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지랖이 많이 줄었지만,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ㅋ~.)
한때 내 오지랖은 저고리 앞자락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9폭 넓은 치마로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나 일인데도 감정 이입을 잘했고,
그리하여 필이 꽂히면 어떻게든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가야 직성이 풀렸고,
그러지 못할까봐 안달루시아가 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들은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예전처럼 일을 깔끔하게 해내지 못하고 후회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배우자의 주취 폭력으로 불우한 가정도 있었고,
지금은 흔한 질병이 되어버린, 연예인 병이라고 불리우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아이의 치아를 치료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여 보내줬더니,
중고 바이올린을 샀다고 자랑을 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향해선 오지랖을 떨면서,
정작 내 자신이 힘들거나 아픈건 알지 못했고, 알았더라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젠...
다른 사람은 힘들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힘들거나 아플때면 친구한테 얘기를 한다.
전후문맥을 따져서 조목조목 객관적으로 얘기하는게 아니라,
주관적으로 불쑥, 느낌이 떠오르는 대로 툭 툭 던져내는 식으로 얘기한다.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한번 걸러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친구에게 얘기를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져서,
내가 만든 안달루시아라는 지옥에선 탈출할 수 있다.
그런데 친구에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어쩜 내 얘기를 건성으로 듣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친구가 진지하게 듣고 어떤 조언이나 처방책이라도 내놓으려 들었다면,
내 성격 상, 어쩜 알량한 자존심에 입을 닫아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는 내가 얘기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카타르시스이고 힘이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암튼 내가 이렇게 중언부언 얘기하는 이유는,
지금 많이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어떤 식으로든' 힘이 돼주고 싶어서 이다.
처음엔 업무에서 비롯된 정신적으로 힘든 거였는데,
그래서 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그 정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며 가볍게 접근했었는데,
이젠 그 스트레스가 육신을 쳐서 몸의 통증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친구 덕분에 그럴 수 있었듯,
친구 또한 몸의 통증으로 안으로 움추러드는 것이 아니라,
떨쳐내고 걸어나오기를 바래서 이다.
힘들 때 그 힘듦 속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흠뻑 담금질하여,
바닥을 치고 빠져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때마다 친구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무심한듯,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분위기를 바꾸어,
며칠전 무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데,
김창옥이라는 사람이 무슨 강연을 하고 있는거라.
알고보니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은 '폼나게 가자, 내멋대로'였고,
김창옥이란 사람은 성악과 출신의 유튜브 조회수 3000만의 스타 강사였다.
그날 강연 내용이 전부 다 맘에 들지는 않았는데,
여자를 30대, 40대, 50대로 나누어 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자신을 얼마나 허물고 망가트릴 수 있느냐, 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을 해서 그런 것이고,
그밖의 것들이나 내용들은 유머러스하고 재미있었다.
이쁜 말을 하는 사람이랑 모국어가 좋은 사람(여기서 모국어는 어렸을때 부모님이 들려주시던 언어)을 택하라는 말이 와닿았다.
돈을 내고서라도 일부러 찾아 들을 의향이 있다.
유튜브에, 김창옥 님의 강의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안다.
(링크==>https://www.youtube.com/user/4freeshow)
이런 책들도 내셨단다.
그런 의미에서 가볍게 접근하고 싶어 구입했는데,
아직 손도 못댄 책이 있다.
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김지현 옮김 /
플레이타임 / 2018년 5월
'오늘 너무 슬플'때 들춰보려고 구입했는데,
말 그대로 아직 손도 못 댔다.
두께도 적당해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앴는데,
글자 색깔이 파란색이나 하늘색 정도로 좀 흐린 편이고, 글자 크기도 너무 작다.
펼치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 새에 눈을 찌푸리게 된다.
각자의 일들로 그렇게 그렇게 바쁜 세상이고,
어느 누구도 타인의 일상 따위엔 관심이 없는 세상이지만,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때 섣부른 위로나 조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주고,
'여기까지 잘 왔다'고 등 두드리며 얘기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어있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그대도 그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