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야식으로 시작한 달걀은 맥주로 이어졌다.
알콜 냄새와 땀 냄새를 폴폴~풍기며 잠이 든 때문인지, 
모기에게 맘에도 없는 수혈을 하였다.
콧잔등,귓볼과 눈꺼풀...어떻게 이렇게 되도록 모르고 잠을 잘 수가 있었나 싶다. 
잘 안보이는 한 눈으로 더듬어 냉동실의 얼음을 꺼내다가,
얼음을 발등에 떨어 뜨렸는데...너무 아프다.
눈의 부기를 빼기 위해 사용하려던 얼음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눈에 아무 연고나 찍어 바른다.
'쏴~'금방 시원해지다 못해 시려워 눈물이 난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어떤 차가 '떡~'하니 내 차를 가로막고,
단정히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걸어 잠그셨다.
다른 때라면 쿨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했겠지만,
쑥대밭의 얼굴을 대중에게 들이미는 거야말로 대중의 눈을 '오염'시키는 거다.
안개인지 비인지 내려앉은 거리를 햇볕차단용 선그라스를 끼고 걸으려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머리에 꽃 꽂을 수준이다.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 이 면 우 -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쓰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되면 그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동네 어느 누군가는 인터넷 중독이라며 자체 치유에 들어갔다. 
살짝 부럽다.
난 인터넷 중독'증'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폐인 수준이다.
(아마도 이곳 서재 오픈 이래,최단시간에 폐인에 등극하지 않았을까?)
증상은 개선이 가능하지만, 폐인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가 없는 이 동네는 살짝 허전하고 쓸쓸할 것이다.  
 

달력을 보니,8월13일 금요일이다.
'13일의 금요일'의 액땜 치고는 나쁘지 않은거다.
뭐,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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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3 17:05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 2010-08-13 17:39   좋아요 0 | URL
아...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정말 좋습니다. 마음에 쏙 들어오네요.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0-08-13 17:42   좋아요 0 | URL
네,저도 넘 아끼는 시집이예요~
아껴두고 오늘 같은 날 꺼내 야금야금 읽어요.

2010-08-13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8-13 18:00   좋아요 0 | URL
쑥대밭의 얼굴을 대중에게 들이미는 거야말로 대중의 눈을 '오염'시키는 거다...재밌는 표현이에요..ㅋㅋ 근데, 얼마나 깊게 주무셨길래 모기 물리신줄도 모르고~ 알콜의 효력인가요?^^

양철나무꾼 2010-08-13 21:42   좋아요 0 | URL
제가 독한 술은 좀 되는데,맥주가 좀 안 되네요~^^
건 아니고 '아즘'마인드 인듯~
비싼 술 먹고는 돈 아까우니 고이 주무셔야 할 것 같고,
괜히 맥주 마시고 흥청거리는 거죠,헤~~~^^

마녀고양이 2010-08-13 18:00   좋아요 0 | URL
아침에 13일의 금요일이 확 눈에 띄더만여.
그래두..... 난 별일 없이 잘 보내는 중.
코알라 하늘교육 수업 때문에, 집에 에어컨을 켜놨더니 그저 행복해여~ 흐.

양철나무꾼 2010-08-13 21:49   좋아요 0 | URL
쾌적 실내분위면,울 마고님 기분은 쾌청?

우리 적어도 날씨 따위에 좌우되지는 맙시다~!!!
(저요?저 며칠째 날씨에 따라 급변 중~꼭 조울이 같음!)

마녀고양이 2010-08-14 10:50   좋아요 0 | URL
난 아프지 않고 주위 환경 쾌청하고 배 무지하게 고프지 않으면,,
대충 기분 괜찮은 편이예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0-08-15 16:24   좋아요 0 | URL
2010년 8월15일, 오후 4시를 좀 넘은 현재,
나도 아프지 않고,주위 환경 쾌청하고,배 무지 고프지 않음.
고로...대충 기분 괜찮음~^^

비로그인 2010-08-13 23:19   좋아요 0 | URL
^^..
모기도 담날 좀 숙취에 고생했겠습니다.
전 오늘밤 청하 한잔과 함께 마무리하려고요.

양철나무꾼 2010-08-14 01:23   좋아요 0 | URL
오늘은 청하 한잔 하는 집으로 갔나 봅니다.
아직 '안녕~'한 걸 보면~^^

내 자신을 향하여,나의 그녀를 향하여
'오겡끼 데스까~'한번 소리쳐 주고 싶은 밤입니다~^^

비로그인 2010-08-14 02:57   좋아요 0 | URL
삶은 달걀과 맥주, 모기, 발등에 떨어진 얼음, 선글라스 그리고 한 편의 시...
독립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네요.
저도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양철나무꾼 2010-08-14 03:12   좋아요 0 | URL
그 다음은,
한편의 시,하얀 쌀밥,역시나 뜨거워서 흘리는 눈물 한방울,술 한잔 없이도 취할 수 있는 밤,하지만 머릿 속은 더 또렷해지는 밤...입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어머니 방 창문 살짝 닫아드리세요~^^
효녀 후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