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1
이인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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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독특한 소재 선택이 좋았으며, 흥미진진하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은 책이다.
앞으로 작가가 더 좋은 책을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쉬움을 건드려보기로 했다.

 

이십대 초, 중반 나이인 여정, 준수, 희원, 승현, 지훈. 이 다섯 명이 우연하게 비밀 통로에 빠지고 서로의 지혜를 모아 탈출하면서 그 곳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 비밀 위에 덧입혀진 역사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시도는 재기발랄한 작가의 모습과도 닮았다.
하지만 다섯 명이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통에 각자의 캐릭터 구축이 덜 되어, 대화 부분에 이르면 누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흡인력도 약간 떨어진다. 좀더 명확하게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닥 이해력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자부하는데 이야기를 다 읽은 지금에도 승현과 지훈이 헷갈린다. (뭐, 나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천재가 아닌 이상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하 동굴 모습의 묘사나 탈출로를 설명한 부분들은 약간 어설프지만  충분히 조사한 듯 서대문형무소라든가 경복궁에 잠입했을 때의 동선 같은 것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주었다. 
 게다가 사라진 문서를 들춰보는 장면에서 나는 감탄하고야 말았다. (아니, 혹시 이 이야기들은 어느 책에 있기라도 한 건가?)
광개토대왕과 광해군 때의 일지로 보이는 기록들, 민비의 일기들은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 시대물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가 첩자인지를 두고 서로 의심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양상이나 좋은 놈과 나쁜 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끝까지 이야기를 읽게 만드는 힘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구조는 맥빠지게 만드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2권에 이르면 이야기가 두 갈래로 나뉘어져 '그래, 결심했어' 처럼 서로 다른 길을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지만 작가가 의도했던 것처럼 (내가 느낀 것이 맞다면) 백가지 해석이 가능한 역사의 재구성이 아니라 2-1은 그저 충격적인 결말로, 2-2는 숨겨진 독특한 역사적 해석을 약간 맛보여 주는 것으로 끝났다. 2-1을 그렇게 쓰기엔 다양한 재구성이 어려웠던 게 아닐까?

 

 어쨌든 증거를 쫒아가고 그것을 풀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팡팡 튀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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