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슬로우
- 김 해 자 -
큰 배가 항구에 접안하듯
큰 사랑은 죽을만큼 느리게 온다
나를 이끌어다오 작은 몸이여,
온몸의 힘 다 내려놓고
예인선 따라 가는 거대한 배처럼
큰 사랑은 그리 순하고 조심스럽게 온다
죽음에 가까운 속도로 온다
가도가도 망망한 바다
풀 어헤드로 달려왔으나
그대에게 닿기는 이리 힘들구나
서두르지 마라
나도 죽을 만치 숨죽이고 그대에게 가고 있다
서러워하지 마라
이번 생엔 그대에게 다는 못 닿을 수도 있다.
이 시는 뭐랄까...품위가 있다.
공주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공주병 할 때의 그 공주가 아닌...나름대로의 품위와 품격을 갖췄다.
하지만,이 나름대로의 품격 때문인지,
내가 마지막 행에서 받는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 때문인지,
곁에 두고 쉬이 읽게 되지는 않는다.
내가 느끼는 사랑이란 것은,
비단옷 비단신 신고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하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아픈 맘이나 몸을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속정 깊은 것이다.
사랑이 삶과 닮은 것은...미화시키려 안간힘을 써도 미화시킬 수 없는 치열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의 치열함의 정도를 타인은 알 수 없듯이,사랑의 크기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고로...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