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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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헬렌켈러. 어린시절 세계전집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앞을 못보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했던 소녀의 이야기. 하지만 그 이외의 기억은 없다. 아주 어린시절이후로는 만난적이 없고 그저 그랬던 소녀가 있었는데 애니라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다른 인생을 살아오게 된 이야기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헬렌켈러의 이야기를 다시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삶이 담긴 이야기. 소설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지않고 제 3의 입장에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헬렌켈러보다 전에 앞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물론 그녀도 그녀를 가르치는 좋은 선생을 만나 그전의 삶보다 훨씬 훌륭한 삶을 살다가셨다. 하지만 그녀보다 헬렌켈러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녀는 자신의 단점을 잘 극복해 내었고 그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다갔기때문에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은 어디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어떻게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장애를 나쁘게만 보고 못났다고만 생각한다면 한없이 자신을 타락의 길로 몰고 가게 될것이다. 장애를 가진것은 불행한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않다. 하지만 어린 헬렌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내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장애우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어주고 있다.

 

처음부터 그녀도 그렇게 살아오진 않았다. 아기때는 들을수도 있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기였던 헬렌이 그걸 기억할리 없다. 어느순간부터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되고,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앞이 깜깜하기만 한 삶을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엄마의 얼굴도, 가족의 얼굴도, 자신을 가르친 선생 애니의 얼굴도 보지 못한채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애니를 만나기 전에는 천망지축처럼 살아왔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집어던지도 때를쓰며 엄마를 찾는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몸짓밖에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몸으로 모든걸 표현하였다. 그 표현은 다른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감당하지 못하는 시련을 남겨주었다. 가족들은 점점 힘에 부딪힐수 밖에 없고 점점 희망을 잃어가게 된다. 그런때에 애니라는 선생을 만나게 된다.

 

책속에서는 어린시절의 애니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녀가 헬렌의 선생이 되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어오며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오다 장애아인 헬렌을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친적이 없고 더구나 장애를 가진 소녀였다. 무엇보다 난폭했기때문에 자신이 과연 길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애니를 만나기전 헬렌은 살아오면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온몸으로 표현하던 아이였다. 그런 그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가여운 헬렌이 원하는걸 들어줄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욱더 나쁜 버릇이 길들여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애니는 그런 그녀가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더욱더 그녀를 독하게 가르쳤다. 우선 부모로부터 떨어지는게 필요했다. 엄마에게만 의지하려하고 떼를 쓰는 아이였기때문에 무엇보다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말로 표현을 한다. 하지만 헬렌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글을 모르는 그녀에게 글을 알려줘야했다. 하지만 그녀가 느낄 수 있는것은 만지는 것뿐이었다. 다른 사람을 알려고 할때도 손으로 더듬어가며 누구인지 기억해낸다. 글을 가르칠때도 그렇게 작은것부터 시작하며 가르쳤다. 그 과정이 신기하기만했다. 어떻게 단어를 표현하고 형용사, 명사 등을 표현할 수 있을까? 듣고, 말하고, 볼 줄 아는 나도 다른나라의 언어를 배우기가 힘든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가 글을 배워가는 가정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차츰 헬렌은 성장하게 된다. 애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며 그녀와 언제나 함께했다. 인생의 스승이고 반쪽같은 존재인 것이다. 지금으로보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라 할수 있는 애니와 헬렌의 관계. 처음에는 안되고 못하게 하는게 싫었던 헬렌이었지만 차츰 깨달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책속에서는 이야기구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나 발췌를 가져와 헬렌의 이야기를 좀더 사실적으로 이야기해준다. 그로인해 소설보다 좀더 현실적으로 헬렌과 애니를 만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많은걸 배우게 되었다. 다른걸 다 떠나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준 헬렌에게 감사함과 존경을 느낀다. 자신의 현실이 힘들다고 내가 너무 징징대고 있던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나는 그녀처럼 장애가 있는것도 아닌데 내가 가장 힘들다고만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비록 앞을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보고 몸으로 표현한다. 누구보다 그녀에게는 희망이 빛이 있었다. 그 빛은 스스로 찾았다. 애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이 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스스로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것이다. 아무리 옆에서 가르치고 일으켜세워도 나 스스로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헬렌을 통해 스스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만 힘들다고 스스로를 절망에 빠트리지 않고 희망의 빛을 밝혀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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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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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은 언제였을까? 젊은 날이라.. 좋은 날이라고 말해야 하나? 행복했던 한때를 말해야 하나? 그런 의문을 해본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은 저자가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 해준다. 저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저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각을 유추해본다. 화려하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은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오늘이 행복한 날은 아닐지..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지금 작은 행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그렇게 그들의 삶속에서 지금 나도 괜찮다고 우리들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보내준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저씨.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신다. 흘린 그 수첩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저자는 그가 해야할 일들로 적어놓은 수첩을 바라본다. 수첩속에는 잊지말아야 할 부인의 생일과 처음만난 날이 적혀있었다. 그가 아쉽게 마지막으로 경비일을 하는날 물었다. 요즘도 메모를 하는지.. 그가 말했다. 치매가 있다고. 그래서 잊지말아야 할일들을 적으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의 젊은날로 여기기로 결심했다고. 다른건 다 잊어도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같은건 잊지말자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에 인생의 젊은날은 어쩜 특별한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책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들로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날씨 흐린날 암센터 앞에서 짐을 짊어지고 버스에 오르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남편의 간호를 하며 집으로 잠시 다녀오려고 한다.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었지만 전화통화에서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비록 힘들지만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남편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마트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본다. 마트소속이냐고.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파견비슷하게 나와있는것이라고 말한다. 얘기를 건네다 조금 경계심을 풀은 그녀는 이바닥이 7년차라고 말한다. 3년정도 더 일해서 고기집을 차리겠다고 이야기한다. 몸이 안좋은 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고깃집에서 카운터를 보게 하고 자신은 4년정도 더 일해서 좋은 남자만나 시집을 가겠다고.. 힘들지만 힘든기색없이 열심히 일하는 그녀는 고기를 굽고 있지만 사실을 희망을 굽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아파트 단지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계신다. 어느날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본다. '오늘은 얼마 파셨어요?' 할머니는 2만원 조금 넘게 팔았다고 이야기한다.  할머니의 얼굴은 좋아보인다. 그 2만원이 할머니에게는 삶에 있어 커다란 가치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어느날 할머니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얼마 파셨어요?' 할머니의 표정은 조금 어둡다. 만 8천원 팔았다고 답하신다. 그는 2천원어치 상추를 달라고 하며 할머니의 매상을 올려드린다. 하루종일 파시느라 힘드실텐데 자녀분이 용돈은 안드리냐고 돈 뭐하서 뭐하시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자 할머니는 애들이 용돈을 주긴 하는데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야 야채가게를 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게 죽기전 꿈이라고 .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야채파는 이유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젊은 사람들도 서른만 조금 넘어도 늦어다고 생각하고, 꿈이 무었인지, 지금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라는 생각으로 꿈을 외면했다. 그런 나에게도 반성하게 만드는 한마디었다. '죽기 전의 꿈..'이라는 말은..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오늘은, 내생에 가장 젊은 날>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작은 것은 놓치고 살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건지, 내가 잃어버린 꿈은 무엇인지, 혹시 그 꿈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건 아닌지.. 조금만 둘러봐도 어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많은걸 바라고 살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놓치며 살고 있는 나 자신. 그렇다고 보장없는 미래만을 기약할수 없는데 재미없는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 누구나 고달프고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다들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게 우리가 살고 있다는 증거구나 느껴본다.

 

그래. 삶은 언제나 고달프다.

그러나 우리를 짓누르는 고달픔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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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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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책을 처음 만났다. <어디로 갈까요> 제목에서 말하는 느낌 그대로 내마음 상태를 표현하는것 같았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고,지금 가고 있는 길은 맞는건지 나에대한 확신이 없다. 그래서 멈춰서서 다시 어디로 갈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나에게 잠시 쉬어갈 틈을 주었다. 책의 단편 이야기들속 주인공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해본다. 주인공들은 삼십대 중후반의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너무 막막한 현실을 살고 있었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대로, 때로는 타인에의해 그들에게 시련이 닥친다. 

 

<이별의 과정>에서는 어린시절과 현재를 오고간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20대를 함께 보낸 그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딱히 헤어져야 할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였다. 헤어질수 없는 이유는 많았다. 그렇게 이별과는 거리가 먼 커플이었다. 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세월이 지난 생각한다. 유년시절 자신이 본 엄마 아빠의 관계에서 아빠가 엄마를 두고 좋아했던 여자를 먼저 보내 이별하고 아빠는 위암에 걸려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그 이별의 되풀이 되는 과정을 생각해본다.  삶 자체가 이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

 

<어디로 갈까요>에서는 남편의 죽음으로 현실의 모든걸 버리고 훌쩍 로마로 떠나는 여자가 나온다. 남편은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뒤늦게 의대에 들어가 피부클리닉을 차렸다. 돈을 많이 벌꺼라고 시작했던 일은 오히려 빚만 점점 늘게 되었다. 무책임한 남편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여자는 빚과 함께 시어머니의 구박, 지긋지긋한 자신의 일에서 멀어지기 위해 모든걸 정리하고 로마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문다. 몇일뒤 그곳을 나오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고민한다. 

 

<내가 사랑한 그녀들>에서는 백수이면서 바람난 남편때문에 스스로 자해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남편까지 먹여살렸는데 다른여자와 살겠다며 그녀를 버린것이다. 그리고 입원한 병실에서 나일롱환자 언니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언니들에게 넋두리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애플민트 셔벗 케익>에서 남자는 영어학원의 강사와 연애를 한다. 너무나 완벽하고 강해보인 그녀에게는 이혼이라는 상처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그녀의 노트북에서 남편의 불륜을 증명하는 증거 102가지 자료들을 발견한다. 여자는 강해지기 위해 그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돌아본다면>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유학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지방으로 대학을 간다. 그리고 복학생과 연애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그 뒤 다시 여자는 유학을 가게 되고 귀국해서 사촌언니 밑에서 서브작가 일을 한다. 여자는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그때 그 시절의 사랑이야기를 왜곡하며 쓰기 시작한다. 그당시 친구들은 모두 그를 잊었지만 여자의 이야기로 새롭게 남자를 기억한다. 자신도 잊혀져가고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덧붙이며 새로운 사람으로 기억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거짓말>은 거짓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오빠가 바다에서 빠져 사고로 죽었다. 그 사고는 너무 어이없던 고추장통 하나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뒤 그 고추장 통을 가져오라고 시켰다던 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사실이 아니라고 언니는 말했지만 여자는 엄마에게 그 언니가 시켰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야 오빠의 죽음이 겨우 고추장통 하나때문이 아닌게 되니깐.. 좋아하던 여자애가 시켜서 했던 일이 좀더 억울하게 죽은 청년이 될 수 있으니깐..

 

<오프더레코드>란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을 말한다. 결혼까지 한 친구가 어느날 실종되었다. 그리고 기자였던 여자는 자신의 친구이자 동기가 없어져 친구의 아내를 찾아간다. 왜 그가 사라졌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여자는 아내에게서 그의 흔적을 찾아본다. 내가 알던 그 친구와 그 아내가 말한 그가 그 친구가 맞는지.. 사건을 기록하고 싶지만 기록할 수 없는 오프더레코드로 남는다.

 

<산책>의 여자는 오래 사귄 남자와 헤어지고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한다. 결혼을 하자마자 남자는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혼인신고도 전에 죽은 남편으로 인해 여자는 결혼 문제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아직 남편에 대해 아는것아 아무것도 없었는데..

 

<캣츠아이 소셜클럽>에서 '나'는 마이너 라디오 PD로 일한다.  어려울때 대학시절 함께했던 '박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박언니는 <캣츠아이 소셜클럽>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만들어 성공으로 만든다. 그런데 잘 지냈지만 언제가부터 박언니가 필요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쫓아낸다.  어느날 문특 다시 박언니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신이 내 쫓았지만 여전히 박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결점이 있다. 우울해하고 있거나, 상처가 있거나,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은 한없이 약하고 가여운 존재들이었다. 조금만 둘러봐도 볼 수 있는 약자들이었다. 방황하고 있다. 우울해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좋은일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덮고나니 뭔가 마음이 찡해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알게모르게 조금씩 나도 위로 받고 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시 그녀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 되니 나도 그리 나쁘진 않네.. 그런 생각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좀 낫네 라는 생각이라기 보다 그래도 꿋꿋히 살아가야 하는구나 라는것. 사실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은 너무 어둡다. 작가는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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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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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극소설을 읽었다. 정확히는 전투 소설. 사실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끔 사극에서 등장하는 전투신을 보면 정말 그 옛날 저렇게 싸웠을까? 사람들이 저렇게 활촉 하나에 쓰러지고, 죽고,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려 들고, 도망가고, 인정사정도 볼것 없이 그렇게 싸워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처절하게 싸우는 그 모습이 자기네 편에서 보면 영웅일지 몰라도 같은 사람들끼리 힘을 장악하기 위해 동족끼리 싸우고 있는 그 모습을 보는것은 꽤 안타까운 일이었다. 왜 그렇게 싸우면서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땀흘려야 하며 가족을 잃어야 하며 희생당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모습의 소설을 즐겁게 읽을 수만은 없었지만 <시골무사 이성계>는 왠지 느낌이 다르게 달랐다.

 

어떤 의미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지만 우선 내가 알고 있는 이성계와 느낌이 달랐다. 무사라기 보다는 글을 읽고 쓰는 즉 주로 머리만  쓸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지금 나이 마흔 여섯도 젊은이들과 싸우려면 힘이 들텐데 1380년대 당시 마흔 여섯의 나이에 나라를 위해 싸우는 이성계의 모습을 상상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책은 350페이지가 넘는분량으로 단 하루만에 일어난 전쟁의 이야기를 묘사해준다. 그 안에는 전투의 처절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안도현이 말했던것처럼 마흔 여섯살이라는 나이는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도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다. 그런데 그 시절의 마흔여섯에 그는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한다. 그리고 그 전투를 승리로 이꾼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전쟁장면의 세심하게 묘사해준다. 그리고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많은 사람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전우를 잃게 된다. 자신의 가족을 잃게 된다. 때로는 오해들로 서로 상처를 주고 목숨을 앗아간다. 왜 그들이 그렇게 싸워야하는지. 도망가려하면 같은 팀도 목숨을 없앨수밖에 없다. 두려움도 가져서는 안된다. 오로지 앞을 보고 이끌어가야한다. 지금이라면 총알과 탱크가 오고가겠지만 조선이 막 시작될 무렵의 1380년대는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전투를 한다. 죽지않으려고 전투갑옷은 무겁게 만들어져 있고 그 옷만 입기에도 버거운데 활에 맞지 않기위해 철저한 무장을 한다. 이성계는 자신의 전우들을 지키려하지만 전투중에 모든 전우를 지키기는 무리다. 하지만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상대편의 수장 아지발도도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일만의 대군을 데리고 쳐들어와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은 용서치 않는다.

 

이성계가 이끄는 군사들 사이도 그리 좋은것 만은 아니였다. 그를 능력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아 그를 따르지 않은 부하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단하루의 전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믿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전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도 많지 않을꺼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전투를 승리로 이끌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느 누군가는 지켜야한다. 지휘를 해주는 캡틴이 없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싫건 좋건간에 그렇게 된 이상 믿음을 보여야 하며 그가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그 팀을 위하는 길이다. 시골에서 괄시받으며 살아온 이성계. 그렇지만 그는 해낸다. 전쟁속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가족, 친구, 크게는 나라도 잃을 수 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또 싸워야한다. 제대로 갖추워져 있지 않아도 싸워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 마흔 여섯의 이성계도 그것을 해내게 된다.

 

나이가 아무것도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마흔여섯의 이성계도 해냈다. 지금 내가 하지 못하는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것에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때도 했는데 지금의 마흔여섯은 아직 젊은거 아닌가? 그런생각을 해보게 한다. 물론 전쟁이야기는 예전부터 내겐 너무 어렵고 끔직하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어나가기도 조금 버겁긴 했다. 내가 생각했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고 할까? 전투의 모습보다는 심리전이나 상태의 느낌을 더 강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그래도 그가 훌륭한 무사임은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여자인 내가 읽기에는 남자의 느낌이 강해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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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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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를 봤었다. 원작이 있는지 모르고 봤던 영화 가비는 무언가 부족함이 있었다. 영화 보는 내내 너무 진지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뭔가 숨막히는 느낌의 긴장감을 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서아 가비>를 읽게 되었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를 뜻하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고종독살 음모사건에 크게 중점을 두었다면 소설에서는 그것보다 따냐와 따냐가 사랑하는 연인 이반의 사기극에 더 크게 비중을 두었다. 대대로 역관의 집에서 태어났던 따냐는 유복하게 자랐다. 그런데 어느날 청나라 연행길에 수행역관으로 따라갔던 아버지가 하사품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치다 절벽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나라의 물건을 훔친 대역죄인이기에 따냐는 삶이 힘들어질 것을 알고 따냐는 국경을 너머 러시아로 떠나게 된다.

 

역관의 딸로 자랐던 따냐는 아버지로부터 여러나라의 말을 배워왔다. 그중에서도 러시아어를 잘 했기에 그곳에서 생활하는것에 문제가 없었다. 거기서 따냐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사기를 치면서 살게 되었다.  대륙을 누비는 사기꾼으로 변신한 것이다. 압록강을 건너기전에 아버지 친구인 복코아저씨와 그의 동료 만두장수 왕씨에게도 사기를 치고 러시아로 건너와서 그림위조 사기를 치는 칭 할아범을 만나 사기를 친다. 그런데 그의 불평등한 동업에 견디지 못해 그를 또 배신하고 얼음여우의 무리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유럽귀족들에게 러시아의 숲을 사기쳐서 팔아치우며 더 큰 사기단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사기를 치다 만나게 된 사기꾼 이반을 만나게 되고 그를 따라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의 바리스타로 황실에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황실로 들어오기까지 이반과 따냐는 쿵짝이 맞아 많은 이들에게 사기를 치며 살아왔다. 이번에 이반은 나라를 팔아치우려는 사기를 치려고 한다. 영화속에서는 어쩔수 없이 두남녀가 고종황제의 음독사건을 해야했다면 소설속에서는 이유없이 그냥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게 된다. 이반을 사랑하지만 따냐는 이반을 믿을수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 너무 많았다. 나중에 따냐는 이반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게 된 사실까지 알게된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물증도 분명했다. 이반의 세치 혀는 여전히 아니라고 말한다. 따냐는 그를 사랑하기에 어느쪽이 진실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하나의 최악을 대비하는 여자였다. 이반이 베베르와 이완용과 함께 황제의 암살을 계획하고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할때 따냐는 사랑하는 사람 이반이 아닌 고종을 택하게 되었다. 그건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에서 비롯되었던건 아닌것 같다.

 

사기꾼은 진실해서는 안되고 일이 끝난후 같은 곳에 머물러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 사기꾼의 기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따냐였다. 사기꾼은 필요없다는것을 느끼게 되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한다. 이반도 고종황제를 음독하고 따냐와 떠나려고 했을때 따냐를 사랑해서 함께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였다. 인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데려가야 할 사람이였기 때문에 그녀를 택했던것 뿐이다. 하지만 결국 따냐에게 당하고 그는 죽게 된다.

 

어찌보면 내용이 심각해보일지 모르지만 대대적인 사기꾼을 알려주는 경쾌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음독사건에 너무 파고들기보다는 두 남녀가 충분한 돈을 벌고도 더 큰 욕심으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벌이는 사기극. 서로에게 진실을 보여주지 않고 진실이 오가지 않는 사기들로 결국 둘은 이어질  수 없게된다. 따냐는 대한제국에 머물지 않고 떠난다. 그녀도 사기꾼이기에 그자리에 계속 있지 않고 또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 시대에 이런 여주인공은 처음인것 같다. 자신이 살기위해 누군가에게 순종하지 않고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 따냐.  김탁환의 유쾌한 이야기 방식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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