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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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화로움을 찾은 로흐두 마을, 날씨마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날들이었다. 그랬던 로흐두 마을의 비어 있던 월릿츠 씨의 집에 토머스 부부(폴 토머스, 트릭시 토머스)가 이사오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변한다.

토머스 부부는 자신들이 너무 가난해서 실업수당을 받는 중이라며, 이 곳을 민박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미시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게 가난을 빌미로 동정을 사면서 마을 사람들의 집에 있는 골동품들을 공짜로 혹은 아주 싼 가격으로 얻어낸다.

트릭시는 집안일도 척척이고 언변도 좋아 금새 마을 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트릭시가 마을 부인들의 선두에 서서 이들을 이끌며 흡연 반대, 채식과 건강식, 보호종인 박쥐 보호 등을 주장하면서 기존의 생활을 뒤엎으려고 하자 마을 남자들은 그녀를 무척 불편해한다.

그렇게 트릭시를 죽이고 싶을 만치 분노를 느끼는 마을 남자들이 늘어나던 중, 트릭시가 자신의 집에서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트릭시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중, 마을의 점성술사인 앵거스 맥도날드 역시 뒷문에 누군가 놓고 간 독이 든 위스키병을 마실 뻔한 사건이 일어난다.

트릭시를 죽이고, 앵거스를 죽이려고 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책 제목인 현모양처는 바로 트릭시를 가리키는데, 책 속에서 트릭시는 못하는 집안일이 없을 뿐 아니라 약간은 무능력해 보이는 남편 폴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한다. 그래서 폴은 전적으로 트릭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많은 집안일을 해 오면서도 남편에게 크게 인정받지 못하던 주부들인 마을 부인들은 자신들조차 알지 못하는 불만이 마음 속에 숨어 있었던 듯 하다.

그런 그녀들이 트릭시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적어도 그녀들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 p. 212

난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인 듯 느끼며 살았어요.

글래스고나 에든버러나 인버네스 같은 곳에 가면 늘 사람들이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럼 난 가정주부라고 얘기했어요. 그럼 사람들이 '그게 다예요?'라고 물었죠.

그런데 트릭시는 가정주부 일이 아주 고결한 직업이라고, 제대로 하기만 하면 대단히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했죠.

나는 그 모든 일과 위원회 같은 데 완전히 매료됐어요. 꼭 술에 취한 기분이었다니까요.

그녀는 늘 칭찬을 해 줬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내게 그렇게 해 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음.. 하지만 마을 부인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고 마을의 지주인 할버턴스마이스의 신뢰까지 받던 트릭시의 실체는 전혀 달랐는데...

촉이 무척 좋은 해미시는 트릭시를 처음 본 날부터 그녀에 대해 꺼림칙한 느낌을 가졌지만 말이다.

역시나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이번 편에서 프리실라는 마을에 돌아오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해매시를 만나러 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을에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썸을 타는 중인 잘생긴 증권 중개인인 존 벌링턴과 함께 마을에 온다.

그 참... 그러고 보면 프리실라는 늘 런던에서 새로운 남자를 데려온다. 알쏭달쏭한 프리실라와 해미시의 관계...

프리실라는 이번 편에도 해미시와 함께 있을 때는 존 생각을 하지 않고, 해미시에 대한 마음이 있다는 기색을 많이 내비친다.

질투도 하고 말이다.

- p. 111

트릭시가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과거 해미시가 여기저기 추파를 던지고 다녔던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리실라는 자신이 해미시 맥베스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해미시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이따금씩 그녀를 어린 철부지처럼 생각한다고 간주했다.

그런데, 그런데... 프리실라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입장인가?^^;;

아까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이야기마다 새로운 남자를 데려와 해미시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프리실라가 아니던가?

그리고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랐던 듯 하다. 로흐두 마을에서 평화롭게 스스로 만족하며 살길 원하는 해미시와는 달리 프리실라는 해미시가 자신의 일에 야망과 야심이 없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넘기며 해미시가 스스로 이뤄낸 행복을 보는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음... 프리실라는 남자 보는 눈이 너무 없는 걸로... 지금껏 제대로 된 마을로 데려온 남자 중 제대로 된 남자는 없었던 듯... ^^

- p. 228

날 여기 묶어 두는 게 내 아둔함이나 수줍음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쯤이나 당신 머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난 로흐두를 사랑하고, 로흐두 사람들도 좋아하고, 여기에 있는 게 행복해요.

내가 왜 사회의 통념에 맞춰 로흐두 밖으로 나가 승진을 하고 돈을 벌고 하는 식의 성공을 해야 하는 거죠?

난 성공했어요, 프리실라. 요즘 나처럼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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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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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지 않아. 이 빚은 반드시 갚아줄 거야.

... 당하면 두 배로 갚아줘야지.

- <한자와 나오키 3> 55쪽 -

 

 

일본에서 경이적 시청률을 자랑하며 최고의 인기를 끈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한자와의 역할을 맡은 배우 '사카이 마사토'의 연기를 좋아했던 터라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이번 3편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2020년 4월경 방영 예정인 <한자와 나오키 시즌2>의 원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한자와가 어떤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해줄 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은행에서 좌천된 한자와 나오키는 '도쿄센트럴증권'에서 부장으로 근무중이다. 어느날 유망한 IT벤처기업은 '전뇌잡기집단'의 히라야마 부부가 도쿄센트럴증권을 찾아온다. 그들은 전뇌잡기집단과 쌍벽을 이루는 IT벤처기업의 대표주자인 '도쿄스파이럴'을 인수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업계 경력이 짧아 M&A 실적이 별로 없는 도쿄센트럴증권의 모로타 쇼이치 차장은 이런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고액의 자문료를 받고 입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한자와는 쉽지 않은 현실을 알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모로타 차장의 강행으로 한자와도 마지못해 허락하게 되고, 모로타 차장은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꾸린다. 그런데 원래 전뇌잡기집단을 담당했던 모리야마는 모로타 차장의 눈 밖에 나서 이 프로젝트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2주 후 전뇌잡기집단으로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설명하러 간 도쿄센트럴증권은 모회사인 도쿄중앙은행 증권영업부에게 자문회사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눈 앞에서 프로젝트를 뺏긴 한자와는 이 빚을 반드시 갚겠다라고 결심한다.

한자와와 모리야마는 도쿄중앙은행이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경위, 전뇌잡기집단이 실적이 약간 도쿄센트럴증권에 맨 처음 일을 맡기려고 한 경위 등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해 나가고 진실에 조금씩 접근해 간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잃어버린 세대', 즉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는 1994년부터 2004년에 걸친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을 가르킨다. 이전 세대가 '거품'이라고 할 만큼의 기이한 시대를 만들어내고 붕괴시켰음에도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손해를 보는 건 현재 젊은 세대들이었다.

책에서도 능력있는 모리야마 등의 젊은이들은 능력이 없어보이는 거품 세대인 모로타 차장이나 미키에 의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제외된다.

 

- P. 34

거품이 붕괴한 뒤, 세상 전체가 불경기라는 이름의 터널로 들어가 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괴로워했던 지난 10년, 1994년부터 2004년에 걸친 취업 빙하기에 세상에 나온 젊은이들. 그런 그들은 나중에 모 신문에서 사용한 명칭에 따라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거품 세대를 밥벌레 세대라고 부정적으로 봐 온 모리야마였지만, 한자와와 함께 도쿄중앙은행과 전뇌잡기집단의 실체를 접하고 진실을 캐 나갈수록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은행의 증권부 사람들은 끊임없이 한자와를 궁지로 몰기 위한 계략을 꾸미지만, 실력과 정정당당한 정면승부로 한자와는 그들에게 당당히 대응하며 그들의 부당한 방법들을 막아선다. 조직의 힘을 내세워 한자와를 압박해도 한자와는 자신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길을 간다.

정말 한자와같은 저런 상사가 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보신을 위해 부하 직원들을 압박하고, 부하의 공을 가로채고, 일의 책임에선 한 발 물러서는 '답 없는 꼰대' 상사들은 분명히 여기저기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나쁜 놈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였다. 책을 읽다 너무 속 시원해서 웃어버렸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건 큰 위안과 용기를 준다.

한자와처럼 세상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부당함을 인지하고 그것에 쉽게 물러서거나 고개 숙이지 않는 것... 눈 앞의 이익에 취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눈이 흐려지지 않는 것... 그렇게라도 조금은 살만한 세상에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한자와와 모리야마의 앞길을 응원한다. 그들 앞에 꽃길이 펼쳐지길...

(4편에서도 한자와는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겠지만~~ ^^)

 

 

- p. 257

그럴지도 모르지. 조직에도 휘둘리고 세상에도 휘둘리고.

하지만 때로는 그런 것과 정면으로 싸워야 할 때도 있어. 힘 앞에 굴복하기만 하는 건 시시하지 않나? 조직의 논리쯤이야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이 세상에는 압력이 없는 일은 없어. 일뿐만 아니라 뭐든지 마찬가지지. 폭풍우가 있으면 가뭄도 있어.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런 걸 극복하는 힘이 있어야 해.

모리야마, 세상의 모순이나 부조리에 물러서지 말고 철저하게 싸워. 나도 그렇게 해왔으니까.

- p. 449

자네들은 달라. 자네들에게는 사회에 대한 의문이나 반감이라는, 우리 세대에는 없던 필터가 있고 뿌리 깊은 문제의식이 있으니까.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네들일 거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 세상에 나온 자만이, 또는 그 밑에 있는 세대만이 앞으로 10년 사이에 세상을 바꿀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지.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지금부터 시작될 거야. 하지만 세상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비판만 해서는 안 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이 필요해.

-

비판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해. 그러니까 앞으론 자네들의 비전을 보여주게.

왜 단카이 세대가 잘못되었는지, 왜 거품 세대가 틀렸는지. 세상을 어떻게 만들면 모두 받아들이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회사 조직을 포함해, 자네들은 그런 틀을 만들 수 있을 거야.

-

모리야마, 싸워. 나도 싸울 테니.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하니까.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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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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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전작인 <칠드런>을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뜻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작가의 전작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읽은 책들의 대부분이 좋았기에 이 책 역시 읽기 전부터 기대를 품었다.

책 속의 주인공은 가정법원 조사관인 진나이무토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진나이와 순진하고 성실한 스타일의 무토는 성격은 다르지만 꽤 잘 어울리는 파트너다.

시작은 이렇다.

진나이와 무토는 무면허운전으로 인사사고를 일으킨 다카오카 유마라는 소년을 감별소로 데려다준다.

또 무토는 인터넷상에 협박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죽어'라는 협박편지를 보낸 걸로 시험관찰 중인 오야마다 슌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날 오야마다는 무토에게 인터넷상에 살인예고를 한 후 실제 실행되었던 게시글의 URL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마지막 건은 아직 일어나기 전이고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무토는 진나이와 함께 범행을 막기 위해 실행 확률이 높은 초등학교 앞에서 대기하다 범인을 잡게 된다.

한편, 다카오카는 마음을 열지 않고 조사관들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단순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사고라고 여겨졌던 이 건은 조금씩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다카오카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고, 초등학생 때는 등교길에 미성년자가 운전하던 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바람에 바로 옆에 서 있던 친한 친구를 잃었다. 진나이와 무토는 이렇게 교통사고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과거가 있는 다카오카가 자신 역시 무면허운전으로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등장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미성년자에 의한 흉악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들은 나이를 무기로 처벌을 피해간다. 그 중에는 분명 제대로 반성하고 속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눈에 비친 많은 이들은 반성의 기미는 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서브머린 속의 소년들은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상대방에 대한 사죄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 p. 51 ~ 52

소년이 반성하고 있는지, 죄책감을 느끼는지, 얼마나 후회하는지, 아마 소년 본인도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가 뉴스에서 보고 들은 정보만으로 소년의 심정을 파악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심정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에는 '분명'과 '어차피'가 넘쳐흐른다.

우리는 그래도 소년의 심정을, 본심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만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며,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무토는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항상 고심한다. 무심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는 진나이도 그런 마음은 마찬가지다.

- p. 136

네가 애쓴다고 일어날 사건이 안 일어나지도 않고, 안 일어날 사건은 안 일어나. 그렇지?

우리 일과 마찬가지야. 우리 노력과 상관없이 소년은 갱생하기도 하고, 안 될 때는 안 되지.

소년범죄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약자(어린이, 장애인 등)에게 터뜨리는 증오범죄에 대한 에피소드도 나온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마음 속에 증오와 화를 품고 약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얼마 전 읽은 어느 책에서는 쓰레기차 같은 사람들을 피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소설 속 범죄를 보면 이런 사람들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를 지키고자 방어했을 뿐인 일에 대해 자신만의 이유로 증오를 품는 사람을 어찌 예상하고 막을 수 있을까?

무겁지 않게 이야기들이 흘러가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소년범죄, 증오범죄, 그에 대한 속죄와 용서 등 많은 부분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물론 정답은 없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진정으로 속죄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데 무작정 그걸 감싸거나 혹은 욕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다만, 보이는 대로가 아닌 '진심'과 '본심'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조금 들었다.

- p. 197

아직 어린애인데 제 인생을 좌우할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다나오카 유마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면서 마주하는 소년 대다수가 그랬다. 인생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멀리할 것인가. 부모나 변호사의 조언에 따를 수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가혹한 일이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어른들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에 대답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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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97

아직 어린애인데 제 인생을 좌우할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다나오카 유마뿐 아니라, 우리가 일하면서 마주하는 소년 대다수가 그랬다. 인생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무엇을 멀리할 것인가. 부모나 변호사의 조언에 따를 수도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가혹한 일이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어른들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에 대답해야 하니까.

- p. 219

누구와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불공평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항의, 아니, 최소한 물어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어떻게 좀 안 됩니까.

항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좀 가르쳐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객센터는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묻고 싶었지만, 그 질문 자체를 할 곳이 없었다.

- p. 302

솔직하게 말하면 편하다. 누구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테지만, 주변 질서의 안정을 위해, 혹은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참는다. 진심을 감추고, 또는 완곡하게 표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에도 없는 맞장구를 치며 스트레스를 적립한다.

그 고통에서 도망치는 건 너무 약았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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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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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혁의 누나는 신내림을 받지 않았지만, 선녀보살이란 이름을 걸고 점을 본다. 가짜 선녀보살이지만 백일치성을 드리겠다며 가리산으로 떠났다. 가리산까지 누나를 데려다 준 주혁은 그 곳에서 누나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낡은 빌라 2층인 누나의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 주혁에게 말을 건 것은, 결이 매끈한 진한 초콜릿색 가지였다. 자신이 주혁의 수호신이라며 말을 거는 그것은, 누나를 찾아온 봉신암의 동생이 연탄난로로 자살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것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것을 주혁에게 그것을 알려준다.

여러 죽음과 사연들이 등장한다.

가출한 딸을 찾아 헤맨 부부는 아내의 장례식장에서나 딸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에게 원치 않는 도움을 주고 자신을 회사에서 도태하게 만든 동기를 죽일까 두려워했던 남자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한다.

동생에 비해 언제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았던 여자는 남들보다 늘 한마디가 많았던, 자신이 정의라고 믿는 길에 언제나 스스럼없이 앞으로 나섰던 동생의 사망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죽음의 사연들에는 주혁의 안타까운 사연도 포함된다.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던 주혁이, 평균치의 삶을 살고 있었던 주혁이 무엇을 잃었는지, 왜 방황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연이 드러난다.

묵직하고 안타까운 죽음의 사연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사소하게 어긋난 어느 하나가, 그 미세한 균열이 점점 제 크기를 불려 많은 죽음의 이유가 된다. 누군가가 악의로든 아니면 그저 쉽게 괜찮겠지라고 넘긴 사소한 어느 하나가 큰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며 모든 걸 집어 삼킨다.

그리고 그 모든 죽음과 죽음의 순간에는 그 죽음을 대하고 지켜보고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그들의 가슴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언제 치유될지 알 수 없고, 그 상처가 주변 살들마저 갉아먹어 사람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소설 속 누군가의 말처럼, 그 미세한 비틀림을 찾아냈고 해서 화살을 쏘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제라도 그 사소하고 미세한 비틀림과 균열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래서 부당한 죽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 누구도 어느 누군가의 욕심이나 실수로 죽어서는 안되기에...

소설의 마지막,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보여서 좋았다. 소중한 이를 잃은 그 슬픔과 커다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기는 어렵겠지만, 늦었어도 그 아픔을 함께 보듬고 덮어줄 이를 다시 마주 볼 용기를 낸 것에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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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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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동 광선슈퍼에는 자주 모이는 멤버가 있다.
30대 후반의 공미리, 큰 덩치의 추경자, 싱글맘 박소희, 광선슈퍼 주인이자 예순이 넘은 맏언니 전지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노지숙이 그 멤버이다.
여름을 앞둔 5월말의 그날도 여느 날처럼 노지숙이 남편인 미친개 박현민에게 엄청나게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폭력까진 아니지만 남편에게 늘 무시당하고 지내던 광선슈퍼 멤버들은 최근 동네에 출몰하고 있는 바바리맨이자 변태인 쥐방울을 잡고 현상금을 받아 지숙도 돕고 자신들도 쓰기로 서로 뜻을 모은다.

 

- p. 43
쥐방울인가 하는 그 인간, 우리가 잡자고. 그래서 그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우리도 나눠 쓰고. 어때?

 

최근 광선동에는 '쥐방울'로 불리는 변태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처음에 쥐방울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도망치는 등 수법이 간단하고 전형적이었다. 그러나 점점 그 수법이 대담해져서 나중에는 대낮의 엘리베이터나 놀이터에도 출몰하기에 이르렀다. 거기다 피해자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거나 성추행도 서슴치 않았다.

 

- p. 54
그런 놈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 아줌마라고 해서 그런 짓을 당해도 괜찮은 것도 아니고. 아가씨나 아줌마나 상관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쥐방울을 잡기 위해 주부탐정단을 결성한 멤버들은 쥐방울에게 당한 피해자들을 만나 다시 피해 상황을 듣고, CCTV도 다시 확인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느 주민이 자신의 딸이 이틀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주부탐정단에게 연락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파트의 공용 쓰레기장에서 그녀의 잘린 손목이 발견된다. 또 그 날 단서를 찾아 주차장을 찾았던 주부탐정단 멤버 소희가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주부탐정단은 소희도 찾고, 범인도 찾을 수 있을까?

쥐방울이라는 변태 사이코를 잡으려 시작된 주부탐정단의 활약은, 스마일맨이라는 연쇄살인마와도 연결되며 그녀들은 여러 차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부탐정단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나오는 '그 남자'의 이야기 역시 긴장감을 높인다.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법한 평범한 이미지와 치킨 봉투를 무기로 '그 남자(라 쓰고.악마라 읽는다)'는 피해자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목적을 하나하나 달성해간다.

그리고 그 남자의 이야기 속에 자꾸 등장하는 '그'가 누구인지 예상이 되면서 또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사실 처음에는 '그'의 정체가 너무 쉽게 예상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다시 서평을 쓰면서 생각을 해 보니 어쩌면 긴장감을 높이는 설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는 주부탐정단의 활약과 추리 과정을 다 알게 되는데, 그랬기 때문에 결국 주부탐정단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마지막에 주부탐정단 셜록의 한 수가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긴장감을 높이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책을 읽는동안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 S. 우선 미소신경정신과의 박도진 선생은 '이동욱'이 좋겠는데, 어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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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39
관찰이 중요해. 그 다음에는 상상력. 무엇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야지.

 

- p. 150
범죄심리학에선 이런 말이 있어요.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엔 범죄자들이 있다.
범죄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영향을 받아요. 사이코패스 살인마들도 다른 이의 살인 소식을 보고 거기에 자극을 받아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많거든요. 교차로의 악마 같은 존재가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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