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01
"히로미, 신경과에 한번 가 보는 게 어떻겠니?"
퇴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같은 기획사 도우미 아츠코가 한참 망설이던 끝에 그렇게 말했다. - P9

지난달부터 몸이 불편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밤에는 잠을 못 잤다. 숨쉬기도 힘들었다. 가슴이 찌릿찌릿 아플 때도 있었다.
원인은 잘 알고 있다. 누군가가 뒤를 밟기 때문이다. - P10

그 색골 놈 때문이야. 지가 뭔데 내 허리에 손을 둘러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대각선 방향에서 께름칙한 시선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그러나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 P10

스토커를 담당하는 여경이 상대의 인상을 물었다.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원래 스토커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어디서든 늘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30분을 설명하자, 여경과 아츠코는 당혹스런 표정을지었다. 여경은, 상대를 목격한 다음에 오세요, 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아츠코는 생각에 잠겼다. - P11

그 후에도 아츠코에게 몇 번에 걸쳐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아츠코는 응응, 하고 대화에 응해 주긴 했지만,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히로미의 건강에 대해 걱정했다.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P12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라부 종합병원‘ 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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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요한에게 잘해 주겠다고 말한 건 거래용 카드였나? 나한테 사과한 건? 하지만 이런 질문을 따라가 봐야 답 없는 의심만 깊어질게 뻔해서, 나는 승윤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 P106

반년가량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애매했다. 요한은원래 이름을 되찾긴 했지만 대우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니었다. 녀석은 여전히, 매번 말끝을 흐렸고 모자란 취급을 받았다.  - P106

게다가 승윤의 플레이 스타일은 한층 더 괴팍해져서 맞춰 주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 - P107

어린 시절의 업보를 지금 청산하는 것이라고도 믿어 보았다. - P107

고등학교 3학년 6월 모의고사에서 이변이 생겼다. 수학 등급이 평소보다 괜찮게 나왔던 것이다. - P108

처음에는 평소처럼만 플레이하려 했지만 승윤이 자기 욕심으로 죽어 놓고는 내탓을 하는 순간(심지어 이번에도 반군 소리가 나왔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겼다. - P108

이건 결국 게임이다. 나는 게임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았고, 팀원을 엿 먹이는 법도 알았으며, 게임을 제대로 하면서 탑 한 명 골탕 먹이는 법까지 잘 알았다. - P109

키워주새오(제리) 기적의 남탓층 ㄷㄷ
T1 Seraphel(룰루) 라인이 밀릴수도 있다
T1 Seraphel(룰루) 근데 정글이 케어해 주는데 성장을 못했으면
T1 Seraphel(룰루) 그건 자기 책임이...ㅋㅋ
알기쉬운미드입문(제라스)ㅋㅋㅋㅋ ㄹㅇ 탑 양심 ㅇㄷ?

승윤은 한동안 채팅에 열중하더니 나를 홱 돌아보았다. - P110

나는 이왕 대화를 한다면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바깥에서하고 싶었는데 승윤은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중략).
"너 요새 내가 좆같냐?" - P110

"음흉하게 정치질 하니까 재밌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밌냐고." - P111

고등학교 3학년씩이나 되어 놓고, 게임 따위로 싸우고 싶지도않았다. 하지만 승윤이 고작 세 판으로 이렇게까지 화난 걸 보니 묘한 오기가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 P112

"예전부터 속으로 불만 쌓아 두고 있었던 거 맞잖아. 이제 학원도 다닐 만큼 다녔고, 대치동 자료도 받을 만큼 받았고, 내 눈치볼 필요도 없으니까 막 나가는 거지?"
"아닌데."
나는 짧게만 말했다. - P112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이용할 거 다 이용해 먹고, 이제 필요 없다 싶어져서 손절 치려는 거 아니야?"
"이용해?"
"그래."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있고 싶지는 않았다. - P113

"지금 그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 (중략). 근데 내가 지적하는 건 타이밍이라고 불만을 터뜨릴 거면 진작 했어야지 왜 지금이냐는 거야. (후략)." - P114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은 간단하다. (중략). 하지만 친구끼리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는 마법 같은 구석이있다.  - P114

결국 내가 수류탄을 던졌다.
"내가 형보다 6모 성적 잘 나온 게 순전히 형 덕분이면, 형이 대장 노릇 하고 다니는 건 형네 엄마가 결혼 잘해서 그런 거 아냐? 형은 한 거 하나도 없고 형 엄마가 다 해 준 거라고 말하면 형도 화날 거잖아. 논리가 딱 그 수준이라고."
말해 놓고 보니 끝장이었다.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화해할 여지가 남아 있었지만, 이 말을 했기 때문에 나는 비로소 지금까지 돈 쓰고 신경 써 준 게 아까운 놈이 됐다. - P115

곧장 집으로 향하는 대신 한참이나 동네를 걸어 다녔다. 7월이라도 벌써 푹푹 찌는 날씨였다.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가 신발 밑창을 뚫고 올라왔다. - P116

그런데 더 좋은 방법을 찾아서 뭘 어쩐단 말인가. 자기가한 짓은 생각도 않고 청구서만 내미는 놈과는 상종하기 싫다. - P116

역시 끝장을 봤어야 했다! 나는 죽을 뻔했는데 코뼈가 대수인가? 게다가 6월 모의고사 성적 따위로 남의 저의를 의심하다니 속좁은 놈이다. 나는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 P117

롤을 하는데 승윤이 신경질을 부려서 싸웠다, 이건 불충분하다.
승윤이 계속 나를 반군이라 부르고 부려먹었다.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내 자존심이 상했다. 이게 그나마 사실에 가까웠다. - P117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한 어떤 말보다는 ‘그 말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더 따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 P118

요컨대, 요한에게서 이름을 빼앗을 권한도 돌려줄 권한도 승윤에게 있다는 거. 호주는 승윤에게 어떤 공격도 될 수 없지만, 내가공격당할 때는 남아시아나 호랑이 반군 등이 불려 나온다는 거. - P118

요새는 노아를 좀처럼 못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는 학교에 거의 오지 않고, 나는 가게에 거의 가지 않게 된 까닭이었다. - P118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있었다. 해장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가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땀에 푹절은 애가 죽을상을 짓고 있는데 옷에는 핏방울까지 묻어 있으니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 P119

"응급실 비싸잖아요. 약국 마데카솔로 될 일에 삼십만 원 써서뭐 해요."
"한마디도 안 지는 것 봐라. 돈 걱정할 시간에 네 엄마 말이나잘 듣고 살어."
고모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돌아섰다. 엄마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P121

"아무튼 토요일 학원은 앞으로는 못 가고, 안 가. 이유는 설명 안 할란다. 진짜 미안. 대신 게임은 아예 접을 거고, 자습 더 열심히 할게."
"지금 그게 중요해?"
"나한테는 중요해."
"응급실 가라고 해도 안 갈 거지?"
"응. 가서 씻고 자면 돼."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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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이 조금 넘는 부엌과 세 평짜리 거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방이기 때문에 아파트 견학은 모노레일 구경을 포함해 30분 이내에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넷이서 식사라도 함께 하죠. 어때요?" - P96

(전략).
료스케는 전화를 걸어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참았다. 하지만‘‘‘‘ 또 만나고 싶군요.‘ 라는 메일을 보내는 것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
얼버무리거나 또다시 연락을 끊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것도 ‘좋아요. 언제가 좋은가요? 라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산뜻한 문장이었다. - P97

오다이바에서


이곳 23층 흡연실에서는 도쿄만을 사이에 둔 대안 시나가와 부두가 멀리 바라다보인다. (중략).
그러나 전차를 타면 교통이 불편해진다.  - P101

그때 누군가 창가에서 멍하니 대안 부두를 바라보는 미오의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뒤를 돌아다보니 함께 점심을 먹기로약속한 동료직원 요시노(佳乃)가 서 있었다.
"왜 그래? 도쿄만에서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니? - P102

먼저 흡연실을 나간 요시노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던 미오는 막 화장실에서 나온 구보(久保) 과장과 몸을 부딪칠뻔했다.
변함없이 와이셔츠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아마 며칠 동안 빨지도 않은 듯한 손수건에다 열심히 손을 닦는 중이었다. - P103

엘리베이터 홀로 가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띤 요시노가 애써시선을 피하며 "대단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설마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출근한 일이 있었다고는 아무도 상상 못할걸"이라며 웃었다. - P104

몇 달 만에 재회하기로 한 료스케와는 몇 번 메일로 연락을주고받으며, 쓰키시마(月島)에서 몬자야키(묽은 반죽을 약한 불에 얇게 구운 뒤 뜯어먹는 일본식 누룽지)를 먹기로 약속했다. - P105

그날 만나기로 한 지하철 지상 출구에 료스케는 5분 정도 늦게 나타났다. 미오는 계단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모습을 나타내기 전부터 개찰구를 빠져나와 지하통로를 달려오는 료스케의 모습이 보였다. - P106

식당 위치를 알 리 없는 료스케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젠 괜찮아요?" 라고 미오는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
"음, 괜찮아요. ‘아오야마 호타루‘ 알아요?"
료스케가 휙 뒤를 돌아다봤다.
"소설가?"
"응, 그녀가 집에 왔었어요. 그래서 조금 늦어졌죠." - P107

"얼마 전에 우리 창고로 견학을 왔는데 내가 안내를 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내 아파트를 구경하고 싶다는 겁니다. 우리 집창에서 모노레일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아, 그렇지, 료코와도 함께 봤었지?" - P107

요시노의 손에는 《LUGO》라는 여성 패션지가 들려 있었다.
"취재를 왔던 게 지난달인데 그렇게 빨리 연재를 시작할 수있겠어?"
미오는 요시노 손에서 《LUGO》를 빼앗아 대충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 P109

"흐음......."
TV가이드를 책꽂이에 다시 꽂으며 요시노는 뜻 모를 발신음과 함께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무슨 뜻이야, 그 ‘흐음‘은‘
"아무것도 아냐." - P110

(전략). 다시 한번 그 페이지 언저리를 훑어보니 ‘아오야마 호타루의 신작소설《동경만경(東京湾景)》연재 시작‘ 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 P110

시금치 카레를 사들고 엘리베이터로 23층까지 올라가니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구보 과장이 서 있었다.
"어머, 어디 나가세요? 점심 사왔는데." - P111

"지금 막 점심 먹고 와서 생각 없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것 같았다. 거의 닫힌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도미다(富田)가 아직 안 먹었으니까, 그 친구 줘!"라고 과장이 소리쳤다. - P112

창가의 구보 과장도 내내 그 풍경에 넋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과장이 미오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과장의 얼굴은 여전히 창밖을 향한 채였다. - P112

웃통을 벗으면 료스케 가슴팍에 화상 자국이 보인다. 근육질 어깨 부위에서 시작하는 피부의 균열은 왼쪽 가슴 전체를 뒤덮고 있다. - P117

. 별 생각 없이 긴자에 나가보자고 말한 건 미오 쪽이었다.
"어디 가서 한잔 더하고 가죠, 뭐."
"난, 긴자는 잘 모르는데....."
료스케는 목을 길게 빼고 앞 유리창에 비치는 야경을 바라봤다.
"바를 몇 군데 알아요. 아무 데나 괜찮겠죠? - P118

(전략).
"가고 싶을 리가 없잖아요."
료스케가 화난 말투로 중얼거렸다. 미오는 "그래요, 그럼 미안! 이라며 사과했다. 그 순간, 료스케가 시트 위에 올려진 미오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냥 우리 집으로 가죠." - P118

"저어, 긴자 어디쯤인가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들었는지 운전사가 물었다. 미오는 료스케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으음, 하치초메(八丁目) 근처에 세워주세요. ....하치초메닛코(日?)호텔 앞에."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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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사람이 죽었다. (중략). 우발적 사고였을까? 아니면 계획된 살인? (중략).
그들은 내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 P11

1968년:
노스 도싯North Dorset 헴스턴Hemston


"게이브리얼 울프가 메도랜즈Meadowlands로 돌아왔더군. 아내와는 이혼했고, 그 넓은 집에서 휑하게 아들이랑 둘만 사나 봐" 아침 식사 중에 프랭크가 그의 이름을 불쑥 꺼냈다. - P12

"게이브리얼은 여기 사는 걸 정말 싫어했는데 왜 돌아온 걸까?" - P13

프랭크는 해가 떠 있는 내내, 밤에도 꽤 많은 시간을 목장에서 보내며 동물을 돌보고 땅을 가꾼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열심히일하지만, 언제나 짬을 내 봄날 석양의 아름다움이나 느닷없이하늘로 솟구치는 종달새의 어지러운 비상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다. - P13

"그냥 맥주 한 잔 마시고 헤어질 거라더니?" 프랭크가 지미를 향해 씩 웃으며 물었다.
"맥주는 하루 종일 정직하게 고생한 대가로 신이 주는 보상이라고."
"성경에서 그래?"
"성경에 이런 말이 없다면 반드시 넣어야 해" - P15

과거 :
1955년

나는 공상에 푹 빠져 무단 침입하는 줄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사랑을 이루어 멋진 순간을 맞이하는 낭만적인 시나리오가 가득했다. 공상 속의 나는 분수 옆에 서서 오케스트라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열정적인 사랑 고백을 받고 있었다. - P16

"여긴 외딴곳이야. 우리 말고 아무도 없고 웃으면 안 될 이유가 없잖아?"
남자애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 뒤에야 내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 "그러네.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게이브리얼 울프라고 해." 그는 손을 내밀며 화해를 청했다. - P17

"앉아서 책 읽을 곳을 찾고 있었어." 나는 외투 주머니에서 책을 꺼냈다. 에밀리 디킨슨의 얇은 책이었다.
"아, 시를 읽는구나."
"실망했나 봐. 우드하우스* 쪽이 취향이야?"


*P. G. Wodehouse, 가볍고 재치 있는 소설을 주로 쓴 영국의 유머 소설가 - P18

게이브리얼은 다시 미소 지었다. 얼굴이 달라지는 미소였다. 노인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잘생겨 보이는 그런 미소. "비스킷도 있어 가자"
"무슨 비스킷인데?"
게이브리얼은 머뭇거렸다. "커스터드 크림."
분수와 오케스트라 호수와 비스킷,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 P19

1968년

나는 모든 계절 중에서 이른 봄을 가장 좋아한다. 공기는 은근히 차갑고 새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들판에는 양들이 가득하다. - P19

지미는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틀어놓았는데, (중략). 목장에 썩어울리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지미의 숙취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것 같았다. (중략).
"프랭크는?" 내 말에 지미는 들판 아래쪽을 가리켰다.
우리는 함께 서서 울타리를 뛰어넘는 남편을 지켜보았다. - P20

암컷 양이 대부분 새끼를 낳은 덕분에 들판에 나가 있는 양 46마리 말고도 헛간에 양이 몇 마리 더 생겼다. 젖병으로 젖을 먹여야 하는 어린 양은 한 마리뿐이었고 사산된 양도 한 마리뿐이었다. - P21

양들은 신음했고 새끼 양들은 두려움에 떨며 울었다. 태어난지 며칠 안 됐지만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개의 눈빛이 스위치를 켠 듯이 달라졌다. - P22

"이런 젠장" 프랭크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내 뺨을 감싸고 얼굴을 확인했다.
우리는 개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양들을 달래며 "얘들아, 이리 오렴" 하고 불렀지만, (후략).
그때 갑자기 신기루처럼 남자아이 하나가 들판을 뛰어 올라왔다. 반바지를 입은 작고 마른 소년이었다. 열 살쯤 되어 보였다.
"내 개란 말이에요!" 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고음의 다정한 목소리였다. - P23

"어쩔 수 없었어요." 프랭크가 도살된 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게이브리얼은 프랭크가 누구인지, 아니 적어도 그의 아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후 돌아서서 나를 발견했다. - P23

"계속 울어. 울면 좀 나을 거야"
반바지를 입은 남자아이는 내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모든 일은 이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 P24

재판:
1969년, 올드 베일리Old Bailey

사랑하는 남자가 피고인석에서 교도관 사이에 앉아 판결을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범죄로 기소된 남자
(중략). 피고인석 앞에 선법원 서기는 은근히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선언했다. "피고인은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 P25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피고인석에 앉아 있을 때는 매우 다르다. ‘자기, 제발 나를 좀 봐.‘ 나는 늘 그랬듯이 그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려고 애썼지만, 그는 낯설고 멍한 눈빛으로 앞을 응시할뿐이었다. - P26

과거

(전략).
게이브리얼은 돗자리, 소풍 바구니 접이식 캔버스 의자한 개를 갖다 놓았고, 낚싯대 두 개가 의자에 걸쳐 있었다. (중략). 그는 바구니에서 차가 담긴 타탄체크 무늬보온병과 가리발디 Garibaldi 비스킷 봉지를 꺼냈다. - P27

내 눈에는 메도랜즈 같은 저택에 사는 남자애가 굳이 야영하며 불편하게 지내는 게 이상해 보였다. - P28

그런데 게이브리얼은 기억나지 않았다.
"마을 축제 때 왜 널 본 적이 없었을까?"
"난 언제나 학교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안 가. 2주 전에 기말고사가 끝났어. 대학에 가기 전까지 3개월 동안 집에 있어야 하는데 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 P28

게이브리얼을 만난 지 15분이 채 안 되었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이미 들리는 듯했다.  - P29

"10대 여자애들은 무슨 공상을 해? 제임스 딘? 말런 브랜도?"
"그것보단 좀 더 고상해." 나는 즉시 방어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게이브리얼의 말이 옳았다. 우리는 주로 남자와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공상 속에 평범한 사람들도 있었어? 그러니까 특별히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든지?" - P30

게이브리얼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 같았다. (중략).
"넌 이야기를 잘하는구나. 분명 작가가 될 거야."
"난 시를 써."
시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다. 스스로 별로라고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 P31

우리는 미소 지었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중략). 우리에게 공통점이 이렇게 많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무슨 글?"
"소설인데 앞부분만 몇 번을 쓰나 몰라. 항상 똑같은 부분에서막혀. 70쪽쯤 썼을 때" - P32

"비웃고 싶지 않은데." 내가 불쑥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모조리 주워 담고 싶을 뿐이야.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번에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민 사람은 나였다.
"베스 케네디, 넌 이상한 애야" 게이브리얼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좋은 뜻이야, 나쁜 뜻이야?" - P33

1968년

게이브리얼 울프를 다시 만나 그의 아이와 죽은 개를 집에 데려다주다니. 그 수많은 공상 어디에도 없었던 일이다. - P34

나는 게이브리얼을 흘끗 보았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잘생겼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동안 신문이나 잡지에서 보던 다른 자아가 아닌 이렇게 평범한 모습의 그를, 상심한 아들을 달래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를 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 P36

우리는 메도랜즈 대문으로 들어섰다. 게이브리얼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은 여전히 지금껏 내가 본 집 중 가장 아름다웠다. (중략).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 반가웠다. - P37

"묻어줘야지."
감성적인 내 아들 바비가 떠올랐다. 그 애는 새나 토끼가 죽을때마다 묻어주었고 작은 장례식을 숱하게 치렀다.
"어디에?"
"공간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 안 그래?" 내 말에 게이브리얼은 예전의 그 익숙한 눈빛으로 나를 곁눈질했다 - P37

우리는 말끔하게 다듬어진 푸른 잔디를 가로질러 예전에는 없던, 게이브리얼이 레오를 위해 지은 게 틀림없는 트리 하우스를 지나갔다. 바비가 트리 하우스를 정말 좋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38

아버지와 아들은 버드나무 아래의 어느 지점을 골랐다.
"삽을 가져오면 구덩이 파는 걸 도와줄게." 내가 말했다.
게이브리얼이 삽을 가지러 간 사이에 나는 레오와 나란히 서서 호수를 바라보았다.
레오는 이제 울지 않았지만 침울하게 호수를 보고 있었다 - P39

땅파기는 힘들고 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땅이 너무 단단해서 깊이 파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레오는 곧 포기하고 1미터쯤 떨어진 곳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게이브리얼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땅만 팠다. 그러다가 내가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 사신다며" - P40

"아빠, 베스 아줌마도 아들이 있대요. 하지만 죽었대요. 그래서지금도 아주 슬프대요." 레오가 말했다.
게이브리얼과 나의 웃음이 이내 사그라들었다.
"오, 알고 있었어." 게이브리얼은 나를 보지 못하고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확신이………… 그러니까 네가......."
"괜찮아. 정말로." - P41

"우리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게이브리얼이 한 손을 내밀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게이브리엘의 초조해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그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늘 그랬다.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 P42

과거


게이브리얼은 메도랜즈 진입로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가 어느 쪽에서 오는지 잊은 듯이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덕분에 그를 잠시 살펴볼 수 있었다.  - P42

우리는 서로를 보고 이내 미소 지었다. 바보처럼 활짝 웃었다. 게이브리얼도 나와 같은 감정이라는 뜻일까? - P43

"정말 근사해. 많이 힘들었겠는데."
"말했잖아. 남는 게 시간이라고. 불행히도 준비하는 걸 어머니가 보셨어. 그래서 지금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어서 안달이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여기 내려오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네 어머니와 만나도 상관없어." 내 말에 게이브리얼은 웃음을 터뜨렸다. - P44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접시를 내려다보았지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게이브리얼처럼 태어날 때부터 미래가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이토록 쉬운 일이었다. - P46

저녁 날씨가 서늘해지자 우리는 의자를 불가로 옮겼다. 게이브리얼은 장작을 더 넣고 부지깽이로 불씨를 들쑤셨고 불길이 솟구칠 때까지 바람을 불어넣었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 보는 별보다 이곳의 별이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 P47

 그는 의자에서 몸을 숙여 내 입술에 입을맞췄다. 머뭇거리면서도 다정한 키스였다.
"저녁 내내 키스하고 싶었어."
"그런데 왜 이제야 한 거야?"
게이브리얼은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생기가 도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평소에 그는 관찰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웃을때면 경계심이 풀렸다. - P47

게이브리얼은 나를 데려다주겠다며 마을 외곽에 있는 메도랜즈에서 우리 집이 있는 중심가까지 함께 걸었다. 우리 집 대문앞에서 다시 입 맞췄는데, 위층 창가에서 부모님이 보고 있을까봐 작별 인사의 의미로 뺨에 순수하게 했다. - P48

1968년


프랭크는 술집으로 오라는 쪽지를 남겨 놓았다.
나는 주전자에 물을 얹어 차를 한 잔 끓였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감정에 휩싸여 무기력하게 서성대면서도, 그 감정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게 다 레오 때문이었다.  - P49

가끔 이럴 때면 나는 그냥 슬픔에 굴복했다. - P49

프랭크와 지미는 바에 앉아 있었고 앞에 놓인 500밀리리터 잔이 반쯤 비어 있었다. 프랭크 뒤로 다가가 톡톡 두드리자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 P50

"울프는? 어땠어?"
프랭크가 나를 유심히 살피는 게 느껴졌다. 프랭크는 게이브리얼과 헤어진 나를 위로하고 보살펴 주었다. 그랬기에 내가 이별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누구보다 잘알았다. - P51

오늘 밤에는 헬렌이 술집에 왔다. 헬렌은 학창 시절부터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바비가 죽었을 때 마을 전체가 1, 2주 동안 슬픔에 빠졌다. 그러고 나서 다들 그 일을 잊은 듯했다. - P52

과거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수녀원The Immaculate Conception Conve라고 학교 이름을 지은 수녀회가 혼인 관계 이외의 성관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혼인 관계 안에서의 성관계조차 반대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 P54

"엘리자베스 케네디!"
(중략).
"옥스퍼드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영어 선생님에게 옥스퍼드에 가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선생님은 반대 의견을 비쳤다. - P55

프랭크의 어머니는 그가 열세 살 때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오후에 소젖 짜는 일을 돕다가 젖소의 발길질에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맞았다. 목장에서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건 다들 알고 있었다. 정작 내가 충격을 받았던 건, 바로 그다음날 프랭크가 통학버스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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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를 역으로 활용한 심리 기술 3가지를 소개하겠다.


(1) 기억에 남는 건 타이밍이다. 명확한 이행보다 ‘극적인순간‘을 설계하라.

사람은 꾸준한 도움보다 딱 한 번, ‘절박할 때‘의 도움에더 큰 감사를 느낀다. (후략)-


(2) 작게 주고 오래 묶는다. 소박한 약속을 실현해 ‘신뢰의 장기 포지션‘을 만든다.

(후략).

(3) 도움을 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라. 상대방이 ‘내가 먼저 부탁했다‘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

당신이 선심을 베푼 게 아니라, 상대방 스스로 부탁한것으로 착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P190

누군가가 당신에게 끊임없는 호의를 베푼다면 잊지 말라. 그것은 당신이 ‘선택할 수 없는 순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 P192

피해자 프레임


피해자 행세를 구별하라


피해자 사고 방식


(전략). 정말 교묘한 수법 중 하나가 실전 상황에서 ‘피해자 역할‘을 잘하는 이들이다. - P193

그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누군가는 그 틈을 노려 당신에게 빚을 지웠다고 말하고, 혹은 당신이 동의하지 않은 계약을 강제하며, 죄책감과 의무감으로 움직이게 만들지도 모른다. - P194

① 외부를 탓한다: 불행의 원인을 타인이나 환경에만 돌린다.
② 과거에 집착한다: 오래전 상처를 계속 떠올리며, 지금의 멈춤.
을 정당화한다.
③ 무수한 핑계를 댄다: 새로운 방법을 알려줘도 "나는 못 해"라며 자신을 한계 짓는다.
ⓐ 끝없는 불만: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⑤ 조종 의도: 자기연민을 무기로 상대방의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유발한다.
⑥ 수동적 태도: 결정적 순간에도 행동하지 않아 곤경에 처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⑦ 자존감이 낮다. 그러나 그 열등감을 ‘나는 피해자‘라는 방패로숨긴다.
③ 함께 있으면 지친다: 주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해법 대신 한탄만 되풀이한다.
② 자신을 믿지 않는다. 그 불신을 타인에게 투사해, 결국 관계자체를 무너뜨린다.
⑥ 드라마 속 주연: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본인은 ‘당하는 쪽‘이라고 주장한다. - P195

피해자 행세 함정

(전략).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당신이 동의했는가?‘이다. 만약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이 당신을 이용했다면, 그것은 ‘진짜 피해‘다. 반면 스스로 동의하고, 뒤늦게 "나는 피해자야!"라고 외치는 건 다른 문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숨은 계약(Covert Contract)‘ 개념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이 일방적으로 기대를 걸어놓고(스스로 동의해 놓고), 훗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순간 갑자기 "넌날 배신했어!"라고 공격하는 방식이다. - P196

‘진짜 피해자‘는 동의 없이 이용당한 사람이다. - P198

숨은 계약의 함정

만약 당신이 앞에서 설명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만든 ‘숨은 계약‘일가능성이 높다. ‘피해자 행세‘ 함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P199

동의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 P199

중요한 건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건 내 몫이 아니니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어"라고 말할 줄 아는 것. 상대가 죄책감을 유발하더라도, 나의 책임 범위를 지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 P200

자기 파괴적 언행은 책임 회피의 또 다른 방식이다. 당신을 이용해서 자기 감정의 쓰레기통을 만들려는 전략일 수 있다. - P201

이를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문장 3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상대의 고통은 내가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공감은 줄 수 있어도, 책임까지 떠맡을 의무는 없다.)

둘째, 내가 준 적 없는 빚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없다.
(누군가 ‘기대했을 뿐이지, ‘합의‘된 적은 없다.)

셋째, 거절은 공격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권리다.
(상대가 분노하든 무너지든,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 - P201

의도적 방해

의도적으로 실패하는 이유

(전략).

의도적인 패배 사례


조커의 ‘의도적 패배‘는 극적인 연출을 위한 영화적 요소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 P206

‘무지‘를 연기하며 상대방을 방심하게 한 후 정보를 캐내고, 주도권을 빼앗은 것이다. - P207

의도한 패배 역이용법

의도적인 패배 연출의 핵심 의도는 ‘무력감‘을 조작해서 주도권을 빼앗는 일을 말한다. 이 조작은 피해자의 ‘능력‘을 마비시키지 않는다. ‘시도할 의지‘를 꺾는다. - P209

조작이 시작되는 순간의 핵심 패턴은 다음과 같다.


시도하게 만든다.→실패하게 만든다→위로한다.→낙인찍는다.→주도권을 빼앗는다. - P209

이에 대한 해결책은 ‘패자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 P210

이 원리를 더 구체화시켜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심리기술 3가지를 소개하겠다.

(1) 은밀한 조종

"난 몰라요, 난 빠질게요"라면서 표면적 책임을 피하지만, 결정적 프레임 · 정보 • 방향을 던져 결과를 통제하는 지배술이다.

(2) 패자의 막후 동맹
상대방에게 "당신 이겼다"며 승리감을 주어 방심시키고, 뒤에서 제3자와 손잡아 최종 이익을 독식하는 교묘한 연합 전략이다.

(3) 자기파괴적 정당화
의도적으로 극단적 무너짐을 연기해 "이 사람을 건드리면 더 큰 사고가 생길지 몰라"라는 두려움을 유발한다. - P211

의도된 패배의 진짜 목적은, 상대방의 판단력을 흐리고 권력 구조를 뒤집는 것이다. - P212

피로감 조장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트릭

시간을 잊게 하라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카지노에 들어선 M. 화려한 장식과 네온사인, 끊이지 않는 음악, 무료 제공 칵테일. 잠깐 슬롯머신을 하자 ‘딸깍‘ 소리와 함께 돈이 떨어진다.  - P213

그 결과, 사람들은 피로가 쌓여도 계속 게임을 한다. 이때 무료 칵테일 한 잔이 더 배달된다. ‘공짜‘라는 말은 경계를 무너뜨린다. - P214

우리는 왜 지칠 때까지 무언가를 계속할까? 단순히 좋아서일까? 카지노에 간 M의 사례처럼, 내가 ‘좋아하도록‘
의도한 것은 아닐까? - P214

일상에 숨어 있는 피로 전략(1) 콜센터 대기 시스템 : 포기 유도 전략당신도 콜센터에 전화한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대기음이몇 분, 아니 몇십 분씩 이어지면, 문제 해결이 목적이었다가도 어느 순간 ‘그냥 끊고 말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는 ‘그래,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아니 그냥 포기하자 하고만다.
사실 이것은 해당 콜센터의 고의적인 포기 유도 전략이다. 상당수 회사는 ‘최대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 드려야지!‘ 보다 ‘귀찮고 힘들게 만들어서 항의를 약화시키자‘라 - P-1

일상에 숨어 있는 피로 전략


(1) 콜센터 대기 시스템 : 포기 유도 전략

(전략).
사실 이것은 해당 콜센터의 고의적인 포기 유도 전략이다. 상당수 회사는 ‘최대한 문제를 빨리 해결해 드려야지!‘ 보다 ‘귀찮고 힘들게 만들어서 항의를 약화시키자‘라는 전략을 쓴다. 이를 모르는 우리는 전화가 돌고 돌아, 또다른 부서로, 또 다른 절차로 넘어가는 동안 인내심은 떨어지고, 결국 ‘포기‘라는 ‘선택‘을 한다. - P216

(2)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 무한 스크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한 번 스크롤을 내리면 끝이 없다. 새로운 영상이 줄줄이 재생되고, 재미있는 게시물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어느새 ‘시간 감각‘이 증발한다.
몸은 지쳐가는데, 정신은 ‘더 보고 싶다‘ 아우성이다. - P216

피로감을 이용한 다크 심리 기술


(1) 과장된 감동


사람이 가장 쉽게 속는 순간은 ‘고통 속에서 누군가의작은 호의‘를 만났을 때다. 육체적으로 지쳤거나 정서적으로 무너졌을 때 건네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과장된 감동‘으로 변한다. - P217

피로 상태에서 상대방이 다가올 때 ‘이건 나를 도우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나를 조종하려는 것일 수도있다‘라는 경계심을 가져라. - P218

(2) 감각의 피로


상대방의 판단력을 빼앗으려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중략). 이는 곧 우리의 ‘감각 피로‘를 불러오고, 감각이 피로해지면 판단도 피로해진다. - P218

(3) 거짓 회복 단계


사람은 너무 지치다 보면, 잠깐의 휴식만으로도 극적인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잠깐의 휴식‘을 제공한 사람이나 환경을 ‘구원자‘로 착각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회복이 아닐 수도 있다.  - P219

피로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 피로가 타인에게 조종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 - P220

피로할수록, 판단을 남에게 맡긴다.
피로할수록, 작은 호의를 과대평가한다.
피로할수록, 복종적으로 변하기 쉽다.
그리고 악의적인 사람은 이 점을 너무나 잘 안다.

이것이 다크 심리학의 핵심 중 하나다. - P220

선택지 설계


나의 선택은 정말 ‘내 것‘인가?


강요된 선택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 ‘파블로‘는 공무원들을매수할 때 ‘플라타 오 플로모(Plata O Plomo)‘란 말을 즐겨썼다. ‘돈 받을래, 총알 받을래‘와 같은 뜻이다. - P222

뭔가를 선택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 선택지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이다. - P223

20세기 초, 한 유명 경제신문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묘안을 냈다. 광고에 세 가지 구독 옵션을 제시한 것이다.


A. 온라인판만 월 5달러
B. 종이신문만 월 10달러
C. 온라인+종이 세트 월 10달러 - P224

만약 A, B 2가지 옵션만 있었다면, 저렴한 A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B를 끼워 넣음으로써 상대적으로 C가 탁월해 보이는 ‘데코이 (Decoy)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 P224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이 만들어 둔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직접 길을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인지의 문제다. - P227

Chapter 5

힘을 집중하고
관리하는 법


감정 끊기.

인간적 매력은 독이다

‘인간적인‘ 매력을 독(毒)으로 보는 게 극단적일 수 있다. - P231

감정 끊기 전략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따뜻한 위안을 얻는다.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고, 나 또한 작은 배려와 호의를 건네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는다. 하지만 이때의 매력이 곧 우리를 무장 해제시키는 약점이 될 수 있다. - P232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자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영화<대부>의 ‘마이클 콜레오네‘를 떠올린다. - P233

인간적 매력을 완전히 배제할 때 권력자는 냉철한 판단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중략). 감정은 ‘조종 가능한‘ 인터페이스(Interface)이기 때문이다. - P233

통제 불가능한 감정


군대나 정보기관 역시 ‘감정 끊기‘에 해당하는 기법을 체계적으로 훈련한다. - P234

감정이란 결코 무조건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문제 삼으려는 건 ‘통제 불가능한 감정‘이다. - P235

감정을 철저히 단절해버리면 의사결정이 단순해진다. (중략). 그러나 그 대가로, 우리는 인간적인 온기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 P237

당신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필요할 때 단호히 끊어낼수 있다면 이미 ‘감정의 주인‘이 된 것이다. - P238

·자기 결단력 


힘은 흩어지면 죽는다



강력한 한방의 힘

사람들은 흔히 "여러 방법을 병행해서 차근차근 공략하라"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느긋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 P239

(전략).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당연히 ‘전쟁‘을 미화하거나 폭력을 찬양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결정적 순간에는 힘을 나누지 말라‘라는 교훈은 꼭 새겨둘 필요가있다. - P241

‘흩어지지 않는 힘‘은 결단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이 어설프게 안전을 도모하다가 아무런 결실 없이 쓰러진다. 최악은 그렇게 어중간하게 쓰러지면서도 ‘올인하는 자‘를 부러워한다. - P242

한 번의 ‘몰아치기‘로 판도를 바꾸면, 사람들은 그것을 ‘압도적 승리‘로 기억한다.
반대로 질질 끌다가 겨우 마무리된 싸움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결심할 시간이다. - P243

존재감 관리


필요로 할 때만 나타나라


항상 ‘보이는 사람‘이 강한 건 아니다. 눈에 띄지 않아도 핵심을 쥔 사람, 조용히 배후를 지배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등장하는 사람. 이들은 말이나 표정 하나로 판을 바꾼다. ‘존재감‘을 자주 드러낸다고 좋은 건 아니다. - P248

‘진짜 영향력‘은 드러나지 않는 시간에 만들어진다.

존재감을 조절하는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다. 진짜 능력자들은 과도한 노출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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