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 - 지금 당장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것들
리처드 칼슨 지음, 이창식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햇살이 너무 좋았다.
모처럼 일찍 일어나 햇살바라기를 하고 앉아 있다가,
침대 커버랑 이불을 뜯어 욕조에 담가 발레하는 사람마냥 발을 통통 튕겨 가며 빨아 널었다. 

은근 재밌어서 이번엔 아들 방의 것도 가져다 빨았다.
근데 한꺼번에 빠니,널 곳도 없을 뿐더러 지쳐서 꼼짝도 못하겠다.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大자로 누우니,
나도 빨래인양 햇살은 골고루 넉넉하다. 

모처럼 내가 야무진 살림꾼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런게 사람들이 얘기하는 작고 소소한 행복인가 보다.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를 읽었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모든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이,
이 책도 뭔가를 깨닫고 얻어가져야 겠다고 생각하고 꼼꼼히 따라 읽다보면 당연한 내용이어서 좀 허무하긴 하지만,
살면서 그 당연한 것들이 바로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하고 실수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하는 걸 되새기면,
이 당연한 내용들이 묘한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의 저자 '리차드 칼튼'은 뭔가를 홍보하려고 2006년12월에 비행기를 탔다가 폐색전으로 사망하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녀고양이님이 두번 생각이 났는데, 
한번은 '행복에 목숨 걸고 살겠다'던 댓글이 떠올라서였고,
(그런데 이 책이 얘기하는 건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작은 사소한 것뿐만이 아니라,큰 사소한 것에도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또 한번은 책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을 적어보라.'는 구절을 보면서였다. 
마녀고양이님이 자주 애용하는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장터에서 장보기>등의 Wish List,happy List가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란 말이니,원~
 
번역에 관한 얘기를 좀 해야겠다. 
이 책의 원서는 2002년 10월에 출간되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이 2004년 8월이었고 베스트셀러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 후속편 격인 <행복에 목숨 걸지 말라>가 지금 번역되어 나왔다는 게 좀 이상했다.

전작의 원제<Don't sweat the small stuff>가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마라>로 번역된 것은 당연하지만,
이 책의 원제 <What about the big stuff?-finding stretch and moving forward when the stakes>가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작에서 '작은'사소한 것에 대처하는 법'이 얘기되었으니까,
이 책은 '큰' 사소한 것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지만,
만약 우리말 번역도 곧이곧대로 '큰 사소한 것은 어떻게 해?'가 되었다면,
재미없는 번역임은 말할 것도 없고 상품으로서의 값어치도 떨어졌을 것이다.
때문에 원제와의 연관성과 전작과의 연관성을 모두 고려한 제목 <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에 들어가서 미리보기가 되는 앞 부분을 원작과 비교해 보았다.
rewrite 수준인데,원작보다 쉽게 읽히고 이해도 잘 된다.
웬만한 내공으론 이런 번역이 나와 줄 수 없겠다 싶다. 
때문에 이제서야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엥,아님 말고~ㅠ.ㅠ)

번역을 할때,
원작에 충실해야 하나,아님 독자들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돼야 하나를 놓고 종종 고민하게 된다.
근데 이 둘은 동전의 양면성 같은 거여서 함께 갈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이분의 내공에 감탄할 수도 있고,좋아할 수도 있다.

자기계발서로의 점수는 그리 높게 줄 수 없다.
하지만,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좋은 참고서 한권을 갖게 돼 행복하다.

한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지금 당장은 큰 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소한 일임을 깨닫게 된단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그것들에 목숨 걸지 말고,모두 버리라고 얘기한다.

근데,어쩌지?
행복해지기 위해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결국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책은 얘기하고 있는데...
마녀고양이님에게 알려줘,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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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7-27 20:05   좋아요 0 | URL
행복에 목숨 걸고 싶은데 그게 결국 불행하게 만든다니...ㅠ.ㅠ
목숨걸지 말고 슬슬 즐기며 살아야겠어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7-28 01:05   좋아요 0 | URL
근데,또 이 말이 아이러니컬 한 것이...
이딴 건에 목숨 걸지말라고 얘기한 '리처드 칼슨'이 폐색전으로 세상을 달리한 게 40대랍니다~^^

꿈꾸는섬 2010-07-28 20:41   좋아요 0 | URL
폐색전으로 사망한게 40대라뇨. 정말 아이러니네요.

양철나무꾼 2010-08-02 01:21   좋아요 0 | URL
그쵸?한참 벌여놓은 일들도 많고 액티브하게 움직일 나이였을텐데...
책에 911테러 관련 얘기가 나와서 전 더 맘 아팠어요~ㅠ.ㅠ

비로그인 2010-07-27 20:48   좋아요 0 | URL
고집 쎈 여자?라 알려줘도 자기가 알고싶을 때 까지는 알려고 안할껄요?
푸히히~~~
일러 일러!

순오기 2010-07-27 21:04   좋아요 0 | URL
마기님과 동감!ㅋㅋㅋ
일러 일러 2 ^^

양철나무꾼 2010-07-28 01:07   좋아요 0 | URL
고집만 쎈 게 아니라 힘도 센 건 아닐까요?

세상에서 젤 재밌는게 불구경이랑 쌈구경이라는 데...이 참에 쌈구경을 한번 할까나?

비로그인 2010-07-28 09:04   좋아요 0 | URL
힘은 내가 더 쎄요!

마녀고양이 2010-07-28 10:03   좋아요 0 | URL
아하하... 다 읽었어염. 댓글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마라는 이미 몇년 전에 읽었고.
숨가쁘지만, 한번씩 멈춰설 줄 알자나요.
거기다 남들은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서 버티는걸
턱 하니 버렸는걸? 아하하~~~

나도 쓸거야, 몇년 후에. 마녀고양이가 살아가는 법 하고..

양철나무꾼 2010-08-02 01:2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가 사는법,쓰세요~
제가 젤 먼저 한 100부 쑤욱~ 땡겨서 선 주문 넣어드릴게요~^^

순오기 2010-07-27 21:06   좋아요 0 | URL
큰 사소한,이라니~ 앞뒤가 안 맞잖아요.ㅋㅋ

양철나무꾼 2010-07-28 01:11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 이창식 형님 진짜 멋지신거라니까요~

저절로 2010-07-28 09:37   좋아요 0 | URL
리처드의 '사소'는 제겐 좀 특별합니다.
첫사랑이지요. 머리 굵어지고 난 다음 제대로 된 첫 독서인 셈이었지요.
근데, 그가 사망했다니..저로서는 오늘 방금 막 사망한게 됩니다.
쫌..'멍'하네요.(그리도 내려놔라 놔라 하더니만, 정말 그치가 목숨을 내놨을지 누가.)

묵념..

양철나무꾼 2010-08-02 01:29   좋아요 0 | URL
'리처드'의 '사소'라고 하니 왠지 좀 특별한걸요~

같이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라는 멘트를 날려드려야 하는데,
한참을 님의 글을 곱씹고 앉아있었습니다~^^

제겐 '이창식'님이 그런 의미로 특별합니다.
제가 머리 굵어지고 난 다음 제대로 한 첫 독서가 이창식님의 번역본들이었어요~^^

마녀고양이 2010-07-28 10:0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휴가를 가면 언제 온다 하고 써놔야 할거 아녜여!! 투덜~

양철나무꾼 2010-08-02 01:33   좋아요 0 | URL
ㅎ,ㅎ...마녀고양이님~
노트북을 가져갔었기에...원하면 쪼르륵 접속할 수 있을 줄 알았죠~
근데,시골 가니...시골 아낙 되어 들로 산으로 쏘다니느라 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줄도 몰랐다나 어쨌다나~^^

암튼,마고님 밖에 없습니다~

gimssim 2010-07-28 14:56   좋아요 0 | URL
그럼 결론은 뭐든 목숨걸지 말고 설렁설렁(?)
제 생각엔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즐기라는 것 쯤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 책을 안읽어봐서...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베르나르 마리스 작)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는데 아직 덜 읽어서, 다 읽으면 리뷰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양철나무꾼 2010-08-02 01:34   좋아요 0 | URL
기대되는 걸요,빨리 읽고 리뷰올려주세요~^^

따라쟁이 2010-07-28 18:24   좋아요 0 | URL
뭔가 글에서 뽀송뽀송한 햇볕냄세가 나요. ^^

양철나무꾼 2010-08-02 01:38   좋아요 0 | URL
역쉬,역쉬,글에서 햇볕 냄새를 맡아주시는 따라쟁이님의 섬세한 공감각~^^
따라쟁이님은 센스쟁이~!!!

2010-07-3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촌토성 2010-08-05 16: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양철나무꾼님, 그게 아니고요~ 원고는 8년 전에 진작 넘겨줬는데 통무소식이라 폐기처분했나보다 생각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덜컥 나와 솔직히 나도 놀랐답니다. 아마 칼슨의 사망 소식에 자극 받은 게 아닐까 싶네요. 칼슨은 사장될 뻔한 자기 책을 가는 마당에 우리한테 선사하고 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잘 팔리는 것 같네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2010-08-0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촌토성 2010-08-07 19:4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위 비밀댓글이 안 보이네, 보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