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좀 여리고,세상물정에 어둡다. 
무슨 일을 내손으로 해봤던 적도 없고, 
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 사람 불쌍하잖아~'이러면서,
내가 잘,잘못을 따져서 손해를 볼-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떠올리며
'내가 손해 좀 보고말지.'하고 덮어버렸었다. 
그리고 정작 난 마음 한구석에 한동안 응어리로 남겨 이렇게 저렇게 걸리적거린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 주 목요일 알라딘서점에 책 몇 권을 주문하였다. 

장바구니의 목록 중 며칠 후에나 준비되는 게 있어서, 
책을 빨리 배송받고 싶은 욕심에 당일 배송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걸로 나누어...
따로 주문을 넣었다. 

'알라딘 11주년 기념 선물'이 무지 탐났지만,
책을 빨리 배송받아 약간의 것들을 추가하여 다른 곳에 배송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빠른 배송을 위안삼고 있었다.

책을 오후2시 경에 주문하였으므로 당일 배송을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당일 배송되겠다는 친절한 문자까지 와서,
퇴근시간을 미뤄가며 기다렸건만 7시쯤 딸랑 익일 배송 예정이라는 안내문자가 왔다.  
급 좌절,OTL.

애니웨이,그렇담 그 다음날 오전 중으로는 배송이 되어야 하는 데,오후 2시경에 배송이 되었다. 
약간의 것들을 추가하여 포장을 다시 하고,
다른 택배를 이용하면 발송시간이 더 늦춰질까봐(중간에 주말이 끼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맞춰 한번 더 수거해가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였다.

내가 보낸 택배를 받아보고 미소 지을 상대방을 상상하며,내내 참 행복하였다. 
 
근데,오늘 아침 택배를 확인보니, 
받을 사람은 안 받았다고 하고,택배회사에서는 경비실 수령이라고 한다. 

이곳 저곳 알아보고 문의하다 보니,
본사에서는 지점으로,지점에서는 택배사원에게로 책임 전가하기 바쁘다. 

고백하자면,내 손으로 택배를 처음 보내봤다. 
그동안 오는 택배는 받아봤지만,내 손으로 택배를 보내보기는 처음이다. 
그래서,내 손으로 잘 해결해 보고  싶었다.

처음 본사로 문의 했을 때,인천 가좌라는 엉뚱한 주소를 되묻지만 않았어도, 
배송되어 경비실에서 받았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늦을수도 있지 하며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거다. 

하지만,지금 받을 사람이 중간에 끼는 수고를 끼쳤을 뿐더러,
오전 내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이러고 앉아있다. 

그동안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꼭 중간에 약자가 끼어 마음 아픈 상황이 발생할까봐 못하던 일을 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일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데서 오는 이 자괴감을 어쩔 것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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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2 13:55   좋아요 0 | URL
에고공~~
상심이 크셨겠다.
이제부턴 택배 보낼땐 엄포와 협박으로 단도리를 해야겠구만요.

양철나무꾼 2010-07-12 17:02   좋아요 0 | URL
넹~택배 보낼 때 뿐만 아니고,알라딘에서 택배 받을 때도 단도리를 하려구요.^^

마녀고양이 2010-07-12 14:4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저 때문에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
그런데 진짜 마음 약해.. 왜 그리 노심초사 하세요~
담에 제가 만나면, 세상 사람 다 무시해 버리고 큰소리 탕탕 치도록
확실한 교육을 시켜드리겠어요. ㅋㄷㅋㄷ. 글구.... 이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자기 탓 절대 하지 마셔염~ 띨한 택배 아찌 만나 고생했구나 하셔염~

선물......... 진짜 행복합니다.

양철나무꾼 2010-07-12 17:05   좋아요 0 | URL
행복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걸 준비하면서 저도 설레이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된거죠~

근데,한가지 이해 안가는 건...
제가 반듯하게 적어넣은 숫자를 만에 하나 잘못 읽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름이란게 있잖아요.
번지 수를 잘못 찾아갔더라도,그 사람이 그곳에 없으면 받아두지 않아야 하고,
그 사람이 그곳에 사는지 안 사는지는 확인하고 물건을 내려놔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경비아저씨랑 택배아저씨랑 둘다 미워요~ㅠ.ㅠ


꿈꾸는섬 2010-07-13 16:1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마음 고생이 심하셨군요.
마녀고양이님 서재에서 선물 자랑 페이퍼 보고 왔는데 무사히 잘 갔으니 다행이에요.

양철나무꾼 2010-07-13 21: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거죠,뭐~ㅠ.ㅠ
꿈섬님도 이렇게 위로해 주시고...제가 힘이 납니다~

루체오페르 2010-07-20 18:10   좋아요 0 | URL
김동영의 여행 에세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에 이런 구절이 나오죠. 정확하진 않지만...

주유소인가 식당을 갔는데 어떤 문제가 있어 그것을 해결해 주길 주인에게 부탁하니 체구가 작고 동양인이라고 깔보고 무시하며 안해주더랍니다. 갑자기 화가 나서 목소리도 크게, 태도를 강경하게 했더니 좀 놀라면서 해주더라고요. 그후에 뭔가 기분이 이상해 왜 그럴까 생각해고 순간 깨달았답니다. 그것은 일종의 해방감, 카타르시스 라고요. 조용하게 사는 평범한 삶을 살아오다 자신의 과거 모습과는 다른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요. 그리고 그것을 한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나는 그렇게 살아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새로운 면과 세상을 사는 지혜를 느꼈을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양면성이 있어 친절하고 선한 사람에게...고마워 더욱 잘해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얕잡아 보고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죠. 가려서 사람을 대할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후 이야기 들으니 다행이 처리는 잘 된것같습니다.

오늘 너무 더워요^^;

양철나무꾼 2010-07-20 21:15   좋아요 0 | URL
이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는 거,결코 자랑할 일은 아닌데...
이렇게들 위로해 주시니 기운이 납니다~

이렇게 이렇게 한뼘씩 성숙해지는 거겠죠~^^

김동영의 '여행에세이'...이것도 찾아봐야겠는걸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