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플이 완전 인기인가 보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어딘가에 빠지면, 물불 안가리는 경향이 있어 헤어나지 못하는 고로,
그냥 관망하는 정도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북플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글쎄올시다~(,.)'이다.
나의 정보는 이렇다.
내가 저 정보를'글쎄올시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저 '223개의 마니아'란 문구 때문이다.
읽은 책장에는 겨우 191권이 있을 따름인데,
마니아 분류된 종류별로 따지면 한권도 못 읽은 분야도 나와야 하는 것이 된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마니아'라고 한다는데,
한권을 읽었거나 채 한권도 못 읽은 것을 가지고 마니아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다, 에혀~--;
암튼 저 북플의 정보를 계기로 내가 오지랖이 넓다는 걸 알게 되었을 따름이고~.
무한 오지랖, 이것저것 관심분야가 많다는 얘기는 진득하게 한우물을 파지 못한다는 것일텐데,
엉덩이가 무겁다 못해 뚱뚱한 나의 전력으로 미루어봤을때, 또 타당성이 미약하다.
이런 '북플의 정보'가 정확하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선,
기준이나 잣대를 통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게 정보입네하고 명함을 내밀기 위해선, 모집단의 수가 많아야 하고 경우의 수 또한 여러가지여야 되지 않을까?
북플 얘기는 이쯤하고, '이경원'의 '첫눈에 반하지 마라'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이 '골상학' 책인줄 알고 보게 되었다는 얘긴 지난 번에 했고,
이 책의 부제라 할 수 있는'나에게 맞는 배우자 찾는 법'조차도 기준이나 잣대가 애매하고 모호하기만 하다.
한의학과 대체의학 또는 자연의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때로 주류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이유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삶을 살수록 뻔히 보이는 미래의 불행을 모르는채,
자신과 맞지 않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 하는 배우자가 많은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이자 의사로서 '100명을 만나기 전에 이 책부터 보라'며 책을 내게 되었단다.
외모로 미래의 체형과 건강, 성격, 속궁합까지 예측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고 있는데,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지혜까지도 담겨 있단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직접 그린 300여컷의 일러스트와 사진을 첨부하였다고도 한다.
그런데, 기준이나 잣대도 좋고,
모집단과 경우의 수도 차치하고,
이 책의 부제는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는 법'인데,
저 사진 속의 문장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극히 남자의 관점에서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여 쓰여진,
아니 백번 양보하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글쓴이의 주관이 짙다.
약간 건조하고 차분한 목소리란 어떤 것일까?
고음과 저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게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기준이 적용되는지 의심스러운 것은 바로 '끈적끈적한 목소리는 깐깐한 사람이다'라고 표현한 부분 때문이다.
흔히 끈적끈적하다고 하면 성적인 부분과 연관시켜 섹시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지,
그걸 깐깐하다고 하게 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차분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깐깐하다고 하게 되지는 않나?
이 경우는 '끈적끈적하다'보다는 '찰지다'가 더 적절할 것 같다.
예로 든 경우도 하나 같이 이해하기 힘들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나온 미국인 남자가 하버드대학교 파티에 갔다가 한국인 여자를 만나게 된 얘기같은 경우 말이다.
그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자 여자가 관심을 보인것까지는 그렇다치고,
그당시 미국인 다섯명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왜 필요한건지 모르겠다.
다섯명의 미국인 여자들은 하나같이 뀌어난 금발이었는데,
자기를 알아주고 존경해주는것 같아 좋아서 그리 예쁘게 생기지 않은 한국인 여자를 택했다는 말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체형과 건강과의 연관성을 얘기하면서도 그렇다.
유방이 큰 여자, 자궁근종 있다. 같은 소제목도 위험하다.
몇명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했는지, 몇가지 경우의 수를 검사했는지 모호하다.
그런 사람을 한명 본 것만으로는 용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외모로 미래의 체형과 건강, 성격, 속궁합까지 예측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고 있는데,
사람의 외모를 갖고 분류하는 기준이 단지 세가지뿐이다.
이건 사상체질이나 ABO혈액형보다도 한가지가 적다.
사랑호르몬의 유효기간은 3개월에서 1년이라고 하며 사랑 만으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사주보다는 말 궁합을 중요시하라는 건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고,
이성을 만나기 전에 먼저 부모를 만나서 그 집안 혈통을 보란다, ㅋ~.
(목소리 엄청 중요시 한다.)
그리고 꼭 피해야할 사람들로, 대단한 비법을 전수하는 듯 몇가지 예를 드는데,
살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운전할때 성격이 드러난다.(여기서도 여성비하발언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빨리 걷는 자는 작단다.
게으른 듯 유유자적한 움직임은 내면에 엄청난 실력을 갖춰야 한단다.
남의 말을 끊고 자기 말만 목청 높여 하는 사람, 이메일을 쓸때 띄어쓰기 줄바꾸기 안하고 빽빽하게 쓰는 사람은 이기적이라며,
이런 사람은 성격이 집요하고 끈질긴 사람으로 피하는게 상책이란다.
여기서 새치기에서 사기치기로 비약을 시키는데,
새치기가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새치기에서 어떻게 사기치기로 비약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1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비방이나 비법 전수서 같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일부분의 편협한, 또는 모두가 다 아는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환자를 다루는 사람은 지극히 일부분의 것을 크게 확대하여 전체적인 것으로,
제한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그리고 이 책이 환자가 아니라,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 사람 내지는 사위와 며느리를 찾는 사람들이 보는 책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두루뭉술해서는 기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분류를 할 수도 없다.
'내배엽은 몸통이 크다'라고 해놓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예외를 인정해 버리고,
중배엽, 외배엽에도 그런 예외가 있다면 기준이 모호해져 버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가만보니,
이 사람의 홈페이지가 있어서 진료도 할 수 있고, 건강보조식품 이딴것도 판매할 수 있고 그렇더라.
그러니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나처럼 책의 제목에 현혹되어 이런 책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다.
첫눈에 반하지 마라
이경원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