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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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링컨 하이웨이 THE LINCOLN HIGHWAY

◎ 지은이 : 에이모 토울스 Amor Towles

◎ 옮긴이 : 서창렬

◎ 펴낸곳 : 현대문학

◎ 2022년 7월 4일 초판 1쇄, 816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일까? 『모스크바의 신사』도 700쪽이 넘는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끌어가서 감탄했건만 이 책은 800쪽이 넘는다. 타고난 이야기꾼!! 어젯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12시가 넘어 잠을 자느라 (안 그랬다가는 가뜩이나 습도 높은, 기분 나쁜 여름 날씨에 잡혀 하루종일 짜증이 솟구치는 일을 감당해야 할 게 뻔해서) 책장을 덮어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야기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막힘이 없다. 링컨 하이웨이.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이런 기분이려나? (물론 지금 말고 1950년대 차가 별로 없을 때)



1954년 6월 12일 설라이나 소년원에서 18개월 형을 받은 에밋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좀 더 일찍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농장에 빚만 잔뜩 진 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남은 건 여덟살인 동생 빌리와 그가 목수 보조일을 하며 장만한 1948년형 스튜드베이커 랜드쿠르저 한 대.

아버지를 조롱하는 말에 욱해서 날린 주먹이 친구였던 지미를 넘어지게 했고 결국 그가 운 나쁘게 콘크리트블록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기에, 그곳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던 에밋은 텍사스로 간 뒤 집을 헐 값에 사서 조금씩 고친 다음 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생 빌리는 그들이 어릴 때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가야 한다고 고집한다. 엄마가 보내주었던 엽서 몇 장을 증거로 내밀면서 불꽃놀이를 좋아했던 엄마가 자신들을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7월 4일에 그곳에 도착하면 틀림없이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링컨 공원에 있는 리전오브아너 미술관이야. 매년 7월 4일에 전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가 여기서 펼쳐진단다!" (44쪽)

도서관에서 인구수를 조사해본 에밋은 텍사스보다 캘리포니아가 좀 더 큰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자 동생의 계획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에 설라이나 소년원에서 만났던 더치스와 울리가 에밋을 데려다준 원장의 차에 몰래 동승해 에밋 앞에 나타나면서 방해자로 등장한다.

더치스, 울리, 빌리, 에밋, 그리고 빌리를 돌봐주었던 에밋의 친구 샐리, 빌리가 인생의 지침서처럼 생각해서 소중히 들고 다니는 책 <애버커스 애버네이스 교수의 영웅, 모험가 및 다른 용감한 여행자 개요서>의 저자 애버커스, 무임승차한 화물열차에서 만난 율리시스와 빌리의 돈을 갈취하려던 가짜 목사인 존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더치스와 샐리는 1인칭으로 서술되지만 나머지는 3인칭이라는 것인데, 작가의 말을 빌리면 더치스와 샐리는 '자아가 강하고 자기 목소리가 뚜렷한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열흘 동안 벌어진 일들을 그리면서 이야기는 거꾸로 10부터 시작해서 1로 끝난다.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에서 우리가 본 것처럼 누군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게 늘 그렇듯 이들도 순탄치 않다.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등장인물들의 개인사가 펼쳐지면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나기에 그들을 성가시게 했던 더치스도 울리도 미워할 수가 없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인 꼬마 빌리. 쉽게 사람들을 믿고,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따스함을 나눠주는 인물인 동시에 지도도 잘 보고 계산에도 밝다. 에밋의 불끈하는 성격을 누를 줄 아는 것도 빌리고, 금고의 비밀번호를 단 여섯 번만에 알아내는 것도 빌리다. 이 사랑스러운 역을 누구한테 줄 수 있으려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제일 먼저 달려갈 테다!)

그렇게 카운트다운이 1로 끝난 6월 21일에야 비로소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두 형제. 딱 중간 지점인 네브래스카에 있는 에밋의 집에서 출발하면 금방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으련만, 더치스와 울리가 등장하는 바람에 하이웨이의 시작점인 뉴욕 근처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결국 두 사람이 뉴욕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링컨 하이웨이 전 구간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한 걸음씩 차분하게 내딛었을 때에야 마지막 발걸음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듯.

마지막 순간에 '남은 것은 침묵뿐'(햄릿의 마지막 말)인 사람도 생기지만 에밋과 빌리는 7월 4일이 되기 전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엄마를 만나 함께 불꽃놀이를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막 쓰기 시작한 빌리의 모험담도 노트를 꽉 채우게 되기를. 그리고 지금 쓰고 있다던 작가의 신작을 하루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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