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 옷과 장신구

1297등곳 상투가 풀리지 않게 꽂는 물건. - P363

1301 맞단추: 암단추, 수단추를 맞대어 끼워지게 해서 쓰는 단추주로 어린아이들의 옷이나 지갑, 손가방 등의 덮개를 고정시키는 데 많이 쓰는 단추를 말한다. 흔히 속어로 ‘똑딱단추‘라한다. - P365

1302 바대 홑적삼이나 고의의 해어지기 쉬운 부분 안에 덧대는 헝겊조각.
한마디로 옷에 덧대는 헝겊조각을 말하는데, 홑옷의 양쪽 겨드랑이 안쪽에 대는 헝겊을 ‘곁바대‘ 라 하고 등덜미 쪽에 넓게 덧대는 헝겊을 ‘등바대‘라 한다. 오늘날 흔히 빠대‘라는된소리로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 P365

1304 바짓부리: 바짓가랑이의 끝부분.
너무 긴 바지를 오랫동안 입고 다니다 보면 땅바닥에 스친 바지끝이 닳아서 올이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요즘에야 입성이 하도 흔한 세상이라서 바짓부리‘가 닳기도 전에 버리기십상이지만, 먹고 입는 것에 주리던 옛날에는 닳아빠진 바짓부리를 다시 안으로 말아 올려서 겅둥하게 짧아진 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 P366

1306 진솔: 한 번도 빨지 않은 새옷.
옷을 새로 지어 입고 빨 때까지의 동안을 ‘첫물‘이라고 하는데, ‘진솔옷‘은 곧 ‘첫물의 옷‘을 말한다. 원래는 봄가을에 다듬어 지어서 입는 모시옷을 진솔옷이라 불렀는데 이를 줄여서 진솔이라고 한다. - P367

1308 풀대님 바지나 고의를 입고 대님을 매지 않는 일.
대님‘은 남자의 한복 바지 끝부분을 동여매는 끈을 말한다. (중략). 따라서 풀대님 차림은 어지간히 경황이 없는 상태나 예의 없는 차림새를 빗대는 말이다.
:: 집 안에서 한바탕 난리를 친 김첨지는 풀대님으로 사립짝을 나선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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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어땠나?" 가장 침착하지 못해 보이는 아쓰히코가 제일 먼저 상황을 물었다. "시신을 자세하게 조사했겠지. 뭔가 알아냈나?"
질문을 받은 다카자와는 마사에와 재빨리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아까 정자에서 들려준 수준의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다시 말했다. 쓰루오카의 시체는 처참한 상태라는 것. 따라서 살인으로 추정된다는 것. 시체는 정자로 옮겨졌다는것. 범행은 어젯밤에 일어났다는 것 등등. - P141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뜬금없이 살인사건이라니. 게다가 평범하게 죽인 것도 아니야. 코뼈와 갈비뼈를 부러뜨리질 않나, 아주 난폭한 수법이잖아."
"정말입니다. 마치 집단 폭행이라도 당한 것 같네요."
분위기를 읽을 줄 모르는 도라쿠 스님이 태평한 어조로 콕 집어 지적했다. - P142

"여러분께 쓰루오카 가즈야가 탐탁지 못한 인물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 아닙니까. 그런 쓰루오카가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겠죠. 아니, 거의 모두가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왜 이딴 녀석이 사이다이지 가문의유산을 축내느냐면서요."
너무나 솔직한 지적에 뜨끔했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윽"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탐정의 말이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 P142

사야카가 그런 걱정을 하거나 말거나, 다카오는 더욱 도발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차라리 내가 쓰루오카를 죽였다고 이 자리에서 손들 분은 안 계십니까? 어쩌면 ‘우리‘라고 복수형으로 표현해야 하려나. 이번 일이 정말로 집단 폭행이라면, 범인은 한 명이아닐 테니까요. 어떻습니까, 아무도 안계세요?" - P143

그러자 3남매 중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게이스케가 손을 드는 대신, 목소리 높여 항의했다.
"어쭙잖은 짓은 그만두시죠, 탐정님. 저희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이 합세해서 쓰루오카를 때려죽였다. 그런 말씀입니까? 말도 안돼요. 우리 가문 사람은 그렇게 난폭한 짓을 하지 않아요. 그렇지, 누나?" - P143

3남매는 하나같이 범행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뭘 어떻게 호소하든, 쓰루오카 가즈야가 여러 군데 상처를 입고 참혹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때 아쓰히코가 주먹으로 손바닥을탁치더니, 새삼스럽게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렇지. 범인은 혹시 외부에서 온 것 아닐까?"
"어휴, 섬 밖에서요? 바다를 건너서 말입니까?" 다카오가 기가찬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 P144

미사키는 어젯밤에 체험했던 기묘한 일을 여기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다카오도 미사키에게 이야기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중정에 빨간도깨비가 나타난 일은 당분간 비밀로 하는 편이상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사야카도 비밀을 나불나불떠들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세 사람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 P145

그러자 아쓰히코는 자신의 ‘외부 범행설‘을 지지한다고 착각했는지 더욱 자신을 얻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처남은 여러모로 적을 만들 법한 성격이었잖아. 분명 우리가 모르는 부분에서 엄청난 말썽이 있었겠지. 응, 틀림없어."
(중략).
"그렇군요. 외부인의 범행이라면 이러니저러니 고민할 것 없겠죠. 선량한 시민의 당연한 의무로서,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으신 거죠? 그럼!" - P145

게이스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호소했다. "뭐, 어쨌든 좀더 생각하고 신고해도 늦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죠, 탐정님?"
"거참, 뭘 더 생각한다는 겁니까. 범인은 섬 밖에서 왔다면서요?
그럼 무서워할 것 하나 없겠네요."
‘외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은 손톱만큼도 안 믿는 주제에!‘
사야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다카오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이었다. - P146

에이코의 재촉에 고이케 기요시는 한순간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음을 굳힌 듯 한 발짝 앞으로 나서더니 감정이 깃들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섬에는 저희밖에 없습니다.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이 거실에 계신 분들과 가나에 님뿐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그렇겠지. 그래서요?"
"모두 함께 입을 맞추면, 이 사건을 묻어 버리기는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지 않을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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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I


A CRITIQUE OF MATHEMATICAL REASONING



§ 11. The paradoxes. This chapter is intended to present the problemsituation out of which the investigations to be reported in the rest of thebook arose, i.e. the situation preceding those investigations (but nothow it has since changed). - P36

The Epimenides paradox, known also as the liar, appears in stark form,
if a person says simply, "This statement I am now making is a lie." Thequoted statement can neither be true nor false without entailing a con-tradiction. This version of the paradox is attributed to Eubulides (fourthcentury B.C.), and was well known in ancient times. (Cf. Rüstow 1910.
If the statement "Cretans are always liars ..." is not authenticallyEpimenides‘, or was not originally recognized as paradoxical, the Eubuli-of the Liar may then be older than the "lying Cretan" version.) - P39

§ 12. First inferences from the paradoxes. The reader may tryhis hand at solving the paradoxes. In the half century since the problem hasbeen open, no solution has been found which is universally agreed upon.
The simplest kind of solution would be to locate a specific fallacy, likea mistake in a student‘s algebra exercise or geometry proof, with nothingelse needing to be changed. - P40

AXIOMATIC SET THEORY. Reconstructions of set theory can be given,
placing around the notion of set as few restrictions to exclude too largesets as appear to be required to forestall the known antinomies. Sincethe free use of our conceptions in constructing sets under Cantor‘s def-inition led to disaster, the notions of set theory are governed by axioms,
like those governing ‘point‘ and ‘line‘ in Euclidean plane geometry. Thefirst system of axiomatic set theory was Zermelo‘s (1908). Refinementsin the axiomatic treatment of sets are due to Fraenkel (1922, 1925),
Skolem (1922-3, 1929), von Neumann (1925, 1928), Bernays (1937-48),
and others. Analysis can be founded on the basis of axiomatic set theory, which perhaps is the simplest basis set up since the paradoxes for thededuction of existing mathematics. Some very interesting discoverieshave been made in connection with axiomatic set theory, notably bySkolem (1922-3; cf. § 75 below) and Gödel (1938, 1939, 1940). - P40

But in thr case of arithmetic and analysis, theories culminating inset theory, mathematicians prior to the current epoch of criticism general-ly supposed that they were dealing with systems of objects, set upgenetically, by definitions purporting to establish their structure com-pletely. The theorems were thought of as expressing truths about thesesystems, rather than as propositions applying hypothetically to whateversystems of objects (if any) satisfy the axioms. But then how could con-tradictions have arisen in these subjects, unless there is some defect inthe logic, some error in the methods of constructing and reasoning aboutmathematical objects, which we had hitherto trusted? - P41

IMPREDICATIVE DEFINITION. When a set M and a particular object mare so defined that on the one hand m is a member of M, and on theother hand the definition of m depends on M, we say that the procedure(or the definition of m, or the definition of M) is impredicative. Similarly,
when a property P is possessed by an object m whose definition dependson P (here M is the set of the objects which possess the property P).
An impredicative definition is circular, at least on its face, as what is defined participates in its own definition.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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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행복한가‘
그 문장을 안다. 확실하게 안다. 매우 잘 알고 몇번이나 봤다.
자, 알려줘. 그다음은 뭐지?
인도인와 네팔인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나운서가 읽은 문제의 다음 부분이 마침내 머릿속에 들려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 P62

그리고 한 입 먹은 순간 인도인은 말을 잃었다. 맛이 없기 때문이었다. 인도인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런 카레에 ・・・・・・ (목숨을 걸었다니) 말이야¹⁵‘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생각해낸 이야기였다.
마지막까지 머릿속으로 곱씹고서는 이건 아니라고생각했다. 제목은 ‘안나 카레니나‘다. 그런데 이 이야기대로라면 인도인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저런 카레‘가 아니라 ‘이런 카레¹⁶‘가 되어야 한다.

15 ‘저런 카그 "저런 카레에 ......말이야"는 일본어로 "あんなカレーにな(안나카레니나)"이다.

16 ‘저런 카레‘의 일본어 발음은 ‘안나 카레‘, ‘이런 카레‘의 일본어 발음은 ‘콘나카레‘다. - P64

독서가인 아버지는 수많은 책을 소장하고 계셨다. 너무 많아서 본인 방에 다 보관하지 못한 책을 내방과 형 방에 놓았을 정도였다. (중략).
아버지의 책들은 내 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었지만 매일 자고 일어나는 방에 존재한다는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특히 딱 내 머리맡 높이에 꽂혀 있던 톨스토이라는 작가의 안나 카레니나는 밤에 불을 끄기 전 몇 년 동안이나 보던 마지막 풍경이었다. - P66

그 시기 내가 상상한 가장 장대한 ‘안나 카레니나‘ 이야기는 안나가 전설의 ‘살아 있는 카레‘를 찾아 인도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다. (중략). 즉 ‘안나, 카레가 되다¹⁷‘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인 셈이다.


17 ‘안나, 카레가 되다‘는 일본어로 ‘アンナ、カレーにな(る)(안나 카레니나(루))이다. - P67

"이번에도 엄청 빠르시네요. 미시마 씨, 방금 또정답을 맞혀서 두 문제 앞서가게 됐습니다. 오늘 컨디션 어떤가요?"
진행자가 물었다. 내가 재치 있는 방송용 대답을못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어떻게 정답을 맞힐 수 있었는가‘를 묻지 않고 대답하기쉬운 질문을 했다. - P69

"문제......
나는 버튼에 올려놓은 오른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풀네임으로 답하세요. 1915년, X선을 이용한 결-"
혼조 기즈나가 버튼을 눌렀다. 나는 반응조차 못했다.
그가 버튼을 누르고 정답을 말하기 전까지 나는 이 문제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71

1915년에 X선과 관련해서 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은 두 명이다. 윌리엄 헨리 브래그와 윌리엄 로렌스브래그 부자. 지금 시점에는 두 명 중 누가 정답인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 P71

혼조 기즈나의 전설 중 하나는 역대 노벨문학상수상자를 완벽하게 대답한 것이다.
‘초인 열전‘ 방송의 ‘제3회 지능 초인 결정전‘ 코너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한 시간 15분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최대한 많이 쓰는 일문다답문제가 출제됐다. 혼조 기즈나는 제한 시간을 3분남기고 역대 수상자의 이름을 모두 적었다.
그 순간을 캡처한 사진을 SNS에서 봤다. - P73

"지능 초인 결정전‘ 제의가 들어온 건 녹화 전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직전에 결원이 생긴 모양이더라고요. 디렉터가 출연자를 간절하게 찾는다는 이야기를 나카즈카 씨에게 들었어요."
야마다가 말했다. 나카즈카는 교토대 의학부에 재학 중인 퀴즈 플레이어로 ‘지능 초인 결정전‘ 제1회부터 제3회까지 출전한 인물이다.
"그래서, 갑자기 출연하게 된 거야?" - P74


"프로그램에서는 ‘도쿄대 수석남‘이라고 나왔던데."
"그러니까요. 내가 후보 문구를 몇 개 말하다가졸업논문으로 ‘니치코상‘이라는 상을 받았다는 소리를 했거든요. ‘니치코상‘은 원래 교양학부에서 주는 상인데 졸업논문이나 석사논문을 열심히 쓴 사람한테 주는 상이에요. 물론 영예로운 상이지만 학부에서 여러 명 받을 수 있는 상이니 수석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죠. 애초에 대학 성적이 그리 좋지도 않고요." - P75

"네가 4회 이후에 출연하지 않은 것도 그것 때문이야?"
"그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죠. 결국 ‘도쿄대 수석남‘으로 방송됐고 그 때문에 한동안 친구들한테 ‘수석‘이라고 놀림 받았어요."
"그랬구나." - P76

"그런데 말이야, 네가 나갔던 ‘지능 초인 결정전‘
에서 유명한 장면 있잖아."
"혼조 기즈나 말이에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모두 적은 녀석."
(중략).
"아뇨. 사실 그거 말인데, 녹화 전날 밤에 디렉터가 출연자 전원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내일 일문다답 문제에 노벨문학상 관련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라고. 그래서 자기 전과 다음 날 아침에 부랴부랴 외웠죠." - P77

프로그램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문제가 나온다‘
라는 말을 들으면 모든 수상자를 암기한다. ‘초인 열전‘에서 ‘초인‘이라는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을 끝까지 해낸다.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한 남자‘라는 문구를 받은 혼조 기즈나는 진심으로 세상을 머릿속에저장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혼조 기즈나라는 사람을 아주 조금 이해한 듯했다. - P79

"혼조 씨, 버튼을 정말 빨리 눌렀는데 어떻게 정답을 알았죠?"
진행자가 물었다.
"문제 처음에 1915년이 들린 순간 역사적인 사건이 나올 일은 거의 없다고 느꼈어요. 전년인 1914년이라면 후보가 많지만 1915년은 별로 없고, 굳이 생각하자면 ‘21개조 요구¹⁸‘정도겠죠. 그래서 노벨상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다음 단어를 듣자마자 버튼을 눌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략)."



21 제1차 세계 대전 중인 1915년 1월에 일본이 자신들의 권익 확대를 위해중국에 요구한 21개 조항. - P80

"아들 로렌스 브래그는 당시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였습니다. 저도 최연소 공인회계사 합격자라서 예전부터 친근감을 느꼈어요."
"그렇군요. 천재끼리 통하는 친근감이 있군요."
진행자가 말을 끊었다. 나는 혼조의 대답을 들으며 감탄하면서도 역시 위험부담을 안고 버튼을 눌렀구나 싶었다. - P81

나는 묘한 사실에 감탄했다. 혼조는 ‘세상을 머릿속에 저장‘ 했기에 오히려 이 문제를 틀렸다. 나처럼 퀴즈 대회만 출전해 온 퀴즈 플레이어였다면 당연히 틀리지 않을 문제였다.
득점은 여전히 2대1.
혼조는 두 번까지만 허용되는 오답 기회 중 한 번을 초반에 사용했다. 흐름이 나쁘지 않다. 무대 위의나는 생각했다.


Q. 산 정상까지 등산로가 여섯 계단뿐이며 해발 3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낮은 산으로 알려진, 센다이시에 있는 이 산은 무엇일까요?
A. 히요리야마. - P82

2011년 3월 11일, 혼조 기즈나는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있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원이셨던 아버지가 쓰루오카시 연구소로 발령받았어요."
(중략).
도쿄대 이삼은 도쿄대 이과 삼종의 줄임말로 의학부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입학하는, 일본에서 가장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다. 혼조 기즈나는 이과 삼종에 단번에 합격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 가족은 야마가타에 있었는데 쓰루오카시는 바다와 떨어져 있어서 쓰나미나 원자력 발전소 피해를 입지는 않았어요. (후략)."
(중략).
"형은 지진이 나기 반년 전쯤부터 등교 거부했어요. 학교에서 상당히 괴롭힘당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 P84

"괴롭힘을 당한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사소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선배들과 분쟁이 벌어져서 아이들이 형에게 중재를 부탁했는데 ‘자기와상관없는 일이다‘라며 거절한 모양이에요. 겁쟁이라는 욕으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반 전체에게 무시당했나 봐요. 참고로 저도 형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아까 말한 잡지 인터뷰에서 읽은 거예요."
유토가 말한 인터뷰는 잡지 ‘TV 팬‘의 ‘초인 열전‘ 특집호에 실렸다. - P85

(전략). 그리하여 혼조 기즈나는 2학기부터 등교를 거부했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빌려와 들입다 독파했다고 한다.
-차라리 무슨 자격증이라도 따면 어떻겠니?
보다 못한 아버지의 말에 기상예보사와 공인회계사 문제집을 사왔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때 기상예보사 자격증을, 고등학교 1학년 때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 P86

"괴롭히던 아이들과 사이가 좋아졌나요?"
"네. 작년 말인가에는 쓰루오카시까지 가서 중학교반창회에 참석했거든요.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말이에요. 저는 이해가 안 가요. 미시마 씨는 이해가 되나요?"
"모르겠네요. 하지만 모순되면서도 알 것도 같아요." - P87

자신을 괴롭힌 무리에게 성공한 나를 보여준다.
너희처럼 시답잖은 인간들과는 달리 나는 노력해서명성을 쌓았다. 그때 사실은 누가 옳았는지 증명해보였다. 나는 너희와 달리 너그러운 사람이니 사인도 해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줄게.
하지만 너희를 진심으로 경멸해.
속으로 그런 상상을 했다. - P88

‘그러면 문제‘라고 불리는 유명한 문제 형식으로 후반부가 진정한 문제인 구조였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은‘으로 시작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산은? (A. 에베레스트)‘,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은? (A. 기타다케)‘ 등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문제를 풀 때 ‘누르고 문제 듣기‘ 방식을 사용했다. ‘누르고 문제 듣기‘란 버튼에 불이 들어온 뒤 출제자가 문제 읽기를 멈출 때까지 잠깐의 시간 차를 이용한 기술이다. - P91

땡.
오답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은 후지산입니다. 그러면 2014년 4월, 국토지리원이 일본에서 가장 낮은 산으로 인정한, 미야기현 센다이시 미야기노구에 있는 산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히요리야마‘ 입니다."
그 오답까지 더해 나는 그날 대회에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 P92

애초에 혼조 기즈나는 퀴즈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머릿속에 저장한 세상의 정보가 갱신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식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어느 시점까지 통설이었던 정보가 틀렸음이 증명되고 새로운 통설이 등장한다. 학자의 발견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바뀌거나 풀지 못하던 수학 문제가 증명되기도 한다. - P93

지진을 겪은 혼조 기즈나의 냐묜에 변화가 일어났다. (중략).
‘야마가타현‘이라는 지명에 나는 떠올랐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는 야마가타현을 중심으로점포를 운영하는 세탁 체인점이다. 그는 야마가타현에 산 적이 있고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를 잘알았다.
혼조 기즈나가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를 알고 있던 이유를 깨달았다.tohs - P95

퀴즈에는 ‘확정 포인트‘가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있다‘고 알려졌다.
확정 포인트란 문제 중에 퀴즈의 답을 확정할 수있는 포인트를 뜻한다. - P95

예컨대 <임무의 제한 시간인 ‘0시 1분‘을 뜻하는 제목입니다. 개빈 라이얼의 이 하드보일드 소설은무엇일까요?>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임무의 제한 시간인 0시 1분을 뜻하는 제목‘에서 이 문제의 답은 『심야 플러스 원』밖에 없다고 깨닫는다. - P96

"미시마 씨, 운이 좋네요."
진행자가 내게 말했다. 퀴즈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 순간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P97

"혼조 씨, 지금 오답을 말씀하셨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진행자가 화제를 돌렸다. 혼조 기즈나는 잠시 시간을 둔 뒤 대답했다.
"과거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에이스였던 로베르토 바조는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페널티킥을 넣지 못하는 사람은 페널티킥을 찰 용기가 있는 사람뿐이다‘라고 말했죠.
오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문제를 풀 용기가 있는 사람뿐이에요."
"역시 혼조 씨다운 대답이네요." - P98

퀴즈 덕분에 여자아이와 친해진 적이 딱 한번 있다. - P101

"네. 퀴즈 때문에 외웠거든요."
"또 아는 일본도가 있으면 다 알려 주세요!"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내가 아는 일본도 지식을 풀어놨다. 일본도에는 다치²⁰, 가타나²¹, 와키자시²²,
단도²³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다치는 길이가 거의 60센티미터 이상이고, 오타치는 90센티미터 이상이다. 60센티미터 미만은 고타치라고 부른다.


20 외날에 칼날이 휘고 길이가 76센티미터 이상인 허리에 차는 일본도.
21 외날에 칼날이 약간 휜 길이가 60~70센티미터인 일반적인 일본도.
22 외날에 칼날이 약간 휜 길이가 30~60센티미터인 짧은 일본도.
23 외날에 칼날이 휘지 않은 길이가 30센티미터 미만인 짧은 일본도. - P103

사귄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기리사키가 말했다.
"사실 나 ‘도검난무‘라는 게임에 빠져 있어."
"일본도를 의인화한 게임 맞지?"
"응.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일본도를 좋아한다고했잖아. 그거 ‘도검난무‘ 이야기였어." - P102

"일본도도 잘 아시나요?"
진행자가 물었다.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소장한 도쿄국립박물관에 직접 가서 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혼조 기즈나에 비할 수 없지만 이번 대답은 나쁘지 않았다. 정답을 맞힐 수 있었던 필연성을 단적으로 설명하면서 미카즈키 무네치카가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정보도 제시했다. - P106

"문제......?"
다음 문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이기도 했으며 국보 도구-"
내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무의식중에 ‘안다‘고 판단해 자신도 모르게 버튼을 누른 것이다. 컨디션이 좋을수록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끔찍하게도 나는 그 시점에 답을 짐작조차 못 했다. - P107

내 목구멍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튀어 나가고 싶어했다.
히틀러를 퇴치해야 한다.
넌 아니야.
원래 화가였고 마지막에는 독재자였지만 국보와는 무관하며 오후 7시부터 전국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퀴즈 프로그램의 정답으로 넌 부적절해. - P108

땡.
오답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정답은 ‘휘종‘이었다.
"ot......."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갔다. - P109

Q. 화가이기도 했으며 국보인 ‘도구도(桃鳩圖)‘등여러 작품을 남겼습니다. 1127년 정강의 변으로 금나라에 포로로 붙잡힌 북송 말기의 황제는 누구일까요?
A.휘종. - P110

동기인 나카야마나 후배인 야마다는 오픈대회에서 입상했다.
다른 학교에서 개최한 정례 모임의 버튼 빨리 누르기 퀴즈에서 호되게 진 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다카하시 부장과 둘이 사이제리야²⁵에 갔다. 나는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아 드링크 바에 있는 우롱차만 연신 마셨다.


25 이탈리아 경양식을 판매하는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 P111

"참고로 퀴즈는 지식의 양을 겨루는 것이 아니야."
햄버그스테이크를 다 먹은 부장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뭘 겨뤄요?"
"퀴즈에 얼마나 강한지 겨루지."
"퀴즈에 얼마나 강한지를 겨룬다고요?" - P112

"아무도 모르는 문제의 정답을 나 혼자만 맞힌다.
그러면 정말 기분 좋지. 최고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다들 아는 문제도 먼저 버튼을 눌러서 맞힐 수 있어야 해."
(중략).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도 필요해. 상황에 따라서는 아직 50대50 확률일지라도 다른 사람보다 먼저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퀴즈에서 이기려면 ‘창피하다‘는 감정은 필요 없어. 그런 감정은 버리는 편이 나아. 사람들이 비웃든 뒤에서 손가락질하든 무슨 상관이야. 이기면 이름이 남는데." - P113

. 학교에서 시험 볼 때 빈칸을 제출하는 것이 아까운 일이듯퀴즈대결에서 아무 답도 말하지 않는 것 역시 아까운 행동이다. 틀렸다고 생각해도 일단 말해 본다. 틀린 것은 오답이 아니라 창피하다고 아무 답도 말하지 않는 행위다. - P114

퀴즈라는 경기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분명 축구도, 체스도, 가루타²⁶도, 리그 오브 레전드도 마찬가지일 테다.
모든 경기는 사람을 불가역 상태로 만든다. - P115

퀴즈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은 ‘정답이 생각나지않았다‘는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못하느냐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퀴즈 플레이어는 답을 알고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알 것 같은‘ 단계에 누른다. 내게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지만 평소 퀴즈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이해할수 없는 감각이리라. - P117

‘CNS‘만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케언즈 국제공항의 약자일 수도 있고 중추신경계의 약자일 수도있다. ‘삼대‘라는 단어로 ‘CNS‘가 삼대 학술지라는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문제는 ‘CNS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하는 삼대 학술지는 ○○, ○○,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 같은 내용이리라.
삼대 학술지눈 ‘셀Cell‘,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다. - P118

‘지능 초인 결정전‘을 제외하면 혼조 기즈나는 2년 전 여름에 처음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다(지능초인 결정전‘은 순수 퀴즈 프로그램이 아니다). (중략).
결론부터 말하면 혼조 기즈나는 그 특집 반송애서 졌다. - P119

아마 방송에서 편집 당한 만큼 많이 틀렸으리라.
딱히 주목할 부분 없이 그의 출연은 그렇게 끝났다.
‘아는 것은 많지만 퀴즈는 못 하는 사람‘이라는 캐릭터만 만들고서.
그 후 혼조는 퀴즈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게 된다. 모든 프로그램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본영상에서는 ‘이론으로만 익힌 지식으로 다른 참가자들을 웃기는‘ 역할이었다. - P121

혼조 기즈나는 사카타 야스히코가 프로듀서를 맡은 ‘Q의 모든 것‘ 제4회 방송에서 우승하면서부터 바뀌었다.
(중략).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구텐베르크 불연속면, 레만 불연속면.
페타로이드.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
시라세 노부.
혼조 기즈나는 퀴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대답할수 없는 문제들을 맞혀나갔다. 물론 아직 퀴즈 플레이어로서 어설픈 부분은 있었다.  - P122

나는 혼조 기즈나의 ‘한 글자 듣고 정답 맞히기‘
영상을 여러 번 재생했다. ‘Q의 모든 것‘ 마지막 회마지막 문제에서 전설이 된 장면이었다.
어떻게든 찾으려고 했다.
마법의 흔적을.
혹은 부정행위의 흔적을.
"자~"
문제를 읽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혼조 기즈나가 버튼을 눌렀다. - P123

"자에‘라는 말을 듣고 ‘자에는 자로‘를 유추한 혼조기즈나는 정답이 문제극 중 하나인 ‘끝이 좋으면 다 좋아‘가 아닐까 추측했다. 그것이 프로그램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회 마지막 문제의 정답이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면 제법 멋스럽다. 그러니 일단 논리적인 추리로 정답을 유추해야 한다. - P124

적어도 ‘한 글자 듣고 정답 맞히기‘는 마법이나부정행위가 아니라 정통 퀴즈였을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혼조 기즈나가 그런 추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엄마. 클리닝 오노데라예요‘도 어쩌면 퀴즈였던것 아닐까.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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