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은 총 열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책이다. 이 책은 저마다 다른 주제와 소재, 그리고 문체와 서술 기법들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 P323

 그는 서구 문학에서 별로 다루어지지도 않고 크게 알려지지도 않았던 이 도시를 처음으로 알린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꼈던 듯하다. - P323

조이스에게 더블린은 대체로 밝고 활발하고 건전하기보다는 어둡고 무기력하고 타락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조이스가 『더블린 사람들』에서 다룬 삶의 양상이 비교적 부정적인 쪽에 치우쳐 있고, 또한 이를 표현하는 데 걸맞게 언뜻 구질구질하거나 상스럽게 비칠 만한 언어를 구사했다는 것은처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로 대두했다. - P324

그럼에도 출판사 측의 압박이 계속되자, 이에 맞서 조이스는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내가 양보하지 않은 사항들이야말로 바로 책을 단단히 응집시키는 사항들입니다. 내가 그 사항들을 견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내 도덕사의 장을 내가 쓴 방식 그대로 씀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신적 해방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P325

작가적 소신이 담긴 위의 진술들에는 『더블린 사람들』의 주요한 문학적 요소들, 즉 소재, 주제, 구조, 분위기 및 문체 따위에 대한 그의 철저한 구상이 담겨 있다. - P325

1. ‘마비‘라는 주제

(전략).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정치적인 차원에서 당시 아일랜드는 수백 년에 걸친 영국의 제국주의적 압박과 이와 관련한 정치적 부패, 그리고 감자 기근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이로 인한 미국 등지로의 이민 물결이라는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랜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담당해야 할 가톨릭교회는 올바른 가치관의 지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와 세태 영합의 모습을 보이기도했다. - P328

아닌 게 아니라, 『더블린 사람들』에 등장하는 많은 작중인물들은 이렇게 빈곤과 무지와 환상과 이기심에 의해 고정된 자리에 갇혀 지낸다.  - P328

(전략), 설혹 현실 타개의 엄두를 낸다 하더라도 판단력과 의지 부족으로 말미암아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패배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 P329

청년기에 해당하는 네 작품은 경제적, 사회적인 신분 상승의 꿈이 허망하게 좌절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P330

「경주가 끝난 후」와 「두 건달」은 자신보다 우월한 입장에 있는 친구에게 아부하며 기생하다시피 하는 종속적인 관계를 통해 이득을 꾀하려는 청년들의 속물성과 허영심을 다룬다.  - P331

(전략), 후자에서 레너헌은 그의롤 모델인 콜리에게 빌붙는 자신의 비굴한 태도와 황새를 따르려는 뱁새 꼴에 불과한 자신의 실제 처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둘 다 마지막에 참담한 패배감과 자기모멸감 속에서 후회할 수밖에 없다.  - P331

「담쟁이 날의 위원회실」에서는 시의원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위원회실에 모인 사람들의 불성실하고 야비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중략). 과거의 추억에 대한 감상적인 향수, 그리고 타락과 배신이 지배하는 위원회실의 분위기는 파넬이 죽은 후 아일랜드 정치가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음을 잘 나타낸다. - P334

「은총」에서는 술 마시고 넘어지는 봉변을 통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위신이 추락한 상태임을 여실히 보여 주는 커넌이라는 인물을 구제하기 위해 주변 친구들이 공모하여 그를 피정에 데려가고 거기서 퍼든 신부의 설교를 듣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부의 설교는 하느님과 함께 돈을 섬기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 P335

여기까지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단편 열다섯 편을 ‘마비‘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양한 인물형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전반적으로 갑갑하고 어두운 색채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마비라는 한마디 단어만으로이 책에 그려진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 전체를 단순화한다면 과연 온당한 평가라고 할 수 있을까? - P337

 마비라는 단어가 조이스 자신이 이 책에 대해서 사용한말이고 또 실제로 이 책 도처에 마비의 증상이 짙게 감지된다는 점은 물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마비의 증상에 대해서 조이스가 그만큼 안타까워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 P338

2 꼼꼼한 비속의 문체

(전략). 그런데 조이스 학자들의 입에 ‘마비‘에 버금가게 자주 회자되는 이 어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종종 엇갈린다. - P338

꼼꼼한 문체는 조이스의 철저한 자연주의적 작품을 나타낸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읽어 본 사람은 더블린을 직접 가보지 않아도 더블린 시가를 머릿속에 훤히 재현해 낼 수 있을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더블린 사람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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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요즘 미술이 어려운 진짜 이유

(전략). 특히 현대미술 작품을 볼 때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으시죠? - P5

먼저 ‘요즘 미술‘이라고 불리는 ‘현대미술‘의 뜻부터 짚어보려합니다. 현대미술은 말 그대로 현대에 나타난 미술을 뜻합니다. (중략). 현대미술 이전은 ‘근대미술, 그리고 현대미술을 거쳐 1989년 이후로는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P6

하지만 현대미술은 평상시에 우리가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각적으로 익숙한 형상을 파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 P6

현대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추상‘도 이러한 맥락에서등장했습니다. 추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단순하게는 대상에서 어떤 ‘본질‘을 뽑아내는 일이라고 이해하면 조금 쉬울 것 같아요.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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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자키 히루코에게

(전략)
변함없이 하는 일 다 잘되고 건강하리라고 믿는다. 인사말을 늘어놓는 건 성미에 맞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일전에 마다라메 기관이라는 조직에 관해 조사해달라고 의뢰했잖아. 그 보고서를 보낸다. - P11

이 보고서를 복제해서는 안 되고 남에게 발설해서도 안 된다고 너도 내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으니까. - P12

001

기묘한 거래



1

"카레우동은 본격 추리가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주장했다.
당연히 카레우동은 우동의 아종이며 본격 추리는커녕 본격 중화요리도 아니다. 그건 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서 카레우동의 이름을 꺼내는 것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 P15

(전략).
"즉, 저 사람은 강의실과 학생식당 냉방이 너무 강해서 추운거야. 특히 학생식당은 통유리라 햇빛이 잘 드니까 냉방도 강하게 설정했겠지. 그러므로 추위를 타는 저 사람이 따뜻한 음식을 찾으리라고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아.‘ - P16

"그래. 저 사람은 친구 두 명과 함께 들어왔어. 친구들은벌써 음식을 받아서 계산하는 중이야. 저 사람은 친구들이 기다릴까 봐 마음이 급하겠지. 여기서 문제, 라면하고 우동 중에 빨리 나오는 건 뭘까?" - P17

하지만 우동과 달리 라면에는 애착이 없는지 맛이 형편없어서 인기가 없다. (중략). 덧붙이자면 라면을 담당하는 (아마도) 필리핀 아저씨도 맛을 떨어뜨리는 원흉 중 하나다.  - P18

"저 사람이 입은 카디건요. 하얀색이잖아요. 저런 걸 입었는데 카레우동을 주문할까요?"
카레 얼룩은 흰옷의 천적이다. 한창 꾸밀 나이의 여학생이 무신경하게 넘어갈 리 없다. (중략).
"카디건은 벗으면 되잖아, 어리석기는!" - P19

여학생의 점심은 학생식당 직원의 추천 메뉴인 간 무와 통조림 참치를 올린 간장 소스 냉우동이었다.
왜!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점심으로 먹기에 딱 좋은 메뉴지만, 당신 추운거 아니었어? - P20

밥을 먹는 학생들의 표정은 환하다. 이 주에 걸친 기말시험도 오늘 오전부로 거의 다 끝났으니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느라 마음이 설레는 거겠지.
부러울 따름이다. (중략).
그 원인의 대부분이 눈앞에 앉은 이학부 3학년 선배 아케치 교스케에게 있지만, 가위표를 친 종이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움켜쥐는 표정으로 보건대 본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모양이다. - P21

나는 처음에 미스터리 연구회, 소위 미스연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 P23

좋아하는 작품을 화제로 삼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 "안 읽어봤다"뿐이라 밴 다인과 쓰즈키 미치오를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 P24

"이학부 3학년, 아케치 교스케라고 해. 미스터리 애호회의 회장을 맡고 있지."
미스터리 애호회? 미스연하고는 다른 건가.
"그러니까 미스연의 아류?"
"절대 아니야!" - P25

 미스연 회원들이 즐겨읽는 소설은 요즘 유행에 따라 캐릭터의 개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연애와 청춘소설 요소도 듬뿍 담은 작품들, 이른바 라이트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 작품들이었다. - P26

그리하여 나는 그의 조수로서 학교 비공인 동아리에 소속되어 생산성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다른 가입 예정자는 없다. - P26

2

(전략).
"물론 비어 있는데요. 또 고양이라도 찾으시려고요?"
(중략).
고양이 찾기는 그가 가끔 학교 근처 다누마 탐정 사무소에서 맡아 오는 아르바이트다. - P27

하지만 교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가 몇 번 해결한 실적이있으므로 꼭 무시할 수만은 없다. - P28

아케치 씨는 교내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근처 탐정 사무소와 파출소에도 쳐들어가 명함을 돌렸고, 그 일을 계기로 다누마 탐정 사무소와도 안면을 텄다. - P28

"실은 영화 연구부가 여름방학 때 재미있을 것 같은 합숙을 한다는 말을 들었거든." - P28

(전략).
"음. 하지만 심령현상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아이돌 연예인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콘셉트는 이제 질색이야. 김이 확샌다고."
"격하게 동의해요."
개인적으로는 외국의 엑소시즘도 많이 써먹은 소재라 이제좀 지겹다. - P29

"그래서 우리도 합숙에 낄까 했거든.‘
"뭐라고요?" 갑작스러운 전개에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그런데 영화 연구부 부장한테 가서 부탁하니까 거절하더라."
"그렇겠죠."
"지난달부터 벌써 세 번이나 부탁했는데, 아무래도 안 될것 같아." - P30

하지만 하무라, 펜션이라고, 여름 펜션. 거기에 또래 학생이 모여 뭔가 사건이 터질 법한 상황이잖아."
무슨 리라장*도 아니고. - P31

3

(전략).
"또 거절당했어."
아케치 씨는 세월이 느껴지는 커피색 의자에 앉아 나지막한 테이블 밑으로 긴 다리를 쑤셔넣으며 그렇게 말했다.  - P32

"나는 그저 머리를 숙일 뿐이야. 아무 폐도 안 끼쳤어."
"그게 제일 골치 아픈 사고방식이라니까요."
"아무 사건도 없이 여름을 보낼 수는 없잖아. 어떻게든 해야지." - P33

"처음 뵙겠습니다. 문학부 2학년 겐자키 히루코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이학부인 아케치 씨와도 경제학부인 나와도 접점은 없을듯하다. 아케치 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 이름까지 알다니 도대체 누구일까. - P34

"아케치 씨, 영화 연구부 합숙에 동행하고 싶으시죠?"
(중략).
"영연에 소속된 친구에게 언뜻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주열심히 부탁하신다고요."
"예, 매정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지만요."
(중략).
매정할 것도 많다. 질리지도 않고 끈덕지게 치근거렸으니얻어맞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겨야 마땅하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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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살인 심리

The Murderer Next Door



"살인보다 매혹적인 범죄는 없다.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래 우리는 계속 살인에 매혹되어 왔다."

-에드워드 L. 그린스펀, 『격정의 범죄』 서문에서¹


"원래 살인죄는 입이 없어도 스스로 그 죄를 실토한다고 하지 않던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 P11

1장 살인 심리

1. H. Engle, 『격정의 범죄(Crimes of Passion)』 (Buffalo, NY: Firefly Books, 2001). - P367

어느 밤, 칵테일파티에서 절친한 친구가 살의(殺意)를 느낄 만큼 격노하는 모습을 본 후, 나는 살인 연구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 P13

(전략).
순간 이상한 감정이 나를 엄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날 밤을 회상할 때마다, 그때 느꼈던 본능적인 공포는 아직까지도 나를 깜짝놀라게 한다. - P14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여전히 동요된 상태로 그곳을 떠났다. 어쩌면 그곳에 좀 더 머물면서 그 일에 대해 더 진지하게 걱정을 했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 P14

그날 밤 그의 아내는 내가 살인에 대해 연구하면서 깨닫게 된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 심지어 우리가 사랑하고 또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조차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이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 P15

치명적인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직감은 대개 잘 들어맞는다. 또 평소살인같이 극악한 행위는 결코 저지르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사람들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당연한 듯 그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 P17

 그날 밤 파티에서 보았던 친구의 분노는 그래서 더욱 인상 깊은 것이었다. 왜 그때 그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싶단 생각이 그토록 강하게 들었는지 나는 정말이지 알 수 없었다.  - P17

제정신이 아니거나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만이 살의를 품는다고 믿었다. 폭력적인 문화에서 자라다 보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점점 무뎌져서 살인까지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7

냉혹한 살인 청부업자들이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는 별반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이들은 돈을 얻기 위해 또는 범죄 행위의 목격자를 제거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 P18

(전략). 그러나 다른 많은 종류의살인 행위는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사람들은 학교 댄스파티 중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와 데이트를 즐기는 어린 임산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 P18

사람들은 살인에 매료된다. 인간의 행위 중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없다. - P18

살인 성향은 깊고 무의식적인 심리 기계로부터 흘러나온다. - P18

폭력 행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특히 아동의 폭력 행동을 연구하는사람들은 텔레비전과 영화 속에 만연한 폭력들이 사람들을 더욱 폭력적으로 만들며, 때로는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극한 상태로 몰아간다고 주장한다. - P18

 또 다른 사람들은 가난과 마약, 폭력적인 문화의 역할을 강조한다. 나는 이러한주장들 중 어느 것도 대다수 살인자들의 진정한 살해 동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P19

나는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이와 같은 믿음들이 모두 잘못되었으며,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9

그들은 대부분 중산층 가정에서태어난 반듯하고 지적인 사람들이었다. (중략). 그런데도 그들 중 대부분은 적어도 한번쯤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강렬한 판타지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 P20

이 조사 후, 우리는 살인 판타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살인 판타지를 품는 이유와 계기,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해 조사하였다. - P20

이 연구에서, 남성의 91퍼센트, 여성의 84퍼센트가 적어도 한 번은 누군가를 살해하는 판타지를 선명하게 품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 P23

가난, 정신병, 부모, 매체 폭력 등 살인을 설명하기 위해 빈번히 인용되는 단순한 해석들은 어둠의 본질, 즉 살인 심리의 밑바닥에 놓인 근원적인 구조에 도달하는 데 철저하게 실패했다. - P23

. 이 설명들이 실패한 데에는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분명한 것은 살인이 단 한 가지 동인에 의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 P23

게다가 동일한 감정이 서로 상이한 여러 유형의 살인을 유발하기도 한다.  - P24

살인이 발생한 환경과 동기는 외관상 매우 다양해 보이나 그 이면에는 단편적인 동기들과 다양한 수단, 각종 기회들을 포괄하는 숨겨진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 P24

내가 구축한 이론에 따르면,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우발적으로 저질러지는 살인이건,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건, 모든 유형의 살인들은 가혹한 진화적 논리의 우여곡절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 P25

선조들의 살인 충동에 관한 최근의 발견들은 인간이 진화의 아주 초기단계에서부터 타인들을 살해해 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 P25

 그는 등 뒤에서 쏜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이다. 화살은 몸을 뚫고 들어와, 견갑골을 산산조각낸 후, 왼쪽 어깨에 박혔다. 그는 내부 출혈로고통 받다가 몇 시간 후 사망했다.  - P25

이외에도 여러 고고학적 증거들이 살인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에 존재해 왔는지를 재평가하게 해 준다. - P26

비록 단편적이고 불완전할지라도 이 새로운 고생물학(지질 시대의 동식물(고생물)의 체제 · 발생·생리·생태 등의 연구를 통하여 생물 진화의 양식이나 메커니즘의 해명을 지향하는 학문 분야. 고생물의 존재를 나타내는 구체적 증거인 화석(化石)이 주요 연구 대상이 됨. 옮긴이)과 생물 고고학의 증거들은 살인의 긴 역사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을 제공해 주었으며, 내가 발전시킨 살인 이론에도 많은 정보들을 제공해 주었다. - P28

그러다 진화의 냉정한 계산법에 따르면, 살인, 특히 가장 만연하게 나타났던 종류의 살인이 우리 선조들에게 생존과 번식의 경쟁에서 많은 이점을 제공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 P28

살인 심리는 일종의 군비 확장 경쟁처럼 진화했다. 살인의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 인간은 잘 연마된 일련의 방어 기제들을 발달시켰으며, 이 방어 기제들은 살인에 대해 강력한 제어물로 작용했다. - P28

동종의 구성원들이 끼치는 치명적인 위험이 오랜 시간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인간은 살해당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조율된 방어 기제들을 발달시켰다. - P29

동종의 구성원들이 끼치는 치명적인 위험이 오랜 시간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인간은 살해당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조율된 방어 기제들을 발달시켰다.  - P29

놀라운 과학적 발견들 덕에,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방어 기제들이 삶의초기 단계부터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방어 기제들은 심지어 태어나기도 전에, 아늑한 엄마의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한다. - P29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가 발견했듯, 심지어 자궁 안에서도 살해당할 위험은 존재한다.
(중략).
놀랍게도, 헤이그는 모체를 제어하고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들 역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아에서 생산되는 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이 바로 그것이다. - P29

출생 후 작동하는 살해 방어 기제는 바로 ‘울기‘다. - P30

영아의 공포 반응은 낯선 사람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남성에게 집중해서 나타난다.  - P30

우리가 발달시킨 살해 방어 수단들에는 밤늦게 어두운 거리를 홀로 걸을 때 느끼는 경계심도 포함되어 있다. (중략).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살의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내는 놀라운 능력마저 진화시켰다. - P30

피에 대한 매료, 수백 명의 군중들 속에서 화난 얼굴을 골라내는 놀라운 능력, 그리고 살인자의 세부 사항들을 궁금해 하는 것 모두가 살해 방어 수단의 특징이다. - P31

잠재적인 살인자들은 방어 기제와 억제책들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살인에 대한 생각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을예방한다.  - P31

그렇다면 이것이 대부분의 살인이 이성을 잃거나, 살인으로 인해 닥쳐올 위험들(자기 방어 기제에 의한 위험과 처벌의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 P31

 이 논리에 따르면, 살인 행위는 단지 비이성적인 행동일 뿐이다. 『격정의 범죄』라는 저명한 책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시각이 매우 잘 드러나 있다. - P32

 대규모로 실시된 한 연구에서, 여성이 저지르는 살인 중 56퍼센트는 계획 살인(일급 살인. 미국에서는 살인의 고의성과 계획성, 악의 등을 기준으로 살인의 등급을 매기는데 일급 살인은 고의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사전에 계획한 불법적인 살인을 말한다. 또 고의적이지는 않더라도 중범죄 (방화, 주거 침입, 납치, 강간, 강도) 도중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경우도 일급 살인에 해당한다.)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살인을 계획하고 반추하며 숙고하는 행위는 종종 며칠, 몇 주, 몇 달, 그리고 가끔은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된다.⁷ - P32

7. Mann, 1993, 1996. - P367

둘째, 때로 살인이 분노, 질투, 시기와 같은 강렬한 감정들에 의해 유발되기는 하나, 그렇다고 감정이 분별력을 흐려 놓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핵심은 ‘격정은 다분히 이성적‘이라는 것이다. - P33

사건 기록들은 사람들이 종종 극심한 분노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며,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보여 준다. - P33

놀랍게도, 내가 연구했던 375건의 살인 사건 중 96퍼센트 이상이 제정신이고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이며, 어떤 정신 질환도 앓고 있지 않은 가해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며, 잘못된 것이라는 걸 완벽히 인지하고 있었다. - P34

간단히 말해, 대부분의 살인자들은 미치지 않았다. - P34

(전략).
연구에 참가한 사람들은 1,000여 명으로 5개 문화권으로부터 모집되었으며, 연령대가 다양하였다. 연구는 우선 피험자들에게 아래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놀랍게도 시험에 참가한 남성의 91퍼센트와 여성의 83퍼센트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 P35

▶ FBI 살해 데이터베이스

우리는 이전에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FBI 살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이 자료에는 총 42만 9729건의 살인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중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1만 3670건이었다. 놀랍게도 아내가 살해되는 주요 정황은 ‘삼각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경우, 아내는 대개 남편보다 나이가 많이 어렸다. - P35

▶무엇이 살인을 저지르게 만드는가?


우리는 ‘무엇이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사람들을 자극하는가‘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였다. (중략).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인자로부터 자기 자신과 자식들을 보호해야 할 경우, 살인을 저지를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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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왕자에서 붓다로

아리아 기마민족이 벼락같은 기세로 인도에 들어와 현재 우리가 힌두교라 부르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종교적 진화를 일으키고, 1,500년이 지났을 무렵 끊임없는 환생의 교리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 P45

싯다르타는 통치자이자 전사 계급인 크샤트리아 카스트에속했다. - P45

왕자 싯다르타는 열여섯 살에 야소다라 공주와 결혼하고 아들 라훌라를 낳았다. 싯다르타는 스물아홉 살까지 특권적이고 보호받는 삶을 살았고,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것은 노예들이 채워주었다. - P46

그러나 단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사건이 싯다르타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버렸다. 그것은 네 가지 광경 Four Sights 이야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 P46

싯다르타는 질병의 고통, 늙음, 그리고 죽음을 목격했다. ‘이모든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는 궁금했다. 그는 베다를 연구했지만, 모든 베다가 그에게 말해준 것은 그것이 삶의 법칙, 즉 카르마라는 것이었다. - P47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 때문에 결코 평안을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했다. 그러나 갈망하던 대상을 얻는 순간, 또 다른 갈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싯다르타는 점점 더 - P48

그는 윤회 [재생, rebirth]의 바퀴에서 그들을 구원할 깨달음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발견한 길[path]로사람들을 인도하고자 했다. - P48

. 왕자 싯다르타는 나이 스물아홉에 궁전을 떠나 걸인이 되었다. - P48

집을 떠난 싯다르타는 6년에 걸쳐 욕망의 고통을 몰아내고 깨달음을 얻는 최선의 길을 찾아 방황했다. - P49

그들의 방법은 육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육체를 부정하면 할수록 정신은 더욱 명료해질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 P49

훈련에 몰입하던 싯다르타는 하나의 의문을 제기했다. - P49

길을 걷던 싯다르타는 야생 무화과나무에 도달했고,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큰 결심을 했다. 비록 나의 피골이 상접하고 생명의 피가 말라버린다 해도, 나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여기에 앉아 있으리라. - P50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이전에 자기가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고행의 수도자들을 찾아나섰다. - P51

 우리의 갈망 때문에 우리에게 채워졌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삼사라의 바퀴 wheel of samsara‘가 더이상 돌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싯다르타는 양극 사이의 중간적 길을 취하는 것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그V는 이것을 ‘중도 Middle Path‘라고 불렀다. - P51

붓다는 실제적이며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 P52

불교는 행동이지 신조가 아니다. 믿어야 할 어떤 것이라기보다 행해야 할 어떤 것이다. - P52

중도에 대한 붓다의 설명을 받아들인 수도자들은 그의 추종자가 되었다. - P52

베나레스에서의 첫 설교 이후, 붓다는 45년 동안 여행하며 수도승과 여승 집단인 상가를 강화시키는 활동을 벌였다.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그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자신이 떠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53

CHAPTER 6

아무것도 해치지 말라

불교와 마찬가지로, 자이나교 Joinism는 힌두교가 인간에게 제기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 P54

니르바나nirvana는 양초 불을 끄듯이 훅 불어서 끈다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단어다. 니르바나는 영혼이 ‘삼사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때 획득된다. - P54

자이나교 Jainism 라는 말은 ‘정복‘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동사에서 왔다. - P55

마하비라와 붓다(고타마 싯다르타)는 단순히 지리적 위치나 시대적 유사성 이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마하비라는 싯다르타와 마찬가지로 왕자였으며 고통과 고통의 원인이라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었다. - P55

붓다와 마찬가지로, 마하비라역시 리스트(목록)를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 P56

언뜻 보면 그가 제시한 계율에는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 다른 수많은 종교가 거의 비슷한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 P56

자이나교의 승려와 여승은 어떤 것도 해치거나 죽이지 않아야 한다! 먹기 위해 동물을 죽여서도 안 된다. 사냥이나 낚시도 허용되지 않는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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