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김서령의 책을 처음 만났다. <어디로 갈까요> 제목에서 말하는 느낌 그대로 내마음 상태를 표현하는것 같았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고,지금 가고 있는 길은 맞는건지 나에대한 확신이 없다. 그래서 멈춰서서 다시 어디로 갈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나에게 잠시 쉬어갈 틈을 주었다. 책의 단편 이야기들속 주인공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생각해본다. 주인공들은 삼십대 중후반의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너무 막막한 현실을 살고 있었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대로, 때로는 타인에의해 그들에게 시련이 닥친다. 

 

<이별의 과정>에서는 어린시절과 현재를 오고간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20대를 함께 보낸 그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딱히 헤어져야 할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였다. 헤어질수 없는 이유는 많았다. 그렇게 이별과는 거리가 먼 커플이었다. 하지만 결국 헤어진다. 세월이 지난 생각한다. 유년시절 자신이 본 엄마 아빠의 관계에서 아빠가 엄마를 두고 좋아했던 여자를 먼저 보내 이별하고 아빠는 위암에 걸려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그 이별의 되풀이 되는 과정을 생각해본다.  삶 자체가 이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게된다.

 

<어디로 갈까요>에서는 남편의 죽음으로 현실의 모든걸 버리고 훌쩍 로마로 떠나는 여자가 나온다. 남편은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뒤늦게 의대에 들어가 피부클리닉을 차렸다. 돈을 많이 벌꺼라고 시작했던 일은 오히려 빚만 점점 늘게 되었다. 무책임한 남편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여자는 빚과 함께 시어머니의 구박, 지긋지긋한 자신의 일에서 멀어지기 위해 모든걸 정리하고 로마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 머문다. 몇일뒤 그곳을 나오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고민한다. 

 

<내가 사랑한 그녀들>에서는 백수이면서 바람난 남편때문에 스스로 자해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남편까지 먹여살렸는데 다른여자와 살겠다며 그녀를 버린것이다. 그리고 입원한 병실에서 나일롱환자 언니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언니들에게 넋두리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애플민트 셔벗 케익>에서 남자는 영어학원의 강사와 연애를 한다. 너무나 완벽하고 강해보인 그녀에게는 이혼이라는 상처가 있었다.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그녀의 노트북에서 남편의 불륜을 증명하는 증거 102가지 자료들을 발견한다. 여자는 강해지기 위해 그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돌아본다면>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유학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지방으로 대학을 간다. 그리고 복학생과 연애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가 사고로 죽었다. 그 뒤 다시 여자는 유학을 가게 되고 귀국해서 사촌언니 밑에서 서브작가 일을 한다. 여자는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그때 그 시절의 사랑이야기를 왜곡하며 쓰기 시작한다. 그당시 친구들은 모두 그를 잊었지만 여자의 이야기로 새롭게 남자를 기억한다. 자신도 잊혀져가고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덧붙이며 새로운 사람으로 기억하게 된다.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거짓말>은 거짓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오빠가 바다에서 빠져 사고로 죽었다. 그 사고는 너무 어이없던 고추장통 하나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뒤 그 고추장 통을 가져오라고 시켰다던 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사실이 아니라고 언니는 말했지만 여자는 엄마에게 그 언니가 시켰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야 오빠의 죽음이 겨우 고추장통 하나때문이 아닌게 되니깐.. 좋아하던 여자애가 시켜서 했던 일이 좀더 억울하게 죽은 청년이 될 수 있으니깐..

 

<오프더레코드>란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을 말한다. 결혼까지 한 친구가 어느날 실종되었다. 그리고 기자였던 여자는 자신의 친구이자 동기가 없어져 친구의 아내를 찾아간다. 왜 그가 사라졌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여자는 아내에게서 그의 흔적을 찾아본다. 내가 알던 그 친구와 그 아내가 말한 그가 그 친구가 맞는지.. 사건을 기록하고 싶지만 기록할 수 없는 오프더레코드로 남는다.

 

<산책>의 여자는 오래 사귄 남자와 헤어지고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한다. 결혼을 하자마자 남자는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혼인신고도 전에 죽은 남편으로 인해 여자는 결혼 문제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아직 남편에 대해 아는것아 아무것도 없었는데..

 

<캣츠아이 소셜클럽>에서 '나'는 마이너 라디오 PD로 일한다.  어려울때 대학시절 함께했던 '박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박언니는 <캣츠아이 소셜클럽>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만들어 성공으로 만든다. 그런데 잘 지냈지만 언제가부터 박언니가 필요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녀를 쫓아낸다.  어느날 문특 다시 박언니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신이 내 쫓았지만 여전히 박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결점이 있다. 우울해하고 있거나, 상처가 있거나,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은 한없이 약하고 가여운 존재들이었다. 조금만 둘러봐도 볼 수 있는 약자들이었다. 방황하고 있다. 우울해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좋은일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덮고나니 뭔가 마음이 찡해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알게모르게 조금씩 나도 위로 받고 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시 그녀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게 되니 나도 그리 나쁘진 않네.. 그런 생각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좀 낫네 라는 생각이라기 보다 그래도 꿋꿋히 살아가야 하는구나 라는것. 사실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은 너무 어둡다. 작가는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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