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 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클래식 클라우드 14
허나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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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모네》를 만났다.

'모네'는 나처럼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화가이다. 작품명은 모르지만 분명 책을 통해 본 그의 그림들도 여러 차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모네의 작품들은 밝고, 환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지녔다.

그러나 저자는 사람들이 모네가 '빛'으로 이루어낸 작품들을 단순히 보기에 좋고 서정적인 작품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모네의 작품은 당시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모네가 처음 빛을 담은 그림을 발표했을 때 그 그림은 아름답지 않고 심지어는 그림이 아닌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네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우직하게 고집했고, 말년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

저자는 빛을 추구했던 모네의 삶을 하루의 빛, 즉 하루의 시간에 대입('여명 - 일출 - 아침 햇살 - 정오 - 오후의 태양 - 노을')하여 이야기한다.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모네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 여행하는 저자를 따라, 나도 모네의 생애를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한다.

- p. 14

기존의 질서를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모네는 '빛'으로 혁명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모네의 발자취를 르아브르에서 시작한다. 모네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인상, 해돋이'를 그린 곳이기도 하고, 모네가 어린 시절 스승 외젠 부댕을 만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댕은 어린 모네의 재능을 알아보고 '야외'에서 직접 자연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모네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위해 파리로 간다. 파리의 아카데미에서 정형화되고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배우는 것이 맞지 않았던 모네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용킨트, 피사로, 쿠르베, 르누아르, 바지유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모네는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생을 함께할 사랑 '카미유'를 만나게 된다. 둘의 사랑은 모네 가족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래도록 함께 했고 사랑했다.

그 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발발하자, 모네는 가족을 데리고 런던으로 간다. 그리고 런던에서 평행의 후원자 화상 '뒤랑뤼엘'과 만나게 된다.

모네와 같은 인상주의 작품들이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지만 뒤랑뤼엘은 그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만큼 도전정신과 선구안이 남달랐다고 할 수 있겠다.

전쟁이 끝난 후 파리로 돌아온 모네는 아르장퇴유로 이동한다. 그 곳에서 모네는 가족과의 행복한 한때를 그림으로 그렸고, 다행히 그의 작품들도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

- p. 133

하루 중 정오는 긴장 혹은 설렘으로 시작한 오전을 무사히 보낸 것에 안도하며 이어지는 오후를 위한 에너지를 만드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정오는 언제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모네에게 정오는 인상주의자로서 확실한 방향성을 갖게 된 동시에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인생의 오전에 그가 화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었다면, 인생의 오후를 앞둔 1870년대 말의 몇 년은 그의 인생에서 큰 전환이 이루어진 고비였다.

전환의 시작점에서 모네는 새로운 후원자 오슈데 부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알리스 오슈데는 후에 카미유가 사망한 후 모네와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모네의 말년은 지베르니였다. 모네가 지베르니에 만든 아름다운 물의 정원은, 모네가 혼신을 다해 그린 '수련'이 탄생한 곳이자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다. 자포니즘(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정원을 만들고 일본식 다리를 세운 모네의 정원은 너무나 아름답고, 거울처럼 주변의 것들을 비추는 수면은 그 자체로 마치 모네의 그림과도 같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술에 대한 식견이 좁기에, 유명한 화가들은 당연히 그 당시에도 크게 사랑을 받고 큰 관심을 받았으리라 생각했다. 고전적인 미술도 아름답지만, 고전을 벗어난 미술도 아름답기에 늘 사랑받고 살아왔으리라 단순히 생각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이 아름다운 그림 속 '빛'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고군분투하고 대항하고, 그럼에도 인정받지 못해도 꾸준히 그 길을 걸어왔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모네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자신의 그림이 루브르미술관에 소장되는 것도 지켜 보았다. 꾸준히, 그리고 줄곧 추구하고 지켜온 '빛'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결국 그는 성공했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젠가 파리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루브르미술관이나 오르세미술관도 좋지만 '오랑주리미술관'을 꼭 가보고 싶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둥근 벽을 타고 쭈욱 둘러싸고 있는 그 전경을 꼭 보고 싶다.

물론 기회가 되어, 지베르니에서 직접 모네의 정원 속 수련을 본다면 더욱 좋겠지만...

- p. 250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꽃이든 사람이든, 설사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성당이라 하더라도 모네의 손에서는 그저 붓자국으로 표현될 뿐이다.

그는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이나 성당의 성스러운 조각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햇빛이 자연과 사람을 비출 때 보이는 색에 집중했고 그것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빛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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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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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검찰'이라고 할 때, 보통은 검사 외의 다른 사람을 잘 떠올리지는 못한다. TV나 영화를 보면, 검사 혹은 검사실의 풍경이 자주 나오지만 대부분 검사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함께 일하는 검찰수사관이나 실무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이 알려진 '검사'아 아닌, 검사와 함께 일하는 '검찰수사관'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준다.
책의 저자는 현재도 검찰수사관으로 근무중인 27년차 베테랑 수사관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검찰수사관에 대한 여러 정보(하는 일, 급여, 승진, 복지 등 근무 여건)를 안내해 검찰수사관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나 검찰수사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검찰청은 검사실과 사무국의 이원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검찰수사관은 처음 임용되면 대부분 사무국의 여러 부서를 거쳐 업무를 배우고, 후에 검사실에서 조사 등 수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한다.

검사실에는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 근무한다. 보통 검사 1명에 수사관 1~2명, 실무관 1명이 근무하는데,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검사 혼자 사건처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대략 100건 이상의 기록이 각 검사실에 배당이 되므로, 검사 혼자서 모든 사건을 조사하거나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무국의 각 과는 검사 없이 일반직 공무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통 검찰수사관 신규발령을 받으면 처음에는 사무국의 여러 부서에서 일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울 듯 하다.
경찰에서 형사사건 기록이 송치되면 사건과의 사건접수 담당자가 기록을 접수하고 배당된 검사실로 기록을 보낸다.
검사실에서는 기록을 처리(불기소 혹은 기소)하고, 불기소 처분된 경우에는 집행과 보존계로 내려와 보존 처리를 하고, 기소된 경우에는 법원으로 기록을 보낸다. 그 후 법원에서 재판이 종결되면 다시 검찰로 기록이 돌아오고, 그 기록을 집행과 보존계에서 보존 처리를 한다.
재판에서 벌금으로 판결된 것은 집행과 재산형집행계에서 벌금 관련 업무(수납, 촉탁 등)를 한다. 재판에서 징역형 등이 확정되면 형집행 업무를 맡는 곳은 집행과 자유형집행계이다.

업무를 설명하면서 군데군데 저자의 실제 경험 등을 적절히 들려주어 지루하지 않게 검찰수사관의 여러 업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업무 외에도 검찰수사관을 꿈꾸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급여, 승진, 복지 등에 대하여도 알려준다.
저자는 검찰수사관의 급여 수준에 대해 "먹고 살 만하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첫 월급이 약 33만 원가량이었다고 하며 당시만 해도 심할 정도로 박봉이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금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계속 공무원 봉급이 오르고 있고, 많지 않은 봉급이지만 아껴 쓰면 그런 대로 먹고 살 만하다고 말이다.
참고로 검찰수사관은 공안직군으로 같은 호봉인 경우 일반 행정직보다 1호봉 정도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승진에 대해서는, 과거 1990~1992년 사이에 임용된 수사관들의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후배들의 승진이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검찰수사관은 한 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없고 5년 이상 근무하면 전보 조치된다고 한다. 인사이동에 따라 발령지는 전국의 모든 검찰청이 대상이지만, 원하는 곳으로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곳으로 반드시 발령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검찰수사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세하다 싶을 정도로 하게 될 업무에 대해서 잘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수사관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한 언급이 많이 있어 저자의 남다른 직업적 소명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검찰수사관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검찰수사관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 TV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놓쳤던 검찰수사관의 크고 중요한 역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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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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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바티유는 소설가가 되길 원하는 젊은이이다. 《산마루의 수줍음》이라는 소설을 써서 10여 개의 출판사에 보냈지만 모든 곳에서 출간을 거절당했다.3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소설가인 네이선 파울스가 칩거한 보몽 섬의 유일한 서점 '라 로즈 에카르라트'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섬으로 향한다.

유명한 소설가 네이선 파울스는 20년 전에 절필을 선언하고 보몽 섬에 칩거중이다.

라파엘은 보몽 섬에 있는 동안 네이선을 만나려고 그의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그의 총알세례를 받게 되지만 그래도 얼마간 대화는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소설을 한번 읽고 조언을 들려달라는 라파엘의 말을 거절하며 네이선은 말한다.

- p. 53

작가로 산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 없는 삶이니까.

작가는 허구한 날 좀비처럼 살아야 하거든. 다른 사람들로부터 유리된 삶이지. 고독한 삶.

하루 종일 잠옷 바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식어빠진 피자 조각이나 씹으며 살길 바라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에 눈이 상하고, 대화 상대라야 기껏 머릿속으로 상상해낸 가공인물들 뿐이야. 그 가공인물들이 자네를 미치게 만들지. 게다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겨우 한두 문장을 써냈는데 독자들은 단 일초도 거들떠보지 않고 시큰둥해하지. 작가의 삶이란 바로 그런 거야.

- p. 55

그런 그가 왜 저토록 돌변하게 되었을까?

그는 왜 영예의 정점에 있던 작가의 삶을 청산하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간 쌓아올린 업적, 생의 자양분이 되어 준 소설을 버리고 고독 속으로 침잠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그의 생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섬에서의 칩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러던 중 범죄청정지역이던 이 보몽 섬의 남서부에 위치한 유일한 해수욕장인 트리스타나 비치에서 여성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시신의 상태는 매우 참혹했는데, 얼굴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거대한 나무에 석궁으로 고정된 채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와인 관련 마케팅 전문가인 '아폴린 샤퓨이'로 알려졌고, 시간이 흐르자 피해자의 과거 범죄전력이 드러난다.

한편, 네이선은 키우던 개 브롱코를 찾아준 계기로 알게 된 마틸드 몽네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2000년 대 초반에 하와이에서 분실된 카메라가 타이완의 어느 비치에서 발견되었지만 발견한 사람이 다시 비행기에 카메라를 놓고 내리는 바람에 분실문센터에서 보관되다 스코츠보로의 수화물센터로 옮겨지고 후에 어떤 부녀가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고, 그들은 카메라 안의 사진을 살펴보다 심상치 않은 사진을 발견하고 이런 사실들을 스위스 일간지 기자인 '마틸드 몽네'에게 알린다.

카메라 안에 든 사진 중 생일파티를 즐기는 아이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사진이 찍힌 세 시간 후에 총을 맞고 사망한다. 아이와 아이의 부모가 모두 사망한 이 사건은 베르뇌유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알려졌지만 범인은 결국 잡히지 않고 미제로 남는다.

마틸드는 네이선에게 아폴린이 이 사건의 범인으로 보인다며 아폴린 사망을 계기로 베르뇌유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건의 전모를 글로 써주기를 요청한다.

네이선은 마틸드의 숨겨진 진의를 알기 위해 라파엘을 불러 마틸드에 대한 조사를 부탁한다. 그리고 라파엘은 마틸드의 방을 조사하던 중 네이선 관련 자료뿐 아니라 아폴린과 과거 함께 범죄를 저질렀던 카림 암라니에 관한 자료들도 발견하게 된다.

마틸다의 이야기는 네이선 파울스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또 과거 미제로 남겨진 베르뇌유 사건은 또 무슨 관련이 있을까?

유명하고 절필 선언을 한 지 20년이 지난 후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기 작가 네이선이 갑자기 글쓰기를 멈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컸다. 그리고 조용하던 섬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20년 전 발생했지만 미제로 남아 있는 베르뇌유 사건까지 관련이 있는 듯 언급되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다.

마치 예상가능한듯이 이야기가 흘러갔지만, 역시나 내가 추측하던 것들은 모두 틀렸다.

예상하지 못하던 진실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장감이 흐르고 흥미진진해졌다.

그런데... 사실 마지막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것도 반전인 건지...

책을 읽은 몇몇 분들이 마지막이 허무했다라고 하시는데, 내 느낌은 허무함 더하기 당황스러움이었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유명 작가들의 명언들과 작가가 말하는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문장들도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기욤 뮈소의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은 <아가씨와 밤>에 이어 두번째로 읽었는데, 다음 작품이 나와도 믿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 272)

삶은 실제로 살 때와 살아본 다음 하나씩 껍질을 벗겨볼 때 얼마나 다른가? - 조르주 심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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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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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에서 해리 홀레는 태국 방콕으로 떠난다.

해리 홀레는 이번에도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하는 슬픈 일을 겪고 마음의 상처를 더하게 되지는 않을까,를 걱정하며 책을 펼쳤다.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 '아틀레 몰네스'가 방콕의 사창가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된다.

'아틀레 몰네스'는 현 총리와 친밀한 사이였으므로 이 사건이 공개될 경우 현 총리가 타격을 입게 될까 우려한 정부 관료들은 사건을 비밀로 부치고 눈에 띄지 않게 수사할 경찰 1명을 방콕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해리 홀레는 방콕으로 떠나게 된다.

- p. 26

현재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은 이 사건을 수사하되...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지 않을 사람이오. 당연히 우리도 살인범이 한 명이든 여럿이든 잡아들이고 싶지만 살인을 둘러싼 정황은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해요. 국가의 안녕을 위해. 아시겠소?

방콕에서 해리의 파트너는 해리만큼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진, 빡빡머리의 리즈 크럼위 경위였다.

해리는 리즈 경위와 함께 사건 현장 및 피해자의 당일 행적, 피해자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인 모텔방에서 시신을 본 해리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만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하고, 모텔 내에 있는 피해자의 차량 내 가방에서 아동성착취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또 해리는 피해자의 사건 당일 휴대전화 착신목록에 있는 노르웨이 대사관, 오베 클리프라, 옌스 브레케에 대하여 조사한다.

방콕 내 거물급 건설업자인 오베 클리프라, 통화중개인 옌스 브레케는 조사를 할수록 피해자와 긴밀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연락이 되지 않는 오베 클리프라, 피해자의 부인과 내연 관계에 있던 옌스 브레케... 그들은 피해자의 사망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 p. 199

진짜 미친놈은 사람을 찔러 죽이고 범죄 현장에서 유용한 증거를 완전히 없애지 않아요. 수수께끼 같은 걸 잇달아 남겨서 추후에 경찰과 강도 놀이를 하려고 하죠. 이번 사건에는 장식이 있는 칼 한 자루가 나왔고, 그게 다예요.

제가 장담하는데, 이번 사건은 장난칠 마음이 전혀 없으며 일을 해치우고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누군가에 의해 용의주도하게 계획된 살인입니다.

그래도 또 모르죠. 어쩌면 그냥 미친놈이기만 해도 이런 식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도. 그리고 이번 사건에서 제가 지금까지 만난 미친놈들은 노르웨이인밖에 없었습니다.

'방콕'하면 떠오르는 건 밤새 시끄럽고 흥겹고 사람들이 가득찬 카오산로드였다. 낮보다 밤이 더 시끄럽고 더 사람들이 많은 그런 곳.

<바퀴벌레> 속 방콕은 그런 관광적 요소도 물론 있지만, 더 음침하고 어두운 느낌이다. 찌는 듯한 더위는 끈적하고 불쾌한 기분마저 느끼게 한다. 피해자의 가방에서 발견된 아동성착취 사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리즈 경위의 말에 의하면 태국에는 1제곱인치당 변태성욕자 수가 전 세계 평균보다 많다. 온갖 성산업들이 활개를 치고 그런 것들을 따라 온갖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 그런 곳이 태국이고 방콕이다.

바퀴벌레처럼 변태성욕자들은 한 놈이 보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열 놈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다.

일반 관광객들에겐 보이지 않는 '여행자들의 도시'라 불리는 방콕의 잔혹한 이면이다.

- p. 113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버려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위험을 동반한다. 또한 진실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을 땐 그 위험이 배가 되어 자신과 주변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번 이야기 역시 해리가 범인을 찾고 진실을 밝히는데 많은 희생과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리고 해리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안타까운 죽음도 발생했다.

젊은 해리가 겪는 일들이 너무 가혹해서 어떨 땐 해리를 그만 괴롭히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해리가 조금 덜 아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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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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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의 과오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끔찍한 악몽같은 일들을 선사하는 이야기 네 편을 만났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읽는 동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몸이 흠칫 떨렸다.

-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우연히 어떤 사람의 투신자살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 사이키는, 투신을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악의에 가득찬 말들을 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후딱 뛰어내려"라는 말을 내뱉게 된다. 그 후 그 사람은 결국 투신하고 구경하던 대다수의 구경꾼은 그제서야 상황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깨닫고 자리를 급하게 뜬다. 이 사건으로 누군가가 사이키의 딸을 유괴하고, 사이키에게 이상한 제안을 한다.

(p. 29)

저는 그저 사이키 씨에게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궁지에 몰린 인간이 맛보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공포를요.

- 밤에 깨어나

묻지마 습격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처음에는 날붙이로 여성의 상의와 치마를 잘랐지만 이내 피해자가 부상을 입었고, 그 후로는 매번 피해자에게 부상을 입힌다.

다카하시는 밤낮이 바뀐 생활, 범인과 유사한 외모 때문에 범인으로 의심받고, 설상가상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에게도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경단은 다카하시를 밤낮으로 감시하고 억울하고 화가 난 다카하시는 그들을 골려주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은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밝혀지는 묻지마 사건의 범인의 정체는 놀라웠다.

-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사와이 주변에 최근에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자신의 가족을 노리는 듯한 일련의 사건을 보며 사와이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왕따를 당했던 하야카와를 사와이를 포함한 몇 명이 누명을 씌웠고, 하야카와는 자살했다. 그리고 하야카와의 장례식에서 하야카와의 외삼촌은 그들에게 대갚음을 하겠다고 경고했던 것이다.

(p. 170)

기다려라. 내게 지켜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 그리고 너희에게 지켜야 할 것이 생겼을 때, 반드시 빼앗으러 가겠어. 몇년 후가 될지는 몰라. 하지만 잊지 마라. 내가 너희 앞에서 한 맹세를.                           

 

- 계단실의 여왕

마사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가다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119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것에 대해 귀찮아하고 짜증나한다. 거기다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평소에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외면하던 같은 층의 여자라는 걸 알고는 더더욱 구해주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누군가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조금씩 내려오고, 마사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금방 어떤 남자에게 붙잡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아파트의 계단으로 돌아간다. 일이 꼬이고 남자는 쓰러진 여자를 민 것이 마사미라며 그녀를 의심한다. 그녀의 선택은?

(p. 220)

요컨대 나는 남에게 떠넘기고 싶은 것이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나지만 누가 대신해준다면 그게 최고다. 무엇보다 생판 처음 보는 남을 위해 왜 내가 고생해야 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귀찮다.

절망적이었다. 불운하게도 여자를 발견한 것이 몹시 짜증났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죽이거나 때리거나 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완전히 잘못이 없다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사이키는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분위기에 휩쓸려 자살을 부추기는 말을 잠깐이지만 악의적으로 내뱉었고, 다카하시는 어떤 실수나 부주의로 오해받은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위해를 가할 듯한 행동을 하고, 계획적으로 누군가를 골탕먹였다. 사와이는 하야카와를 죽음으로 몬 원인을 제공했지만, 스스로는 크게 잘못했다라고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마사미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바로 구조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다.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들은 어쩌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어 본 우리라면 그 반문은 변명일 뿐이라고 분명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업자득이고, 마땅한 인과응보라고 말이다.

작가는 첫번째 이야기인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으로 소설추리신인상을 수상하고, 수상작이 수록된 이번 책으로 데뷔했다라고 한다. 신인작가의 이야기임에도 그 안에 깃든 의미가 결코 작지 않았고, 일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라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이만큼 의미있고 인상적인 이야기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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