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제안


내 잘못, 내가 문제?

월요일 아침.
공휴일 아님, 개교기념일도 아님, 학교 가는 날임. 날씨 맑음. 주말 내내 입맛과 밥맛이 없고 잠도 설쳤는데 악몽을 꾸는 바람에 평소보다 20분이나 일찍 깼음. - P20

"밥도 거르고,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빠, 나 전학 가면 안 돼요?"
새고방은 메시지 알림을 꺼놨다. 호수가 평소보다 1.3배쯤 자주 연락해서 호수도 꺼 놓고 싶었다. 온 세상 사람이 날 손가락질하면서 수군대는 느낌이라 호수 보기도 창피했다. - P21

현서 머리숱 많고 반곱슬이라 까딱하면 사자 머리 되는 거 알면서 월요일 아침 7시 43분에 말 건 내 잘못이지. 아빠 회사까지 50분 넘게 걸리고 회의에 늦으면 안 되는 거 알면서 월요일 아침 7시56분에 전학 얘기 꺼낸 내가 나빴지.
"아무것도 아냐. 귤이야, 누나 갔다 올게." - P21

교문이 보이는 자리에 멈춰 섰다.
이제 현서에게 나는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것만 같다. 몇 달이 지나 내년이 되어도 현서가 날 기억해 줄까.  - P22

문을 연다.
나를 본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 P22

주말 동안 새고방 사건을 까먹지 않았을까 하는 가느다란 기대가 끊어졌다. 다들 아는 거다. 기억하는 거다. 앞쪽으로 가는 동안, 칠판과 벽을 뚫고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 P23

은율이는 너뿐이잖아."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새별중에서 최은율은 1학년 2반에 한 명뿐. 엘라도 점셋의 메시지를 봤구나, 직감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 P23

"시간 없으니까 요점만 말할게. 우선 이거부터"
엘라가 폰을 내밀었다. (중략).
"누가 그랬는지 알고 싶지 않아?" - P24

"딱 누군지는 모르는데, 어느 모둠인지는 알아. 우리 반이야."
"모둠? 무슨 모둠?"
"안 궁금하다면서 하나씩 다 물어보네?"
엘라가 나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탓했다. 그러자 마법처럼 나 자신이 엉큼하고 뻔뻔하게 느껴졌다.  - P24

"몇 모둠인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난 알아"
엘라가 싱긋 웃자 나는 바보처럼 설득당해서 고개까지 끄덕일 뻔했다. 엘라라면 알고도 남을 것 같았다.  - P25

"걱정 마, 떠벌리지 않을게. 아무튼 호수한테 나 좀 소개해 줄래?"
잠깐 뭐라고요? 소개?
"호수랑 친해지고 싶으니까 연결해 줬으면 해. 그게 내 부탁이야."
"그러니까 지금, 한호파······, 한호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
"자세히 알아볼 게 좀 있어서."
"지, 지, 직접 가서 말하면 되잖아."
어이가 없어서 말까지 더듬는다. 엘라 공주가 호수에게 관심이 있다고? - P26

새고방 방장, 홍쌤


담임쌤이 와서 조례를 하고 회장이 폰을 걷는 동안 구름 속에 갇힌 듯 멍했다. 이 느낌 뭐야. 최은율과 점셋, 엘라와 호수, 누구 때문이야. 그러다가 퍼뜩 국어 모둠이 생각났다. - P27

나는 피해자다. 나쁜 쪽은 점셋이다. - P27

몇 모둠 누구일까? 나한테 왜 그랬을까?
궁금하다. 알고 싶다.
알아서 뭐하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묻힐 텐데 다들 잊을 텐데. - P28

"거기 엎드린 사람 누굴까?"
(중략).
"은율이 어디 아프니?"
"아, 아뇨!"
부인하고는 수학 교과서를 펼쳤다. 홍쌤은 애들 이름을 다 외운다. 그럴 정성으로 새고방 관리도 좀 하시죠! - P29

무시와 직시


마음 들여다보기

다들 급식실로 가는데 나는 1층 상담실로 갔다. (중략).
홍쌤이 나를 맞았다.
웬 떡볶이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진짜 떡볶이였다. 튀김을 포함한 컵볶이 2인분에 아아까지! 밥맛이 1도 없다고 믿었는데 그건 밥 얘기고, 떡볶이는 또 다른 자원이었다. - P31

주말에는 떡볶이를 먹지 않아서 그렇게 우울했었나? 떡볶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우울했다고 치자.
"새고방 때문에 속상했지?"
"캡처 보셨어요?"
"응.."
"누군지는 모르시죠?"
"익명 방이라서." - P32

"그 방, 선생님이 만드신 거죠?"
"그렇지." - P33

새고방에서 선생님의 정서와 심리 상태는 인기 있는 분야다. 이번 주에 상태 안 좋은 선생님, 이건 참 귀중한 정보거든. 그 선생님 시간에는 숙제를 빼먹거나 떠들지 말고 조용히 지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폭풍 설교나 벌점이다. - P34

"은율이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네? 뭘요?"
기습 질문에 허둥댔다.  - P34

"둘 다 장단점이 있지. 무시는 신경을 안 쓰니 에너지가 덜 들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찜찜함이 남지 않을까? 직시는 감춰진 걸 들추다 보면 귀찮기도 하고 힘도 들지. 그 대신...?"
"속은 시원해지고요?"
"그런 면이 있겠지. 그런데 진실을 발견한다는 게 항상 상쾌한 일만은 아니야. 진실이 아프고 슬플 때도 있거든. 어이없을 만큼 단순하고 간단해서 허탈할 수도 있고." - P35

"근데 한호수한테 너 소개해 주는 거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해야 돼?"
(중략).
"내가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말만 전해 줘. 그다음엔 우리가 알아서 할게."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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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마쓰리 경부는 올해로 서른두 살에 독신. 그러나 단순한 독신은 아니다. 아버지는 중견 자동차 제조 회사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사장이다. 즉 그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 P12

호쇼 레이코는 이 경부를 꺼려한다. - P12

시체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바닥에 큰 대자로 엎어지듯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시체에서 출혈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래도 목이 졸려서 죽은 듯했다. 피투성이의 처참한 현장을 각오하고 있던 레이코는 그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시에 레이코는 그 시체에서 기묘한 인상을 받았다. - P13

"확실히 경부님의 말씀대로 이상하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쩌면 피해자는 다른 장소에서 살해돼, 시체 상태로 이 방까지 운반되었을지도 모른다. 범인이 시체를 짊어지고 운반하면 복도나 플로어링에 피해자의 발자국은 남지 않을 테니까. - P14

"경부님, 남자의 단독 범행이라고 단정 내리는 것은 좀 뭐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들을 것도 없이, 현장을 한눈에 본 순간에 나는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지."
이봐, 그건 거짓말이겠지! 지금 내 말을 듣고서 생각한 거잖아! 저 잘난 맛에 사는 남자 같으니! - P15

가자마쓰리 경부는 빨래보다 빨랫줄에 흥미를 느낀 듯,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중략).
"경부님, 설마 살인범이 피해자를 교살한 뒤에 그 끈을 베란다에 치고 빨래를 널었다고 말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아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 P16

경부는 재빨리 빨랫줄에 작별을 고하고 플로어링이 깔린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슬슬 첫 발견자를 조사하러 가볼까."
곧바로 첫 발견자인 여성이 불려왔다. 같은 연립주택 301호에사는 기무라 에리라는 회사원이다. 피해자와 같은 스물다섯 살로, 두 사람은 평소에 같이 술을 마시곤 하는 이른바 술친구였다고한다.  - P17

우선은 이 연립주택의 소유주이며, 일층에 살고 있는 가와하라 겐사쿠라는 중년 남성. 그는 "생전의 피해자의 모습을 목격했다"라고 증언했다. - P18

가자마쓰리 경부가 롤렉스 시계를 자랑스러운 듯 은근슬쩍 내보이면서 물었다.
"다섯시쯤 시작한 텔레비전 방송이 끝나고 조금 지났을 무렵이니, 오후 여섯시쯤이었겠죠." - P18

"요시모토 씨와 지나친 뒤, 당신은 무엇을 하셨죠?"
"당연히 바로 집으로 돌아왔죠. 거짓말이 아닙니다. 의심이 된다면 연립주택 맞은편의 과일가게 주인에게 물어보세요. 저와 요시모토 씨가 마주칠 때, 마침 가게 주인이 밖에 나와 있었으니까요." - P19

두 형사는 탐문 수사를 마치고 다시 삼층의 현장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경부님."
도중에 레이코가 물었다.
"모리타니 야스오가 들은 발소리는 정말로 범인이 도주할 때의 발소리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 P20

(전략).
피해자가 부츠를 신은 채로 죽어 있었다는 점에서 도출되는 당연한 추리다. 그러나 가자마쓰리 경부는 레이코의 추측을 야유하듯이, (후략). - P21

가자마쓰리 경부는 곧바로 동의했다.
"시체에 부츠를 신기다니, 바보 같은 짓에도 정도가 있지.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분명히 시체에 부자연스러운 정황이 나타나서 검시할 때 이야기가 나왔을 거야. 그래, 시체에 나중에 부츠를 신기는 것은 불가능해 있을 수 없어. 안 그런가, 호쇼 형사?"
"......네, 경부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 P22

"피해자의 컴퓨터 책상 서랍 안에서 이런 물건이 나왔습니다."
그것은 사진 한 장과 열쇠였다. 열쇠는 이 연립주택의 열쇠가 아니다. 이 연립주택은 건물은 낡았어도 자물쇠만큼은 방법 효과가 뛰어난 최신식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눈앞의 열쇠는 명백히 그것과는 다른 물건이었다. - P23

가자마쓰리 경부는 흥미가 생긴 듯이 사진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요시모토 히토미와 젊은 남자의 사진이잖아. 그렇군. 피해자에게는 사귀는 사람이 있었어. 그렇다면 이 열쇠는 그 남자의 집 열쇠인가. 흐흠, 이거 재미있군." - P23

2

그런 이유로 다음 날인 일요일, 가자마쓰리 경부와 호쇼 레이코는 곧바로 다시로 유야의 집을 방문했고, 근처의 찻집에서 그와 면담을 하기에 이르렀다. - P24

그 가자마쓰리 경부는 다른 두 사람이 무난하게 블렌드 커피를 주문하려는 것을 막더니, 멋대로 ‘블루마운틴 스페셜 셀렉트‘를 세잔 주문하고는 움츠러드는 기색도 없이 질문을 계속했다. - P24

이제까지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던 다시로가 처음으로 거친 목소리를 냈다.
"확실히 저는 그 사람과 열쇠를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열쇠를 아직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헤어졌을 때 돌려받는 것을 깜빡해서 그대로 놔두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제가그 사람을 죽였다고 말할 생각입니까?" - P26

그 후 가자마쓰리 경부와 호쇼 레이코는 다시로 유야가 말한 중언의 진위를 확인하려고 그의 낚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다녔다. 그러나 그 노력은 결국 다시로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입증할 뿐이었다. - P27

아니, 결코 가자마쓰리 경부가 무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젊은 나이에 경부가 된 사람이다. 다만 좀 더 부하의 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인다면, 혹은 조금 더 협조하며 신중할줄 알면 좋겠지만, 아, 그리고 졸부 취향을 훤히 드러내는 행동은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성희롱 같은 언동도 자제했으면 싶다.  - P29


레이코는 안절부절못하며 남자 곁으로 다가가서 "미안하게 됐네" 하고 우선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걱정 마십시오. 기껏해야 칠, 팔십 만 정도겠죠."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조용히 일어서더니, 레이코 쪽을 돌아보며 공손히 인사했다.
"살짝 긁혔을 뿐입니다. 아가씨." - P30

"저기, 가게야마......나 여기서 한숨 잘 거니까 한 시간 정도 적당히 달리도록 해......."
"알겠습니다."
레이코의 자기중심적이기 짝이 없는 명령에 운전석으로부터 가게야마의 대답이 들렸다. - P31

그렇다. 구니타치 경찰서의 여형사인 호쇼 레이코는 젊은 미혼여성이라는 의미의 ‘아가씨‘가 아니라 그야말로 진정한 ‘귀한 집 아가씨‘였던 것이다. - P32

3


호쇼 레이코는 새우와 렌즈콩 샐러드, 어패류 수프, 토마토 닭고기 찜, 새끼 양고기 로즈메리 구이 등으로 아주 가벼운 저녁식사를 한 뒤, 야경을 전망할 수 있는 응접실 소파에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 형사로서 레이코는 버버리의 심플한 팬츠 슈트 등을 ‘마치마루이 백화점 고쿠분지 지점‘에서 산 것처럼 수수하게 입으며 형사다운 견실한 인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P32

이 가게야마라는 젊은 집사는 호쇼 저택에서 일하게 된 지 아직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중략). 적어도 범죄 조사에 관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타입의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 P34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 이 정도 사건의 진상을 모르시다니. 아가씨는 멍청이이십니까?"
"....."
몇 초, 혹은 몇 분의 침묵이 주위를 지배했다.
레이코는 텅 빈 글라스에 스스로 와인을 따랐다. 글라스를 든 채로 일어서서 조용히 창가로 걸어갔다.  - P35

 레이코는 무표정을 가장하며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나를 멍청이라고 했지. 그렇다는 얘긴, 당신은 이 사건의 진상을 간단히 알 수 있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주 자신이 있어 보이네?" - P37

"내가 이해할 수 없으니까 범인이 누군지 말할 수 없다는 거야? 그래, 전혀 이해 못하겠어.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그리고 레이코는 망연히, 아가씨로서도 혹은 프로 형사로서도 아주 굴욕적인 발언을 했다.
"부탁이니까, 나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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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파트의 어느 집 앞. 호쇼 레이코가 벨을 울리자 문이 체인의길이만큼 좁게 열리고 어떤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중략). 경찰의 방문을 미리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환영해주는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 P9

"요시모토 히토미 씨는 어젯밤, 누군가에게 살해됐습니다."
"뭐라고요!"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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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킬로그램의 돌덩이와 1킬로그램의 금덩이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A kilogram of stone or a kilogram of gold?
:공예적 가치의 존속 및 재발견 Survival and revival of craft values



19세기 후반 영국의 디자인계는 윤리와 이념의 문제에 더욱 더 집중했는데, 그 정도가 어거스터스 퓨진Augustus Pugin의 경우보다도 심했다. 당시 예술계 주요 저술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간결하고도 합리적인 삶의 방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당대 가장유명했던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보여준 것은 배타적이고 엘리트적인 환상속의 중세 세계였다. - P27

미술공예운동의 철학이 지닌 좋은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선, 예술성을 우선시하고 정직한 노동을 고귀하게 여기는 자세를 들 수 있다. 또한 도덕성에 대한 본질적이며 확고부동한 신념 역시 높이 살만한 것이었다. 도덕주의는 자첫 완고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숭고함을 지니고 있었다. - P27

미술공예운동은 불행하게도 영국인들의 취향이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미술공예운동의 전개와더불어 미래를 바라보는 영국인의 시각도 퇴행하고 말았다. - P28

"장식은 범죄자들에 의해 생산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국가의 재정,
나아가문화의 진화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이는 범죄다."

아돌프로스Adolf Loos - P29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hintosh의 의자도 마찬가지다. 앉지도 못하는 의자를 왜 만들었을까? - P28

미술공예운동은 그 결과물보다는 사상자체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 P29

상품시장에서 힐이 보여준 디자인의 단순함은 산업미술의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를 동경하는 미술공예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그는 영국인들의 취향을노스탤지어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 P29

디자인의 단순함에 대한 가장 열정적인 반응은 오스트리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P29

19세기 중반,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가 나무를 구부려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곳도,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활약한 곳도 오스트리아였다. - P30

 그의 철학은 이후 모던디자인운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1898년, 그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1킬로그램의 돌덩이와 1킬로그램의 금덩이 중에서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장사치들에게는 이 질문이 바보스럽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라면 ‘내가 다루는 재료인 한, 모든 재료의 가치는 같다‘라고 답할 것이다." - P30

세기말에 이르러 미술공예운동의 사상은 미국으로 전파되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라이트의 반체제적 이념과 정신적 지도력은 20세기의 디자인 이론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 P30

제2차 세계대전후의 디자인 이론은 대량생산이나 경영관리의 원리를 디자인에 융합시킬 체계적인 방법을 개발하는데에 주력했다. 인간공학ergonomics의 원리를 탐구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는가하면, 한편으로 ‘디자인 방법론design methods‘이라는 분야를 통해 디자인 과정 중 창의적인 부분을 체계화하여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문맹이 아니라면누구라도 제품을 디자인할수 있게 만드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 P31

시각적 청결함 Hygiene of the optical
: 기계와의 사랑 The romance of the machine

단순함에 대한 선호와 세기 신환기의 초기 디자인 이론들에 영향을 받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기계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기계는 대량생산체제 속에서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성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또한 그들은 기계적인 요소를 일상 사물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현대적 디자인이 성취되었음을 은유적으로보여줄수있다고 생각했다. - P33

표준화와 단순화를 추진하는 일에 독일이 최대의 실용적 성공을 거뒀으나, 그것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스위스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였다. 그는 독일 건축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 P33

"인간이 만들어낸 과잉의 결과물들은
추악하고 비효율적이며 우울한 대혼란이다."

디터 람스Dieter Rams - P34

기계미학은 순수미술과 미술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의 건축가와 화가들의 모임이었던 데스틸De Stijl은기본 색상과 흑백의 수직선과 수평선(후기에는 대각선도 포함)을 근간으로 한아주 단순한 시각언어들을 창조했다. - P34

1934년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기계미술Machine Art> 전시회는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기계미학이 결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일부 지역의 건축가들이 르 코르뷔지에를 피상적으로 모방하기도 했으나 어느 경우에도 르 코르뷔지에의 세련됨이나 높은 문화적수준을 쫓아가지는 못했다. - P35

얄궂게도 기계미학이 진짜 기계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꽤 나중의 일이었다. 건축분야에서, 그리고 역설적이게도몇몇 응용미술산업 분야에서 기계미학이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에 ‘기계‘를 언급한 이유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취향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P36

"예술가가현대사회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스스로를 현대사회의 일부로 생각해야한다.
또한 그러한사회적 통합의 감각을 갖기위해서,
예술가는 현대사회의 모든 도구와 재료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라슬로 모호이-너지Laszlo Moholy-Nagy - P36

5


돈이되는 예술 The cash value of art
:미국 America


미국의 디자인 개념은 유럽과 달랐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가구의 철학The Philosophy ofFurniture‘이라는 글에서 미국적 정서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에겐 귀족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돈이신분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부의 과시는・・・・・ 왕국의 권위를 드러내는 의식을 대신하는 것이다." - P39

"부유함은 굉장히 의심스러운 자유를 가져다준다.
부유함으로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아무런 구속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찰스 임스Charles Eames - P40

미국에서 1930년대는 특허 받은 예술가, 즉 디자이너가 밖으로 뛰쳐나가 자신의 명성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클라이언트에게 팔던 시대였다. 그런데 이 같은 상업적 현상은, 뉴욕 현대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이 미국 디자인보다 유럽 디자인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던 현상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뉴욕현대미술관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H.바 Alfred H. Barr는 유선형 스타일이 어리석어 보인다고 생각했고, 로위의 디자인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P42

스타일링에 대해서 비록 유럽인들이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더라도, 디자이너를 소비재의 대량생산 과정에 꼭 필요한존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20세기 디자인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 P42

제조업자들은 지금도 제품에 ‘수명‘을 부여한다. 그들은 소비자가 제품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를 결정한다. 그러나 제품의 내구성 증가와 실업의 증가는 서로 맞닿아 있고, 어떤 제조업자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전구를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 시스템이 낳은 결과가 바로 제품의 짧은 수명이다. - P43

이것은 달리 말하면, 완벽하게 아름답고 완벽하게 기능적인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 P43

추악하고 비효율적이며 우울한대혼란 Ugly, inefficient, depressing chaos
:상징주의와 소비자심리학 Symbolism and consumer psychology


디자인이 산업화 이전공예의 시대를 비집고 나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시장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이 흘렀다. (중략).
‘좋은 취향‘ 또는 ‘나쁜 취향‘이라는 말은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 현대적인 용어다. (중략). 취향을 뜻하는 영어 단어 taste는 만지기‘나 ‘느끼기‘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후략). - P51

19세기에는 대중적 취향을 이해하고 조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다. 그것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있는가하면, 무턱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우도 있었다. 헨리 콜Henry Cole은 대담하게도 나쁜 디자인을 지목했다. - P51

포스트모더니즘 Post-Modernism의 가장 놀라운 성과는 바로 상징주의Symbolism에 대한 관심을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서구 문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상징주의는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를 제외한 모더니스트들이 그들의 주장을 열정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서 늘 간과되었다. 그러나 상징주의는 물질문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부분 깔려있는 요소다. - P52

1950년대 이래 오늘날까지 전기면도기의 기계적 구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얼굴 모양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면도기의 형태가 계속 변화했다는 사실은 브라운사가 면도기 외관에 섬세하고 민감하게 대응했음을 말해준다. 브라운사의 수석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는 거의 완성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상상했던 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면도기 디자인을 몇 번이고 다시 수정했다. - P53

1980년대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가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포드사다. 포 - P54

이1930년대에 과학의 피상적인 요소들이 디자인의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유선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유선형은 공기역학적 동체의 특성 중 일부를 공기역학이 전혀 필요 없는 사물에 갖다 붙인 것이었다. 1922년에 특허를 받은 최초의 공기역학적 자동차는 파울라이Paul Jaray가 디자인한 것이었다. - P54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은 디자인과정 전반에 걸쳐 상징주의 암시, 은유 등을 근본적인 원리로 삼고 있다. - P54

미래의 디자인은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사회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중요한 특성은 호가스의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텔레비전과 책이 공존하는 것처럼 어떤 새로운 소통방식도 과거의 수단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 P55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생산기술의 발달로 디자이너의 중요성은 앞으로 보다 강화될 것이다. 미래의 디자이너는 새로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형태를 계속찾을 것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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