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영국의 화가이자 판화가, 무대 미술가로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호크니는 1937년 7월 9일 영국요크셔주 브레드피트에서 태어났다. - P5

 호크니의 초기 작품은 그의 문학적 열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실제로 몇몇 작품에서 호크니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시 일부나 문장을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가 법적으로 기소될 수 있는 위법 행위였음에도 <서로를 꼭 끌어안은 우리 두 소년we Two Boys Together Clinging>(1961)과 같은 작품을 통해서 호크니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P6

호크니는 또한 캘리포니아 집들의 내외부 모습과 친구, 친척들의 모습을 그린 이중 초상화를 통해 금세 상당한 명성을얻었다. - P6

 그가 그린 이중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클라크 부부와 퍼시Mr. and Mrs. Clarkand Percy>(1970~1971)이다. 스윙잉 런던* swinging London 에서 가장 유명했던 커플인 스타일리스트 오시 클라크ossi Clark와 텍스타일 디자이너 실리아 버트웰 Celia Birtwell 그리고그들의 반려묘인 퍼시를 그린 이 작품은 그들이 미니멀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아파트에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 1960년대 런던 젊은이들의 문화운동으로 낙관주의와 쾌락주의가 풍미하고 역동적이던 런던의 모습을 가리킨다. - P7

데이비드 호크니는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호크니는 사진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1976년 말에는 소나벤드 갤러리sonnabend Gallery에서 1970년부터 촬영한 사진들을 <20개의 사진들 Twenty Photographic25>(1976)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 P7

1980년대 말에 호크니는 회화로 복귀했다. 바다 풍경과 꽃, 아끼는 지인의 초상화를특히 즐겨 그렸으며,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아직 누구도 탐험하지 않은 창작의영역으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1986년, 그렇게 집에서 복사기로 찍어낸 호크니의 첫 복제화들이 탄생했다. - P7

2017년 2월 9일, 런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은 파리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및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과 협업해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업을 조명한 회고전을 개막했다. - P8

. 호크니에게 있어 예술은 미로같이 복잡한 인생에서 방향을 찾게 하는 나침반이었다. 2011년에는 호크니의 자서전과도 같은 책 《다시, 그림이다A Bigger Message >가, 2016년에는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 Martin Gayford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찾기위한 대담을 담은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 A History of Pictures》가 출간되었다. - P9

픽션이 섞인 이 그래픽 노블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적인 삶과 예술적 커리어를 돌아보며 20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예술계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사람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작품 속 강한 자전적 함축과 다방면에 걸친 예술적 생산은 호크니를 동시대 작가들과 차별되고 독특하게 만든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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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패턴인식의문제


5억 년 전, 비둘기부터 상어, 생쥐, 개 그리고 인간까지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동물의 조상이자 왕할머니였던 물고기 비슷한 동물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을 향해 헤엄치고 있었다 - P178

우리 조상이 안전한 캄브리아기 해초 틈에서 나오는 순간 그 절지동물이 달려들었다. 수 밀리초 안으로 우리 조상의 탈출 반사반응이 발동했다. 왕할머니 물고기의 눈이 주변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반사반응을 일으켜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 P179

냄새를 인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초기 좌우대칭동물은 인간이 맡는 냄새를 지각할 수 없었다.  - P179

선충과 비슷했던 우리 조상의 세상을 인식하는 능력은 개별 신경세포의감각장치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 동물은 단일 빛 자극 감지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빛을 인식하거나 단일 물리적 자극 감지 신경세포 mechano sensory neuron의 활성화를 통해 물리적 접촉을 인식했다. - P180

모든 척추동물은 신경세포의 패턴을 해독해서 사물을 알아본다. 이 능력이 동물의 지각 범위를 극적으로 확장시켰다. 50가지밖에 안 되는 후각신경세포로 구성된 작은 모자이크 안에 서로 다른 패턴으로 구성된 하나의 우주가 있다. 이 50가지 세포로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은 100조개가 넘는다.² - P181

패턴인식은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살아 있는 많은 동물은 또다시 5억년정도의 진화를 거쳤는데도 이런 능력을 얻지 못했다. 오늘날의 선충과 편형동물이 패턴인식을 한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척추동물의 뇌가 패턴인식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는 계산과 관련해서두 가지 난제가 있다. - P182

(전략). 이것이 패턴인식의 두 번째 문제, 곧기존의 패턴을 어떻게 일반화해서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새로운 패턴을알아차릴 것인가라는 일반화 문제generalization problem다.³ - P183

7. 패턴인식의 문제

2. 켜지거나 꺼질 수 있는 50가지 세포에서 나올 수 있는 조합의 가짓수는 2⁵⁰다. 그리고 2⁵⁰은 대략1.1×10¹⁵이다.

3. D. A Wilson, 2009와 Laurent, 1999에서는 유사한 후각 부호화 모델을 제안했다. Barnes 외,
2008에서는 쥐의 후각겉질에서 패턴을 완성하는 증거를 찾아냈다. Yaksi 외, 2009에서는 어류에서 비슷한 유형의 패턴을 분리하거나 완성하는 증거를 찾아냈다. 3층 겉질에서 이런 자동연합이 일어난다고 주장한 최초의 논문은 Marr, 1971을 참고하라. - P512

컴퓨터가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


아이폰은 안면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스마트폰이 일반화 문제와 식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략). 현대의 AI 시스템은 패턴인식의 이 두 가지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듯하다. 어떻게 해결한 것일까? - P184

표준 접근방식은 다음과 같다. 그림 7.4 같은 인공신경망을 만든다. 한쪽으로 입력 패턴을 제공하면 이 패턴이 신경세포의 층을 관통하며 이동하다가 인공신경망 반대쪽에서 출력 패턴으로 바뀌어 나온다. 신경세포 간 연결마다부여되는 가중치를 조절하면 인공신경망이 입력 정보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산을 수행하게 만들 수 있다. - P184

정답과 함께 사례를 제공해서 인공신경망을 훈련시키는 이런 학습 유형을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사람이 인공신경망에 정답을 제공해 학습 과정을 지도)이라고 부른다. 이보다 더 복잡한 지도학습 방법이 많지만 원리는 같다.  - P185

아이들은 달걀과 딸기라는 단어를 배우기도 전에 이 두 냄새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 둘째, 역전파는 생물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역전파는 수백만 개의 시냅스를동시에 그리고 신경망의 출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정확한 양만큼 조정하는 마술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뇌가 어떻게 이렇게 작동할 수 있는지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패턴을 인식하는 것일까? - P186

패턴인식을 목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신경세포


어류의 후각신경세포는 자신의 출력을 겉질이라는 뇌의 상부 구조로 보낸다. 칠성장어나 파충류 같은 단순한 척추동물의 겉질은 3층의 신경세포이며⁴ 얇은 판처럼 구성되어 있다.
최초의 겉질에서 새로운 형태의 신경세포인 피라미드 신경세포pyramidal neuron가 진화했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P186

4. 경골어류에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칠성장어의 겉질에는 파충류처럼 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초기 척추동물의 겉질에 층 구조가 있었다고 가정한다. Suryanarayana 외, 2022 - P512

그림 7.6에서 확장성과 희소성(확장 재부호화expansion recoding)이 식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포식자 냄새와 먹이 냄새의 패턴은 서로 겹치더라도 활성화된 모든 신경세포로부터 입력을 받는 겉질신경세포가 다르다. 그래서 입력 정보가 겹쳐도 겉질에서 활성화되는 패턴이 달라진다. 이런 연산을 패턴분리pattern separation, 비상관화decorrelation, 직교화orthogonalization 라고도 한다. - P187

자동연합은 척추동물의 기억과 컴퓨터의 기억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자동연합을 통해 척추동물의 뇌가 내용 주소화 기억장치 content-addressablememory, CAM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경험의 부분집합을 이용해 원래의 패턴을 다시 활성화함으로써 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말한다. - P188

자동연합에 의한 기억은 메모리 주소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지만 다른 유형의 요인 때문에 간섭을 겪을 수 있다. REM을 이용하는 컴퓨터는 정보가 저장된 장소를 분리해서 새로운 정보가 오래된 정보를 덮어쓰지 않게 한다. - P188

파괴적 망각: 연속학습 문제 2부


1989년에 닐 코언 Neal Cohen과 마이클 매클로스키 Michael McCloskey는 인공신경망에게 수학을 가르치려 했다.⁶ 복잡한 수학이 아니라 그냥 덧셈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신경과학자였고 인공신경망이 기억을 저장하고 유지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었다. - P189

6. McCloskey와 Cohen, 1989. 연속학습 문제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에 대한 검토는Parisi, 2019; Chen Liu, 2018 - P512

현대의 AI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사실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프로그래머들은 AI를 학습시킨 후에 그냥 동결시키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피하고 있다. 우리는 AI를 순차적으로 학습시키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르친 다음 학습을 중단한다. - P190

패턴인식이 진화하자마자 파괴적 망각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진화했다. 사실 어류도 파괴적 망각 문제를 끝내주게 잘 피한다. 물고기에게 작은탈출구를 통해 그물에서 빠져나가는 법을 훈련시키고 나서 1년 후에 다시 테스트해보자. 긴 시간 동안 물고기의 뇌는 끊임없이 패턴을 입력받으며 새로운 냄새, 장면, 소리를 알아보는 법을 학습했을 것이다. 그리고 꼬박 1년 후에똑같은 그물에 다시 넣으면 이 물고기는 탈출 방법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서 1년 전과 거의 똑같이 빠르고 정확하게 빠져나갈 것이다.⁷ - P191

7. Brown, 2001. - P512

불변성 문제

그림 7.7의 두 물체를 보자. - P192

다음 페이지의 그림 7.8을 보자. 앞에서 나왔던 도형과 같은지 알아보겠는가? 그림 7.8에 나와 있는 물체와 그림 7.7에 나온 물체가 당연히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이것은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따라 망막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전혀 겹치지 않을 수도 있다. - P193

동일한 시각적 대상이라도 시야 속 방향, 거리, 위치에 따라 활성화되는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불변성 문제 invariance problem를 만들어낸다. - P194

이는 시각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단어를 아이는 고음으로, 어른은 저음으로 말해도 당신은 그 둘을 같은 단어로 알아듣는다. 불변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소리의 높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속귀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완전히 다른데도 당신은 그 둘이 같은 단어임을 알 수 있다. - P194

데이비드 허블David Hubel과 토르스텐 비셀 Torsten Wiesel은 고양이의 겉질을 마취하고 전극을 연결한 다음 고양이에게 서로 다른 시각적 자극을 제시하며 신경세포의 활성을 기록했다.⁹ 이들은 점, 선과 다양한 도형을 고양이의 시야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제시해 겉질이 시각 입력을 어떻게 부호화하는지 알고 싶었다. - P195

9. Hubel Wiesel, 1959, 1962, 1968. - P512

허블과 비셀의 초기 연구가 이뤄진 뒤 20년이 넘게 지난 1970년대 말에후쿠시마 구니히코라는 컴퓨터과학자가 그림 속 물체를 알아보는 컴퓨터를 만들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 장의 앞부분에서설명한 것처럼 그런 일을 해내는 표준 인공신경망을 만들 수 없었다.  - P196

10. Manassi 외, 2013. 허락을 받아 사용. - P512

후쿠시마는 이 두 가지 발견이 뇌가 불변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보여주는 단서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허블과 비셀이 발견한 두 발견을포착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인공신경망 구조를 발명했다.¹¹ 그의 구조는그림 하나를 완전히 연결된 인공신경망에 던져 넣는 표준 접근방식에서 벗어났다. - P197

11. Fukushima, 1980. - P512

후쿠시마의 합성곱 신경망이 뛰어난 이유는 영리하게 ‘귀납적 편향inductivebias‘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귀납적 편향이란 설계 방식을 통해 AI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가정을 말한다. 합성곱 신경망은 한 장소에서 주어진 특성은 장소가 달라져도 동일한 특성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이동 불변성 translationalinvariance 을 가정하고 설계됐다. - P198

합성곱 신경망은 뇌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뇌의 시각패턴 인식 방식을 모방했다고 하기에는 사실 빈약하다. 첫째, 시각 처리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위계구조가 강하지 않아서 입력이 한 수준을 건너뛰고 여러 수준으로 동시에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합성곱 신경망은 이동translation 의 제약이 있으며 본질적으로 3차원 물체의 회전을 이해하지 못한다. (후략).¹³ - P198

13. 현대의 합성곱 신경망은 동일한 물체를 회전시킨 사례를 대량으로 포함하도록 훈련용 데이터를보강해서 이 회전의 문제를 피한다. - P513

 셋째, 현대의 합성곱 신경망은 여전히 지도학습과 역전파를 바탕으로 여러 연결을 마법처럼 동시에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중략). 넷째, 결정적으로 합성곱 신경망은 어류의 단순한 시각겉질보다 훨씬 복잡한 포유류의 시각겉질에서 영감을 받았다.  - P199

어쩌면 합성곱 신경망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이동 불변성처럼 인공신경망에서 모방하려는 특정 가정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그 가정 자체가 성공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 P200

진화는 원래 특정 사물을 감지하는 새로운 감각신경세포를 만들어 동물을 무장시키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캄브리아기 약육강식의 군비경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는 범용 메커니즘으로 무장시키는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런 새로운 패턴인식 능력과 함께 척추동물 감각기관의 복잡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신속하게 오늘날의 형태로 꽃을 피웠다. - P200

패턴인식과 감각기관이 정교해지면서 강화학습 그 자체와 되먹임고리가형성됐다. 패턴인식과 강화학습이 동시에 진화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뇌가 세상의 사물에 반응해서 임의의 행동을 배우는 능력을 키우면 세상의 사물을 더 많이 인식해서 얻는 이점도 많아진다.  - P201

8.
생명에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TD-개먼이 성공하자 연구자들은 서튼의 시간차학습을 온갖 게임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풀 수 없었던 게임들이 하나둘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성공적으로 격파됐다. 시간차학습 알고리즘은 결국 핀볼Pinbalt, 스타거니starGunner, 로보탱크 Robotank, 로드러너 Road Runner, Pong,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Irvaders 같은 비디오게임에서 인간 수준의 성능을 뛰어넘었다. - P202

2018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몬테수마의 복수 1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이 새로운 알고리즘은 서튼의 기존 시간차학습 알고리즘에는 없던 낯익은 요소를 추가해 임무를완수했다. 바로 호기심curiosity이다. - P203

실제로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된 존재는 초기 척추동물이었다는 증거가 있다. (중략).² 척추동물은 ‘실질적인‘ 보상이 없어도 놀라움 자체만으로 도파민 분비가 촉발된다.³ 하지만 대부분의 무척추동물은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다. - P204

8. 생명에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2. 어류의 호기심에 대해서는 Budaev, 1997, 생쥐의 호기심에 대해서는 Berlyne, 1955, 원숭이의호기심에 대해서는 Butler와 Harlow, 1954, 유아의 호기심에 대해서는 Friedman, 1972를 참고하라

3. Matsumoto와 Hikosaka, 2009. - P513

쥐가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은 스키너였다. - P205

도박은 이런 속성을 활용하기 위해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다. 도박에서는승리 확률이 0이면 안 된다. 그러면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승률을 48퍼센트 정도로 맞춘다. 이런 승률은 승리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높고,
이겼을 때 놀라움을 느낄 만큼(도파민 분비를 촉진) 충분히 불확실하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카지노가 당신의 돈을 모두 가져갈 정도로 충분히 낮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피드도 이런 속성을 활용한다. 스크롤을 넘길때마다 새로운 게시물이 등장하고, 몇 번 스크롤 한 뒤에는 무작위로 흥미로운 뭔가가 등장한다. - P205

강화학습이 작동하려면 호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호기심과 강화학습은함께 진화했다. 패턴을 인식하고 장소를 기억하고 과거의 보상과 처벌을 바탕으로 행동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견하면서 최초의 척추동물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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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평하다

현대적인 건물의 정면은 믿기 힘들 정도로 평평한 경향이 있다.

창문과 문이 거의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는다.

지붕도 평평한 경우가 많다. - P93

너무 밋밋하다

현대식 건물에는 장식이 없다.

(중략).

요철, 틈, 굴곡, 총안, 처마돌림띠, 그리고 안팎으로, 주변부로 돌출된 지점이 있다. ‘특별‘하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은 일상적인 건물마저 이 같은 태도로 만들어졌다. 흥미로움과당대의 미에 대한 관심과 함께. - P95

너무 직선적이다

현대적인 건물의 디자인은 직사각형에 기초하는 경향이 있다. 고전적인 건물 역시 크게 다르지 않기도 했을 뿐더러, 이런 접근법자체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극히 실용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논리적 의의도 있다. - P96

그러나 직선과 직사각형 구조에만 의존하는 설계는 이제 한계에다다랐다. 직선과 직사각형이 독재하는 대형 건물은 반복적인 수평의 장면을 만들어 내고, 지나가기에 딱딱하면서 전혀 친근하지않게 느껴진다. 이런 건물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 P97

너무 반짝인다

현대적인 건물의 외부는 많은 경우 금속이나 유리처럼 매끈하고평평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반짝이는 재료는 물론 나쁘지 않지만 건물 전체나 심지어는 구역 전체가 오직 딱딱한 느낌을 뿜는 재료로만 만들어질 때 우리의 감각은 무관심으로 마비된다. 다양성의 부족은 감각을 심각하게 둔화시킨다. - P98

너무 단조롭다

현대적인 건물은 작은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직사각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직사각형은 격자식으로 배열된다.

(중략).

이런 종류의 단조로움은 인간에게 영감을 주거나 인간의 흥분을유발하지도, 인간을 매혹하지도 못한다.

우리가 선택의 여지 없이 거주하고 일하게 되는 장소는 결국 이런 모습에 가까워진다: 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조로움. - P103

따분함은 언제 안 따분할까?

지금껏 말한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제시한 요점에 일일이 매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P108

따분함은 마음의 굶주림이다.

신경 과학자 콜린 엘라드Collin Ellard는 이런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했다. 2012년, 엘라드는 뉴욕에서 사람들이 따분한 장소를 걷다가 곧이어 흥미로운 장소를 통과할 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분석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짧은 시간 머무르는 일이사람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한 것이다. - P112

사람들의 기분이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하는 데 사실 앱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엘라드가 연구 기록에 적기를, "텅 빈 파사드, 즉 건물 정면 앞에서는 사람들이 조용하고 움츠러든 자세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다 활기찬 현장에서는사람들이 생기를 찾고 수다스러워지는 통에 열의를 가라앉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 P114

수집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엘라드는 따분한 장소 속 사람들이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에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발견했다. 자율 각성, 즉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따분함은 그저 무엇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피실험자의 뇌와 몸은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 P115

과학자들은 우리가 어떤 환경에 들어설 때 무의식적으로 정보를검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략). 자연 환경은 복잡성으로 가득 차 있다. 매초마다 우리의 감각은 환경과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관한 약 1,100만 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 P115

뇌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박탈당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당황한다. 뇌는 신체를 경계 상태로 전환하여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춘다. - P116

저층 주택이나 연립 주택이 늘어선 잘 설계된 거리에 살면 서서히 이웃과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목례는 미소가 된다.

미소는 알아봄이 된다.

알아봄은 가벼운 대화가 된다.

가벼운 대화는 더 크고 무거운 이야기가 된다.

크고 무거운 이야기는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게 하는 우정이 양질의관계가 된다. - P119

이처럼 건물의 외부 디자인은 우리 삶과 사회의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상의 경우, 건물은 우리를 서로에게로 향하게 하여 긍정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 우리는 서로를 지지하는 연결망 안에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번성하고, 그러지 못할 때 고통받는다. - P120

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사람이 자연과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고 건강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를 수집해 왔다.

일리노이대학교 조경 및 인간 건강연구소의 프란시스 쿠오FrancesE. Kuo 박사는 시카고의 악명 높은 주택 프로젝트인 로버트 테일러홈즈The Robert Taylor Homes에서 이러한 효과를 연구했다. 1962년 건설 당시 이 주택 단지는 16층짜리 콘크리트 타워 28개로 구성된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주택 단지였다. 개발 과정 또한 폭력적이고 위험했다. 주민들은 그런 곳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 P122

쿠오는 가난한 도심 지역의 경우 "나무 몇 그루를 심는 단순한 행위가 개인과 가족에게 ‘수많은 문제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심리적 자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인간은 자연 속에서 진화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행복하다. 자연 속에서 20초만 머물러도 심박수가 떨어진다. - P123

연구가 중 한 명인 치누키 세레신헤Chanuki Sereshinhe 박사는 ‘자연은 아름답다‘는 오래된 격언이 불완전한 것 같다며 해안선산·운하 같은 자연의 특징은 장면의 아름다움을 향상시킬 수있지만, 평평하고 흥미롭지 않은 녹지 공간은 아름답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 P124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경치미다. - P125

사람들은 따분한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2천 명 넘는 미국인에게 한 쌍의 공공 건물 이미지(한장은 전통적인 건물의 모습, 다른 한 장은 현대적인 건물의 모습)를 평가하도록 요청하자 사람들은 일관되게 현대적인 이미지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떤 계층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든 마찬가지였다. - P131

내가 사는 곳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영국 대중의 건축 취향에 관한일련의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인구의 15~20% 정도가 주류 현대 건축에 대한 감상을 어느 정도 공유한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주류 현대 건축에 대한 혐오감은 영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몇 안되는 요소 중 하나로 밝혀졌다.  - P131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물 10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 인기 검색어를 바탕으로 선정한 세계 10대 건물 중에는 지난 100년* 사이 지어진 건물이 7개나 포함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신축건물이 아니다. 따분한 건물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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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급차가 왔으며 경찰도 왔다. 질문을 몇 가지 듣긴했으나 그 내용은 의식이 남아 있는지, 신상 명세가 어떻게되는지, 가족 연락처를 기억하는지 체크하는 선에서 그쳤다. 피범벅이 되어 웅크린 사람에게 깊은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 P131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온 부모님은 아들을 보더니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으며 그의 생환이 수사학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기적일 수 있음을 인지했다. 소년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거의 본능적으로, 그러나 상식과 어긋난 직관은 인지부조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 P132

"하지만...... 교재를 가지러 파주에 간다고 했지 않냐!"
여기서부터는 항변이 불가능했다. 우혁은 자업자득의 무게를 절감하며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했다.  - P133

아버지는 한동안 원색적인 모욕을 가하더니 그만 입을 다물었고, 거실 장식장에서 위스키 병을 쥐어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 우혁에게서 천천히 고개를 돌린 어머니는 거실 텔레비전에 전원을 넣고 소파에 웅크려 앉았다. - P133

그는 왁자지껄한 텔레비전 소리가 곧장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갔다. 고장 난 휴대전화에서빼낸 유심 칩을 구형 공기계에 끼워 넣으려는데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고, 그림자마저 동작에 맞붙지 못하는 듯했다. 내일은 멀쩡히 출근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었다. - P134

우혁은 뻣뻣이 굳은 목을 가까스로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포동역 바로 앞 사거리는 유리 조각이 비죽비죽 솟아 파도 같은 형상을 이루며 그 골짜기 사이사이로 불길이내달리는 형상이었다. 불길 한가운데에 선 여자. 여자의 얼굴은 시간을 넘나들며 점차 어리게 변해간다. - P135

 떨어지는 별의 꼬리가 우혁을 낚아챘다. 그는 산 채로 타오르는 육신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참을 헐떡였지만장소는 여전히 횡단보도 앞이었고 사이렌 소리라 착각했던것은 휴대전화 벨소리였다. 시간은 10시 40분, 전화를 받자마자김형이 불쑥 물었다.
"야, 이 새끼야. 일이 어떻게 됐길래 이제야 연락을 받아 진짜 죽었나 싶어서 다섯 번도 넘게 전화했다. 사고라도 났냐?"
높다란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오다가 드디어 평지로 내려갈 때처럼 머리가 아찔해지더니 감각이 한순간에 밀려 들어왔다. - P137

"하여간 손 많이 간다. 지금 어디야? 집? 병원? 경찰서?"
우혁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개포동역 5번 출구요. 급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지금은한가해요."
"근처네. 이자카야 주소 찍어줄 테니까 올 수 있으면 걸어와라. 나도 15분쯤 뒤에 퇴근할 것 같다." - P138

. 그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몸뚱이를 개포동역에서 이자카야 앞까지 옮겨다 주는 짐꾼이라고 상상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김형은 가게 옆 골목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의외로 멀쩡하네? 사고 크게 났다길래 팔 하나쯤 부러졌을 줄 알았는데."
"지금 그게 문제예요. 죽어야 하는데 멀쩡해서."
우혁은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며 엄지로 이자카야 간판을가리켰다. - P139

(전략). 한 무리는 방학을 만끽하는 대학생들이었고 다른 무리는 허랑방탕한 삶에 일가견이 있는 중년들이었다. 더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우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고 현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새끼가 밥 먹는 자리에서 이런 걸・・・・・・ . 야, 잠깐만. 이게 사고 현장이야?"
"제네시스 밑에 검은 웅덩이 보이죠. 그거 다 피거든요."
"그런데 내 앞에서 이러고 있는 거야?" - P140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그런 사고를 일부러 내요. 실수 맞으니까 모츠나베도 시켜줘요. 죽었다 살아나서 그런가 몸이허하네."
"며칠 내내 근태도 엉망인 새끼가 이것도 시켜달라, 저것도 시켜달라야 명령하는 게 아주 습관이 되어 있어. 그럴 거면 네가 학원장 해라." - P141

"술 마시게요? 형은 내일 오전 타임부터 강의 있지 않나."
"안 마실 거면 이자카야에 왜 오냐. 하도 정신이 없어서 주문을 까먹은 거지......."
"그래도 혼자 마시기에는 많지 않겠어요? 나 술 거의 안마시는 거 알잖아." - P143

"너 지금 본가에서 지내는 중이지? 부모님이 보면 한달만에 잘린 줄 알겠다."
"부모님 관련해서는,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사고 난 게 아버지 차거든요. 솔직히 내가 이 처지에 제네시스가 어디서 나요. 빌린 거지."
"좆됐구나." - P143

푹 자고 일어난 뒤에는 세상이 훨씬 고요해져 있었다. 내면의 소란이 가라앉았다기보다는, 긴박하게 진행되던 무대가 막을 내리고 인터미션에 접어듦으로써 참여자들에게 짧은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듯했다. - P153

"국과수 확인 결과 2.5리터가량의 혈액이 모두 선생님의 것이었고,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선생님이 치명적인 상해를 입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앉아 계시는게 의학적, 과학적,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사관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우혁은 혹시 정액도 검출됐나요? 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진 않았다.  - P154

조사관은 혹시 모르니 정신과 검사를 받아보라며 권유했고, 형사 합의의 중요성을 알려주었으며, 운이 나쁘면 징역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미래였지만 경찰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느낌이 달랐다. 우혁은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진짜로 제가 가해자인가요?" - P155

"급발진이다 이거는 지금 시점에서 제가 드릴 말씀이 없구요. 두 번째 논점이, 선생님한테는 동승자가 있었어요. 이 동승자가 사라졌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기타 정황을 고려할 경우 가드레일 밑으로 뛰어내린 건 확실한데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관계는 어떻게 되고, 어쩌다가 태운 겁니까?"
"모르겠는데요."
"몰라요?" - P156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가 우혁을 거실 바닥에 앉히더니 2차 취조를 시작했다.
"경찰 조사는 어떻게 됐느냐"
"별 얘기 없었습니다. 그냥 잘 모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됐다 정도로만 대응했고요. 워낙 통상적이지 않은 사례다 보니 확언은 어렵지만 제 과실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합니다."
아버지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한동안 침묵했다.
"우혁아, 이래도 내가 널 쫓아내지 않는 이유를 아느냐?"
"공감과 연대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P157

아버지는 또다시 눈 감은 채 침묵을 지켰다. 그 상태로 한참이 지나고서야 대화가 재개되었다.
"그게 아니라, 네가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게 되면 어디서 뭘 하고 다닐지 일절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렇군요‘가 아니라!"
아버지의 일갈에 우혁은 시무룩하니 대답했다. - P158

"그런데 진짜 첨삭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길래 실실 웃어대냐"
"사탄의 권세와 악한 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넌 어떻게 된게 맨날 자기 생각밖에 없어. 그 나이쯤 먹었으면 남 생각도 하고 살아라."
"형 말은 내가 사탄의 혈육이라는 거예요?" - P160

"그러면 계좌 압류당한 잠재적 전과자랑 만나는 건 괜찮은일이야? 넌 성범죄 안 저질렀으면 좀비랑도 사귀고 결혼할 거야? 어? 말 나온 김에 이건 확실히 하고 가자. 솔직히 대답해봐. 교통사고, 실수 아니지? 일부러 갖다 박은 거지?"
"아이…………… 솔직히 아니죠. 어차피 저쪽도 제정신 아닌데이때다 하고 들이댄 거죠." - P161

"죄송합니다."
"갑자기 뭐가 죄송해."
"덜떨어진 인간이라서……………."
"알면 됐고, 자살은 하지 마라. 내가 보기에 너한텐 알코올이 부족한 것 같아. 남은 거싹 부어줄 테니까 원샷으로 마셔, 중간에 끊으면 내가 너 죽일 거야."
"나, 술 거의 안 마시는 거 알잖아요. 이러나저러나 죽겠네." - P152

"그건 그렇다 치고, 형, 나 후회돼."
"잘한 거랑 별개로 후회는 해야지. 그 수준의 대형 사고를쳐놓고 생글거리고 있으면 네가 인간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걔가 태워준 보답으로 주식 종목 찍어준다고 했단 말예요."
"뭐 오른다고 했는데? 나도 좀 듣자." - P152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온 부모님은 아들을 보더니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으며 그의 생환이 수사학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기적일 수 있음을 인지했다. 소년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거의 본능적으로, 그러나 상식과 어긋난 직관은 인지부조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 P142

80억 명의 절반가량은 식상한 비참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신은 한 접시에 65,000원인 사시미를 즐기는 중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자신에게 좋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지금의 세상을 그럭저럭 기꺼워하는 듯해서 우혁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는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시작했다.
"소고기 다타키도 먹고 싶은데, 새우튀김이랑 콜라도 한 캔" - P144

"태연하게 남을 속여먹는 새끼가 그런 건 무턱대고 믿어.
도대체 넌 뭐가 문제일까?"
"문제 많죠. 너무 많아서 짚을 수가 없죠."
우혁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해놓고 보니 자신이 정말로 이상한 질문을 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알면 됐다. 그런데 재림 예수를 죽이면 심판이 시작된다는 건 새천년파 주장이잖아. 걔가 난간 밑으로 떨어졌는데 아직 멀쩡한 거 보면, 다른 조건이 있는 거 아니야?" - P148

"그런데 하느님 원래 극단적이고 인간들한테 별 관심 없잖아. 아니야?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고 현실에 적용하면 진짜하자가 많아서, 이거저거 덧댄 게 신학이잖아.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을 쓴 이유가 뭐야. 고트족 이교도들이 로마를 약탈하는데 하느님은 아무 은혜도 내려주지 않으신다. 왜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하려니까 혀가 길어진 거지. 난 배운 대로 말하는 거야. 너도 알겠지만 이거 굉장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해석이야." - P146

김형은 잠시 뜸 들이더니 훨씬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대환난은 내가 죽은 다음에 왔으면 좋겠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야 안타깝긴 한데 살아있는 동안에는 안 겪고 싶어. 사실은 죽은 다음에도 심판 전까지는 천국 갈 사람이든 지옥 갈 사람이든 가만히 잠들어있는다고들 하니까………… 이번 일은 잘한 거 맞아." - P149

새천년파가 열두 명의 아이들을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
대속이 무효로 돌아가더라도, 죄 없는 아이들은 여전히 구원받기 때문에?
지옥이란 대환난보다 두려운 것인가?
그렇다면 삶은 어떤가?
우혁은 그 열두 명의 절반이 새천년파 치리회가 되었다는사실을 떠올렸다. - P150

한 무리는 방학을 만끽하는 대학생들이었고 다른 무리는 허랑방탕한 삶에 일가견이 있는 중년들이었다. 더 의심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우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고 현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새끼가 밥 먹는 자리에서 이런 걸・・・・・・ . 야, 잠깐만. 이게사고 현장이야?"
"제네시스 밑에 검은 웅덩이 보이죠. 그거 다 피거든요."
"그런데 내 앞에서 이러고 있는 거야?" - P140

"하여간 손 많이 간다. 지금 어디야? 집? 병원? 경찰서?"
우혁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개포동역 5번 출구요. 급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지금은한가해요."
"근처네 이자카야 주소 찍어줄 테니까 올 수 있으면 걸어와라. 나도 15분쯤 뒤에 퇴근할 것 같다." - P138

그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몸뚱이를 개포동역에서 이자카야 앞까지옮겨다 주는 짐꾼이라고 상상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김형은 가게 옆 골목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의외로 멀쩡하네? 사고 크게 났다길래 팔 하나쯤 부러졌을 줄 알았는데."
"지금 그게 문제예요. 죽어야 하는데 멀쩡해서." - P139

우혁은 뻣뻣이 굳은 목을 가까스로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포동역 바로 앞 사거리는 유리 조각이 비죽비죽 솟아 파도 같은 형상을 이루며 그 골짜기 사이사이로 불길이내달리는 형상이었다. 불길 한가운데에 선 여자. 여자의 얼굴은 시간을 넘나들며 점차 어리게 변해간다. - P135

"얘는 술도 잘 안 마시는 놈이 항상 취해 있는 것 같아 미친소리 하지 말고, 메뉴 추가해줄 테니까 조용히 먹기나 해라."
우혁은 소고기다타키와 새우튀김과 콜라를 먹었고 종말론이야기도 했다. 핵심만 간추렸지만 김 형은 별다른 부연 설명없이도 잘 이해하는 기색이었다. - P145

한참을 헐떡였지만 장소는 여전히 횡단보도 앞이었고 사이렌 소리라 착각했던것은 휴대전화 벨소리였다. 시간은 10시 40분. 전화를 받자마자 김형이 불쑥 물었다.
"야, 이 새끼야. 일이 어떻게 됐길래 이제야 연락을 받아 진짜 죽었나 싶어서 다섯 번도 넘게 전화했다. 사고라도 났냐?"
높다란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오다가 드디어 평지로 내려갈 때처럼 머리가 아찔해지더니 감각이 한순간에 밀려 들어왔다. - P137

하지만 아버지, 현세의 모든 영광은 종말 앞에 아무 의미가 없단 말입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원색적인 모욕을 가하더니 그만 입을 다물었고, 거실 장식장에서 위스키 병을 쥐어 들고 서재로 들어갔다. 우혁에게서 천천히 고개를 돌린 어머니는 거실 텔레비전에 전원을 넣고 소파에 웅크려 앉았다. - P133

그는 왁자지껄한 텔레비전 소리가 곧장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갔다. 고장 난 휴대전화에서 빼낸 유심 칩을 구형 공기계에 끼워 넣으려는데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고, 그림자마저 동작에 맞붙지 못하는 듯했다. 내일은 멀쩡히 출근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었다. - P134

"새천년파인지 뭔지에는 언제부터 몸담았던 거니?"
"종교 생활은 해본 적이 없는데요. 저는 있는 사실만 이야기한 겁니다. 차량은 사실상 전손에 온통 피범벅인데 운전자는 멀쩡하다는 게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새천년파는 제가 아니라 위협 주행을 한 쪽입니다."
우혁은 고개를 수그리면서도 기본적인 대전제는 양보하지 않았다. 양보할 수가 없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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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느끼지 못한 채 식사를 끝냈다.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디저트를 드시겠느냐고 묻는다.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고 계산을 치른 후 레스토랑을 나왔다.
7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서둘러 정면 현관으로 나가는데
"손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다. 검은 옷차림의 중년 남자가 뛰어왔다.
"외출하시는 건가요?" - P403

다에는 후진으로 아우디를 볼보 옆에 세우고 우산을 펼친다음 차에서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땅이 질척거린다. 자동차 타이어도 흙투성이였다. 왜 주차장 바닥을 포장하지 않는지. 별장 주인인 다케히사에게 화가 났다.
대문을 지나 현관으로 향했다. 문손잡이를 당기자 아무런저항 없이 문이 열렸다. - P404

거실 문을 열었다. 실내가 캄캄했다. 손으로 벽을 더듬어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거실이 환하게 밝아졌다.
창가에 있는 흔들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케히사다.
다에는 헉, 숨을 삼켰다. 다케히사의 가슴 아랫부분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머리 한구석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왼손으로 입을 막은 채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 P405

"어쩔 수 없잖아. 구사나기도 공무원인걸."
"아하, 그렇군. 위에서 하는 일에는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이건가?"
"무슨 소리야. 자네가 공무원의 애로를 알아?"
구사나기가 주먹을 불쑥 내밀었다. - P406

다니우치가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폭우로 산사태가 났나봐. 산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 일부의 통행이 금지되었대."
"그 외길이 막혔단 말이야?"
구사나기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떠올렸다.
"그런가 봐.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발이 묶이게 생겼어." - P407

그때 구마쿠라의 제복 안에서 휴대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실례하겠습니다. 하며 구마쿠라가 전화를 받았다.
"나야. 그래, 무슨 일이야? 도로가 또 말썽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구마쿠라의 조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의 다음 말에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고 말았다.
"뭐, 살인 사건?" - P409

구사나기는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기면서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오타카.
읍사무소에서 총무과장으로 일한다고 한다.
"용건이 뭡니까?"
구사나기가 물었다.
"제가 말씀드리기는 좀……………. 읍장님이 직접 말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오타카의 말투가 어딘지 석연치 않았다. - P410

"아까 통화하는 걸 듣고 짐작하셨겠지만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서로 신고가 들어왔어요. 부모님이 살해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소는요?"
"이 근처입니다."
구마쿠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P411

"왜 그 얘기를 저한테 하시는 거죠?"
구마쿠라가 얼굴을 찡그렸다.
"물론 경시청에 계신 분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겠죠. 현경관할이니까요. 다만, 아시다시피 현재 산 밑으로 내려가는 도로의 통행이 금지된 상태라서 현경 본부는 물론이고 우리 서에서도 사건 현장에 사람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날씨가 이래서 헬리콥터를 띄우는 것도 무리고요."
"그럼 지금도 신고인 혼자서 현장에 있습니까?"
"아닙니다. 별장지 인근에 파출소가 있어서 그곳 경찰이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 P412

"그건 그렇지만, 도로가 불통인데 어쩔 도리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서에서는 현장으로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라면 가능하죠."
"네?"
"서장님이 직접 현장으로 가시겠다는 거야."
다니우치가 말했다.
"서장님이요?"
그러자 구마쿠라가 가슴을 젖히며 말했다.
"서장이라도 경찰은 경찰이니까요." - P413

"현장에 동행해 달라는 말씀입니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구마쿠라가 양손을 무릎에 놓았다.
"경찰서장이 지척에 있으면서 아무 대처도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곤란하겠지, 하고 구사나기는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와서 살인 현장에 발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 P414

4

(전략).
구사나기와 구마쿠라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호텔에서 빌린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모자를 썼다. 물론 장갑도 준비했다.
별장은 목조 건물이었다. 날이 어두운 데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대지 넓이만도 줄잡아 백 평은 될 듯했다. 가쓰라기가의 별장이라는 것은오는 동안 들어서 알고 있었다. - P415

구사나기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역한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오물과 피가 섞인 듯한 냄새다.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은 순간 구사나기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뒤따라 들어온 구마쿠라의 입에서도 으악,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가에 놓인 흔들의자다. 거기에 몸집이 자그마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긴 바지에 폴로셔츠와 조끼를 입은 남자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랫부분은 시커먼 피로 물들어 있었다. - P418

구사나기는 그 위치에서 남자의 가슴에 난 상처를 관찰했다. 마치 도려내기라도 한 듯이 구멍이 뚫려 있었다. 피부도그 안의 장기도 엉망으로 뭉그러진 듯했다. 그 상흔의 정체가 무엇인지 구사나기는 짐작이 갔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체를 본 적이 있었다.
남자는 예순에서 여든 사이 주름투성이 잿빛 얼굴이 거북이를 연상시켰다. - P419

"다케와키 가쓰라 선생의 존함은 저도 들어서 압니다. 그렇군요, 그 남자분이 다케와키 선생이었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구마쿠라가 매우 엄숙하게 말했다.
가쓰라기 다에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그건 아버지가 집 밖에서 사용하시던 이름이라서 제게는 남의 이름처럼 들리거든요." - P420

가쓰라기 다에는 잠시 주저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혀로입술을 축였다.
"어젯밤,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가 도리카이 슈지라는 사람을 별장으로 부르겠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아버지의 제자로 지금은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분이에요."
"그 사람을 왜 부르려고 하신 겁니까?"
구마쿠라가 다시 물었다.
"항의하시겠다고요." - P421

구마쿠라의 물음에 가쓰라기 다에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워낙 경력이 오래다 보니 쓰신 작품도 방대해요. 개중에는 발표하지 않은 것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만큼 어느 작품이 당신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제자의작품과 혼동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도리카이 씨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 P422

가쓰라기 다에는 고개를 끄덕하고 나서 잔에 담긴 물을 머금고 숨을 몇 번 크게 쉬더니 입을 열었다.
이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경, 체크인을 하고 방에들어가서 부모님 휴대 전화와 별장 전화로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부모님이 휴대 전화를 지니지 않은채 외출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방에서 쉬기로 했다. - P423

"부모님은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분들이 아니에요. 다만 예전에 별장을 털린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림과 골동품등을 도난당했죠. 별로 비싼 물건은 아니었지만요. 3년쯤 전의 일이에요. 아마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했을 거예요."
"범인은 잡았나요?"
가쓰라기 다에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잡히지 않았어요."
약 한 시간 후, 가쓰라기 다에는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P424

5

(전략).
"난들 좋아서 이번 사건에 끼어들었겠어? 다니우치의 체면을 세워 주려는 거지.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 봐. 평생의 기념이 되어야 할 결혼식 날에 산사태로 도로가 막히지 않나,
근처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나. 신부랑 알콩달콩 지내기는커녕 여태껏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래."
"하기야 다니우치가 딱하게 된 건 사실이지." - P425

"그러게 말이야. 나는 그 도리카이인가 하는 남자가 의심스러워. 별장을 둘러본 바로는 범행 목적이 뭔가를 훔치려는것 같지는 않았어. 말다툼을 벌이던 중 발끈한 다케히사 씨가 산탄총을 꺼내서 위협하려다가 오히려 상대에게 총을 빼앗겨 당한게 아닐까 싶어."
"총이 피해자 것인가?"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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