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조 (목적)

이 규칙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6조, 제37조부터 제40조까지, 제63조부터 제66조까지, 제76조부터 제78조까지, 제80조, 제81조, 제83조, 제84조, 제89조, 제93조, 제117조부터 제119조까지 및 제123조 등에서 위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 2012.3.5, 2019.12.26> - P10

제4조(작업장의 청결)

사업주는 근로자가 작업하는 장소를 항상 청결하게유지·관리하여야 하며, 폐기물은 정해진 장소에만버려야 한다. - P11

제7조(채광 및 조명)

사업주는 근로자가 작업하는 장소에 채광 및 조명을하는 경우 명암의 차이가 심하지 않고 눈이 부시지 않은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 P12

제8조(조도)

사업주는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갱내(坑) 작업장과 감광재료(感光材料)를 취급하는 작업장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초정밀작업: 750럭스(lux) 이상
2. 정밀작업 : 300럭스 이상
3. 보통작업: 150럭스 이상
4. 그 밖의 작업: 75럭스 이상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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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공정으로서의 정의

입문적인 이 장에서는 앞으로 전개하고자 하는 정의론의 기본 관념을 약술하고자 한다. 설명 방식을 갖추지 않은 것은 다음에 올 보다 상세한 논의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 P35

1절 정의의 역할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 P36

이러한 명제들은 정의의 우위성에 대한 직감적 신념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것은 지나치게 강한 표현으로 되어 있기는 하다. 아무튼 나는 그러한 입장이나 그와 유사한 주장들이 타당한 것인지를 살피고, 타당할 경우 그 논거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 P36

 나아가서 이러한 규칙은 그 성원들의 선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된 협동 체제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 P37

그러면 어떤 사회가 그 성원들의 선을 증진해줄 뿐만 아니라 공공적 정의관에 의해 효율적으로 규제되는 경우, 그 사회를 질서정연한well-ordered사회라 해보자. 즉 그것은 (1) 다른 사람도 모두 동일한 정의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모든 이가 인정하고 있고, (2) 사회의 기본 제도가 일반적으로 이러한 원칙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그 사실 또한 널리 주지되어 있는 그러한 사회를 말한다. - P37

물론 기존 사회가 이런 식으로 질서정연한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정의와 부정의가 무엇인가조차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 P38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정의관들과 구별되면서 그 상이한 원칙과 견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역할을 나타내주는 정의의 개념 concept of justice을 생각해본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¹

1) H. L. A. Hart, The Concept of Law (Oxford, The Clarendon Press, 1961), pp. 155~159. - P38

정의의 개념과 다양한 정의관을 이렇게 구분한다고 해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사회 정의의 원칙들이 하게 되는 역할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 P38

나아가서 이러한 계획의 실현은 효율적이면서 정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목적의 달성을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사회 협동체제는 안정된 것이어야 하는데, 지속적인 호응을 받는 동시에 그 기본 규칙들은 기꺼이 준수되어야 한다.  - P39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한 정의관의 역할이 정의의 개념을 확인하는데 아무리 쓸모 있는 것일지라도 분배적 역할 하나만으로 그것을 평가할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이 갖는 보다 광범위한 관련들을 고려해야 한다. - P39

2절 정의의 주제


(전략). 그러나 우리가논하려는 것은 사회 정의인 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정의의 일차적 주제는사회의 기본 구조basic structure of society, 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주요 제도가 권리와 의무를 배분하고 사회 협동체로부터 생긴 이익의 분배를정하는 방식이 된다. - P40

우리의 연구 범위는 두 가지 점에서 제한되어 있다. - P41

 첫째로 나는 특수한경우의 정의만을 문제 삼고 있다. 나는 제도나 사회 체제 일반의 정의를 문제 삼거나 국제법이나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의 정의를 본격적으로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58절)  - P41

나는 우선 다른 사회와 분리되어 폐쇄 체제로 생각되는 사회의 기본 구조에 합당한 정의관을 정식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자한다. - P41

우리의 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제한은 우리의 논의의 대부분이 질서정연한 사회를 규제하는 정의의 원칙을 검토한다는 점이다. - P41

물론 기본 구조라는 개념이 다소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 P42

그런데 사회 정의관은 일차적으로 사회의 기본 구조가 갖는 분배적 측면distributive aspects을 평가할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사회의 기본 구조나 사회 체제 일반이 갖는 다른 덕목들을 규정하는 원칙들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 P43

이상의 예비적인 이야기에서 나는 상충하는 요구들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의미하는 정의의 개념과 이러한 균형을 결정할 적합한 고려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한 관련 원칙들의 체계로서의 정의관을 구별했다.  - P43

이런 접근 방식은 전통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 P44

3절 정의론의 요지

나의 목적은 이를테면 로크, 루소 그리고 칸트에게서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고도로 추상화함으로써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하는일이다.⁴

4) 본문에도 나타나 있듯이 나는 Locke의 Second Treatise of Government, Rousseau의 TheSocial Contract, 그리고 The Foundations of the Metaphysics of Morals를 필두로 하는Kant의 윤리서들을 계약론적 전통을 결정짓는 것으로 간주하려 한다. Hobbes의Leviathan은 위대한 것이긴 하나 몇 가지 특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괄적인 역사적 조망을 제공하는 책으로는 J. W. Gough, The Social Contract. 2nd ed.(Oxford. TheClarendon Press, 1957); Otto Gierke, Natural Law and the Theory of Society. trans. Emest Barker(Cambridge, The University Press, 1934)가 있다. 계약론적인 입장을 일차적으로 하나의 윤리론으로 제시한 것은 G. R. Grice, The Grounds of MoralJudgement(Cambridge, The University Press, 1967)이다. 또한 19절의 주석 29 참조. - P45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있어서의 평등한 원초적 입장 original position이라는것은 전통적인 사회계약론에 있어서의 자연 상태 state of nature에 해당한다. - P46

(전략). 심지어 당사자들 parties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특수한 심리적 성향까지도 모른다고 가정된다. 정의의 원칙들은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속에서 선택된다.  - P46

이미 말했듯이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사람들이 함께 선택하게 될 가장 일반적인 것들 중의 하나로 시작된다. 즉 그것은 제도들에 관한 그후의 모든비판과 개혁을 규제하게 될 정의관의 제1원칙들을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P47

그러나 공정으로서의 정의의 원칙을 실현하는 사회는 가장 자발적인 체제에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회는 공정한 여건 아래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이 합의하게 될 원칙들을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P48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갖는 하나의 특징은 최초의 상황의 당사자들을 합리적이고 상호 무관심한mutually disinterested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 P48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을 전개하는 데 있어 분명히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원초적 입장에서 어떠한 정의의 원칙들이 채택될 것인가를 결정하는일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이 상황을 보다 상세히 기술하고 그것이 보여줄 선택의 문제를 주의 깊게 정리해야 한다. - P48

그와는 달리 내가 주장하려는 것은, 원초적 입장에서 사람들은 다음과같은 상이한 두 원칙을 채택하리라는 것이다. 즉 첫 번째 원칙은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며, 반면에 두 번째 것은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 P49

그런데 원칙의 선택 문제는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내가 제시하는 해답이 모든 사람에게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 P50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가장 적절한 구상이 이루어진다면 확실히 공리주의나 완전설 perfectionism과는 전혀 다른 정의의 원칙들에 이르게 될 것이며, 따라서 계약설은 이러한 견해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 P50

계약론적 설명 방식이 갖는 장점은 그것이 정의의 원칙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선택되는 원칙들로 생각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정의관들이 설명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 P51

결론적으로 한마디 덧붙일 것은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완전한 계약론은아니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계약론적인 사상은 어느 정도 전체적인 윤리체계의 선택에까지. 다시 말하면 단지 정의뿐만 아니라 모든 덕목들에 관한 원칙도 포함하는 체계에까지 확장될 수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P52

4절 원초적 입장과 정당화

(전략).
정당화의 문제에 대한 이러한 관점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물론 우리는이러한 선택의 문제가 갖는 성격을 보다 자세히 서술해야만 한다. 합리적 결정의 문제가 확실한 해결을 보기 위해서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당사자들의 소견과 관심, 그들의 상호 관계, 그들이 선택하게 될 여러 대안들, 그들이 결정짓게 될 절차 등등이다. - P53

그런데 우리는 가장 유력한 해석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P53

. 여기서 생각나는 것은 단지 정의의 원칙들에 대한 논증에 가해져야 할, 그럼으로써 이 원칙들 자체에도 당연히 가해져야 할제한 조건들을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하는 일이다. - P54

. 우리는 사람들을 불화하게 하고 편견에 의해 인도되게 하는 이러한 우연적 여건들에 관한 지식을 배제한다. 이리하여 무지의 베일이라는 것에 자연적으로 도달하게 된다. - P54

그런데 원초적 입장에 대한 특정한 규정을 하는 데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이는 선택되어질 원칙이 정의에 대한 우리의 숙고된 신념과 합치하는것인지 혹은 그것을 제대로 확대한 것인지의 여부를 살피는 일이다.  - P55

(전략). 예를 들어 우리는 종교적인 편견이나 인종 차별 등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조심스럽게 검토함으로써, 자신의 이해관계에 골몰한 나머지 왜곡되어서는 안 될 공평한 판단이라고 믿는 바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념은 어떤 정의관도 그것에 부합되어야 하리라고 생각되는 잠정적인 고정점 fixed points이다. - P55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을 찾는 데 있어 우리는 양쪽 끝에서부터 작업을 하게 된다. 우선 그것이 일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다소 미약한 조건을 나타내는 그러한 상황을 기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56

물론 나는 이러한 과정을 실제로 거쳐서 작업을 진행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제시하게 될 원초적 입장에 대한 해석은 그러한 가상적인 반성 과정의 결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P57

끝으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정한 정의의 원칙들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바로 그것들이 평등한 최초의 상황에서 합의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 P57

.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하나의 관념을 필요로 하는데, 원초적 입장이라는 직관적 개념이 우리에게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⁶

8) Henri Poincar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목적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 능력이 바로 직관이다." La Valeur de la science(Paris, Flammanon1909), p.27. - P58

5절 고전적 공리주의


공리주의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며 그 이론의 발전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왔다. 나는 여기에서 그 여러 형태를 살피지도 최근의 논의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세련된 이론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나의 목적은 공리주의 사상 일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그럼으로써 그 여러 가지 상이한 변형들 모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의론을 전개하려는 데 있다. - P58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여기에서 설명하려는 공리주의의 종류는 시즈위크sidgwick에 의해 가장 명료하고 접근하기 쉽게 정식화된 엄밀한 고전적classical 이론이다.  - P59

우선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정의관은 공리주의적이라고 쉽사리 생각하게 하는 어떤 사회관이 있다는 점이다. - P60

 나는 윤리학에 있어서 두 주요 개념은 옳음(정당성]the right과 좋음(선]the good며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인격이라는 개념도 이것들로부터 도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윤리설의 구조는 대체로 이 두 가지 기본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짓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 P61

목적론에서는 좋음이 옳음과 상관없이 규정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로 그 이론은 무엇이 선이냐에 대한 우리의 숙고된 판단(우리의 가치 판단)을 상식에 의해 직관적으로 분간될 수 있는 판단들의 독립된 집합으로 설명하며, 옳음이란 이같이 이미 명시된 선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로그 이론에 의하면 우리는 옳음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사물의 좋음 여부를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62

전통적인 목적론이 갖는 간단명료함은 대체로 그것이 우리의 도덕 판단을 하나는 독립적인 규정을 갖는 것으로, 다른 하나는 극대화의 원칙maximizing principle에 의해 처음 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구분하여 두 부분으로 나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 P62

공리주의 정의관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러한 만족의 총량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문제 삼으며, 한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시간적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만 문제삼고 있다는 점이다. - P63

공리주의에 도달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물론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개인에 있어서의 합리적인 선택 원칙을 사회 전체에 대해서도 채택하는 일이다. 일단 이 사실만 수긍된다면 공리 사상사에 있어서 공평한 관망자impartial spectator의 지위와 동정심에 대한 강조를 저절로 이해하게 될것이다. - P64

(전략), 이상적인 입법자는 사회 체제의 규칙들을 조정하여 그 욕구 체계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힘쓰게 된다. 이래한 사회관에 비추어볼 때 각 개인들이란 욕구의 최대 만족을 달성하기 위한 규칙에 따라서 권리와 의무가 할당되고, 부족한 욕구 충족의 수단들이 배분되는 상이한 계열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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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자 쉬유이의 예상대로 홍콩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24시간 기사를 내놓는 온라인 매체에서 사건을 대서특필하며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토막 살인의 과정을 생생하게 ‘창작해냈다‘. - P45

네티즌과 유튜버들은 이 사건에서 자연스럽게 ‘비오는 밤의 도살자‘ 사건을 연상했고, 외국 사건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일본의 ‘미야자키 쓰토무 살인 사건‘⁵,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⁶ 등을 거론하며 자살한 용의자 셰 모 씨가 중증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망상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5 1988~1989년 일본에서 미야자키 쓰토무라는 남자가 연쇄적으로 유아를 유괴해살인한 사건.
6 2019년 아오바 신지라는 정신이상자가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에 방화를 저질러 스튜디오가 전소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 P45

우선 부검의의 보고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리병20여 개에 담긴 토막 시신을 통해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가장 중요한 단서는 빠져 있었다. - P46

"부검의가 여성 피해자의 지문을 확보해서 지금 대조하고있지만 오랫동안 액체에 담겨 있던 거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남자 쪽은 문제가 있어서 대조도 할 수 없고요." - P47

"사인은?" 쉬유이가 물었다.
"머리와 몸통에 치명상이 없고, 두개골도 온전해서 독살이나 질식사일 가능성이 커요. 다만 시신이 거칠게 잘려서 부검의도 판단하기가 힘들대요. 목에 압박흔은 없지만 범인이 압박흔을 따라 머리를 잘라냈을 가능성도 있고요. 토막 시신을고정하기 전에 피를 다 빼냈고 고정액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독극물을 검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 P49

자치가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쓴웃음을지었다. "범인이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래요. (중략). 적어도 손상이 없는 여자 시신은 그렇대요. 그런데 절단 위치를 보면 또 완전히 전문가는 아니고요. (후략)." - P49

"표본병과 보존・・・・・・ 고정액에서 찾아낸 단서는 없어?"
"그건 감식 요원의 판단이 정확한데 유리병과 용액 모두 구하기가 어렵지 않답니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 쇼핑으로 미국 이베이에서든 중국 타오바오에서든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대요." - P50

"목이 잘린 시신 사진으로 탐문 수사를 할 순 없잖아." 쉬유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 P51

"셰바이천은 자살이 확실하겠네." 샤오후이가 말했다.
"경찰과 부검의를 이 정도로 완벽하게 속인다면 범죄 천재겠죠."자치가 웃으며 말했다. - P51

쉬유이는 둘의 대화에 끼지 않았다. 셰바이천이 범인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피해자의 신원을 찾고 그들이 피살된 경위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셰바이천의 살인 동기에도 관심이 없었다. - P52

유리 소재의 외부는 지문 하나 없이 매우 깨끗했고, 내부에서도 특별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표본병을 보관한 옷장내부도 청소한 듯 선반에 손자국이 없었다. - P53

숯 그릇에서 찾은 휴대폰과 하드 드라이브는 복구가 불가능했고,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휴대폰의 유심칩이 셰바이천 본인의 것이며 사용한 지 오래됐다는 점이었다. - P53

쉬유이는 셰바이천이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를 납치했을지 여러 가지 방법을 추측했지만 그 전에 먼저 그가 어떻게 어머니 몰래 외출했는지 알아내야 했다. - P53

단칭맨션에는 경비원도 없고 정문이든 후문이든 감시 카메라도 설치되지 않아 셰바이천이 몰래 외부 출입을 했는지, 사망자가 몰래 안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옮겨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 P54

"이 여자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쉬유이가 다시 셰바이천의 집을 찾아가 여성 피해자의 몽타주를 보여주며 셰메이펑에게 물었다. - P55

"경찰들이 뭘 잘못 안 거예요. 우리 바이천은 착한 아이예요. 개미도 못 죽이는 애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누가 누명을 씌운 게 틀림없어요! 시체를 우리 애한테 보내고 보관하라고 협박했을 거예요...... - P55

"쉬 경위님, 제 말을 믿어주세요! 뉴스에서 하는 말 다 틀렸어요! 바이천이 직장은 다니지 않았지만 제게 돈을 달라고 한적이 없어요. 오히려 제가 생활비를 받았다고요! 바이천은 뉴스에서 말하는 그런 기생충이 아니에요..…………."
"아들이 돈을 줬다고요?" 쉬유이가 놀라며 물었다. - P56

쉬유이는 예상치 못한 얘기에 놀랐지만 칸즈위안이 이 불쌍한 노부인을 속였을 거라고 추측했다. (중략).
하지만 쉬유이의 예상은 빗나갔다. - P56

"이 자식 주식 트레이더였네." 샤오후이와 아싱이 조사해 온은행 거래 기록을 훑어보며 쉬유이가 중얼거렸다. (중략).
"게다가 수익률도 좋았어요. 믿는 구석이 있으니 편안히 집에 틀어박혀 산 거죠." 자치가 잔액을 보며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 P57

"맞습니다. 바이천은 경찰들이 생각하는 형편없는 백수가아니었습니다." 쉬유이가 단칭맨션을 다시 찾아갔다. - P57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했나요?" 셰바이천의 휴대폰 통화기록에는 칸즈위안과 통화한 내역이 없었다.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몇 마디라도하려고 했으니까요."
"그 채팅 기록이 필요합니다."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쉬유이가 명령조로 말했다.
"없습니다."칸즈위안의 미간이 구겨졌다. - P58

"온라인 게임이에요. 채팅 기능이 있지만 대화가 저장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접속해야만 대화할 수 있고요. 가끔 바이천이 잘 있는지 궁금할 때 접속해서 걔가 접속하길 기다리곤 했습니다." 칸즈위안도 쉬유이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았지만 노인에게 신문물을 설명하듯 얘기했다. - P58

"네. 무슨 애니메이션을 봤다는 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바이천이 자살할 줄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듯 칸즈위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 P59

. 셰바이천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 P60

모니터 화면에 ‘소설보다 더 기이한 현실? 토막 살인 사건미스터리 명작 총정리!‘라는 제목의 영상 섬네일이 떠 있었다.
(중략). 재생 버튼을 클릭하자 긴머리의 젊은 여자 둘이 앉아 있는 영상이 나왔다. 그중 안경 낀 여자가 카메라를 향해 책 한 권을 들어 보였다.
"......다음에 소개할 책은 바로 《살인 예술》입니다." 유튜브 조회수 올리는 비결을 잘 모르는 듯 여자는 중저음의 목소리에 표정도 밋밋했다.  - P60

"우리가 놓친 단서가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 영상을 발견했어요." 자치가 말했다.
"이제 우연일 수 있을까?" 쉬유이가 물었다. - P62

"잠깐만요, 팀장님.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자치가 인터넷 브라우저를 다시 열고 다른 영상을 클릭했다.
"・・・ 중요한 분을 손님으로 모시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번 손님은 유명한 추리소설가 무명지 선생님이십니다!" - P62

"안녕하세요. 무명지라고 합니다."
(중략). 화면 속 남자는, 칸즈위안이었다. - P63

2장

"칸 선생님, 바쁘실 텐데 서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콩섬 총구 본부 조사실에서 쉬유이가 건조한 말투로 테이블 너머에 앉은 칸즈위안에게 말했다. - P79

"아닙니다.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오시라고 했습니다." 쉬유이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천천히 펼쳤다. "우선 확인할게 있습니다. 선생님의 직업이 작가이고, 무명지라는 필명을 쓰십니까?"
"그렇습니다."
칸즈위안의 얼굴에는 미세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 P80

쉬 경위님, 바이천이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고 포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싶으신건가요?" 칸즈위안의 일굴에 옅은 불쾌감이 떠올랐다. "
- P80

"셰바이천의 ‘소장품‘ 중 하나입니다." 쉬유이가 처음 인사때와 똑같은 어조로 말하며 테이블에 놓인 사진을 검지로 두들겼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는 것 같군요?"
"추리 작가들은 소설을 구상할 때 이런 사진을 많이 찾아볼니다. 더 잔인한 것도 봤습니다."칸즈위안이 고개를 들어 쉬유이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실물을 본다면 충격적이겠지만 사진은 괜찮군요. - P81

칸즈위안은 셰바이천의 유일한 친구였고, 그의 소설을 읽고 이상한 욕망을 품은 셰바이천이 살인을 저지른 뒤 소설 속 장면을 모방해 시신을 토막 내고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었을 수있다. - P82

칸즈위안은 셰바이천에게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고, 자기소설이 실제 범죄의 교본이 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 소설가로서의 명성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82

(전략), 칸즈위안이 이번에는 대의를 위해 친구를 저버리기로 결심한 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자 처벌이 두려웠던 셰바이천은 자살로써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칸즈위안의 이런 냉정한 태도는 쉬유이가 상상하는 이 시나리오에 부합했다. - P82

"셰바이천이 책을 읽었나요?"
"모르겠습니다. 아마 읽었겠죠."
"읽고 난 뒤 책에 대해 얘기했나요? 친구의 소설을 읽으면소설이 어땠는지 먼저 얘기할 것 같은데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 P83

하지만 그의 이런 반응에 당황한 건 쉬유이도 마찬가지였다.
쉬유이는 퀸즈위안에 이 정도로 놀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칸즈위안은 그 유리병 속 머리와 소설의 관계를 영영 알아채지 못했을 것처럼 보였다.
다 알고 있었을텐데 연기인가? 쉬유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 P84

"잠깐만요 쉬 경위님 너무 억지스럽지 않습니까?" 칸즈위안이 상대의 속임수를 꿰뚫어 본 듯 가시 돋친 말로 선제공격을 했다. "코발트색 옷이 있었나요? 의자와 벽난로는요?"
"없었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쉬유이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런데 뭐가 똑같아요? 제가 볼 때 이 시체는 <영원의 문>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 P85

처음부터 칸즈위안이 뭔가 감추고 있다고 확신한 쉬유이는 ‘경찰이 증거를 찾았다‘는 카드만 내놓으면 상대가 더 많은 정보를 제 입으로 술술 내뱉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수사가 미궁에 빠진 난감한 상황을 들키고 말았다.
"또 다른 시신도 책 속 다른 피해자와 공통점이 있습니까?" - P86

"현실이 추리소설인 줄 알아요? 다른 가능성이 뭐가 있어요? 몇십 년을 집에 틀어박혀 지낸 남자가 토막 난 시체를 쌓아놓고 자살했는데 그가 범인이거나 공범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혈기 왕성한 자치가 못 참고 반박했다. - P87

"현실에는 소설보다 더 기괴한 사건이 수두룩합니다! 대학교수가 일산화탄소를 주입한 요가 볼로 처자식을 살해하고, 부모를 죽인 아들이 기자들 앞에서 실종된 부모를 애타게 찾는 척하고, 전남편과 그 가족들에게 토막 살해당한 여자도 있고, 해외에 나가는 척하고 밀항해서 돌아와 이웃을 강도 살해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후략). - P87

탁상공론이나 하는 글쟁이인 줄 알았는데 공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쳐 반박하는 달변가였다. - P88

"경찰이 무고한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것이냐고 따지고싶지만, 희소식을 알려드리자면 저는 당분간 해외여행 계획이 없습니다. 바이천을 유일한 용의자로 단정해 사망한 사람에게 억울한 죄명을 씌우고 급하게 사건을 종결하지 않길 부디 바랍니다." - P89

하지만 오늘 조사로 칸즈위안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직감했다. 셰바이천의 범행 과정과 동기를 알아내려면 칸즈위안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것 같았다. - P90

셰바이천은 스스로 사회와 격리되어 홀로 지낸 은둔형 외톨이였지만, 칸즈위안은 정반대로 절반은 공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명지‘가 절반의 공인이었다. - P90

쉬이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데다 홍콩 장르소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명지라는 작가에 대한매체와 독자들의 평가를 보고 상당히 의외라고 여겼다. - P91

《사망 신부》는 성직자지만 밤이 되면 살인마로 변해 변태적인 수법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니는 주인공의 이야기였다. 출간 직후 종교인을 살인마로 그렸다는 이유로 출판사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매체의 관심을 받아 큰 홍보 효과를 누리며 작가도 일약 인기 스타가 되었다.  - P92

 유능한 작가는 독자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타인의 관점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능력을 가졌다. 칸즈위안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대사를 능수능란하게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작가‘라면 그 자신도 배우처럼 다른 인물의 이미지를 태연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 P93

수많은 의문이 쉬유이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유이가 셰바이천과 칸즈위안에게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은 다른 단서들이 차례로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MPU의 실종자 명단에서 여성 피해자와 유사한 인물은 찾을 수 없었다. - P94

 어차피 용의자가 이미 자살했으므로 기자들은 ‘현재진행형‘인 다른 사건에 시간을 쓰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강력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수사 진척 상황을 발표할 때 다시 취재해도 충분했다.
물론 형사들이 손 놓고 단서가 나타나기만 기다린 것이 아니라 계속 수사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것이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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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모노레일

도쿄만(東京)에 인접한 화물선적 창고 안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종유동(洞)처럼 서늘해 보이지만,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 아래로 포크리프트(forklift)를 타고 오가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흥건히 땀이 밴다. - P9

부채는 원래 붙어 있던 종이가 뜯겨나가 부챗살만 남았는데, 누군가 물건 포장에 쓰는 투명 비닐테이프를 대용으로 붙여놓았다. - P10

료스케는 포크리프트를 차고에 넣고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착지와 동시에 관자놀이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주르르 뺨으로 흘러내려 제멋대로 자라난 수염 사이를 지나 턱 언저리로 번져갔다. - P10

료스케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안벽으로 나왔다. 햇빛이 쏟아지는 도쿄만을 바라보며 땀에 젖은 티셔츠를 벗어든 료스케는 슬쩍 손목시계로 눈길을 주어 시간을 확인했다.  - P11

료스케는 오스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놓아둔 캔커피 주입구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개미들이 보였다.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 P11

옆에서 개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오스기가 "개미 말야, 정력제로 쓴다더라." 라고 중얼거렸다.
"이걸?"
"개미는 자기 몸집보다 몇 십 배나 큰 물건도 운반하잖아. 이녀석들은 불가사의한 파워를 지녔다니까!" - P12

약 한 달 전, 료스케가 ‘메일 미팅사이트에 등록한 것이 교토에서 일어난 ‘메일 연쇄살인 사건이 계기라고 하면 좀 과장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때 사무실에서 료스케의 얼굴이나 분위기가 그 사건으로 체포된 스물다섯 살짜리 범인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 P13

료스케는 그 후로도 여러 번 와이드쇼나 잡지에서 범인의 사진을 봤다. 잡지에는 "여자를 궁지에 몰아넣은 게 즐거웠다."는범인의 진술이 게재되어 있었고, 이유는 모르지만 어쩐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그 말에 공감했던 건 아니다. - P13

오스기나 회사 사람들로부터 범인과 얼굴이나 분위기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료스케는 TV 뉴스에서 그 사건을 다룰 때면 볼륨을 올렸고, 식당에서 펼쳐든 신문에 속보라도 실려 있으면 포크커틀릿이 식는 것도 모르고 열중해서 기사를 읽곤 했다. - P14

료스케가 타월을 어깨에 걸치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미닫이문을 열려는 순간, 로커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허둥지둥급히 꺼내보니 ‘오늘밤 약속, 7시 30분에서 8시로 바꿔주세요.‘라고 찍혀 있는 ‘료코‘의 문자메시지였다. - P15

료스케는 그 메일을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모노레일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말을 농담으로 여긴 게 아니라, 한 번도 타보지 않아서 타보고 싶다는 그 말을...………. - P16

‘로코‘의 메일을 받은 것은 시부야에서 바람을 맞고 나서 3일이 지나서였다. 그때는 이미 오는 메일도 거의 없어 슬슬 사이트 등록을 해지하려던 참이었다. - P17

목욕을 마친 료스케는 일단 아파트로 돌아가 새 티셔츠와 바지로 갈아입고, 곧바로 집을 나왔다. 지갑에는 어제 역 앞에서 찾은 3만 엔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 P17

흔해빠진 대화이긴 했지만, 2주동안이나 서로 메일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료스케는 자기만의 ‘로코‘ 모습을 만들어놓았다.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눈앞의 여자는 상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 P18

"료스케 씨는 무슨 일을 해요? 메일로는 물어보지 않았죠"
"나・・・・・・ 글쎄 뭐라고 해야 하나, 선박 관계."
"선박 관계? 혹시 모터보트 선수?"
"네?
(중략).
"그쪽 선박 관계 일이었구나."
‘료코‘ 가 아주 살짝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가까이서 보니 ‘로코‘ 입술의 립스틱이 약간 번져 있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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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구조대원이 천천히 몸을 돌려 순찰대 경찰 둘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저은 뒤 구급 장비를 둘러멨다. 그리고 들것을 들고있는 동료에게 그들의 일은 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숨을 거두었다. - P14

숨이 끊어졌으면 식환에 연락할 것이지. 구급대는 뭣 하러불러? - P14

경찰 행동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에서 타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시 시신을 발견한 증인의 진술과 현장 상황을 기록한 뒤 ‘식환서‘라고 불리는 식품환경위생서¹에 연락해 시신을 공공 화장장으로 운반한다.


1 식품 및 환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홍콩의 정부 부처. - P15

숯불을 피워 자살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선배 키다리가 구조대를 불렀다. 아썬은 키다리의 행동이 불필요해 보였지만, 사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가신 마찰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 P16

터무니없는 민원에 대해서는 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경찰대 내부의 직장 문화는 또 별개의 문제였다. - P16

대단한 공을 세우지 않는 한 말단 경찰이 경위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5년. 아무리 출세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든 같은 직급의 동료가 하나 줄어드는 건 반가운법이다 - P17

처음에 키다리는 연로한 어머니와 둘째 아들이 아침에 일어난뒤 숯을 피우고 자살한 맏아들을 발견한 상황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간단히 심문해보니 부인은 사망자의 어머니가 맞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이웃이었다. - P17

네 평쯤 되는 방. 홍콩의 평균 주거 면적으로 보면 꽤 큰 침실에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었다. (중략). 벽에는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 포스터가 붙어 있고, 어수선한 컴퓨터 책상 위에 게임 캐릭터 피규어와 장식품까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 P18

"카, 화장실이 딸린 방이라니. 은둔족의 천국이네." 아썬이옷장 옆 모퉁이에서 문을 발견하고 열어보니 창이 없는 작은화장실이었다. (중략). ‘은둔의 천국‘이라는 아썬의 말에 담긴 조롱의 뉘앙스를 키다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 P18

키다리는 이런 사람이 하나 사라져도 무덤덤하기만 한 사회의 냉혹함을 생각했다. 내일 신문에 이 남자의 죽음이 짤막하게라도 실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 P19

키다리가 고개를 들어 방의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아썬이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문이 열린 옷장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썬, 내 말 안들…………." - P19

다만 키다리와 아썬의 눈앞에 있는 유리병에 담긴 것은 쥐나 개구리가 아닌, 잘린 팔다리와 장기였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 P20

1장

일선 경찰의 다급한 보고가 경찰 본부에 도착한 직후 홍콩섬 총구總區 강력반 제2B팀에 사건이 배정되었고,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B팀 팀장인 쉬유이가 직접 현장에 나가 수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 P23

오늘도 야근이군. 쉬유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그는야근을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 P24

"감식 요원은 뭐래? 피해자가 몇 명이야?"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 두 명인 것 같아요." 자치가 유리병 중 하나를 가리켰다. "발바닥 네 개는 확인했어요. 왼쪽 둘, 오른쪽 둘." - P24

속이 울렁거려 다른 데로 시선을 옮기자 위 칸에 있는 병 하나가 다시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단발의 여자 머리였다.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 P25

"젠장....... 이 변태는 토막 살인도 부족해서 시신의 자세까지 연출해놓았나?" 자치가 검은 비닐에 덮인 사망자를 흘긋보고 중얼거렸다. - P26

"이 사람이 이 방 주인이라고?" 쉬유이가 침대로 다가가 검은 비닐을 젖혔다. 겉보기엔 흉악무도한 변태 살인마처럼 보이지 않았다. 머리칼과 수염은 지저분했지만 야윈 체형과 가느다란 팔다리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가까워 보였다.  - P26

"어머니 성을 따랐나? 아버지는 없어?"
"그런 것 같아요. 이 주소지에는 어머니와 아들만 등록되어있어요."자치가 수첩을 덮었다. "마흔 넘도록 직업도 없이 어머니와 살았으니 은둔이겠죠." - P27

"자살이 확실해?" 쉬유이가 방 한가운데 그릇 속에서 하얗게 탄 숯을 내려다보았다.
"일차적인 판단은 그래요. 자세한 건 부검의가 부검해봐야죠."
(중략).
"죄를 짓고 죄책감에 자살한 거라면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범행을 자백하는 유서를 남겼을 텐데." 쉬유이가 방 안을 둘러보며 만화, 소설, DVD가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을 가리켰다. - P27

무수한 살인 현장을 목격한 쉬유이에게도 표본이 된 토막시신은 처음이었다. (중략). 그는 셰바이천에게 시체기호증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P28

아마추어 코스프레모델이 참혹하게 살해된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을 조사하다가 ‘오토코노코‘¹라고 불리는 젊은 남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여자 캐릭터로 분장하는 걸 즐기는 남자들이었다.  - P28

"담당 형사님이세요?" 셰메이펑이 소파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쉬유이의 두 팔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왜 나를 내 집에서 내보냈어요? 우리 바이천이 용의자라고요? 애가 죽었는데 무슨 범죄를 조사한다는 거예요?" - P29

"네・・・・・・ 쉬 경위님, 이 늙은이가 부탁할게요. 구조대원들이우리 바이천을 살릴 수 없다고 했어요. 혹시 방에서 마약 같은걸 찾더라도 모른 척해주세요."
"마약이요?" - P30

"시, 시체요?" 셰메이펑이 더듬더듬 물었다.
"셰바이천의 옷장에서 시신이 담긴 유리병 열 몇 개가 발견됐습니다. 시신을 토막 내서 표본으로 보존한 겁니다."
셰메이펑이 쉬유이의 두 손을 힘없이 놓았다. - P30

"옆집에 사는 칸즈위안闞致遠입니다. 여기서 30년 가까이 살았고 바이천과는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입니다." 칸즈위안이 노부인의 손등을 토닥여 안심시키며 대답했다. "쉬 경위님, 무슨 착오가 있는 거 아닙니까? 바이천의 방에 시신이 있다니요? 동물 표본이나 인터넷으로 산 영화 소품이겠죠?"
"저도 착오이길 바랍니다만, 지금으로선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 P31

"셰 여사님, 현장 상태로 볼 때 셰바이천이 제일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일차적인 판단으로는 셰바이천이 범행을 저지른 뒤 두려움에 시달리다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최종결론을 내리기 전에 여사님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교우 관계는 어땠는지 말씀해주십시오." - P31

"잠깐. ‘그중 한 구‘라고요?" 칸즈위안이 쉬유이의 말을 끊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바이천의 방에 시체 여러 구가 있었단 말입니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최소 두 구 이상입니다." - P32

"그럴 수도 없어요. 내가 출근해도 바이천은……………."
"쉬 경위님." 셰메이펑이 입만 벙긋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칸즈위안이 말을 받았다. "바이천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바이천은 ‘은둔형 외톨이‘입니다. 집 밖에 나가서 낯선 사람을 접촉하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 P32

"바이천은 20년 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요!" 셰메이펑이 벌컥 소리쳤다.
쉬유이는 멍해졌다. 그녀의 말에 그의 추리가 헝클어졌다. - P33

"20년이요? 20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는 겁니까?"
"네, 쉬 경위님." 칸즈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인은커녕 편의점에 사이다 한 병 사러 나가지도 못했어요."
"몰래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 하겠죠."
"아뇨! 바이천은 몰래 나간 적도 없어요! 밖에 나갔다면 제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요?" 셰메이펑이 아들의 혐의를 부인하듯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 P33

"메이펑 아주머니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셔서 오전에만 일하세요. 바이천의 방에서 발견된 피해자가 두 명 이상이라고 하셨는데, 여러 명이 대낮에 이 집에 들어와 바이천에게 살해당한 뒤 토막 났다는 말씀이신가요?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해도 누가 그런 황당한 추리를 믿겠습니까? 바이천을 범인으로 단정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조사하십쇼!"
쉬유이는 예상보다 똑똑한 칸즈위안에게 정곡을 찔렸다. - P34

쉬유이는 하는 수 없이 방법을 바꾸어 처음부터 차근차근물어보기로 했다. "셰바이천이 사망한 걸 어떻게 아셨나요?" - P34

"(전략).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문 앞에 음식이그대로 있었고 방에서 온라인 게임 소리도 들리지 않고 문을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아주머니가 걱정하며 제게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 P35

"항상 문을 잠가두었어요. 억지로 열려고 하면 심하게 화를냈어요......." 셰메이펑이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쉬유이는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 못된 자식이 많다‘는 말을 떠올렸다. - P35

"네. 열쇠는 바이천이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억지로 문을 열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찰에 신고한 건가요?" - P36

"출근은 안 하시나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이펑 아주머니가 제게 도움을 청한 겁니다."
전염병이 많은 직장인의 일상을 바꿔놓았으므로 쉬유이도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칸즈위안이 IT나 온라인 업계 종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 P36

"아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 P36

"바이천이 어떤 공포증을 앓았던 것 같아요. 차츰 사람을 멀리하고 자신이 설정한 공간 밖으로 나가면 불안해했습니다." 칸즈위안이 말했다. "처음에는 메이펑 아주머니와 제가 바이천의 방에 들어가 말을 걸고 얘기도 나눌 수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문도 잠그고 우리와도 문을 닫은 채 얘기하거나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했습니다." - P37

"20년 동안 그렇게 생활했다는 건가요?" 쉬유이가 약간 퉁명스럽게 물었다.
"바이천은 제 외아들이에요. 그 애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했어요. 그래서 뭐든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뒀어요...... 바이천......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니엄만 널 원망한 적이 없어. 널 평생이라도 데리고 살 수있는데……………" - P38

"칸 선생님, 저는 자살한 용의자의 어머니보다 참혹하게 토막 살해된 피해자에게 더 마음이 쓰입니다. 우린 아직 그 피해자들의 이름도 모릅니다." 쉬유이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불만이 있으면 C&IIB³에 민원을 제기하시지요."


3 Complaints and Internal Investigations Branch의 약자. 홍콩 경찰의 관리 감독 및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 P39

"계속 바이천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계신 것 같은데, 다른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누군가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바이천을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했다거나..." 칸즈위안도 쉬유이의 반박에 물러서지 않고 노기를 누르며 새로운 가능성을 내놓았다. - P39

쉬유이는 셰바이천의 집에 다시 들어가다가 셰바이천과 칸즈위안의 집 인테리어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다. - P40

단칭맨션은 층마다 두 세대씩 있는 6층짜리 아파트였다. 60여 년 전 분양 당시에는 중산층은되어야 살 수 있는 서양식 아파트였지만, 세월이 흐르며 인기없는 구닥다리 아파트가 되었다.  - P41

"피해자가 둘뿐이면 좋겠군." 셰바이천에 대한 정보를 조금 파악하고 온 쉬유이가 새로운 단서가 있는지 방 안을 둘러보았다.
"휴대폰을 찾았어요. 그런데......."
"그런데?" - P41

"그릇에 컴퓨터 부품 조각들도 있어요. 하드 드라이브인 것같아요." 자치가 책상 위 컴퓨터를 가리켰다. "확인해봤는데 하드가 없었거든요. 작정하고 증거를 은폐한 것 같아요.……………." 쉬유이는 턱을 쓰다듬으며 이 사건이 자신의 형사 경력에서 가장 힘든 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42

"자치, 이 골목이 어디로 통하지?" 쉬유이가 뭔가 생각난 듯 부하에게 물었다.
"포만 스트리트일걸요? 코너를 돌아서 쭉 가면 올드리치 스트리트고요. 그건 왜요?"
쉬유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셰바이천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척하면서 어머니 몰래 창문을 넘어 밖으로나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42

낮 12시, 쉬유이는 단칭맨션 앞에서 간단한 언론 브리핑을통해 사건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 P43

 쉬유이는 현장에 도착한 순찰대가 자살자의 방에서 유리병에 보존된 토막 시신을 발견했다는 사실만 공개하고, 시신의 토막 형태나 피해자의 특징, 셰바이천이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 등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 P43

"무직에 41세인 자살자가 범인인가요?" 한 기자가 물었다.
"수사 중입니다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범인이 이미 사망해 연쇄살인범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걱정은 없으니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활해도 좋다는 행간의 뜻을 알아들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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