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 오시는 주말이다.
알라딘 서재 한편에선 후애님을 만나러 간다고 설레이는데...쫌 부럽다.
난 중요한 일처리 몇 개 하고,
동동주에 파전이 아니고,따뜻한 커피와 바스락거리는 과자 몇개를 가지고,
배깔고 누워서 책이나 봐야겠다.
읽을 책들의 무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느라,
마음이 젖을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감정이 무딘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감정이 행위를 수반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혼자만의 감정이야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행위가 수반되어 '구체화'되면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 파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내 자신의 감정에 비겁하다.
그렇다보니,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힘이 되고,축복이라며 최면을 걸게 되고,
얼굴을 볼 수 있음 이상으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는 '그의 어떤 면'이나,'그가 어떻기 때문에'좋은 것이 아니라,
그의 모든 면을 통틀어 온전히 좋아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내게,
오랫동안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내면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산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은,
그가 웃거나 찡그릴 때 생기는 얼굴의 작은 주름을 기억하는 거나,
조금씩 움추러드는 어깨를 기억하는 것 만큼이나 값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너무 오래 아파...그가 웃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괜찮아,괜찮아...다 괜찮아.'하고 그를 토닥여주고 싶다.
그동안 비가 좋다던 그였기에,
내리는 비가 나 대신 그를 어루만져주겠지 하고 살았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그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신동문의 시 한구절을 들먹이지 않아도,
떨어진 마음을 마음이 우산받고 있는 것이라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들어 놓는다.
<밀레니엄>을 읽기 위해 체력 안배를 해왔다.아흑~
최규석은 <울기에 좀 애매한>만 새로 읽어주면 되고,
나머지는 훑어 보면 된다.이쯤이면 딴 생각 안하고 주말을 보낼 수 있겠지?...!
주말에 읽을 책들,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책들,





주말 내내 끼고 있을 음반,


우 산
- 신 동 문 -
우산은 비가 내리는 때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젖어 있는 마음은 언제나 우산을 받는다. 그러나 찢어진 紙우산 같은 마음은 아무래도 젖어만 있다. 더구나 웃음이나 울음이 나와 표정으로 인간이 漏電되어 몸속으로 배어올 때는 발 댈 곳 손 짚을 곳 없이 지리지리 마음이 저려온다. 저리는 눈으로 내다보는 앙상한 우산살 사이의 하늘은 비가 오나 안 오나 간에 언제나 회색 진 저기압인데 그런 氣象이 벗겨지지않는 것은 떨어진 마음을 마음이 우산 받고 있는 것이라 내 손도 누구의 손도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