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를 위하여 파랑새 청소년문학 4
곤살로 모우레 지음, 송병선 옮김 / 파랑새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집은 아주 가난한 건 아니었지만 음악 교육을 따로 받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책을 풍요롭게, 마음껏 읽을 수 있으면 행복했던 나는 음악교육을 못 받은 것에 대해

미련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그 시간이 온전히 내게 주어진 것이 행복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듣기 시작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매료되었으며

그 이후 조금씩 가요까지 영역을 넓혀가면서 기타를 배워볼까 하고 잠깐 생각했으나

타고난 작고 짧은 손가락 탓에 쉽게 그 욕구도 사그러들었다.

 

그렇게 클래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던 내가 그나마 모짜르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영화 '아마데우스'가 처음이었는데, 끊임없이 깔깔대고 방정맞고 시끄러웠으며

깊이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술술 쏟아지는 곡들 때문에 가상의 적을 슬프게 만들었던

그 모짜르트가, 그 음악들로 나를 전율케 했던 그가

 150CM도 안 되는 키에, 고르지 못한 치열과 사시의 주인공이었다는데 그게 바로 '윌리엄스 증후군'이란다.

음악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나, 음악 이외의 정상 생활이 힘든 장애를 가진 소년 토미도 그렇다.

신경학자인 이레네의 아버지는 연구 목적으로 토미가 살고 있는 마을로 여름 휴가를 온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천재이길 바랐으나 천재가 아닌 걸 깨닫고 힘들어하는 딸 이레네를 통해

토미의 상태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마지못해 아버지의 뜻에 따랐던 이레네는

토미의 천진난만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 음악적 재능에 반해 결국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토미를 그냥 내버려두려고 하였으나, 자신이 토미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토미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린다.

 

이레네가 토미를 만나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내 친구가 생각났다.

비록, 음악에는 둘다 문외한이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에 몰두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도

이레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기엔 약간 어렵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어온 친구라면 6학년도 무리는 없다.

중학생, 고등학생 구분 없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진 시기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내내 모짜르트의 음악이 휘감겨들어와 도저히 그냥 읽을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나 간절하게 모짜르트의 음악이 듣고 싶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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