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그 선의 향기
 노자 지음, 감산덕청 주석, 심재원 옮김 /

 정우서적 / 2010년 12월

 

요번 주에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서 그런가 책도 그 feel로 읽어주신다.

책 제목은 '노자 도덕경, 그 선의 향기'이다.

혹 제목만을 보고 '노자 도덕경'인데 부처님 오신날과 무슨 연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쓴 감산덕청이 스님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능엄경'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노자라고 하면 무위자연을 떠 올리지만, 그게 노자의 정치 덕목이기도 하다.

다음주 선거랑 관련하여서 생각해볼 구절도 있고,두루두루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감산덕청은 명대의 4대 선승 중 한명인데 유불선 3교 일치를 주장하였단다.

노장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선불교는 송대, 명대 시대가 바뀔때마다 동일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도 하다가, 감산덕청에 이르러서는 차이점은 부정하고 일치점만 내세웠다고 한다.

 

감산덕청이 의의가 있는 것은 이 책의 주석 작업만 16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주석 작업을 하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 막히면 좌선을 하면서 깨달음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선사상과 노장 사상 간의 일치된 깨달음을 언어로 드러내려고 노력을 하였단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읽은 부분에서 그동안 내가 알던 내용과 달랐던 부분이 있었다.

보통 '풀강아지 인형'으로 해석하는 5장을 왕필처럼 '풀'과 '개'로 나누어 해석하였다.

풀과 개를 우주만물의 에코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존재자들로 보고 이러한 사물의 생성에 있어 도는 어떠한 목적의식도 없다는,

즉 스스로 그러할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설명하고 있다.(101쪽)

 

어찌되었건 5장에 내가 좋아하고 새기는 대목이 등장한다.

多言數窮, 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하게 되니, 중심을 지킴만 못하다.

 

또 한구절 7장의 '天長. 地久.' 또한 天과 地를 각각 따로 언급하였듯이 함부로 붙여서 '천지'라고 명명하면서 마치 하나의 단어인양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고 있다.

天에 長을 地에 久를 서술어로 달리 붙여 설명한 것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노자의 우주론에서 天은 시간을, 地는 공간을 상징하는 개념이란다.

 

또 한구절 8장의 上善若水로 얘기되어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政善治, 정치할때는 물처럼 잘 다스려라 가 나온다.

아무래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눈에 띈 대목같다.

 

책 곳곳에 잠깐씩 심재원의 역주가 등장하는데 새겨볼 만하다.

 

암튼 생각이 이리저리로 튀는 것이 짬뽕공에 버금가는 난,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천지는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마음속에 품은 이 한이야 길이 끊일 때가 없으리.

 

라고 하는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한대목이 떠올랐을 뿐이고~--;

오래간만에 영화 '천장지구'가 보고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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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5-02 12:30   좋아요 0 | URL
까만것은 글씨라는 것 밖에ㅡㅎ

양철나무꾼 2017-05-02 13:37   좋아요 1 | UR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자와 장자를 좋아해서 많이 보긴 했지만,
깊이 본건 아니라서 제 자신만의 주관을 갖지 못했습니다.
불교, 능엄경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다만 더듬이를 열어두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책 쓰시느라 봄을 즐기실 새도 없는건 아니신지...
쉬엄 쉬엄, 빨랑 하세요.
다음 책도 기대만발입니다~^^

cyrus 2017-05-02 13:18   좋아요 0 | URL
감산대사가 노자를 풀이한 책이 새로 나온 적이 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을 샀어요. ^^;;

양철나무꾼 2017-05-02 13:41   좋아요 0 | URL
저도 감산대사 예전 것도 가지고 잇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먹지를 못해 집어던지기를 여러번,
요번 심재원 번역은 당신의 주관이 좀 개입되어 그렇지,
좀 좋더라구요~^^

전에 노자 공부하셨다는 글, 봤었는데,
감산덕청을 아시다니 동지를 만난듯 반가워요~^^

hnine 2017-05-02 14:11   좋아요 0 | URL
잘은 몰라도 노자 관련 글을 읽다보면 <무(無)> 자의 행진이라는 것은 알아요 ^^
마음 속 품은 한이 천장지구에 버금가는군요.

양철나무꾼 2017-05-02 14:26   좋아요 0 | URL
없을 ‘무‘가 아니라 無라는 자리값이라는걸 깨닫기까지,
고정관념에 빠져 있어서 어려웠어요.^^

저는 한이라기보다는 사랑의 아름다움이 천장지구에 버금간다고 하고 싶지만서도~--;

AgalmA 2017-05-04 23:11   좋아요 0 | URL
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에서는 중국 제사에서 태우던 ˝지푸라기개˝가 이 책에서는 ˝풀강아지 인형˝으로 풀이되었네요. 어감이 덜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7-05-06 09: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존 그레이에서 본 것 같아요~^^
근데 감산덕청은 왕필을 따라서 풀 따로 강아지 따로 이렇게 놓고 접근해요.
뭐, 저야 토를 달 깜냥은 아니어주시고,
학설로 받아들이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