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
사람이 동물만큼 똑똑했더라면
영리한 한스 Clever Hans
앞서 동굴인간 항목에서 설명했듯, 근대 동물학의 공용어인 이명법을 정립한 린나이우스의 『자연의 체계」 제10판에 가장 처음 등재된 학명은 현생인류에게 붙은 ‘지혜로운 사람Homo sapiens‘이었다. (중략). 하지만 만일 린나이우스의 전제가 틀렸다면 어떨까? 단지 신체 구조 때문에 말을 할 수도 도구를 쥘 수도 없을 뿐, 실은 동물들의 머릿속에도 인간과 같은 지성의 새싹이 잠들어 있다면? - P267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사이 유럽에서는 사람의 지시를 알아듣고 숫자를 셀 줄 아는 마로코Marocco라는 말이 순회공연을 벌이며 큰 인기를 끌었고, 18세기말 영국에서는 새뮤얼 비셋Samuel Bisset이 훈련시킨 "배운돼지 Learned pig"가 글자 카드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사칙연산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 장안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 P267
하지만 이 모든 명석한 동물들 중에서도 20세기 초 베를린에 나타난 한 마리의 말처럼 열띤 주목을 받은 경우는아마 없을 것이다. ‘한스‘라는 이름의 이 새카만 수말이 처음유명해진 것은 물론 그가 보여준 놀라운 지적 능력 때문이었지만, 그 이름이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세간에 영리하다고 알려졌던 온갖 동물 가운데 최초로 과학적인 검증의 대상이 된 사례가 바로 한스이기 때문이다. - P268
‘영리한 한스‘가 처음부터 이름처럼 영리했던 것은 아니다. 한스가 똑똑한 말로 이름을 떨친 데에는 주인인 빌헬름 폰 오스텐 Wilhelm von Osten의 덕택이 컸다. - P268
오스텐의 열정적인 교육 아래 한스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겨우 1년 만에 숫자를 15까지 셀 수 있게 되었고, 이듬해에는 산수와 독일어뿐 아니라 동전, 카드, 시계 등을 읽는 법도 배웠다.⁴⁴¹
441 Karl Krall, Denkende Tiere: Beiträge zur Tierseelenkunde auf Grund eigenerVersuche (Leipzig: Verlag Von Friedrich Engelmann, 1912), 17. - P269
오스텐은 알파벳에 번호를 매김으로써 한스에게 ‘말‘이나 ‘파라솔‘ 같은 단어의 철자를 성공적으로 가르치기도 했다.⁴⁴²
442 Oskar Pfungst, Clever Hans (The Horse of Mr. von Osten): A Contribution toExperimental Animal and Human Psychology, trans. Carl L. Rahn (New York:Henry Holt and Company, 1911), 18-22. - P270
(전략), 한스를 찾아오는 사람의 수는 갈수록늘어났다.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⁴⁴⁴ 논쟁의 한쪽 편에는 아프리카 탐험가 카를 게오르크실링스Carl Georg Schillings, 말 전문가 리하르트 쇤베크 RichardSchoenbeck, 동물학자 카를 뫼비우스Karl Möbius처럼 한스의 지성을 인정한 전문가들이 있었다.
Krall, Denkende Tiere, 19-21. - P270
학계의 의견이 갈렸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1904년 9월 6일, 심리학자 카를 슈툼프Carl Stumpf가 조직한 과학적 검증위원회가 영리한 말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중략). 학계와 전문가들의 실로 극적인 인정에 힘입어, 오스텐의 영리한 말은 이제 150년 가까이지혜로운 사람만이 독점해 왔던 만물의 영장이라는 아성에 그 발굽을 당당히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 P271
그런데 한스의 이 놀라운 행보를 가로막은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슈툼프의 무급 조교 오스카르 풍스트Oskar Pfungst였다.⁴⁴⁷
447Johannes Abresch and Helmut E. Lück, "Der Kluge Hans, Oskar Pfungst Und DieHirnrinde," in Arbeiten Zur Psychologiegeschichte, ed. Horst Gundlach (Göttingen:Hogrefe, 1994), 83-94. - P273
한스의 영리함 뒤에 감춰진 비밀을 알아내어 세상에 폭로한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⁴⁴⁸
448 Pfungst, Clever Hans, 8-9. - P273
출제자가 한스에게 무의식적인 신호를 보낸다는 가설은 풍스트가 처음 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9월에 열린 검증위원회에서도 그 가능성은 이미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고, 출제자가 답을 알지 못하거나 문제만 내고 한스로부터 떠나는 등의 상황을 조성하는 실험 역시 치러졌다.⁴⁵⁰
450 Pfungst, Clever Hans, 253-54, 258-59. - P274
그럼에도 영리한 한스의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영예가 풍스트의 것이 된 이유는, 그가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누구보다 꼼꼼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를 석연찮게 여겨 말의 눈을 가릴 만큼 큰 안대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고,⁴⁵² 출제자가 고개를 드는 시점과 한스가 발구르기를 멈추는 시점을 초시계로 각각 측정해 보기도 했다.⁴⁵³
452 Pfungst, Clever Hans, 44-45. 453Ibid., 50-52.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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