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험자들에게 0에서 11까지 최대한 빠르게 번호 순서대로 카드를 가리키라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손가락만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팔을 최대한 많이 뻗고 복잡하게 움직여 카드를 순서대로 가리켜야 했다. 이를 위해 따로 연습하는 시간을 주었다. - P132
심적 시연은 신체의 성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실제로 근육의 강도도 향상시킨다. 클리블랜드 병원의 광웨 박사가 이끈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일주일에 5일 동안 매일 15분씩 한쪽 팔꿈치와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는 상상을 했다. 12주가 지난 후 연구팀은 피험자들의 근육 수축 강도가팔꿈치는 13.5퍼센트 늘어나고¹³ 새끼손가락은 35퍼센트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32
광의 연구는 심상 연습이 실력 향상뿐 아니라 상상으로 사용한 신체 근육의 강도까지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심상연습은 신체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일까? - P133
예상대로 대조군에서는 뇌파의 진폭에 아무 차이가 없었고 신체적으로 연습한 집단에서는 진폭의 크기가 커졌다. 그러면 심상 연습을 한 집단은? 이 집단도 신체적 연습을 한 집단 못지않게¹⁴ 뇌파가 올라갔다. - P133
신체 훈련과 심상 훈련의 효과
2001년 스포츠과학자 폴 홈스(Paul Holmes)와 데이비드 콜린스(DavidCollins)는 운동선수용 7단계 심상 훈련 프로그램 페틀렙(PETTLEP)"¹⁵제안했다. 각 단계마다 운동선수가 따라야 할 방법을 제시한다. - P134
연구팀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골프선수 34명¹⁶을 대상으로 페틀렙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실험했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벙커 (골프 코스의 모래 구덩이)에 있는 공을 최대한 핀 가까이에 붙이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공이 핀에 얼마나 근접하는지에 따라 0점에서 10점의 점수를 매겼다. - P135
6주 동안 연습한 골프선수들은 코스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선수들은벙커에 들어가 15번의 샷을 친 후 평균 점수를 냈다. 다음은 연구팀이 네집단의 평균 점수 변화를 비교한 결과다. - P136
심상 훈련의 긍정적 효과는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오랜 경력의 테니스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 심상 훈련이 서브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136
의식적 연습이 무의식적 기제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예는 수없이 많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아니면 다른 분야든 머릿속으로만 동작을 연습하는 심상 훈련은 수행 능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그 행동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도 물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 P137
정신은 몸의 한계를 극복한다
1996년 질 테일러(Jill Taylor)에게 치명적인 뇌중풍이 찾아왔다. "엄마 뱃속의 아기"²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장애를 입었다. - P137
운동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심상 훈련의 성공은 뇌중풍을 포함해 많은 의학적 질병에서 벗어나는 데 커다란 희망이 된다. 질 테일러는 심상훈련이 도움이 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과연 정말로 그럴까? - P138
심상 훈련은 부상을 입은 선수의 성공적인 재활 훈련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트레이너들은 선수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될 수 있게 도와줄 때²⁶ 심상 훈련을 자주 이용한다. 게다가 심상 훈련은 선수의 회복 속도를 높여준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그러면 똑같은 심상 훈련을 뇌중풍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²⁷ - P139
그러나 실험 결과는 혼란스러웠다. 일부 소규모 연구는 심상 훈련이 뇌중풍 후 운동 기능 회복에²⁸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에 발표된 121명의 뇌중풍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²⁹에서는 심상훈련이 어떤 차이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P139
뇌중풍 후에도 운동 기능과 관련된 일부 뇌 조직에 문제가 없으면 몇몇 소규모 연구가 주장하는 것처럼 심상 훈련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도 모른다. 질 테일러도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 P140
뇌중풍이 일어나면 심적 시연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상할 수 있는 능력마저 손상된다. 중국 신경학자 연구팀은 좌뇌에 뇌중풍 발작을 겪은 환자 11명과 대조군으로 11명의 피험자를 모집해 심상 훈련 연구를 했다.³¹ - P140
결과는 분명했다. 뇌중풍 환자 집단은 대조군보다 점수가 낮았다. 그들은 답을 생각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선택한 오답률도 훨씬 높았다. 뇌중풍으로 인한 신경 파괴가 환자의 신체 능력뿐 아니라 움직임을 상상하는 능력에도 손상을 준 것이 확실했다. - P141
손상 없이 온전하기만 하다면 의식계와 무의식계는 상호소통하고 서로를 변화시킨다. 신체적 연습을 정신적 자극과 결합하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극대화될 수 있다. - P142
사라진 팔이 가려울 때는 어디를 긁어야 할까
사지를 절단한 사람은 절단한 팔다리가 계속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이른바 환상사지증후군(phantom limb syndrome)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손을 절단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의 느낌으로는 손목과 손바닥, 손가락까지도 모두 그대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의 공감각과 움직임까지³² 느껴진다고 착각한다. - P142
환상사지증후군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 P142
1978년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순환계 질병으로 두 발을 절단하는 비극을 맞이한 노신사의 사례³⁴를 보고했다. 절단 후 그는 발이 있던 자리에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을 느꼈다. 다리를 세게 긁어도 소용없었다. 그는 가려움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있지도 않은 발에서 환상가려움을 느끼면 어떻게해야 하는가? - P143
(전략). 그는 가려운 곳을 긁는 상상을 함으로써 실제 가려운 발을 긁을 때 쓰이는 부위와 같은 뇌 영역을 자극해 환상가려움증을 이겨낼 수 있었다. - P143
주관적 감각에는 그 감각의 기반이 되는 신경 회로의 기능이 반영되어 있다. 사지를 절단한 사람은 없어진 팔다리를 긁는 동작을 의식 속에서 흉내 냄으로써 신경 회로를 속여 불편함을 줄인다. - P144
거울신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
1990년대에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짧은꼬리원숭이 뇌의 운동계를 연구하던 중에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원숭이가 직접 상자에서 사과를 집을 때 점화되는 신경세포와 사과를 집는 실험자의 모습을 보기만 할 때 점화되는 신경세포가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그 특정 신경세포는 원숭이가 직접 그런 행동을 할 때 점화되는 신경세포와 똑같은 것이었다. 행동을 직접 할 때에도 그런 행동을 하는 누군가를 볼 때에도 같은 신경세포가 반응했다.³⁸ - P146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에도 거울신경이 존재한다는³⁹ 사실을 발견했다. - P146
거울신경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연구 결과에 속한다.⁴⁴ - P148
하품은 왜 전염될까
하품 전염은 근거 없는 낭설이 아니다. 하품 전염은 실제로 존재하며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현상이다. 우리는 누군가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하품을 한다. 하품 소리에도 하품을 할 수 있다.⁴⁵ - P148
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하품하는 모습을 볼 때 거울신경은 그 행동을 흉내 낸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 P149
하품을 진지한 과학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자체가 바보처럼보일 수 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이 주제에 대해 나름의 유머 감각을발휘하는데, 《신경학과 신경과학의 선구자들(Frontiers of Neurology andNeuroscience)》에 실린 「하품, 하품, 하품, 하품 하품, 하품! 하품 전염의사회적·진화적·신경과학적 양상」⁵⁰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그 증거다. 글은 유머러스하지만 연구 내용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 P149
연구 결과 하품 전염은 원숭이들이 서로 털 고르기를 해주는 시간과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이런 경향은 연구팀이 개코원숭이들 사이의 근접성을 통제한 후에도 계속되었다. 즉 하품을 일으키는 원인은 서로 붙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털 고르기를 해주는 행동⁵¹에도 있었다. - P150
거울신경은 하품 전염과 관련 있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사회적 친밀함도 하품의 전염성을 높인다면 사회적 친밀함과 거울신경의 활동에서로 연관이 있음을 나타낸다. - P150
공감의 필요조건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중략). 아직 이론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동료를 불쌍히 여길 때 거울신경이 활성화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 P151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자신이 고통스러울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중략).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우리의 근육도 진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긴장한다. - P151
게다가 감정을 흉내 내기 힘들 경우 감정 인지 능력은 타협을 하는것처럼 보인다. 피험자에게 이로 연필을 문 채 눈앞에 보이는 표정을 따라 하면 안 된다고 할 경우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⁵⁹ - P153
심리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감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주위 사람의 동작과 표정을 따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⁶¹ - P153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직접 볼 때 거울신경이 활성화된다면 쾌락을 볼때는 어떤가? 포르노그래피를 예로 들어보자.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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