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은 언제였을까? 젊은 날이라.. 좋은 날이라고 말해야 하나? 행복했던 한때를 말해야 하나? 그런 의문을 해본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은 저자가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 해준다. 저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저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생각을 유추해본다. 화려하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은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오늘이 행복한 날은 아닐지..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지금 작은 행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그렇게 그들의 삶속에서 지금 나도 괜찮다고 우리들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보내준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저씨.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신다. 흘린 그 수첩을 우연히 보게 되었던 저자는 그가 해야할 일들로 적어놓은 수첩을 바라본다. 수첩속에는 잊지말아야 할 부인의 생일과 처음만난 날이 적혀있었다. 그가 아쉽게 마지막으로 경비일을 하는날 물었다. 요즘도 메모를 하는지.. 그가 말했다. 치매가 있다고. 그래서 잊지말아야 할일들을 적으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의 젊은날로 여기기로 결심했다고. 다른건 다 잊어도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같은건 잊지말자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에 인생의 젊은날은 어쩜 특별한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책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들로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날씨 흐린날 암센터 앞에서 짐을 짊어지고 버스에 오르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남편의 간호를 하며 집으로 잠시 다녀오려고 한다.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었지만 전화통화에서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비록 힘들지만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남편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마트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본다. 마트소속이냐고.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파견비슷하게 나와있는것이라고 말한다. 얘기를 건네다 조금 경계심을 풀은 그녀는 이바닥이 7년차라고 말한다. 3년정도 더 일해서 고기집을 차리겠다고 이야기한다. 몸이 안좋은 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고깃집에서 카운터를 보게 하고 자신은 4년정도 더 일해서 좋은 남자만나 시집을 가겠다고.. 힘들지만 힘든기색없이 열심히 일하는 그녀는 고기를 굽고 있지만 사실을 희망을 굽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아파트 단지에서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계신다. 어느날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본다. '오늘은 얼마 파셨어요?' 할머니는 2만원 조금 넘게 팔았다고 이야기한다.  할머니의 얼굴은 좋아보인다. 그 2만원이 할머니에게는 삶에 있어 커다란 가치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어느날 할머니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얼마 파셨어요?' 할머니의 표정은 조금 어둡다. 만 8천원 팔았다고 답하신다. 그는 2천원어치 상추를 달라고 하며 할머니의 매상을 올려드린다. 하루종일 파시느라 힘드실텐데 자녀분이 용돈은 안드리냐고 돈 뭐하서 뭐하시냐고 다시 한번 물어보자 할머니는 애들이 용돈을 주긴 하는데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야 야채가게를 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게 죽기전 꿈이라고 .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야채파는 이유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젊은 사람들도 서른만 조금 넘어도 늦어다고 생각하고, 꿈이 무었인지, 지금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라는 생각으로 꿈을 외면했다. 그런 나에게도 반성하게 만드는 한마디었다. '죽기 전의 꿈..'이라는 말은..

 

소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오늘은, 내생에 가장 젊은 날>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작은 것은 놓치고 살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내가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건지, 내가 잃어버린 꿈은 무엇인지, 혹시 그 꿈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내온건 아닌지.. 조금만 둘러봐도 어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많은걸 바라고 살고 있었던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놓치며 살고 있는 나 자신. 그렇다고 보장없는 미래만을 기약할수 없는데 재미없는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 누구나 고달프고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다들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게 우리가 살고 있다는 증거구나 느껴본다.

 

그래. 삶은 언제나 고달프다.

그러나 우리를 짓누르는 고달픔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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