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의 사랑 푸른도서관 42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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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동화와 소설의 개념이 너무 모호해졌다.

게다가 이 작품은 청소년소설보다 더 범위를 확장시켜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읽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 고민하기를,

연이라는 인물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기를 원했으나

푸른책들에서는 동화에 익숙했던 터라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힌다는 게 잠시 주춤거려졌다.

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읽어볼 만한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내가 아이들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일까?

 

조실부모한 연을 업어 키운 황업산이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홍문관 교리가 되어 명나라 사행길을 떠나는 상전을

감개무량하게 쳐다보는 시작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한 인재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나보다..하는 생각에 들떠서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그저 중간치기인 연과는 달리 좋은 배경과 뛰어난 두뇌를 갖고 있지만 벼슬길에 나설 수 없는

여인의 몸으로 태어난 걸 저주하며 갈수록 표독스럽게 변하는 기화가 평생 얽히는데

연보다는 기화가 자꾸만 눈에 밟혀 오히려 기화의 이야기를 더 들었으면 했다.

어쨌거나 기화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뱅글뱅글 맴만 도는 우유부단한 연은 다행스럽게도 인복은 많다.

우선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해낼 준비가 되어 있는 노비 황업산이 있고, 기화처럼 가슴에 품은 뜻이 높지만

정치에 나설 수 없어 헛헛해했던 파릉군 이경은 진심으로 연의 벗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녀 애기. 연이 기화를 사랑하는 줄 알면서도 그의 부인이 되어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준 여인.

좋은 사람을 만났으되 그걸 깨닫지 못하고, 무엇을 좇는지도 모른 채 살아온 연은

마침내 명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애기를 잃고 심한 황사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간다.

아직도 제 것인 꿈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매는 발걸음은, 그러나 희망이 있으니 좀 가벼워지려나.

 

제목만을 보면 뭔가 고리타분한 옛날 사람 사랑 이야기라는 짐작을 하게 되니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점수가 깎였다.

다양한 군상들이 그 시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건지...

연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황사 속을 떠나는 것으로 맺어버린 끝부분이 영 개운치 않지만 억지로 연결을 시킨다면

꿈도 없이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이 남이 시키는 대로 살다가 나중에 허망함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르니

지금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한 번쯤 돌아보라는 의미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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