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슬로우 
                                         
                                              - 김 해 자 -

 

큰 배가 항구에 접안하듯

큰 사랑은 죽을만큼 느리게 온다

나를 이끌어다오 작은 몸이여,

온몸의 힘 다 내려놓고

예인선 따라 가는 거대한 배처럼

큰 사랑은 그리 순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죽음에 가까운 속도로 온다

가도가도 망망한 바다

풀 어헤드로 달려왔으나

그대에게 닿기는 이리 힘들구나

서두르지 마라

나도 죽을 만치 숨죽이고 그대에게 가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이 시는 뭐랄까...품위가 있다.
공주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공주병 할 때의 그 공주가 아닌...나름대로의 품위와 품격을 갖췄다.
하지만,이 나름대로의 품격 때문인지,
내가 마지막 행에서 받는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 때문인지,
곁에 두고 쉬이 읽게 되지는 않는다.

내가 느끼는 사랑이란 것은,
비단옷 비단신 신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하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아픈 맘이나 몸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속정 깊은 것이다.
사랑이 삶과 닮은 것은...미화시키려 안간힘을 써도 미화시킬 수 없는 치열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치열함의 정도를 타인은 알 수 없듯이,사랑의 크기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로...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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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3 13:13   좋아요 0 | URL
나도 죽을 만치 숨죽이고 그대에게 가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찡해지는. ^^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마기님이 생각나세요? 마기님 좋겠네... ㅋ

양철나무꾼 2010-07-13 21:28   좋아요 0 | URL
마고님 하면 생각나는 시도 마련해 보죠~^^

비로그인 2010-07-13 17:53   좋아요 0 | URL
크고 잔잔한 사람이어서 가능한 사랑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됨됨이도...
안달하며 바둥거리는 애닲은 짓도 말없이 끌어안아 줄 수 있는 그런 큰 그릇을 가진 자의 사랑이네요.

도대체 오디서 저를 느끼신고예여?
울 나무꾼님께 내가 조금이라도 이런 이미지였다면...이거 너무 무안해지는데요.
인정하기는 힘들지만...나무꾼님의 그 마음만은 감사히 받을께요.
알러뷰 나무꾼님 ♥

양철나무꾼 2010-07-13 21:34   좋아요 0 | URL
마기님을 보면 '빙산의 일각''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뭐,이런 말들 생각나요~
왜 발은 단단하게 땅에다 붙이고,그 위로는 자유로울 수 있는 뭐 그런 거요~
하지만,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것 또한 마기님을 보면 생각나는 말이예요~

암튼,전 이 시 마지막 3연의 작중화자를 마기님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찡해져요~^^

꿈꾸는섬 2010-07-13 16:11   좋아요 0 | URL
마기님께 느껴지는 고귀한 품위와 품격...동감이요.^^

비로그인 2010-07-13 17:52   좋아요 0 | URL
왜그래 다들?

마녀고양이 2010-07-13 20:21   좋아요 0 | URL
어머,, 난 동의한적 없어염~ 헤헤. 메렁~

양철나무꾼 2010-07-13 21:37   좋아요 0 | URL
그쵸?꿈섬님~^^

마고님,왜 그러시는데요?
우리 작정하고 한번 이쪽으로 밀어붙여 보자니까요~^^

pjy 2010-07-13 18:13   좋아요 0 | URL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니!
전체적으로 참 우아하긴 한데...전 희망고문은 싫어하는 타입이라--;

양철나무꾼 2010-07-13 21:41   좋아요 0 | URL
전 그냥 고문도 싫어요~^^

근데,마기님을 보면 뭔가 미스테리한 기운이 폴폴 풍기는 것이...
마지막 3연은 마기님이 읊조리는 것 같다니까요~^^

비로그인 2010-07-13 23:01   좋아요 0 | URL
나를 너무 신비주의로 몰고있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