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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현모양처의 죽음 ㅣ 해미시 맥베스 순경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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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화로움을 찾은 로흐두 마을, 날씨마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날들이었다. 그랬던 로흐두 마을의 비어 있던 월릿츠 씨의 집에 토머스 부부(폴 토머스, 트릭시 토머스)가 이사오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변한다.
토머스 부부는 자신들이 너무 가난해서 실업수당을 받는 중이라며, 이 곳을 민박으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미시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게 가난을 빌미로 동정을 사면서 마을 사람들의 집에 있는 골동품들을 공짜로 혹은 아주 싼 가격으로 얻어낸다.
트릭시는 집안일도 척척이고 언변도 좋아 금새 마을 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트릭시가 마을 부인들의 선두에 서서 이들을 이끌며 흡연 반대, 채식과 건강식, 보호종인 박쥐 보호 등을 주장하면서 기존의 생활을 뒤엎으려고 하자 마을 남자들은 그녀를 무척 불편해한다.
그렇게 트릭시를 죽이고 싶을 만치 분노를 느끼는 마을 남자들이 늘어나던 중, 트릭시가 자신의 집에서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트릭시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중, 마을의 점성술사인 앵거스 맥도날드 역시 뒷문에 누군가 놓고 간 독이 든 위스키병을 마실 뻔한 사건이 일어난다.
트릭시를 죽이고, 앵거스를 죽이려고 한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책 제목인 현모양처는 바로 트릭시를 가리키는데, 책 속에서 트릭시는 못하는 집안일이 없을 뿐 아니라 약간은 무능력해 보이는 남편 폴보다 모든 일을 더 잘한다. 그래서 폴은 전적으로 트릭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많은 집안일을 해 오면서도 남편에게 크게 인정받지 못하던 주부들인 마을 부인들은 자신들조차 알지 못하는 불만이 마음 속에 숨어 있었던 듯 하다.
그런 그녀들이 트릭시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적어도 그녀들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 p. 212
난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인 듯 느끼며 살았어요.
글래스고나 에든버러나 인버네스 같은 곳에 가면 늘 사람들이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럼 난 가정주부라고 얘기했어요. 그럼 사람들이 '그게 다예요?'라고 물었죠.
그런데 트릭시는 가정주부 일이 아주 고결한 직업이라고, 제대로 하기만 하면 대단히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했죠.
나는 그 모든 일과 위원회 같은 데 완전히 매료됐어요. 꼭 술에 취한 기분이었다니까요.
그녀는 늘 칭찬을 해 줬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내게 그렇게 해 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음.. 하지만 마을 부인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받고 마을의 지주인 할버턴스마이스의 신뢰까지 받던 트릭시의 실체는 전혀 달랐는데...
촉이 무척 좋은 해미시는 트릭시를 처음 본 날부터 그녀에 대해 꺼림칙한 느낌을 가졌지만 말이다.
역시나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이번 편에서 프리실라는 마을에 돌아오고 일주일이 넘어서야 해매시를 만나러 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을에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썸을 타는 중인 잘생긴 증권 중개인인 존 벌링턴과 함께 마을에 온다.
그 참... 그러고 보면 프리실라는 늘 런던에서 새로운 남자를 데려온다. 알쏭달쏭한 프리실라와 해미시의 관계...
프리실라는 이번 편에도 해미시와 함께 있을 때는 존 생각을 하지 않고, 해미시에 대한 마음이 있다는 기색을 많이 내비친다.
질투도 하고 말이다.
- p. 111
트릭시가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과거 해미시가 여기저기 추파를 던지고 다녔던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리실라는 자신이 해미시 맥베스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해미시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이따금씩 그녀를 어린 철부지처럼 생각한다고 간주했다.
그런데, 그런데... 프리실라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입장인가?^^;;
아까도 언급했지만, 새로운 이야기마다 새로운 남자를 데려와 해미시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프리실라가 아니던가?
그리고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랐던 듯 하다. 로흐두 마을에서 평화롭게 스스로 만족하며 살길 원하는 해미시와는 달리 프리실라는 해미시가 자신의 일에 야망과 야심이 없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넘기며 해미시가 스스로 이뤄낸 행복을 보는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음... 프리실라는 남자 보는 눈이 너무 없는 걸로... 지금껏 제대로 된 마을로 데려온 남자 중 제대로 된 남자는 없었던 듯... ^^
- p. 228
날 여기 묶어 두는 게 내 아둔함이나 수줍음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쯤이나 당신 머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난 로흐두를 사랑하고, 로흐두 사람들도 좋아하고, 여기에 있는 게 행복해요.
내가 왜 사회의 통념에 맞춰 로흐두 밖으로 나가 승진을 하고 돈을 벌고 하는 식의 성공을 해야 하는 거죠?
난 성공했어요, 프리실라. 요즘 나처럼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