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7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난국 미생 7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만화책까지 사서 읽는다고 하면...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다.

만화책 같은건 사서 읽을만큼의 가치가 없다, 는 그런 의미인가 보다.

하지만 난 만화책이건, 화보집이건, 시집이건, 글자가 빼곡하게 들어찬 책이건, 간에 책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 책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할 일 없이 知人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내가 그에게 준 아끼는 책을, 그는 직장동료에게 또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책을 꼭 보고싶다는 부장님이라고 하면서, 박사라고 토를 다는데...

난 제대로 빈정이 상해주셨다.

 

꼭 보고싶은 책 한권 제돈 주고 못 사는데, 부장이면 뭐하고 박사이면 뭐하냐 싶어서...

난 전후사정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내멋대로 쏘아붙였다.

 

책을 읽는 목적은 책을 통해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포장하여 얘기했다.

실은, 독서를 통해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백날 독서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도 하였다.

 

이쯤되면 나의 심통을 눈치채 주어야 하는데,

헐~, 설상가상 훌륭한 분이시란다.

난 이번엔 知人에게 대놓고 사람보는 안목의 소박함에 실망했다며 툴툴거렸다.

 

책의 가치는 그런 것일게다.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적인 사람들로 인식되기 쉽고,

그리하여 삶을 소외시키거나, 삶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을 논한다고 인식되기가 쉬운데...

책은 삶 그 자체이고,

따라서 책의 기능은 사람의 삶을 표현해 내는 것이니만큼,

우리는 책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정민의 말을 슬쩍 변용하여 인용하게 되는데,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인간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정민'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사람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이 열광한다는 '미생'을 읽었다.

미생 7권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이 대목이었다.

오선임이 장그래에게,

"어설프게 알지도 못하는 용어 갖다 붙이지 말라고.알고 싶으면 기다려!

 실체적으로 알고 싶으면 몸과 머리가 따라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 먼저가 아니란 말이야!

 왜 그렇게 조급해?"

라고 조언하는 저 부분 말이다.

 

그리고는 돈 10만원을 건네주며 뭐든 사서 팔아보라고 한다.

상사는 '장사를 하는 회사'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자네가 지금 한 말은 아무 소용없는 거야. 쓸모없는 말을 한거라고.'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기는 거. 덧붙이자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거. 장사지.'라고 한다.

뒤돌아선 오선임의 등뒤로 '아이템을 정하는 것보다 장사의 기본을 알라고.'라는 말풍선이 뜨는데,

완전 포스 작렬이다.

 

 

자유라는 말로 자기 바둑을 미루는 사람은 없다.

자유는 바둑판 안에서 비로소 날개를 단다.

이구절들도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맡은바 소임이나 책임을,

버겁거나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힘겹게 느껴져 포기하거나 미룬다고 하여,

그 순간을 비껴간다고 하여, 그게 자유는 아닐게다.

구속이나 제약, 속박이라는 전제가 있었을 경우에...

자유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경계나 범위가 없다면 자유를 논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독서가 사람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듯이,

직장 생활 또한 삶 내지는 인간에 대한 존중을 넘어서는 것이어서는 안될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독서를 하고도 행동으로 옮겨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삶 또한 마음으로 익히고 몸으로 느껴야 살아지는 것일게다.

난 여기에 지위나 직함 따위에 연연해 하는 걸 경계할 것을 추가하고 싶다.

 

누가 말하길 사람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책을 제대로 보면 사람이 무거워지고, 함부로 하면 사람이 경박해진다고 했는데,

난 빈정이 좀 상했기로서니...제대로 경박해진것을 보면,

책을 함부로 읽었나 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3-07-11 17:10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네요
전 언제나 님 편이에요
저도 만화책 사서 읽어요
천계영 오디션부터 사서 읽었답니다

양철나무꾼 2013-07-17 14:31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제 편이 있어서 무한 든든하다는...ㅋ~.
전 만화책도 '언제나' 사서 읽는 부류는 아니구여.
전 만화책은 '고스트 바둑왕'잼나게 읽었습니다여, ㅋ~.

2013-07-1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7-11 22:13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만화책 많아요.
아니, 아름다운 '책'이 많지요.
저는 날마다 만화책 몇 권씩은 읽는 듯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3-07-17 14:34   좋아요 1 | URL
네, 세상에는 아름답고 좋은 책들이 많지요.
때론 아름답고 좋은 책이 좀 덜 재밌을 때도 있어서 그렇지요, ㅋ~.

북극곰 2013-07-12 08:5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빈정상하는 마음 알아요. +>+
그러니까 몇 읽지도 않았지만, 저도 함부로 책을 읽었던 걸까요? ^^

스탄 갯츠 음악 오늘 날씨에 무척 어울려요~!

양철나무꾼 2013-07-17 14:36   좋아요 1 | URL
저 여자 보고 있으면, 요술쟁이 '지니'생각나요.
오늘 같이 기분 꿀꿀 한날, 저런 지니 한명 있으면 꿀꿀함 따윈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ㅋ~.

푸른희망 2013-07-12 10:01   좋아요 1 | URL
하고싶으신 말이 뭔지 알거같아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냥 책을 읽는 사람인거지 진짜 실천하는 사람은 다른거더군요... 그리고 저도 만화 사서 읽어요.. ^^ 내것이 아니면 불안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3-07-17 14:38   좋아요 1 | URL
푸른희망님, 반갑습니다.

'불안'이라고 하셔서리, ㅋ~.
그게 강박이 되면 '병'입니다여, ㅋ~.
우리 손 '꼬옥~' 잡고 조심하자구요.

하늘바람 2015-01-09 11:04   좋아요 1 | URL
미생리뷰를 추천한다는 북플 댓글로 리뷰 다시 읽었어요
왜케 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