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출근 길이었다.

난 아픈 허리를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조심조심 지하철에 올랐으나,

지하철을 타는 것과 동시에 짐짝처럼 구겨져 버렸다.

 

내 옆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고 그 앞에 중년 남자가 있었다.

내가 보기엔 20대초반의 여자는 이상하게 자기 영역을 넓게 확보하려는듯 중년 남자를 자꾸만 건드리고 떠밀고 하였다.

두번, 세번, 네번 참던 중년 남자는 여자에게 한 마디 하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내가 어떻게 했다고 그러냐?"

20대 초반의 여자는 웅크리는게 아니라,

독기라는 바늘을 고슴도치처럼 곧추 세우고,

"저에게 말 걸지 마세요. 말 시키지 마세요."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는 눈빛으로 미루어 어떤 사연이나 트라우마를 가졌으리라 짐작은 하였지만,

거기까지,

그 여자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런지는 고사하고,

내 한몸 가누기가 버거워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막 지하철에 오른 중년여자가 그 20대 초반의 여자를 자기 쪽으로 잡아 당겨,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 세우더니,

"이렇게 자리를 바꾸자, 이럼 되지?"

라고 하며 자신의 안으로 들이며,

중년 남자와 20대 초반의 여자 사이에 서서 경계처럼 울타리를 만드는 거다.

중년 남자를 향하여 간곡한 눈빛을 말 대신 보내고 있었다.

난 그들을 뒤로 하고 내릴 역이 되어서 내렸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지만 아직도 인간관계가 버겁다.

관계자체가 젬병이다.

사회생활을 빙자하여, 또 다른 울타리 안에 나를 가두는 느낌이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

누구에게든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것으로, 중년의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싶지만,

마음은 있어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나 같이 모른다고 두손 놓고 있느냐 하면,

저 위의 중년여자처럼 처신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 글.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

 2016년 10월

 

그동안의 그림들이 더미가 되고, 그 첫더미가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3년이 걸렸단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보면 이렇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눈에 사람들의 지친 표정 뒤에 숨은 소중한 삶이 들어오기 시작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들은 엄청난 양의 드로잉이 되어 남았다. 책 속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직업을 휘재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이야기들은 작품을 또 다른 하원으로 옮겨주었다. 각 인물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의해 그를 둘러싼 시대상과 가족들의 이야기도 따로 정리했다. 구둣방 재성 씨의 당당한 걸음걸이와 스물아홉 도영 씨의 어딘지 미더운 얼굴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다. 고치고 살피기를 반복했던 전체 구성과, 장면이 확정된 후에도 원하는 공기와 빛, 온도를 찾기 위해 며천이고 다시 그린 그림들. 이 한권의 그림책 뒤를 받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실로 방대하다.

 

이런 책 소개를 보고 나니,

스케치 한장 얼렁뚱당 하는데 2~30분이면 족하다고 설레발 친게 쑥쓰럽고 민망하다.

내가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니,

그림의 완성도 따위는 문제될게 없겠다 싶어, 내 자신의 만족도에 의미를 두었었는데 말이다.

 

'1일1그림'을 올리기가 좀 거시기하지만,

 

내가 아주 아끼는 책 두권을 덤으로 소개한다, ㅋ~.

 

 

 

 고마워 하루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안녕 하루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4년 9월

 

하루 하루 '안녕~!'으로 시작해 '고맙다'고 하며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이 먹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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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책도, 마음도 이쁘십니다.
늙어가는 것은 서럽지만 엔틱하게 나이먹는 건 근사할듯 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06 18:13   좋아요 1 | URL
이쁘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것이 늙는 것이든 낡는 것이든,
귀중한 골동품-엔틱이라는 이쁜 이름으로 불리워도 슬프긴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보려구요, 그럼 후회는 덜 하지 않을까요?^^

지금행복하자 2016-12-05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손석희앵커브리핑에 나왔다고 그러더군요.. 저는 보지 못했는데.. 보신 분이 울컥했다고...
주말 밤 대부분의 서울 시민은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모인다고...

양철나무꾼 2016-12-06 18:1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 jtbc뉴스 즐겨보는데 이건 못 봤네요, 아쉽~--;
요번주는 주말 뿐 아니라, 평일도 퇴근 후 광화문, 여의도에서 산발적으로 모인다고 하더라구요.

전 완전 육체노동자에 가까워서,
저녁이면 탈진하는 고로,
거기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ㅠ.ㅠ

yureka01 2016-12-05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하루에 한 편씩도 꾸준함으로는 괜찮아도,
그렇다고 강박으로 작용하면 이것도 스트레스가 되니,
느긋하게 끈질기도록 즐기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6 18:17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강박이나 스트레스가 되면 그만 해야죠.
전 혼자놀기의 달인이라서,
이거 지겨워지면 할게 한 열가지 정도 대기 상태입니다~^^

2016-12-05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6 18:23   좋아요 2 | URL
저 그림은 자화상인데, 색연필이 질이 떨어지는 크레욜라라서 색칠이 뭉개졌습니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데,
그림 그리면서는 자꾸 어느 정도 되는걸 고르게 되네요.


요즘 힘든 일이라 하심은, 내가 그래 보였나요?ㅋ~.
책을 사고싶어서 환장하겠습니다, ㅋ~.
누가 사주는 거 말고, 내가 클릭질해서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는 그 행위 말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5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색이 들어 갔군요^^
주말엔 이틀이나 쉬셨습니다ㅋㅋ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린다는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즐기며 하시니 응원합니다^^
저는 약간 은근 스트레스가 되어설라무네요ㅜㅜ
지금 해바라기를 색칠중인데요~~갯수가 넘 많아서ㅜㅜ
조만간 제그림도 완성이 되면 공개를 좀 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서로 서로 응원을 하는 차원에서요^^
오늘은 둥이들 팝아트를 완성하고 왔는데 선생님이 너무 이쁘게 마무리 해주셔서 흡족해하고 왔어요^^
그림이란게 참 신기해요
나무꾼님의 그림은 참 따뜻해요 저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네요^^

양철나무꾼 2016-12-06 18:26   좋아요 2 | URL
주말엔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서, ㅋ~.
그림일기 쓸 내용이 없어서 쉽니다~!

혹시 둥이맘?
완전 좋으시겠다, 부럽.
팝아트는 얼굴을 화면에 크게 잡아야 한다는데, 맞나요?
저 팝아트도 책으로만 숙지했습니다, ㅋ~.

해바라기 완성되면 꼬옥 보여주세요~^^

여울 2016-12-05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건너오니 그림 배틀이군요 ㅎㅎ ㄷ다듯해요

양철나무꾼 2016-12-06 18:28   좋아요 1 | URL
여울 님 그림 앞에선 배틀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죠.
제가 그림에 한 관심해서, 여울 님 그림에 그리 관심이 많았습니다.

따뜻하기로야 여울 님의 그것들을 따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