 사람들은 개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개별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 P112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확인된 결과에 대해 알고, 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젊은 시절에 가르침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 P113

대체로 관습이라는 것은 관례를 따르는 환경과 성격의 산물이다.  - P113

.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자꾸 써야 커진다. 다른 사람이 믿으니까 자기도 믿는 경우도 그렇지만, 그저 어떤 일을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ㅣ - P114

인간의 삶을 완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 그 자체이다. - P115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관점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략).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각자의 입장에서 정립되어야 한다는 점도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욕망desires이나 충동impulses에도 각자 나름의 특성이 담겨 있다는 사실, 또는 각 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충동을 일정 정도로느끼는 것이 위험하거나 크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115

충동이 강하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P116

인간의 욕망이 너무 강해서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 P116

강력한 충동이란 곧 정력energy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력은 나쁜 데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게으르고 무덤덤한 사람보다는 정력적인 사람이 좋은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법이다. - P116

(전략). 반대로 자신만의 욕망과 충동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자기 고유의 성격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 P117

개인의 충동과 선호의 과잉이 아니라 반대로 그런 것의 결핍이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 P118

(전략). 관습적인 것을 빼고 나면 그들에게는 따로자기 고유의 기질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정신 자체가 굴레에묶여 있는 것이다. 재미삼아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이 무엇을하는지 먼저 살피고서 따라하고, 군중 속에 묻혀 들어가기를 좋아한다.  - P118

칼뱅은 이런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따르면 자기 뜻대로 사는 것self-will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 가운데서도 아주 무거운 것이다. - P119

인간이 신의 의지를 잘 따르는것 외에 다른 용도로 자신의 능력을 쓸 바에야 차라리 그 능력 자체를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칼뱅주의는 이런 주장을 편다. - P119

 이들은 신의 의지라는 것에 대해 덜 금욕적인해석을 한다. (중략), 즉 신의 지시를 순종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 가운데 일부를 추구해도 신의 의지에 부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120

 어느 종교든 인간이 어떤 선한 존재good Being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런 선한 존재는 자신이 인간에게 준 모든 능력이 뿌리를 드러낸 채말라비틀어지기보다는 잘 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랄 것이다. - P120

인간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들을 획일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잘 가꾸고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 P121

. 자꾸 묵종하는 버릇이 들면 성격 자체가 단조롭고 둔감해진다. 사람들이 자기 성향대로 마음껏 살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삶을 사는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 P122

지금까지 개별성이 발전development과 같은 것이고, 오직 개별성을 잘 키워야만 인간이 높은 수준의 발전에 이르게 되거나 또는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으니, 이제 이쯤에서 내가 주장하는 바를 정리할까 한다. - P122

(전략).
첫째, 나는 그들이 이런 사람들에게서 무엇인가 배울 것이있으리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 P123

(전략). 이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좋은 것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좋은 것을 잘 유지·발전시키기도 한다. 새로 해야 할 것이 없으면 인간의 지성도 더 이상 필요가 없을까?  - P124

. 천재는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언제나 변함없을 진리이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 P124

 천재는 그 속성상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개인적이기 때문에, 사회가 각 개인이 자기 기분대로 살아가지못하게 쳐놓은 작은 그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어려워한다. - P124

이론상으로는 아무도 천재의 중요성과 그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무관심하다. - P125

사실 독창적이지 못한 사람들로서는 독창성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창성이 자기들에게 무슨 의미가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ㄱ드시 ㄱㄱㄱ ㅇ 시디머 도서시 ㅁ디기도 안 - P125

 누군가가 처음 시작하지 않았으면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25

엄연한 진실을 하나 이야기해야겠다. 정신적인 능력이 뛰어나거나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우리는 어느 정도는겉으로나마 또는 실제로 경의를 표한다. (중략) 그러나 오늘날에는 개인이 군중 속에 묻혀버린다. - P126

대중masses만이 권력자라는 말에 어울리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정부도 대중이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는 기관이 되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개인들의 도덕적·사회적 관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목격된다. - P126

더 중요하고 놀라운 사실은, 대중이 이제는 더 이상 교회나 국가의 유명 인사, 저명한 지도자들을 따라하거나, 또는 책에 나오는 내용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P127

는 데 있다. 민주적 정부 또는 다수의 귀족들이 지배하는 정부의 정치적 행동이나, 그 정부가 떠받드는 사람들의 여론, 자질, 그리고 생각의 방향이 보통 수준을 넘었던 경우는 한번도 없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 P127

 오늘날에는 무언가 남과 다른 것을일절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여론의 전제(制)가 심하다.  - P128

(전략), 일반적으로 그 사회가 보여주는 탁월한 재능과 정신적 활력 그리고 도덕적 용기와 비례한다. 불행하게도 오늘날에는 극히 일부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개성을 발휘할 뿐이다. - P128

.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his own mode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⁴⁶ - P129

46) 이 대목도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If a person possesses any tolerable amount of common sense and experience, his own mode of laying out his existence is the best, not because it is the best in itself, but because it is his own mode."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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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서로 끌리는 시리얼

계곡 아래로 모여

(전략). 시리얼아래의 우유 표면도 얇은 고무막 위에 공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밑으로 움푹 들어가있다는 뜻이다. 각각의 시리얼 조각은 조그만 계곡 아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계곡 두 개가 가까워지면 시리얼 조각은 가운데 생기는 더 깊은 곳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일단 바닥에 도달하면 빠져나올 수 없으므로 시리얼 조각 두 개가 달라붙는 것이다. (후략). - P13

003 하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로봇


로봇은 아직 멀었다

(전략). 제대로 된 로봇 하인이라면 민첩하고, 힘세고, 탄력 있고, 영리하고, 믿음직스러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원 코드를 꽂지 않고도 계속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배터리 용량도 커야 한다. 이런 조건의 일부를 만족하는 로봇은 지금도 있지만, 모든 조건을 만족하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현재 기술로 만들 수 없다. - P15

005 냉수보다 빨리 어는 온수


1963년 탄자니아의 열세 살짜리 학생 에라스토 B. 음펨바와 같은 반 친구 아바시가 가정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 (후략).


음펨바의 역설

차가운 액체가 뜨거운 액체보다 빨리 언다는 직관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이는 이 현상은 발견자인 에라스토 B. 음펨바의 이름을 따서 ‘음펨바 효과‘ 또는 ‘음펨바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실은 더 오래전에 아리스토텔레스나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학자들도 관찰한 바 있다. 이 효과는 매번 일어나지는 않지만,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 P19

결합이 약해지며 식는다

2013년 싱가포르의 난양 기술 대학교 물리학자들은 물 분자 내부와 분자 사이의 결합과 관련된 다른 설명을 제시하였다. 물이 따뜻해지면 분자가 더 빨리 움직이고 분자 사이의 거리도 늘어난다(그래서 물이 따뜻해지면 밀도가 낮아진다). 그 결과 각 분자에서전하를 띤 부분 사이의 정전기적 반발력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각 분자 내부의 결합(공유 결합)이 약해지면서 수축한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나오는데, 이 현상이 곧 식는 것과 같다. 따라서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열을 잃을 수 있다. - P19

007 소금 넣고 물 끓이기

(전략). 그때,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파스타는 바닷물만큼이나 짠 물에서 삶아야 해." 이게 정답이다.  냄비에 소금을 한 움큼 집어넣으면 물이더 빨리 끓겠지? - P22

바닷물만큼 짜게

사실 소금과 끓는 물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반대이다. 소금은 물의 끓는점을 높인다. (중략). 그러나 물이 더 높은 온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끓는 물에 무엇을 넣든 더 빨리 익는다. (중략).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물 1L의 끓는점을 0.5℃ 높이는 데 필요한 소금은 24g이다. - P23

이온의 방해

소금을 넣었을 때 물의 끓는점이 높아지고 어는점이 낮아지는 것은 소금물이 수용액이기 때문이다. 물에 들어간 소금은 이온이라고 하는, 전하를 띤 입자로 나뉘어 흘어진다. (중략). 에너지를 얻어 액체에서 기체로바뀔 수 있는 물 분자의 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물이 끓게 하려면 더많은 열이 필요하다. - P23

8008 탐욕스러운 이불 커버

더그는 집안일을 할 때마다 심오한 의문을 품는다. (중략). 우리집 세탁기는 왜 양말을 먹어 버리는 걸까? 그것도 꼭 한 짝씩만...……….
세탁기를 생각하자 곧 해야 할 일이 떠오른다. (중략). 세탁이 끝나고 세탁물을 꺼내 보니 옷이 모조리 이불 커버 속에 들어가 있다. 건조기에 넣었을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 P24

주정뱅이의 걸음

세탁기나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옷가지 몇 개가 이불 커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낮다. 오히려 이불 커버 바깥에 남아 있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랜덤 워크라는 확률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 P25

거꾸로 돌면


가능성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옷이 너무 구겨지지 않도록 세탁기와 건조기가 가끔 회전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바뀌면 이불 커버의 입구가넓게 열려서 다른 옷이 그 속으로 더 쉽게 들어간다. - P25

009 부풀어 오르거나 납작하거나

메리와 붙은 제빵사이다. 메리는 근면하고 성실하고 폴은 게으르다. (중략).
폴은 그저 케이크만 먹으면 그만이다. 버터를 데우지도 않고 섞는다. 달걀은 충분히 휘젓지 않고 섞어 버린다. 밀가루도 세심하게 풀어 주기보다는 덜어 넣듯이 섞는다. 재료의 양을 정확히 재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후략). - P26

폴의 실수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에는 여러 단계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폴은 달걀을 휘젓지 않고재료를 오랫동안 섞지 않았기에 반죽 안에 공기 방울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또한 차갑고 단단한 버터를 사용해서 고르게 섞지도 못했고, 밀가루를 거칠게 섞으면서 밀가루 속의 글루텐 단백질이 사방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게 했다. 그 결과, 굽기도 전에 반죽이 너무 단단해져서 적절히 팽창하지 못한 것이다. (후략). - P27

012 탄산을 잡아둘 수 있다면

(전략). 재활용 쓰레기통에 술병을 하나씩 넣다가 파코가 한 병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이건 절반 좀 안 되게 남았는데, 버리기에는 아깝다. 후아니타도 같은 생각이지만, 김빠진 샴페인을 먹고 싶지는 않다. "김이 빠지지 않게 보관할 수는 없을까?" 아니타의 어머니가 끼어든다. (후략). - P32

왜 거품이 생길까?

(전략). 샴페인은 병 속에서 계속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는 녹아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보통 샴페인 한 병에는 대략 7.5g의이산화탄소(기체로 치면 5L에 해당한다.)가 들어 있다. - P33

013 비행차 이륙 실패

로봇 하인으로 겪은 악몽 같은 경험에도 굴하지 않는 발명가 로저는 어린 시절SF를 보며 꾸었던 또 다른 꿈으로 관심을 돌린다.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이다.
(후략).

안전제일

진정한 비행차는 덩치가 작고 평범한 공간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합법적인 개인 차량이어야 한다. (중략). 이런 꿈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 아닌 법적인 문제일 것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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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팔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주제도 ‘건축가 일반‘으로 된 것도 신기하다.


전시된 것을 봤었는데, 이건 영국에 존재하는 약국과 그 약국 약사를 찍은 것을 모아놓은 책이다.

독서보단 감상이 더 어울리는, 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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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직관적 평가에 의존해 판단할 때, 우리는 누군가가 왜 좋은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어도 우리의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선택에 상당히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인간관계란 바로 이러한 직관이 작동하는 영역으로, 인간적 상호작용의 과정은 일련의 일반화되고 언어화된 원칙에 비춘 평가와 반응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 맥락, 분위기, 과거 경험, 그 사람의 전인적 면모를 고려하는 종합적 판단과 반응을 요구한다. - P98

우리는 분명 인간관계에서 많은 판단을 내리며,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중략).
긍정적 기대가 긍정적 결과를 유발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반대되는 ‘골렘 효과Golem effect‘는 타인에 대한 부정적 기대가 실제로 부정적 결과를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 어쩌면 우리는 과도한 경계심으로 골렘 효과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P98

손절과 잠수

고역스러운 평가노동은 ‘자격‘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특징이다. - P100

오늘날 학자들은 관점의 독창성이나 사회와 학계에 대한 공헌 등이 아니라 상위 몇 퍼센트 학술지에 얼마나 많은 수의 논문을 남겼는지,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따냈는지로 평가받는다.  - P100

모든 것이 서열화와 경쟁의 대상이 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대학이건 병원이건 기업이건 간에 이런 식의 평가와 감사를 준비하고 수행하느라 핵심 업무보다 불필요한 서류와 행정 작업에 더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 P101

이러한 면에서, 실제로 인간관계를 해보는 것보다 이런저런 지식으로 무장한 채 인간관계에 관해 평가하는 것을 강조하고, 이런 평가 결과가 어떤 명확한 기준에 미달하면 가차 없이 투자를 끊으라고 말하는 이 문화는 실로 신자유주의적이다. (중략).
앞서 보았듯이 우리의 선택이 정말로 최선의 선택인지 알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101

정신과 의사, 유튜버, 인플루언서, 각종 커뮤니티의 익명 조언자들 그리고 이제는 챗 GPT까지, 어떤 정답을 알려주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시대이다. - P102

그리고 나에게 이처럼 다양한 기준에서 타인을 평가할 자유가있다는 것은 타인에게도 나를 평가할 자유가 있음을 뜻하기에, 우리의 자아는 한층 더 깊은 불안에 빠진다. - P102

(전략).
결과적으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과 괴로움을 피하려는 발버둥은 때로 더 큰 갈등과 괴로움을 경험하게 하기도 한다. - P102

그러나 자존감을 보호하고 심적 고통과 갈등을 겪지 않는 것이하나의 지향을 넘어선 도덕적 가치가 된 사회에서 그러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 P103

 인간관계를 돌연 끊어버리는 손절외에도, 아무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잠수 혹은 ‘고스팅 ghosting‘부터 일본에서 늘어난다는, 인간관계를 끊고 잠적해버리는 ‘인간관계 리셋 중후군‘까지, 인간관계의 돌연한 단절은 오늘날 다양한 문화권에서 널리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 P103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일루즈는 "선택하지 않음의 선택"이 오늘날의 주체를 이루는 결정적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다.⁵⁷ - P103

57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끝나나》, 김희상 옮김, 돌베개, 2020, p. 42 (Illouz, WarumLiebe endet: Eine Soziologie negativer Beziehungen, Suhrkamp Verlag, 2018). - P361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체화된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대화를 나누는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관계를 단절하는 것 또한 하나의 표현이자 극단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P104

인터넷이 치료요법적 자기 계발 정보가 유통되는 유일한 장소는아니며 자기 계발서와 TV, 신문 등의 전통 매체 또한 치료요법 문화의 확산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략). 우리의 눈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조언을 받는 일이 흔해진 만큼,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관계 맺기와맺지 않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그만큼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에게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 즉 깊이 있는 관계로부터도 도피하기를 택한다. - P105

2부

너 자신을 알라
치료요법 문화의 인간 상품화 프로젝트


4장

프로필 대
프로필의 만남


인간관계의 필수 요소가 된 MBTI

최적화를 추구하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지름길이나 정답을 알려주겠다고 주장하는 상품과 콘텐츠의 범람을 낳는다. - P109

 최적화를 추구하는 문화에서는 인간 또한 쉽게 요약하고 파악할 수 있는 몇 줄의 정보가 되어버린다. - P110

* 휴리스틱, 혹은 발견법發見法이란 인간이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곤 하는 일련의 간편한 추론 방법을 말한다. 가령 대표성 휴리스틱은 어떤 원형이나 대표적인 이미지와 비교해 어떤 사건의 확률을 추론하고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들어 우리는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가 변호사일 확률보다는 의사일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 P110

MBTI는 심리학이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 P111

사실 MBTI의 설득력은 보편적 성격 특성을 자신만의 특별한 성격으로 여기는 심리적 효과를 뜻하는 ‘바넘 효과 Barnum effect‘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중략).
그러나 ‘MBTI별 궁합‘은 물론 ‘걸러야 하는 MBTI‘나 ‘성격 더러운 MBTI, 심지어는 ‘MBTI별 연락 속도‘ ‘MBTI별 애정 표현‘ ‘금사빠 MBTI‘ 같은 제목을 내세우는 MBTI 이차 창작 콘텐츠가 (후략). - P112

이때 흥미로운 점은 MBTI에 대해 가장 높은 신뢰를 보여주는 연령층이 바로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성별로 보면 여성 40%가 ‘매우‘ 또는 ‘그런 편‘에 답한 반면 남성은 32%가 같은 문항에 답했다. - P113

이러한 조사 결과는 오늘날 심리학 문화의 선두 주자가 청년층,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⁴ - P113

4 이동한, "[별난리서치] MBTI,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2, https://hrcopinion.co.kr/archives/20518. - P361

MBTI가 한 사람이 ‘소유하는‘ 일련의 특징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MBTI 결과의 신뢰도, 즉 다시 검사했을 때 같은 결과가 재현될 확률은 대단히 낮다. - P117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인간의 이 같은 놀라운 가변성을 보여주는 르포다. (중략).
그렇다면 여린 마음을 가진 소녀와 냉정한 살인자와 용기 있는 전우 어떤 것이 그들의 진정한 원래 모습이었을까? - P116

끔찍한 상황만이 인간의 인격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부와 높은 지위가 인간성의 추락을 불러오거나 인간의 비윤리적인 모습을 끌어내기도 한다는 것은 잘 증명된 심리학적 사실이다. (중략). 상층계급은 하층계급과 비교해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며,⁷ ⁸ 친사회적 행동에 참여하는 빈도도 더 낮다.⁹ - P117

7 Michael W. Kraus, Stéphane Côté and Dacher Keltner, "Social Class, Contextualism, and Empathic Accuracy", Psychological Science, 21 (11), 2010, pp. 1716~1723.

8 Pia Dietze and Eric D. Knowles, "Social Class Predicts Emotion Perception andPerspective-Taking Performance in Adul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7(1), 2020, pp. 42-56.

9 Paul K. Piff, Michael W. Kraus, Stéphane Côté, Bonnie Hayden Cheng and DacherKeltner, "Having Less, Giving More: the Influence of Social Class on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9(5), 2010, pp. 771-784. - P361

높은 지위와 이기적이고 냉정한 성격이 단지 상관관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통해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있다. - P116

우리가 타인 및 세상과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은 끊임없이 우리를 변화시키며, 그렇기에 인간은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존재가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나 타고난 고유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 P118

우리에게는 분명 각자가 타고난 기질이 있다. (중략). 그러나 이런 기질적 특징만으로 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는 없다. - P119

개인의 관점과 가치관은 이처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 행동과 성격의 복잡성을 심화하는 요인이자, 그 자체로 환경에 의해 형성되기도 한다 - P119

보상에 대한 어린이들의 자기 조절 능력을 살펴봄으로써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마시멜로 실험‘은 흔히 인내심 있고 성실한 성격을 계발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정작 마시멜로패러다임의 창안자인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특정한 성격 분류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 P119

심리학적 명칭처럼 개념화된 자기를 포함해 한 가지 자기 개념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을 심적 고통과 외부의 피드백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¹⁴ ¹⁵ - P120

14 김병수, "내 모습이 다양할수록 건강한 것이다", <인물과사상>, 195호, 2014. 7. pp.174-185.
15 김병수.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라", <인물과사상>, 193호, 2014.5, PP.163~173. - P362

그럼에도 MBTI를 위시한 각종 치료요법적 기술들은 자신이나 타인이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별 노력 없이 쉽고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 P121

이런 관점에서 보면 친밀감과 유대감은 사전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보기 위한 인내와 노력, 특히 집합적 노력 속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략).
심리학 연구들은 일제히 같은 행동을 하기만 해도 강한 사회적 유대감을 경험하고, 더 많은 친사회적 행동을 보이며, 동기화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유대감의 질 또한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¹⁷ - P122

17Arran Davis, Jacob Taylor and Emma Cohen, "Social Bonds and Exercise: Evidencefor a Reciprocal Relationship", PloS One, 10(8), 2015, e0136705. - P362

스피닝과 크로스핏 등 함께 고강도 동작을 하는 운동들이 현대 사회에서 거의 컬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¹⁹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런 이유다. - P123

19 어맨다 몬텔, 《컬티시>, 김다봄. 이민경 옮김, 아르테, 2023 (Amanda Montell, Cultish:The Language of Fanaticism, Harper Wave, 2021). - P362

자기 이해 산업과 산업을 위한 자기 이해

(전략). MBTI가 일종의 사교술이나 인간을 알기 위한 보편문법의 하나로 통용되는 현상의바탕에 있는 현대 치료요법 문화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있다. - P124

첫째, 환경이나 사회의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나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핵심, 혹은 진정한 나를 발견하라는 강박적 명령이 도처에 산재한다. - P124

특히 칼 로저스가 중심이 된 인본주의 심리학 운동은 진정성이라는 단어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막대한 창조적 잠재력이 있으며, 인간에게는 자아를 실현할 놀라운 힘이 있다고 믿었다. - P125

현대 사회에서는 진정성 개념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략 ‘나답게 살기‘ ‘나 자신이 되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P125

 특히 인본주의 심리학 운동에 영향을 받아 시작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자존감 열풍 이후로 "당신은 특별하다" "나는 특별하다"는 말은 일상에서 매일같이 접하는 일종의 현대적 만트라로 자리 잡았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은 곧 나의 특별함을 찾는다는(계발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 P126

(전략). 현대 사회에서는 정체성이라는 말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지만, 본래 정체성이라는개념은 특히 1940년대에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고안한 ‘정체성위기 identity crisis‘ 개념과 더불어 처음으로 대중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 P126

그러나 정체성 개념이 널리 대중화된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체성은 점점 더 "당신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개인의 독특함, 남들과 다른 특징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²⁶ - P127

26 Frank Furedi, 100 Years of Identity Crisis: Culture War Over Socialisation, De Gruyter,
2021, pp. 12~13. - P363

치료요법의 시대에 성행하는 것은 비단 MBTI 검사만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뉴스까지 수도 없이 많은 매체가 앞다투어 온갖 심리학적·정신의학적 자가 진단을 제시하면서 당신의 ‘증상‘을 이해하게 하는 단 한 가지 명칭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 P128

 예를 들어 HSP의 특성으로 자주 제시되는, 관계에서 갈등을 피하는 성향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버거워하는 성향 등은 이미 살펴보았듯이 현대 사회에서점점 더 흔해지는 행동 양식이다. 한편 뛰어난 창의력, 공감능력, 눈치, 자기 성찰, 예술에 대한 민감성 등은 아무도 거부하지 않을 법한 긍정적 특징들이다.  - P129

일례로 ADHD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표방하는 <애디튜드ADDitude)>는 ADHD의 증상이나 치료법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않고, ADHD가 정의에 대한 민감성³¹이나 창의력³² 등 많은 긍정적 자질을 포함하는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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