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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김정욱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8월
평점 :
'어떤 날'의 '출발'이 맞을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는거다'란 구절이 나온다.
책을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주문하였고,
땡큐하게도 '당일배송'되어 내 손에 쥐어졌다.
책은 재생지를 사용하여 내 마음과 눈도 배려하였다.
책표지 디자인도 깔끔했고,책 속 내용이나 자료 하나 하나 꼼꼼하고 충실하다.
내 마음만 날림이어서 살짝 창피했다.
여름휴가 때 얘기를 해야겠다.
되게 오랫만에 주어지는 넉넉하고 한가로운 휴가였고,
이 동네의 누군가와 인증샷을 약속하기도 했었다.
남편과 나는 아랫지방으로 도로와 강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사진이 예쁘게 나올 곳에 차를 세우라고 했고,
남편은 포크레인과 흙더미가 보이는 곳에서 멈추었다.
남편은 강바닥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마을과 논밭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거렸고,
나는 교묘히 피해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만을 찍어댔다.
새만금 근처의 어디였다.
일상으로 돌아와 그 사진들을 바라보니,
마을과 논밭이 잘려나간 하늘은 공허하기만 했다.

어제 표지 사진을 봤을때,중국의 황하를 보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4대강인데 황하를 얘기할 리가 없지...했었는데,
이 사진이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 지점'사진이고,4대강 토건공사로 낙동강 본류의 탁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을 보고는...황하라고 오해했을 때보다 더 슬펐다.
이 책은 언성을 높이거나 흥분하는 일 없이...조곤조곤 하고 싶은 얘기를 찬찬히 한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되는가?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가?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다.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고 도덕의 문제이다.(17쪽)'
내가 이 책을 내 감상 위주로 훑어나가는 경향이 있는데,이 책은 논리정연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자의 양심을 엿보았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는 우리의 생명과,우리의 국토와,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겸허하게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을 읽기 전,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던 부분도,명확하게 짚어준다.
<4대강 살리기>에서 '살리기'는 우리가 주장하는 자연과 생명의 동의어인데...
정부가 갖다 붙인 '살리기'도 같은 뜻으로 쓰였는가?
저자 '김정욱'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며,올바른 언어는 사물의 진실을 제대로 알게 해주며,진실을 반영하는 언어는 올바른 실천을 이끈다'고 얘기한다.
'4대강 살리기'의 올바른 이름은 '4대강 토목건축','한반도 대운하 토건공사'라고 못박고 있다.
이것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이름을 당당히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라고 한다.
2장에서는 '정부의 일곱가지 주장이 허구'라고 하고 있는데,
이를 거창한 정의나 논리로가 아닌,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과학과 상식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진실을 알리는 보고서여서만이 아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고,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
다시말해,그들의'4대강 살리기'를 반대하는 것과 강을 죽이지 말라고 외치는 것이다.
저자 '김정욱'은 맺음말에서 '땅을 정복하라'는 기독교 정신이 오독되고 있다고 얘기한다.'정복하라'는 히브리 원어에서 '가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맺음말의 다른 구절들은 생략한다.
너무 예쁘고 깊은 깨달음을 준다.
리뷰로 다 풀어내려니까,아까워서 살짝 심술이 난다.
사서 일독하시기를~
충분히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