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넋 놓고 앉아서 듣다가,
(역쉬~깔때기 정봉주답게 얘기가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다른 날보다 한 10분쯤 늦게 출발했는데 한 시간가량 늦어버렸다. 

친구에게 툴툴거리며 문자를 보냈더니,
위로랍시고 이런 난해한 시를 보내왔다~ㅠ.ㅠ  

         차가 막힌다고 함은 
                               -  김 연 신 -

차가 막힌다고 함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수용능력보다 차의 대수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표면적보다 차의 표면적이 많아서, 이제는 분명하다.
일정한 구간에서 차들의 표면적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에 가까이 도달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차들의 표면적의 합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수 여유 공간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을 초과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김장을 하러 다녀왔다.
말이 좋아 '김장을 하러'이고,
내가 한 일은 일종의 '기쁨조~!'
읍내에서 돼지고기 수육감으로 넉넉히 사고,
쌍화탕 달여 레토르트파우치에 담고,
OO댁 큰며느리를 강조해가며 함박웃음을 웃어주고,
밭에서 배추 뽑고 절이고 하느라 고생하신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해수찜 가는 게 '하이라이트'
이 분 저 분, 마른 등을 밀다가...병 중에 여위셨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도 찔끔~ㅠ.ㅠ
동네로 돌아가는 길,
까만 밤하늘에 반달이 걸렸더라.
 

             반  달
                    - 함 민 복 -

그대도 달을 보고 있는가

반쪽을 그대가 보고 있는 달로 채워본다
어이 웃는가, 내 혹 그대 마음 베꼈는가?

가을벌레 울음 여울에
몸이 다 젖었을

그대도 나도
반달 

하늘에 뜬 반달 
바다에 뜬 반달

합하면 만월滿月이라고 말하지 말게
그냥 어깨에 슬며시 손을 얹어주시게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꽃봇대
  함민복 지음, 황중환 그림 /
  대상미디어 / 2011년 11월 

 
 

 

  아키버드 (Aquibird) - 오소소
  아키버드 (Aquibird)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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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2-05 15:58   좋아요 0 | URL
좋은 시 보고 가요. 오랜만에 ^^ 책도 보관함에 넣고..보관함에 책이 삼천만원이 넘었네요. 헉.

양철나무꾼 2011-12-09 12:38   좋아요 0 | URL
어머~반가워요!
즐찾해 놓고 몰래 엿보기만 했었는데...
섬세하고 결 고운 시를 쓰시던 시인 `OO`님이시군요.

자주 뵈요~^^

전호인 2011-12-05 16:01   좋아요 0 | URL
반달을 여러번 낭송해봅니다.
시가 상념에 들게 하는군요.^^

양철나무꾼 2011-12-09 12:36   좋아요 0 | URL
함민복 님, 이 시도 좋죠~^^
요번 시집, 시화집인데 그림도 이쁘더군요!

하늘바람 2011-12-05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님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가요,
김장 담그고 오셨는데 안 힘드세요? 그런데 툴툴대는 모습은 없으시니
참 본받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12-09 12:34   좋아요 0 | URL
저라고 왜 안 툴툴거리겠어요?
저 하도 툴툴거려서 `대나무 숲` 제대로 키우는 거 모르셨구나~^^
전 하늘바람님이 본 받고싶어요~!

2011-12-06 00:13   좋아요 0 | URL
수육 맛있겠다. 김장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양철님의 발랄한 모습이 그려지네요.
노래도 잘 들었어요.^^

양철나무꾼 2011-12-09 12:32   좋아요 0 | URL
수육 직접 안 삶고, 맞춰버렸다고 혼났어요~ㅠ.ㅠ
하지만,내가 삶았으면 아무도 못 먹었을거라는~^^

제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발랄하다고 표현해 주시고...보신듯~^^
그쵸, 한마리의 아기곰이 뒤뚱거리는 것 같았죠, ㅋ~^^

잉크냄새 2011-12-06 15:26   좋아요 0 | URL
저 <쨍한 사랑 노래>는 문학과 지성 300번째 기념 시집이군요.
시를 읽지 않은지 오래되어 다 가물가물...

양철나무꾼 2011-12-09 12:28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오랫만이시네요.
왠지 님의 닉은 시를 읽는것보다는 노트에 곱게 베껴쓰는거랑 더 잘 어울릴것 같다는~^^
참, 여행기랑 여행 사진 업글하셨어요?
마실가야겠당~!

2011-12-08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9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2-09 12:58   좋아요 0 | URL
맞아, 저번에 이 페이퍼를 읽을 때
그때도 생각한건데, 이 구절 딱 좋아.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의심없이 타인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연습 중이랍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