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롭과
문학 사이,
울면서
‘웃는 남자‘들

박민상


1.12월 7일의 밤

윤석열 탄핵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내게 ‘광장‘의 기억은 여성과 노동자, 퀴어 들이 열어낸 아침의 ‘빛‘만큼이나 어떤 남자들과 마주친 ‘밤‘, 광장과 광장사이의 불 꺼진 거리, 난장판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등등에 관한 혼란한 장면들로 다시 가라앉고 있다. - P93

그때, 딱 붙는 검정 티셔츠를 슬랙스 안에 넣어 입은 근육이 다부지면서 슬림한 몸매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듯 "지X하네, 지하네, 지X하네"라고 위협적으로 소리치며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중략).
아마 그것이 내가 ‘도태남‘이 아닌, 내 또래의 ‘극우 남성 청년과 그토록(물리적으로) 가까이 대면한 유일한 경험이었을 테다. - P93

그곳에 있는 세계란 이렇다: 딥스‘¹와 엔추파도스²에 대한 끝없는 비난, 중국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다는 증거와 영원한 계파 갈등, 이준석이 친중 빨갱이인 증거, 신앙 간증과 동서고금 음모론들의 아름다운 화합..

1_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약자로, 세계를 뒤에서 조작하는 가상의 권력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특정한 정당과 정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되레 순수한 이권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비화된다. 딥스 음모론은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음모론에 결합하기도 한다.

2_엔추파도스(Enchufados)는 스페인어로 ‘플러그에 꽂혀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정권 혹은 권력과 연결되어 그를 재생산하는 데 복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이 마두로 정권과 대립각을 연출하면서도 뒤로는 실상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스레드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대정부투쟁에 대한 국민의힘의 소극성을 비난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 P94

이 전장의 전위에, 내가 만난 ‘반반한 극우 남자들의 유니섹스한 실천이있다. 집회 방송 차량 위에서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멋진 팔근육을 뽐내며 발언하는 모습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들어가면, 좌파들을 척결하겠다며헬스장에서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 허리 굵기를 보정한 듯 보이는 화장실 상의 탈의 셀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P94

2. 스레드 극우의 젠더 가속주의

(전략). 히토 슈타이얼이 「대리 정치」에서 소묘한 바 있는 트위터 정치 봇들의 웅성거림에 의해 대체된 ‘공론‘은 이제 되레 인간 행위자에 의해서 젠더를 일개의 총탄 삼아 확전된다. 여기서 도용되는 사진이 언제나 여성의 사진이라는점은, 대중적 보수주의 정치가 여성의 신체와 이미지를 동원해 물화해온 메커니즘을 이들이 일종의 디지털 성폭력으로 모방해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P95

이들의 배후에 있는 극우 개신교의 조직망과 네트워크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⁵ 

5 『역사비평』 2026년 봄호에 수록된 이상록과 정용택의 글은 내란 이후 급격히 가시화된 한국의 극우주의와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그 다변화와 변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용택은 한국 극우 개신교가 ‘구원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기업가적 영성과 능력주의 신앙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한 불안을 혐오로 치환하는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개신교넷 ‘현실 정치‘를 극점으로 하는동시대 한국 극우에 대한 보다 확장적인 해석의 지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상록, 「한국 극우의 혐오정치와 대중심리」: 정용택, 「구원의 자본, 혐오의 정치한국 극우 개신교의 정치경제학, 1945~2025」, 「역사비평』, 2026년 봄호 - P96

 남성 동성 사회에서 남성의 비남성성은 이미 하나의 의례로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애당초 ‘남성성들의 계층화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권력‘의 얼굴 아니었던가. - P96

(전략).
그렇다면, 이 자동화된 남성성의 ‘폭주‘를 멈춰 세우려는 페미니즘적 ‘비판‘은 어떻게 남자들의 ‘배움‘으로 계승되어왔던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대학에서 신입생 시절을 보낸 나를 비롯한 또래 남성들에게 ‘남성성 비판은 너무나 익숙하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에 의해 정당한 몫을 빼앗겼다는 대안 우파 남성들의 정세 판단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 backlash도 결국은 페미니즘적 비판을 향한 기호론적 익숙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  - P97

(전략), 이 환멸 나는 폭력과 오물들을 배설하는 사회적 실재를 전체로서의 남성성과, 남초 커뮤니티의 현란하게 저열한 언어들에 휘말려 특정하게게토화된 남성 부족들tribe의 전유물로 압축해버리는 것일 테다. 이런 오류는 우리를 어떤 남자들의 저급함과 마주치도록 끌어당긴 ‘위기‘가 가진 중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분석 대상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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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차원에서 본다면 읽는 행위 자체를읽을 수 있게 된 현상은 필연이다. - P39

읽음 상태 표시의 또 다른 기원은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의 ‘자리에 있음‘ 표시다.
..
. - P41

커뮤니케이션학을 살펴보면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은 디지털 의사소통 과정에서 현존감과 소속감 경험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 P41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도약이야말로읽음 상태 표시를 표준으로 정착시킨 결정적 계기다. 왓츠앱, 시그널,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이 기능의 비활성화는 그저 부분적으로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 - P42

이로써 읽기 행위는 일종의 수행적 파라텍스트¹⁴ 성격을 갖게 되었다.


14 편집자주: 본문 이외의 부가적 요소로 책의 일러두기, 제목, 서문, 주석, 해설 같은 언어적 요소는 물론 판형, 여백, 서체같은 시각적 요소를 포함하여 의미를 더하는 주변 요소다. - P42

그러나 개별 수신자를 초월해 불특정 대중을 지향하는 글쓰기 행위조차 소셜 미디어의조건에서 읽는 행위를 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계기로 이해하는 독자들을 전제해야 한다. - P43

읽기와 쓰기에 기대하는 핵심 역할은 더 이상서사나 중요 정보 전달이 아니다. 관계 수행을 돕는 역할이 더 주요하다.  - P44

책은 매체 형식의 위계질서에서 가장 높은자리에 놓여 있으며, 여전히 특별한 주의력을 요구하는 고유한 성취로 남는다. ‘표절 검증‘으로 저작권에 대한 의심을 제도화한 이유 역시 이런 평판 경제의 일부다. - P44

인쇄술 발명 후 개인의 독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행위가 되었다. - P45

 도서 시장은 발행 부수, 베스트셀러목록, 선인세, 흥행 실패 기록 등을 통해 독서를 관찰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한다.²¹


21) 참조. Carolin Amlinger, "Schreiben, Berlin 2021. - P45

책장은 외부로 드러나는 영역과 사적 영역경계에 놓인 대상이다. 책장은 자신이 출판물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로 드러내는역할을 하는 동시에, 어떤 책을 수집·전시하고 있는지를 전달한다. - P46

역사적으로 독서 행위에 대한 관찰은 자기인식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었다.²²


22) Peter Bürger, "Das Verschwinden des Subjekts.
Eine Geschichte der Subjektivität von Montaignebis Barthes, Frankfurt a. M. 1998; ChristianMoser, Buchgestützte Subjektivität. LiterarischeFormen der Selbstsorge und der Selbsthermeneutikvon Platon bis Montaigneд, Tübingen 2006; JulikaGriem, "Szenen des Lesens. Schauplätze einer gesellschaftlichen Selbstverständigung, Bielefeld2021. - P46

 긴 텍스트(예컨대 책)를 읽는 것과 짧은 텍스트(예컨대 메시지)에 반응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 더 규명해야 할 과제다. - P47

(전략)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하나의 문학적 가능성으로 쓰거나 읽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P49

대신 읽기와 쓰기는 메신저라는 내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 P49

 종이책과 신문 독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히려 텍스트 생산과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P50

텍스트 마이닝 text mining¹⁸의 알고리즘 과정, 초대규모 텍스트의 처리 및분석 노하우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핵심 인프라 조건은 지난 30년에 걸쳐 커뮤니티, 메신저, 소셜 네트워크, 쇼핑 포털,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진 읽기와 쓰기의 관찰·축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갖춰졌다.  


18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패턴, 추세, 관계 등 의미 있는정보를 추출하는 기술. - P50

제2장

쓰기 도구, 그리고 플랫폼 구술성


말과 글, 경계가 사라진 텍스트

팟캐스트 시장의 팽창으로 시작된 변화


자동음성인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음성 파형을언어에 대응시키는 것이다. 소리로 발화된 언어는컴퓨터 내부에서 거의 예외 없이 우선 문자 언어, 그러니까 텍스트로 변환된다. 텍스트에는 오랫동안 다듬어진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형식과 프로토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컴퓨터가 텍스트로 변환된 파형을 계속해서 처리할 수 있다. - P70

현재의 인공지능 기반 글쓰기 혁명을 이끈 것은 단순히 글로 쓰인 텍스트뿐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입으로 말해진 구어가 중요했다. - P71

 1950년대부터 (초기) 컴퓨터 공학 담론에서 인간의 언어 표현에 ‘자연스러운‘이라는 속성이 부여되었다.
반면 컴퓨터는 ‘형식formal‘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언어들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며, 형식성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 P72

자동 번역뿐 아니라, 무선 통신과 라디오 방송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는 기술도 계속해서 연구했다. - P73

일반적으로는 오늘날 상업적 인공지능을 위한 혁명은 2012년 알렉스넷AlexNet의 발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본다.³⁸

38 알렉스넷은 컴퓨터의 사진 이해 분류 능력을 겨루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인공지능 모델이다. 알렉스넷은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오류율을 절반가량 낮춰 인공지능의 겨울을 끝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딥러닝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 P74

(전략). 현재 ‘팟캐스트‘는 순수 오디오 스트림, 동영상 스트림,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릴스, 그리고 인터뷰 녹취록에 이르기까지 쏟아지는 다양한 구어적퍼포먼스 사이를 넘나들며 아우르는 용어가 되었다.  - P76

 팟캐스트는 2004년 가디언지 기자 벤해머슬리가 만든 용어다.⁵⁷ ⁴¹
(중략). 2000년, 블로거 트리스탄 루이스는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RSS 프로토콜과 인터뷰 오디오 파일을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에서 무엇인가를 확인하려면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했으나, 그럴 필요 없이 RSS로 블로그 콘텐츠를 자동으로 배달하자는 생각이었다. 

41 2004년 미디어 파일을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특정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도 업데이트한 새로운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표준 포맷)로 전달하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당시에는 애플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여겨졌기 때문에 기자였던 해머슬리는 아이팟과 방송을 뜻하는 단어 브로드캐스트를 합쳐 팟캐스트라는단어를 만들었다.

57) Ben Hammersley, "Audible revolution -Online radio is booming thanks to iPods, cheapaudio software and weblogs, The Guardianд,
2004.02. 12, www.theguardian.com/media/2004/feb/12/broadcasting. digitalmedia, 49:2025.06.01. - P77

RSS의 목표는 블로그와 팟캐스트 제작의 탈중앙화였다. 하지만 팟캐스트가 점차 플랫폼화되면서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 P78

팟캐스트의 RSS 메타데이터는 AI 기반으로 자동 콘텐츠 추출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 즉 입으로 말해진 언어를 재가공할 때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 P79

쓰기 도구에서 말하기 도구로

말이 글이 되며 생겨난 텍스트 자원

(전략).
미디어 역사에서 팟캐스트는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82

팟캐스트, 특히 동영상은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 시장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되었으며, 소비자의 여가 시간 중 가장 큰 몫을 점유했다. - P83

텍스트로 변환된 내용 일부를 자막으로 사용자가 이용하거나 자동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당 100시간 분량 이상의 동영상이 매일 업로드되며 생산되는 방대한 말뭉치는 여전히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 P85

결국 현재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의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모든 것은 클라우드 내에서텍스트로 변환된다.  - P86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어 처리 분야의 가장 중요한 교재 중 하나가 텍스트 길들이기 - 텍스트를 찾고, 정리하고, 이용하는 방법Taming Text– How to Find, Organize and Manipulate It⁶⁰』이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60) Grant S. Ingersoll, Thomas Morton, AndrewFarris, "Taming Text. How to Find, Organize andManipulate It, Shelter Island 2013. - P86

이른바 디지털 인문학이 다루고자하는 말뭉치의 규모는 아마도 페이스북이나트위터에서 단 하루 동안 생성되는 텍스트 양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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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신의 본성을 추론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쓴 종교적 사고의 한계에 관한 에세이

(중략).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논의할 수 없는 것일까? 자연 안에 혹은 상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논의할 수 없는 것일까?  - P41

나는 그가 상상하고 있다고 가장하는 것에 대해 추론하는 일에 착수할 것이고, 그것이 생각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밝히고자 할 것이다.

출전: 《퍼스 전집》 (Writings of Charles S. Peirce), I:37. - P42

제2장

형이상학에 관한 논고¹


1) (역주) 제목에 [〕 표시를 한 것은 원서의 것으로서, 엮은이가 일종의 가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으로 보인다.


서론

제3장 선험주의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1. 선험주의자의 관점

형이상학이 인간 의식의 연구라는 견해가,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이요 개념분석이라는 망각에 빠져서 일방통행식으로 수행된다면, 그것은 진리에 대한 우리 내부의 통상적 표상들이 실제로 맞는지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탐구체계인 선험주의 비판주의가 더좋은 이름이다)를 낳게 된다. …… - P44

감각과 나는 생각한다가 결합된 증거들에 의존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 P45

칸트의 추론은 그러하다. 그러고서 그는 우리의 모든 개념들의 객관적 타당성을 나는 생각한다 혹은 감각적인 것의 특정한 표현 이외의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일로 테스트해나간다. 다음의 것들을 그는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한다.

외부 감각의 형식-공간
내부 감각의 형식 -시간 - P46

B. 신앙의 이유

불신앙은 전면적 회의론이거나 부분적 회의론이다.
상이한 능력 (faculties)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서로 구별되는 상이한 영역을 지니고 있다. 어떤 능력도 그 고유영역을 벗어나서 신뢰되지 않는다. - P48

이 논변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1. 그것은 신앙을 모든 확실성과 동일한 근거에 놓아둔다.
2. 그것은 그것이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는 점을 아주 분명하게 하지 않는다.
3. 진리의 획득이라는 관념 자체 속에 신앙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그것은 그것을 공리처럼 수용하게 해주며,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신앙에 관해 추론하기도 전에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미 확신하였던가를 설명해준다. - P48

C. 신앙의 성질

I. 신앙이 아닌 것

1. 그것은 순수하게 지적 원리가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진리를 터놓고 믿어버리는 설명할 수 없는 충동이다. - P48

II. 신앙인 것

1. 그것은 의식 자체에 의한 인식이다. 그것은 추상들을 마음속에 품는 바로 그 능력의 힘이다. - P49

III. 선험주의에 미치는 신앙의 효과

1. 비판은 쓸모없는 것으로서 완전히 버려진다.
2. 인간 정신의 한계에 대한 연구로서의 선험주의는 그 값어치를 온전히 지니게 된다.
3. 의식에 대한 이 연구는 개념분석에 의한 추상들의 검토이다. - P50

$1. 진리에 관하여

참이다는 오직 표상들과 표상으로 간주된 것에만 적용가능한 형용사이다. 그것은 표상이 그 대상과 일치함을 함축한다.
A. 진리의 가장 단순한 일치 유형은 표상과 그 대상 간의 유사성(resemblance)이다. 나는 이것을 박진성(眞, verisimilitude)⁸이라고 부르고, 그러한 표상을 모사(模寫, copy)라고 부른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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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현대 건축에서의 이분법의 붕괴


1
자율화에서 이분법의 붕괴로

근대 건축이 개념들의 자율화나 영토화를 추구한다면, 현대 건축은 개념들의 용해나 탈영토화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율화(autonomisation)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 P68

자유 평면, 입면-구조의 자율화

예를 들어 근대 이전의 파사드(façade)와 내부 벽면(paroi)은 기둥이나 벽 같은 구조체의 종속적 요소였다. 코르뷔지에는 자유 평면(plan libre)의 개념에서 구조체로부터 입면과 내부 벽면을 자유롭게 만든다 - P68

더 스테일, 슈뢰더 주택, 리트벨트 의자

(전략). 리트벨트(Geritt Rietvelt)가 설계한 슈뢰더(Schröder) 주택에서의 파사드, 내부 벽면, 기둥은서로 독립되고 각각의 요소들은 각각에 대해서 독립적이다. 건물의 모서리는 벽들에 의해서 닫혀있지 않고 개방된다. 상자 형태의 건물은 미끄러지는 벽면들의 자율성에 의해서 열린다.  - P69

조닝, 기능주의, 보차분리, 주거·노동 분리

(전략). 근대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들은 생성이나 기능들의 이질적 가능성보다는 각각의 프로그램과 기능들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추구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 P70

이분법과 영토화, 자율화에 의해서 근대 건축과 근대 도시론은 필로티를 사용하여 건물을 땅에서 떼어놓는다². 


2 필로티에 의해서 건물과 땅이 분리되는 측면도 있지만, 건물에 의해 분리되었던 두 영역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 근대 건축의 모든 작업이 분리와 불연속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 P70

자율화 vs 내재성, 근대건축 vs 현대건축

자율화의 사유는 데카르트적인 합리주의적 분석, 이분법, 코드화, 영토화, 정체성(identité)의 사유와 관련된다. 이것은 쟝르들의 혼합, 탈영토화, 이질성, 내재성, 생성의 사유와는 대립된다.  - P70

콜하스, MVRDV, FOA, 이토, 헤르조그의 예

(전략).
헤르조그와 드 프롱(Herzog & de Meuron), 이토 토요(Ito Toyo)의 건물에서, 하중을 받는 벽과 표피(enveloppe) 사이의 자율적 구분은 사라진다. 헤르조그의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2002-2008)에서 하중을 받는 요소(élément portant)와 받쳐지는요소(élément porté)는 하나가 된다. 이토 토요의 토드(Tod) 매장 건물(2002-2004)에서 창틀의 역할을 하는 중첩된 나무 모양은 동시에 구조체의 역할을 한다.  - P71

대립 쌍

(전략). 근대 건축에서는 건축 개념들의 자율화와 영토화에 의해서 건축의 여러 대립쌍들의 분리에 촛점이 맞춰졌고, (후략). - P71

모든 대립 쌍들이 근대 건축의 시대에 개발되거나 형성된 것은 아니며, 어떤 대립쌍들은 최초의 건축에서부터 존재했었다. - P72

2
도시/건축


1) 네트워크, 순환

팀텐팀텐(Team 10)과 메가스트럭춰 운동은 도시 구조의 관점에서 도시와 건축의 연속적인 관계를 찾고자 한다.  - P73

안도 타다오

안도 타다오의 건물들은 팀텐의 도시적 동선과 네트워크와 연관이 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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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문

‘텍스트힙‘과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의 공존 속,
읽기의 미래를 묻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출판계와 함께한 수식어다. (중략). 서울국제도서전 입장권이 조기 매진되더니 오픈런은 물론, 인파로 책 구경이 쉽지 않고 인기 굿즈가 동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 P7

 출판 종수는 늘었으나 초판 부수는 더 줄어들었고, 재판을 찍는 책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 P8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2025년11월 발표된 국가데이터처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48.7퍼센트, 즉 절반에도 못 미쳤다. - P8

요즘 사람들에게 읽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매체가 쏟아지는데 책은 언제까지, 어떤 위치로 존재할까? - P9

 독일과 유럽의 사례를 중심으로설명하는 책이지만, 출판·미디어계가 처한 독자 감소에 따른 위기는 한국 현실과 너무 흡사하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P10

읽기의 위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로 스스로 책을 읽고 있는가?"

헤이북스 편집부 - P11

독서의 위기

왜 우리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나?

탄탄한 문해력과 몸에 밴 독서 습관이 기대되는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텍스트 이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불만이 나온다. 이를 그저 해묵은 불만으로치부할 수는 없다.


‘독서의 위기‘라는 말은 독서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표현이다. (중략). 챗GPT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AI 챗봇이 등장하며 ‘여전히 독서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전면에 떠오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 P17

 현재는 충격의 여파가교육 기관과 출판사, 작가 집단에 퍼지고 있으며, 몇 년 사이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형세이다. 인쇄 매체 발행 부수가 줄고, 도서 시장에서 해마다 고객이 사라진다. 또한 실증 연구에따르면 독해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 P18

신문 시장의 발행 부수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 P19

특히 미디어 기업 악셀 슈프링어 Axel SpringerSE는 자사 브랜드인 빌트지를 온라인 동영상시장에 안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 P20

독서의 위기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10년을 단순히 현재만의 관점으로 관찰한 것인지, 비교대상이 20세기 전반인지 후반인지, 혹은 19세기까지도 해당하는지, 아니면 오직 21세기만이 비교의 대상인지에 따라 또 다른 물음이 생겨난다. - P21

문맹 인구의 숫자나 독서의 양과 질은 단순히 정부의 문화 정책 문제가 아니다. - P21

얼마 전 어김없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내 입에서 "여러분 중 집에 책장 있는 사람이있어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중략).
이 일화를 뒷받침할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가구 회사 이케아가 ‘빌리 Billy‘ 책장을 한때 단종시켰거나, 책장이 아닌 장식용 선반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많은 이가 이야기한다.²


2 빌리는 1978년부터 생산된 이케아의 대표적인 책장 시스템으로,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7700만 세트가 팔렸다.
이케아는 1990년에 일시적으로 판매 목록에서 빌리를 제외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에 판매를 재개했고, 1992년에는 디자인 변경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 P23

취리히의 영문학자인 엘리자베스 브론펜Elisabeth Bronfen은 2023년 여름 스위스 주간지 벨트보헤Weltwoche⁷의 문화면 인터뷰에서 대학생의 독서 행태 변화를심층적 독서와의 작별로 묘사했다.


7) Elisabeth Bronfen, 「Was mich am meistenerstaunt, ist die hartnäckige Fähigkeit, zuverdrängen」,인터뷰어: Florian Keller, "DieWochenzeitung, 2023.08, 23, https://www.woz.ch/2334/elisabeth-bronfen/was-mich-am-meisten erstaunt-ist-die-hartnaeckige-fachigkeit-zu-verdraengen, 접속일: 2025, 01, 20. - P24

독서의 위기와 관련해 실증주의의 권위를내세우며 디지털 뇌사, 주의력 결핍이라는 암,
미디어 치매⁹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우선 제쳐두자.


9) 이런 수사적 표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문화비관주의 산업이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해 독일에서는 만프레드 슈피처 (Manfred Spitzer)가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매리언울프(Maryanne Wolf)나 니콜라스카(NicolasCarr) 같은 작가가 있다. - P25

독서를 관찰하다

읽고 쓰는 순간, 누군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새로운 관찰 시스템이 탄생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혁명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전략). 학계와 문화면은 독서 행위를 관찰하는거점이며, 변화에 민감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독서의 변화에 대한 해답과 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여론과 지원 기관에 제시하는 일은 이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 P28

방금 인용한 정의를 내린 이반 일리치 Ivan Illich⁵를 비롯해 (중략). 1991년 일리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제 더 이상 책은 교육체계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아니다. 우리는 교육의 성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화면이 글자와 지면, 그리고 책 읽기를 대체하고 있다."¹²



5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신학자로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로 생활하다가 1969년 사제직을 버린 이후에는 연구와 저술 활동에 전념했으며 현대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담은 다양한 저서를남겼다.
제 1자


12) Ivan Illich, 『Im Weinberg des Textes. Als das Schriftbild der Moderne entstand』, Frankfurt a. M. 1991, 11쪽 - P29

. 지금처럼 많이 쓰고 읽는 시대는 없었다 - P29

또한 모든 소비는 읽기와 쓰기가 연결되어있다. - P30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 댓글 창에서는 제품을 미리 경험한 사용자와의 질의응답이 펼쳐진다. 이는 상황에 따른다양한 수준의 글쓰기를 촉발한다.  - P30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 혁명의 핵심 기반 중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 P31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가져온 읽기의 팽창은 주로 짧은 형식에 기반하며,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 집중된다.  - P31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대화 또는 서신 교환과도 비슷하다.¹⁴


14) 우편을 통한 친밀감 형성의 역사에 대해서는다음을 참조. Bernhard Siegert, 『Relais. Geschickeder Literatur als Epoche der Post 1751-1913』, Berlin 1993. - P32

2010년에서 2020년까지의 10년 동안 소셜미디어는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이와 동시에많은 사람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 P32

시그널과 텔레그램은 사용자가 통제하는 종단간 암호화E2EE⁶와 휘발성 메시지 기능을 개인정보 보호 도구로 내세웠다. 그리고 ‘아랍의 봄‘과 스노든의 폭로 사건⁷이 암호화와 메시지 접근 권한 통제가 지닌 중요성을 입중했다. 

6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는 발신자부터 수신자까지 메시지가 암호화되어 전송되는 방식이다. 종단간암호화가 구축되지 않은 경우, 발신자의 메시지는 중간 서버에서 암호화가 해지되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7 2013년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미 정부의 전방위적 도청 및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천문학적인 양의 전 지구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미 국가안보국의 도청과 감청 대상에는 동맹국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등이알려지면서 디지털 시대 정보 권력의 거대한 감시망에 대한우려가 커졌다. 특히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당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대상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4년 독일 연방의회가 조사위원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P34

 그렇지만 대다수 사용자는 텔레그램의 보안 약속을 누리지 못한다. 보안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쉽게 찾기 어려운 복잡한 설정을 직접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P35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텔레그램은 비판적 담론부터 음모론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안적 정보가 제공되는 정보 시장으로 떠올랐다. - P36

 디지털환경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글쓰기 행위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 P36

물론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학문 및 문학의독서 방식 중 일부는 종이에 흔적을 남긴다. 반면 메신저 메시지를 읽는 행위는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함께 읽을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 P37

오늘날의 메신저 서비스는 기업 내부에서사용하다 외부로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리고 1980년대 말부터 등장한 채팅 프로토콜을 그 기원으로 한다.⁹


9 채팅 프로토콜은 컴퓨터 및 전자 기기 간의 원활한 통신을위해 지키기로 약속한 규약이다. 채팅 프로토콜을 통해 신호처리법, 암호, 인증, 주소 등을 통일해야 서로 다른 기기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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