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건강이 안 좋으셨군요.
십 수년 전에도 고생을 한 적이 있으신데,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라면, 혼나셔야 해요.
관리 소홀의 책임이 커요, ㅋ~.
전 요즘 김영민의 '공부론'을 다시 보고 있어요.
김영민의 공부론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인이불발(引而不發)이라고 하여, 활을 당기되 쏘지 않는 일,
즉 '알면서 모른 체하기'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것,
가려운 곳을 긁는 것,
기침을 하는 것 등은 결코 숨길 수 없다죠.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하는 것이요.
왜 그러셨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心身으로다가 잘 조절하셔서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불교의 '자'와 '비'의 의미와 '내려 놓음'을 약간은 깨달은 바 있어
그동안의 님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한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어서 치마폭 자랑을 해보려구요.
'내려놓음'은 님을 반성하는 의미가 아니라 님을 아끼고 사랑하는 의미로 챙겨가지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내려 놓을려고 해서가 아니라 내려놓지 않으면 연명하기 어렵다는 말이 가슴에 '콕~!'하고 와서 박혀 버려서말이지요.
그래서 반야심경보다는 태허의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욕심의 반대 개념이라도고 볼 수 있는, 자기애는 챙겨가져야 한다는 것일테니까요.
시간은 쏜살 같이 흐른다고 하셔서 생각난건데요,
활을 당기는 것과,
잠시 숨조차 멈추는 그 '사이'와,
화살을 쏘는 것, 이 하나의 연결 동작 같지만...
잘게 나누다보면 경계가 있는 일이지요.
활 시위를 힘껏 당긴 후,
화살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한 잠깐의 쉼, 멈춤(止)이라고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냥 내려놓는다고 하기엔,
님의 그간 이곳에 들인 공과 애정을 부정해 버리는 꼴이 되잖아요.
또 한가지,
갑자기 생기게 된 여유라고 하여,
너무 생각에 연연해 하지 마시라는 거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생각에 연연하다가 공상으로 사상누각을 쌓지 마시고,
그저 말끄러미 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들도 읽으시되,
그냥 본다는 느낌으로 하시구요,
컴퓨터나 텔레비젼이나 그 밖의 것들도 그냥 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맑은 날엔 해님의 고마움을 모르게 마련이지요.
가끔 해님을 향하여 땡큐도 날려주시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광합성도 한번씩 해주시구요.
이런 말이 님을 이곳 알라딘 서재에 마냥 잡아두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님이 계셔서 이곳이 조금 더 환하고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제겐.
소식 남겨 주셔서 반가운 마음에 몇 자 적는다는 게 길어졌습니다.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염력을 날려드릴테니,
어서 쾌차하셔서 이곳에서 웃으며 뵐 수 있기 고대하겠습니다.
요즘 제가 아껴 읽는 시 한편은 덤으로요.
산등성이를 건너다보며
- 이 건 청 -
지난 겨울 나는 어느 절간 요사채에
방 하나를 빌려 빈둥빈둥 놀면서
절간 건너편 산등성이를 바라보곤 하였다.
어떤 땐 하루 종일 산등성이만 건너다보기도 하였다.
산등성이 위로 구름이 흐르고,
황조롱이 같은 놈이
자작나무 가지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별안간 긴한 볼일이라도 생긴 듯 펄쩍 날아
옆 골짝으로 사라지곤 하였다.
밤이 되면 산비탈 모두가
깜장이 되어 초롱초롱한 별을 띄워 올리곤 하였는데
어느 날 나는 산등성이 풀덤불에 무덤 하나가
버려져 있는 걸 창자내었다.
죽은 자를 거기 묻었던 사람들도
모두 늙어 죽었는지, 무덤은 잊혀지고
지워지면서 낮은 흙더미만 남아 있었다.
조그만 흙더미가 삭은 뼈를 보듬고 있는 거기서
절간 요사채에 빈둥거리는 나 사이는
영겁인 것도 같고 지척인 것도 같았는데
창 너머로 산등성이를 자세히 보면서
그 무덤이 그냥 버려진 것이 아닌 걸 알게 되었다.
가끔은 이 산에 사는 고라니가 와서 쉬다 가고
숱하게 많은 새들도 들렀다 가곤 하였는데
한낮의 고라니도, 흰 구름도 황조롱이도,
한밤 초롱초롱한 별떨기까지도 사람들이 잊어버린 삭은 뼈와 막역해져서
각각의 몸짓으로 적멸 속을 넘나들고 있음을 알았다.
그냥 산등성이처럼 건너다보이는 거기가
피안이고 화엄인 걸 알게 되었다.
왠지 이 책도 觀하는 데는 좋을 것 같아서 골라봤어요.
영원에서 영원으로
불필 지음 / 김영사 /
2012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