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평점 :

사실 에곤 실레의 작품은 나에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주곤 했다.
그가 주로 그린 사람의 성적 욕망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림들을 볼 때면 살짝 얼굴이 찌뿌려지긴 하였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매력적이라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책을 통해 에곤 실레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며 그의 예술 세계를 연결시켜 보니,
왜 그가 당대의 유명한 화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가로 남아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에곤 실레는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인지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매독을 앓다가 오랫동안 고통받다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가족들은 빈곤에 시달렸다.
에곤 실레의 작품은 에로틱하면서도 약간은 어둡고 음산한, 그래서 어쩌면 더 퇴폐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죽음에 대한 인지가 작품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듯 하다.
더욱이 에곤 실레 또한 스물 여덟이라는 젊디 젊은 나이에 스페인 독감으로 요절하고 만다.


이전에는 에곤 실레의 그림만을 보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에곤 실레가 단순히 인간의 신체에 집착하여 누드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에 대한 집착과 탐구를 통해 '육체적 욕망'과 '죽음을 향한 본능'에 대한 예술적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는 누드화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목소리도 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가 무척이나 정상적인(?) 작품들도 그렸다는 것도 알 게 되었다.
에곤 실레가 그린 자화상이나 초상화 일부, 풍경화는 그만의 독특한 특징까지 더해져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조금 난해한 부분들도 있으나, 에곤 실레만의 독특한 개성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가 스물 여덟에 요절하였음에도 작품 활동을 한 10여년의 짧은 기간에 무려 334점의 유화와 2,503점의 드로잉을 남겼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의 작품만을 보고 나만의 생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책의 지은이는 작가 겸 언론인인 에스터 셀스던과 미술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지넷 치빙겐베르거다.
이전에는 가끔 보는 미술작품들도 우리 작가들의 시선으로 보았다면, 외국인의 시선이라 색달랐던 것 같다.
곧 시작되는 전시회에 가기 전에 이렇게 에곤 실레에 대해 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