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깨달음의 실천 편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ㅣ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이전 책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기초 원리'편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의 전작주의자가 되어 다른 책들을 건드리다 보니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는 '사.짜.'인줄로만 알았다. 여기서 '사'라 함은 선비 士'가 아니라 사기꾼 할때의 그 '사'자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처음 이 책의 소제목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때문에 이 책을 신뢰할 수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수많은 주역 관계 서적을 읽었지만, 하늘에 대고 맹세하는데 주역 책이 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주역을 공자나 다산, 정이천 등 내노라 하는 선인들이 풀어쓴 것도 외계어 같았지만,
그걸 오늘날 이러고 저러고 토를 달고 해석하는 것도 긴가민가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크게 고개를 주억여가며 수긍할 수 있겠다. 정말 쉽다.
그렇다면 혹자는 어떻게 어려웠던 내용들이 갑자기 쉬워지냐며,
이 책이 주역을 다 아우르지 못하고 설렁설렁 다루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64괘의 내용을 일일이 나열한 것이 아니라 12개의 군주괘 위주로 원리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12괘의 운용 원리만 알고 나면 적용하지 못할 게 없고, 때문에 64괘 어느 하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것이 없다.
정수만 골라 냈으니 극도로 응축되었는데,
극에 이르면 오히려 가볍고 단순해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무겁지않으나 진중하고,
동일패턴의 반복인 변화 속의 순환을 읽어내어 단출해진 대신, 깊이는 장난이 아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 말하지 않은 부분을 논하고 있는데, 바로 주역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수행의 목표를 밝힌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배우고,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수행하면서 발전하는 법이다. 주역 공부 역시 단순히 괘상의 뜻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그것을 몸으로 체득하여 마침내 천지의 운행과 합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알고 행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깨달음은 점점 깊어진다. 이 책은 그 점을 강조하고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책 은 괘상을 병법이나 일상생활에 적용한 사례를 보여주며 괘상의 본질을 심도 깊게 조명했다.주역의 괘상은 그 본질을 확연히 깨닫기만 하면 누구나 삶에 적용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주역 공부를 통해 최상의 지혜를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주역에는 그 이상의 섭리가 들어 있다. 바로 우리가 주역을 통해 천지의 운행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7~8쪽)
하지만, 내가 이 책이 좋다고 설레발을 치는 것은,
그동안 궁금해하던 9가 양의 대표가 되는 것, 6이 음의 대표가 되는 것과 관련해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양의 대표인데, 실제 홀수의 대표인 3을 세 번 곱한 수이다.
육 또한 음의 대표이며, 짝수의 대표인 2를 세 번 곱한 수이다. 이는 주역에서 본 9와 6의 의미이다. 홀수의 대표가 1이 아니라 3이 되는 것은 1은 수를 일으키는 수의 기체基體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역시 짝수의 대표이다. 세번 곱하는 의미는 삼변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삼변이란 '삼세판'이라는 우리의 일상적 속어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변화를 결정을 의미한다.( '이창일'의 '주역, 인간의 법칙', 63쪽==>링크 )
언젠가 읽은 '이창일'의 '주역, 인간의 법칙'에 보면 이렇게 나오는데, 해설서인데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선 이 부분을 그럴듯하게, 적어도 내가 수긍할 수 있게, 밝혀놓고 있다.
9와 6이 양과 음의 대표라고 하지 않고, 주역원전에서 음양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고 6과 9가 쓰이는 것에 주목한다.
이런 논리 전개라면 '나는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연구를 하던 중 하나의 단서를 찾았다.(98쪽)'라고 하는 공치사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겠다.
단서는『천부경』에 나오는 "一析三極"이라는 말이었다. 하나가 갈라져 3이 된 것이고, 3은 즉 1이라는 뜻이었다. ㆍㆍㆍㆍㆍㆍ이즈음 나는 위상수학이라는 것도 공부했는데,『천부경』에 위상수학과 똑같은 결론이 나왔다.(101쪽)
지극히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일 뿐인데도, 내가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정보이론을 창시한 클로드 섀넌을 인용하여, '팔괘는 정보일 뿐이다' 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정보는 뜻이 없고 구조만 있다. 섀넌은 정보의 구조를 비트(bit)라는 단위를 사용하여 규정했다. 그러나 정보가 영원히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정보가 다른 정보와 비교될 때는 각각의 정보가 뜻을 갖게 된다.(107쪽)
사물의 뜻은 다른 사물과 비교함으로써 분명해진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는 비교를 하면 저절로 밝혀지게 된다. 만일 자기 자신을 알았다 해도 다른 사물과 비교되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보에 대하여클로드 섀넌이 말한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이른바 정보에 뜻이 없다는 것이다. 정보가 고유의 뜻을 가지려면 비교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44~45쪽)
고 하고 있다.
이렇게 정보를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읽다보면,
사람 뿐 아니라 우주의 사물들도 이런 식으로 유지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야 오래가기 때문이라는데, 순환을 놓친 사물은 쉽게 사라지는 연유도 짐작할 수 있겠다.
과학자들은 땅을 물질(物質, matter)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물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무게를 잴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물질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뉴턴식으로 말하면 '서로 잡아당기는 존재'인데, 더 깊은 개념으로 이야기하면 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이 음이다. 음은 무게가 있고, 만질 수 있고, 부피가 있고, 서로 잡아당기고, 딱딱하고, 땅을 이루고 있는 존재다. 우리의 몸은 어떤가? 이것도 물질, 즉 음이다.
우리의 영혼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물질이 아니다. 즉 음이 아니다. 음이 아니면 무엇일까? 양이다. 음이 아니면 양이고, 이 아니면 음이다. 세상은 복잡하지 않다.
사람이 죽으면 몸과 영혼이 분리되기 때문에 각자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다.이때 음인 몸은 땅이 잡아당겨 흙이 된다. 몸의 일부는 공기가 되는데, 공기도 우주 전체에서 보면 땅이다. 물질이고, 음이다. 우리의 몸은 아무리 깊게 말하고 돌려 말해도 물질이고, 땅이고, 흙이고, 음이다. 옛사람이 말한 것도 이런 의미다.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영혼은 물질이 아닌 양이다. 그래서 땅이 그것을 잡아끌 수가 없다.(47쪽)
그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無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하나의 운용원리, 공식만 알면 공식에 대입시키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수 문제를 풀려면, 통분과 약분, 유리화 과정만 제대로 지켜주면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로 풀리고 나중엔 응용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주역 책을 읽고 주역을 공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주역공부란 원래 괘상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괘상을 실행하고 또한 괘상의 교훈을 처세에 활용해야 한다. 공자가 그렇게 했다. 괘상을 외우고 단순히 이해만 한다면 깊이가 없어 주역을 크게 깨닫지 못하게 될 것이다. 주역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그리고 또한 지혜를 넘어서 실행해야 할 적극적인 교훈이다.ㆍㆍㆍㆍㆍㆍ괘상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많이 응용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괘상을 하나씩 실천한다는 것이 괘상과 일체를 이루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자가 바로 이렇게 했던 것 같다. 아는 것을 실천하면 앎이 더욱 충실해지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다. 실천이란 다름 아닌 연습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로 통일 되는 것이다. 사물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몸으로 체득해야만 깊어질 수 있는 법이다.(278~280쪽)
나가는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군데군데 다 좋지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칠 수 있는 것이지만,
내겐 '9양과 6음' 부분 만으로도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깨우침이었다.
가을이다.
읽기 좋은 계절이고 실천하기 좋은 시절이다.
그렇게 읽고 행하다보면,
문득 가을은 깊어져 있을 것이고,
책읽는 눈은 그윽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