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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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다>라니, 추리소설 제목으로는 참 의외라고 보였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바로 '반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리소설에서 그 묘미인 '반전'이 없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이 책이 이상하게 끌렸다.


친전은 정년을 코 앞에 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형사이다. 안면인식장애로 인해 오인체포까지 해 버린 과거가 있어 현재는 유급휴가중이다.

어느날 친전은 50년 지기 뺀질이 김씨(김길중)가 불러 간 곳에서 무너진 책더미에 깔려 압사한 노인을 발견한다. 친전은 얼마 전 손자 나무의 요청으로 어린이집 주변을 다니는 우비 노인을 찾고 있었는데, 김씨는 사망한 노인이 우비 노인과 동일인이라고 말한다.

현장은 너무도 기이했다. 집 지붕에 구멍이 뚫렸고, 집 안은 엄청난 책더미가 널려 있었다. 거기다 피해자의 얼굴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만큼 망가져 있었고, 우비를 입고 있었다.


친전은 현장을 살펴본 후 이 건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사건에 투입된 김나영 형사로부터 더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p. 47)


피해자의 얼굴을 망가뜨린 살해도구로 쓰인 책들을 살펴보니, 책의 반전이 모두 찢겨 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해도구가 아님에도 반전이 찢긴 책이 있었는데, 그건 "ABC 살인사건"이었다.


추리소설을 너무 사랑해서 엄청나게 읽고 모으는 친전은, 살해도구로 쓰인 책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바로 '화이트펄'이라는 추리전문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화이트펄' 출판사를 찾은 친전은 피해자가 '김전무'라고 불리던 전직 일본 야쿠자 출신의 대부업자 김성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화이트펄'의 전신인 '리문출판사'의 이문석 사장이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하자 고리대금업을 하던 '김전무'가 부도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친전은 '리문출판사' 및 '화이트펄'과 관련있는 '만석출판사'의 배만석을 만난 후 김상국이 '판권 페이지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나 만석출판사의 배만석도 김성국과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우비를 입은 채 반전이 찢겨 나간 책뭉치에 얼굴이 짓이겨진 채로 살해당한 것. 차이점은 이번 책뭉치는 만석출판사에서 출간한 추리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이 현장에도 기존 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살해도구는 아니지만 반전이 찢겨진 'ABC 살인사건'이 놓여 있었다.


이후에도 영업부장 출신이었던 변수창이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만석빌딩 주변은 물론 배만석, 변수창, 비서실장 최세라를 비롯한 예전 리문출판 관계자 대부분의 집에 침입자가 발생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무슨 이유로 피해자에게 우비를 입하고, 반전이 찢긴 책을 흉기로 사용하는 걸까?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형사가, 기묘하게 반전이 없는 책으로 사람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라니, 특이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져 흥미진진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형사가 기묘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을 찰나, 그 형사가 추리소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추리소설광이라는 정보가 하나 더 추가되자 뭔가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은 못 알아보지만, 추리소설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이 주요 증거인 이 사건에 너무나도 적절한 사람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기묘한 사건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연이어 일어난다.

그리고 과거의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에 대한 범행 방법의 이유가 드러나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이 중요 증거이자 주인공 친전이 추리소설광이다 보니, 사건 진행도 재미있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들도 꽤 재미있었다.

책에서 친전이 굉장히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초이세'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이름이 뭔가 익숙하다 싶었더니 일본의 유명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를 우리나라 작가로 등장시켰던 것이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이 초이세의 <선과 점>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10만분의 1의 우연>이 초이세의 <10만분의 일의 기적>으로 바뀌어 등장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얼굴에 흩날리는 비>도 깜짝 등장한다.

아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런 센스에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반전이 없는 추리소설'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살인사건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진짜 제목처럼 '반전이 없는'지 궁금하다면, 책 속으로 GO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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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47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 p. 169

살인자가 우비를 고집한다는 것, 피해자에게 우비를 입힌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은 아직 점과 점이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생기면 이 점 두 개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리라. 친전은 초이세의 추리소설 《선과 점》에서 그 사실을 배웠다.


- p. 179

우비는 맥거핀.

맥거핀, 히치콕이 한 말이죠. 얼핏 보기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별 뜻 없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어디까지나 사건 진행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극적 장치랄까요.

제가 작가라면, 우비는 어디까지나 그저 혼선을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겁니다. 실제로 노린 건 따로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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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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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교내 연극 동아리에서 만난 정, 김, 최, 염, A가 있다.

2월의 마지막 날, 갑작스런 A의 죽음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A의 장례식장이 있는 K시로 향한다.

K시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염을 제외한 정, 김, 최는 함께 김의 차를 타고 K시로 출발한다.

 

이야기는 정, 김, 최 각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그들 각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사상이나 생각, A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 흘러 나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A의 사고가 있던 날 친구 5명이 함께 A가 만든 영화를 보고,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2주 전 A가 증권사 직원이었으나 현재는 보험회사 직원인 김에게 연락해서 사망시 보험금 지급에 대하여 문의했다는 것, 지난 연말 A가 정에게 전화해서 "너, 자살 같은 거 하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봤다는 것, 최가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에서 A를 봤으나 A가 최를 몰라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이들이 K시로 가는 여정도 쉽지는 않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이들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 곳에서 죽음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현장을 벗어나 국도로 방향을 변경해서 K시로 향하던 길에는 경찰이 그들을 검문한다.

경찰들은 승용차 한 대가 터널 벽을 들이박고 전복된 사고에 대하여 말한다. 해당 여성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다른 동승자는 없었는데, 이상한 일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할 거라는 신고를 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

 

경찰이 말한 사고와 정, 김, 최가 말한 A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신 날의 상세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내 머릿 속에는 의문들과 확신들이 피어 오르며 뒤섞이기 시작했다.

또,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대한 이들의 말도 다 달라서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이들이 봤다는 A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각자가 다 다르다. 처음에는 A의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독자들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A의 영화가, 뭔가 이들의 여정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A의 영화 제목은, 이 책과 같은 "천국보다 낯선"이다. 영화의 내용도 세 주인공이 자살한 친구의 조문을 가기 위해 밤에 길을 떠나는 내용으로 책의 내용과 흡사하다.

어, 뭐지라는 생각을 할 찰나, 책의 마지막에 인물들은 모두 새벽하늘을 쳐다보고, 그들을 비추던 카메라가 점점 하늘로 솟아오르고 그들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새벽 별빛이 쏟아지고 수평선에 붉은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천국보다 낯선, 그런 시간으로 끝을 알린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라서인지, 아무래도 '죽음'이나 '삶'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이 많았는데, 문장들은 가슴에 남았다.

그러나, 사실 책의 내용이나 의미를 잘은 모르겠다. 이들이 바라보던 시선들은 왜 다른 부분들이 있었는지, 이들에게 A의 존재가 어느 정도로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건지, 그래서 결국은 액자식 구성의 영화라는 건지...

 

어렵다. 다시 한번 읽어본다면, 좀 더 큰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

다만, 이 문장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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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9)

무의미한, 완성되지 않은, 일상적인, 썰렁하기까지 한, 그런 농담.

인생은 그토록 실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이야기. 실없는 문장들로 가득 채울 때에야 거기 인생이 있다는 투의. 텅 빈 이야기.

 

(p. 183)

우리가 본 그녀의 영화 역시, 짧고 실없고 아름다운 농담은 아니었을까.

클리블랜드처럼 춥고 외로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밤의 국도처럼 단조롭고 어두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농담. - 천국보다 낯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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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링 룸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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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코너>를 통해 뛰어난 머리와 상황 대처 능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제인 호크'가 돌아왔다.

이번 <위스퍼링 룸>은 전작에 이어 제인 호크가 나노테크 통제를 통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하는 집단의 우두머리인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미네소타의 코라 건더슨은 '올해의 교사상'을 받은 적이 있을만큼 사람들에게 존경받던 특수학교 교사였다. 그녀는 느닷없는 편두통으로 2주 이상 출근하지 않는 상태였는데, 불이 나오는 꿈을 연달아 꾼다. 그리고 어느 날 최근 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베블렌 호텔에 자신의 차에 폭탄을 가득 싣고 돌진해 주지사와 하원 의원을 포함한 호텔이 있던 46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다.

마을의 루서 틸먼 보안관은 코라의 이러한 행동에 의문을 느낀다. 그는 코라를 오래 알아왔고, 그가 아는 코라는 그렇게 남의 목숨을 앗아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다 마을로 온 FBI요원들의 행동도 어딘가 미심쩍다. 너무나 냉정한 표정도 표정이거니와 코라의 집을 헤집어 놓는다. 마치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훼손하려는 듯이 말이다.

루서 틸먼은 FBI가 다녀간 코라의 집을 방문하고 그 곳에서 그녀의 일기장과 그녀가 쓴 소설들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가 읽어본다. 그리고 그 밤, 누군가 코라의 집에 불을 지르는데, 소방관은 이 화재가 비자연적으로 사나운 불길을 가졌고 일반적인 촉매제로는 불가능한 방화라고 말한다.

코라는 폭탄 테러를 일으키기 전 집에서 일기장에 영문 모를 문장들을 남겨 두었고, 루서는 그것을 계속 검토하다 반복되는 문장 속에서 암호처럼 숨어 있는 단어들을 찾아낸다.

그 단어는 바로 '아이언 퍼니스 레이크(Iron Furnace Lake)'.

루서는 코라의 친구였던 헤이즐 시버츤으로부터 코라가 여름에 아이언 퍼니스 레이크 리조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고, 그곳을 다녀온 후 코라가 조금 달라졌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루서는 진실을 알기 위해 아이언 퍼니스로 떠난다.

 

- p. 83

베블렌 호텔의 대량학살이 정신병자의 독자적인 범행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라는 확신이 그를 사로잡았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오늘의 코라는 우리가 아는 코라가 아니었어."

 

한편, 제인은 소시오패스 집단의 일원인 변호사 랜들 라킨을 통해 들은 데이비스 제임스 마이클이 머물거나 혹은 집단의 중요 장소로 보이는 아이언 퍼니스로 향한다.

 

그리고 아이언 퍼니스에서 루서와 제인이 만나게 되고, 그들은 그 곳에서 일어나는 믿기 어려운 일을 목격하고 힘을 합쳐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구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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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호크가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그녀는 FBI 불량 요원이자 미국 최고의 수배자로 뉴스에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유력 인사마저 개입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붙잡히지 않고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여러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온갖 장소에 위치한 CCTV나 전역에 걸친 교통 시스템 등은 도망자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거기다 거대한 세력은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 가족의 안녕까지 위협하며 그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녀는 남편 닉과 아들 트래비스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적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녀 역시 겁이 난다. 이 거대한 세력을 자신 혼자 감당해야 하고, 그러므로 자신 역시 언제고 죽음에 직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잘못되면, 그래서 더이상 트래비스를 볼 수 없게 된다면, 이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두렵다.

 

또 범죄의 형태가 일반 사람들은 믿기 힘들만큼 근미래적이다. 아니 초미래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참 이상하지, 소설의 설정에 대해 "말도 안돼"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끔찍하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고, 전작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소시오패스 집단은 약을 주입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한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약이 주입되고, 뇌를 통제당해 내 몸이지만 내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무한정 발전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과연 이런 설정이 말도 안 되고 불가능하다라고 어느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제인 호크는 여정의 종착지에 도착한다. 아니, 도착하는 듯 했다. 종착지라고 믿었던 곳에서 남자는 말한다.

 

운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까, 제인?

속삭이는 소리 안 들려요, 제인?

속삭이는 방 안의 저 모든 속삭임이? 아직 안 들린다면, 곧 당신도 듣게 될 겁니다. (p. 540)

 

그녀가 종착지라고 믿었던 그곳에서 이 세력 뒤에는 또다른 중요 인물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그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다음 편 <The Crooked Staircase>에서는 이 거대한 세력이 박살나는 걸 볼 수 있을까. 제인 호크가 너무 좋지만,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그녀가 너무 많은 위험에 직면하고 힘들어질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 p. 38

그들의 컴퓨터 모델은 세대별로 문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위험한 생각으로 문명을 낭떠러지로 밀어낼 수 있따고 추측되는 미국인들을 결정적인 숫자만큼 선별해요.

그들이 제시하는 결정적인 숫자는 21만 명이에요. 한 세대는 25년이고.

그러니 컴퓨터에 따라, 매년 위험인물 8천4백 명을 제거하면 모두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

세계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게 그렇게 믿기 힘든가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된 개념이에요.

 

P.S.) 참, 미국에서 제인 호크 시리즈가 TV화되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제인 호크 역에는 '엠마 스톤'이 정해졌다고 하는데, 그녀가 연기하는 제인 호크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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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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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아침, 웨스트버지니아주 아로요 마을에서 교사 앤드루 반이 마을의 도로 교차로 T자 표지판에 목이 잘린 채 못 박힌 모습으로 발견된다. 피해자는 T자 모양 교차로에서 T자 모양 도로 표지판에 T자 모양의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그의 집 현관문에 T자가 휘갈겨 써 있었다.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엘러리는 아로요 마을로 가서 사건을 살펴보고 재판도 방청하지만, 다리를 저는 '크로사츠'라는 인물에 대한 의심만 가질 뿐 별다른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로 사건은 흐지부지된다.

 

6개월이 지난 후 엘러리는 대학시절 은사인 야들리 교수로부터 교수의 집 건너편 집에서 십자가에 못 막히듯 매달려 죽은 사건에 대해 전해 듣고 그 곳으로 향한다.

피해자는 백만장자인 토머스 브라드로 그가 매달린 채 발견된 굵은 기둥은 날개를 수평으로 펼친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고, 활짝 편 날개 때문에 기둥의 전체가 알파벳 T와 비슷했다. 토머스 브라드 역시 머리가 잘린 채 기둥에 묶여 있었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정자 바닥에는 T가 휘갈겨 쓰여 있었다.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던 엘러리는 앤드루 반 사건 당시 아로요 마을에 있었던 스스로를 '하라크트'라 칭하던 노인이 토머스 저택 근처의 오이스터 섬에 있다는 말을 듣고, 범행 형태나 시신의 상태 등을 근거로 앤드루 반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여긴다.

스티븐 메가라(토머스 브라드의 동업자)가 긴 항해에서 돌아왔고, 그는 앤드루 반과 토머스 브라드의 T자 모양의 기인한 죽음에 대하여 듣자, '벨라 크로사츠'가 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과 죽은 토머스 브라드, 앤드루 반은 형제로 형제의 성은 '트바르(Tvar)'이고, 크로사츠 집안과는 대대로 내려오는 적이라는 것. 집안 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일삼았고 이십여 년 전 어린애였던 크로사츠와 그의 어머니를 제외한 일족 모두를 죽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크로사츠가 자신들을 상대로 복수를 펼치고 있다고 말이다.

 

- p. 318

인생이란 놈은 항상 부당한 속임수를 쓰는군요. 이십 년 전에 눈에 보이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을 쳤더니, 보이지 않던 위험이 이십 년 후에 그들을 따라잡았으니 말이죠.

 

자,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범인인 그 '크로사츠'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크로사츠의 외모를 아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크로사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로요 마을의 앤드루 반 사건 이후로 크로사츠의 행적이 없고, 반의 하인인 클링도 여전히 어디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 p. 200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크로사츠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죠.

크로사츠는 누군가?

'지금의' 크로사츠는 누군가?

어쩌면 우리 중의 누구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던 중 경찰들의 보호로 안전하다고 여겼던 스티븐 메가라 역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 전의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배 갑판에서 목이 잘린 채 T자 모양으로 말이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왜 이런 잔인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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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서도 등장인물이 참 많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잔인한 사건이라 의심스러운 많은 사람에 대한 추적과 조사도 있다. 등장 인물들이 다들 자기들만의 비밀이 있어 솔직하게 진술하지도 않는다.

또, '크로사츠'란 인물이 워낙 베일에 쌓였고 도무지 나타나지도 않아서 엘러리 역시 사건 해결에 계속 난항을 겪는다. 실마리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아 힘들어 한다.

 

- p. 401

너무나 어처구니없다는 느낌만 빼면 마치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 있잖습니까? 뭔가가 머릿속의 뒷골목으로 쫓아오라고 이끄는데, 언제나 희미하게 윤곽만 보일 뿐이란 말입니다. 지금의 제 상태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걸 잡을 수만 있다면..., 중요한 거예요. 그게 중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이번 사건 해결은 영화로 치자면,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건 자체도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났고, 엘러리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타며 미국의 여러 도시를 넘나든다. 한마디로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는 뜻이다.

사건 해결 후 경비 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엘러리는 이 사건을 책으로 쓰겠다라고 한다. 독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겠다는 것!!!

 

마지막에 밝혀진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맞추지 못했다. 정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맞추지 못해도 조금 흐믓하달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엘러리의 사건 해결(경비 충당)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푸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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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다.

- 《로마인들의 지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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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간호사 -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간호사 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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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생계 등을 위해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다 보면, 유독 힘들어 보이는 직업들이 있다. 물론 모든 직업을 가진 사회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다 힘들다. 그래도 개인의 생명에 관련되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 진짜 사명감 없이는 못 해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간호사'도 그렇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도 그렇다.

(우선은 생각나는 직업들이 그렇다.^^)

 

이 책은, 병원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열악한 근무 환경을 버텨 낸 대형 병원 5년 차 간호사의 리얼 근무 이야기이다.

대형 병원을 생각하면 시도때도 없이 응급 환자가 들어오고, 바쁘게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심각한 응급환자일 경우라면, 단순히 바쁘다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또 24시간 불을 밝히는 응급실이 있어, 병원 근무자들은 3교대로 일하면서 낮밤이 바뀐 빡신 근무를 해 나간다.

 

작가는 밤근무를 마치고 초췌한 모습으로 퇴근하면서,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회사원들을 마주친다. 그저 보통 사람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근무'가 그녀에게는 너무도 부러운 일인 것이다.

또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근무시간 내내 언제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기에 늘상 보게 되는 죽음에 대한 내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녀의 그림과 문장을 통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환타'나 '떡을 먹는다'에 대한 징크스, 신규 때 업무 미숙으로 겪게 되는 상급자의 '태움' 등 간호사들만의 언어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환자와의 라포 형성이나 공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 한 명을 더 돌보고 살리기 위해 끊을 것은 끊는 객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사무적이고 차가운 말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도 많은 환자를 상대하려면 어쩔 수 없겠다라고 어느 정도 이해를 했었다.

 

어느 직업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고, 어느 직장인이든 지금을 버텼다고 나중에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다 각자의 직업에 들어섰지만 어쨌든 이 직업으로 살고 있다.

그녀는 왜 간호사가 되려고 했는지 뚜렷하게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 '어쩌다 간호사'가 되었지만, '어쨌든 간호사'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앞으로도 안타까운 일을 많이 겪게 될 것이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그래서 가슴에 남는다.

"내 일을 하자." 그래, 나도 우선은 내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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